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시아미래포럼】 포용성장과 지역순환경제

“협동조합 등 지역민 주도 사업 육성
지역주민에게 혜택 돌아가게 해야”
“지역, 대기업 투자유지 보다
자체적 순환경제 조성 필요”
평생학습-사회적금융 지역기금 등
지자체 지역순환경제 모델 공개도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세션4 ‘포용성장과 지역순환경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세션4 ‘포용성장과 지역순환경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31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회장 정원오 성동구청장)가 공동주최한 ‘포용성장과 지역순환경제’ 세션에서는 수도권 집중 및 거점산업 위축으로 ‘지역소멸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이 공존과 상생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김용기 아주대 교수(경영학)는 발제에서 “그동안 지역은 대기업의 투자 유치에 주력했으나 지역내 연관산업이 없어 한계가 있었고 수익을 내부화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지역 내 중소기업의 진화와 혁신을 이뤄가는 ‘지역순환경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역불균형 실태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지역의 혁신과 고용 거버넌스 구축 △지역 내 포용적 금융 모델 확충 노력을 지방정부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경수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인구가 감소하고 자원이 한계를 노출하는 속에서 과거처럼 돈을 벌어와 필요한 것을 산다는 ‘화폐적 발전모델’은 수명을 다했다”며 “선택, 집중, 경쟁력의 ‘화페적 모델’에서 벗어나 순환, 자립, 분산으로 지역발전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적경제는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고 일자리도 만들어 자립을 가능케 한다”며 “지방정부가 지역에 드나든 자원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역경제순환 지표를 활용하고, 정부 부처가 따로따로 진행하는 지역 지원사업을 융합해 내도록 중간지원조직을 혁신해야 하다”고 말했다.

 
홍사흠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역산업의 성장 과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불평등 심화에 따라 사는 공간의 분리도 일어나고 있다며 지역 간 격차뿐 아니라 지역 내 불균형도 세분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동조합 등 지역민 주도의 사업을 육성하고 이를 지역의 공유자산화해 혜택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형배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은 특강에서 지금까지 경제정책을 중앙정부가 독점한 결과 지역 간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됐다고 진단하고 “앞으로 성장기획은 지역 구성원의 민주적 협치와 자기결정권, 즉 자치분권을 근거로 수립·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분권에 근거한 균형발전 전략이 포용성장”이라며 “이는 중앙정부가 시혜적으로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당연한 권리로 확보하는 공적자원 배분 시스템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례 발표에서는 4개 자치단체의 지역순환경제 모델이 공개됐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잦은 이사로 정주성이 낮은 도시에서 교육을 통해 선순환 경제모델을 만든 사례를 발표했다. 생활권 10분 거리에서 주민이 중심이 돼 복지관, 사설학원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학습공간(징검다리교실) 248곳을 발굴함으로써 자발적 활동가 1300여명이 나오며 평생학습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사회적 경제 기업을 위해 사회적 금융 지역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 조례를 제정하고 2020년부터 2억원에서 시작할 예정”이라며 “기존의 신협 등과 다른 모습으로 도움이 된다면 처음은 2억원이지만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의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을 문화의 힘으로 ‘가장 아픈 공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바꾼 사례를 소개했다. 건물을 사들여 공원을 만들고 성매매 여성 지원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해 성매매여성 11명이 사회로 복귀했다. 이제 성매매 공간을 둔 다른 지자체가 도시혁신 사례로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됐다는 것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소통, 협치, 혁신을 열쇳말로 숙의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한 사례를 소개했다. ‘영등포 1번가’라는 소통 시스템을 통해 3개월간 4900여건의 건의를 받아 청소, 주차, 미세먼지 등 주민 생활과 밀착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정건화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지금은 혁신적 단체장의 시대이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가 대안인데, 신뢰 및 협력으로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 사회적 자본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와 분권, 분산이 중요한 메커니즘이자 방향이란 점은 명확히 제시돼 있지만 그에 이르는 경로가 명확치 않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다” 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역순환경제를 포용성장과 연결하는 것은 차이를 끌어안는 것이고 이는 이해관계의 갈등을 낳는다”며 “혁신과 포용이 그런 갈등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한가, 기존의 행정이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자치가 만들어지는 곳이 얼마나 되는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선 희망제작소장은 “자치분권 관련한 법제화가 국회에서 진척이 잘 안되고 있다”며 “정부 역시 시행령을 바꿔서 할 수 있는 일 조차 하지 않고 있는 미흡한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영역에 대해서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민간의 절실함이 있는가 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한다”며 “전반적 방식과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 이라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