【2018 아시아미래포럼】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일본, 고용시스템 변화시키려 노력,
플랫폼 노동 갑질 막을 규제도 추진”
“일자리 대체위험 높은 노동자에
교육제공-임금손실 최소화 고민을”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세션5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세션5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산업 차원의 변화뿐 아니라 고용관계의 변화도 이끌어내고 있다. 기업과 ‘근로계약’을 맺고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시간만큼 일하고, 임금과 보험 연금으로 이뤄진 대가를 받는 노동자의 수는 줄어들고 있고,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인공지능·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물론, 노동력 역시도 ‘공유’의 개념으로 일컬어지며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플랫폼 노동’ 역시 출현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인 31일 오후 열린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 세션에선 한국·중국·일본 사회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용노동 체계의 변화 현황과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대한 국외 사례는 미국이나 유럽 위주로 소개됐지만, 이번 포럼에서는 이웃나라인 동아시아의 사례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일본 노동법 전문가인 최석환 명지대 교수(법학)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일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사례를 소개했다. 최 교수의 발표를 보면, 일본은 ‘일하는 방식 개혁’을 목표로 고용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진행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한곳 이상에서 일하는 것을 ‘겸업·부업’으로, 사무실 근무가 아닌 다른 근무를 ‘텔레워크’, 고용관계가 아닌 상태로 일하는 방식을 ‘고용관계에 의하지 않은 일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세웠는데, 한 회사에만 종속된 고용 방식을 극복해 원칙적으로 겸업을 가능하도록 장려하고,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일할지라도 장시간 노동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또한 ‘고용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 계약조건을 명시하고 보수액을 적정화하도록 해, 기업과 플랫폼에 의한 ‘갑질’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일본은 2007년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을 목표로 오랫동안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진행해왔으며, 경제·산업·노동 등 부처를 횡단하는 계획을 바탕으로 디테일한 규제를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왕페이 중국 인민대 노동인사학원 교수는 중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 사례를 소개하며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적용받지 못해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같은 대학 저우광쑤 교수는 ‘자동화가 중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발표에서 2000~2010년 중국에서 자동화율이 높을수록 고용증가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통계로 입증했다. 특히 여성·저학력·고령·농민공은 자동화 때문에 고용이 줄었는데, 일자리가 줄어들면서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늘고 임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우 교수는 “중국 정부에서 인공지능을 위시한 스마트산업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 대체 위험이 높은 노동인구에 대한 인적자본·기술 교육 대책과 임금 축소와 노동시간 증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시장이라는 제도 안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우리가 다루는 모든 기술은 다른 상상력을 담고 있고, 디지털 기술이 담고 있는 상상력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해야만 이에 대응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