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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아미래포럼 관련] [왜냐면] “평등한 것이 이득이다” / 신영전
관리자 . 2018.11.06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사회의학

 

지난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세계 상위 1%가 1980~2016년 성장의 과실을 약 27% 챙겨간 데 반해, 하위 50%는 겨우 12%를 차지하는 데 그쳤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계 상위 1%의 부 집중도는 2050년에는 약 39%로 높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이 불평등한 사회가 만들어낼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가 실증적인 수치로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평등의 정도가 낮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에 속한 이들의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학력수준, 자살률, 살인율, 약물중독, 수감자율, 상호신뢰도 등 대부분의 사회 지표들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 50개 주에 적용해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왜 그럴까? 미국 하버드대학 이치로 가와치 교수는 소득불평등이 국민의 건강과 같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로를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소득 불평등이 인적 자본에 대한 저투자를 야기하고, 둘째는 사회조직을 분열시키고 셋째, 이로 인해 생겨난 좌절과 같은 직접적인 심리학적 통로를 통해 좋지 못한 건강상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암울한, 불평등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피케티 교수를 비롯하여 이 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학자들의 대답은 서로 조금씩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한가지였다. 이른바 우리 공동체의 정치구조를 역동적으로 바꾸어내는 것이다.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노동세력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참여와 연대를 통한 광범위한 정치세력화와 투명성과 신뢰에 기반을 둔 정치적 리더십의 구축을 통해서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러한 정치적 역동성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실증적이고 견고한 과학적 ‘사실’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추상적 논리가 아니라 실제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낸 나라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세계화의 광풍 속에서 여러 가지 도전을 맞이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민주주의 수준, 남녀평등 수준, 인간개발지수, 국가별 경쟁력, 국민들 스스로 행복하다고 답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엄마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무엇보다 잘살면서도 불평등이 가장 낮은 나라 바로 그런 나라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유럽의 북쪽이다.

 

그들의 행복 비결을 찾기 위해 만났던 그곳 학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우리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등이란 인간의 존엄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라도 달성해야 할 ‘당위’로만 여겼던 내게 그들의 대답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래, 맞다. “평등한 것이 이득이다.” 1000원 내고 페트병에 든 물을 각자 사 먹는 것보다 500원을 세금으로 내고 어디서나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좋고, 혼자 내 노후를 준비하느니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 아이도 나 혼자 키우는 것보다 사회가 함께 키우는 것이 나와 아이에게 모두 “좋을 뿐만 아니라 이득”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복지는 공구(공동구매)”라고. 결론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은 평등한 사회가 그들에게 이득이었기에 그것을 선택했고, 어느 나라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마침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가 된 것이다. 늘 비결은 이렇게 간단한 진실 속에 있는 법이다. 어느새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에 “평등한 것이 이득이다”라는 말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장 절박하게 받아들여야 할 진실인 셈이다. 아니,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미국 인권운동가 오드리 로드의 말처럼 우리의 미래 생존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평등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opinion/because/868932.html#csidxdb1ce71cccbb576a99e3d3a51d6df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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