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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저소득 생존법, 시간을 헐다…여 30%·남 20% ‘시간 빈곤자’"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④ 시간, 불평등의 새 얼굴소득 따라 노동시간 계층화 한국 노동시간 OECD 2위가사·여가 희생해 저임금 보전소득서 가사노동 구매비 빼니빈곤율 3배 높아지는 분석도저소득 여성이 시간빈곤 최고고학력일수록 정규직-표준노동여가-자녀 교육에 시간 많이 써불평등 강화하고 대물림 심화상시 5인 미만 사업장, 육상 운송 등 5개 특례업종은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서 택시기사가 세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13년 남짓 회사택시를 몰아온 김경진(가명·52) 기사는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한다. 새벽 4시에 나와 오후 4시에 차를 넘기고 집에 들어간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때는 저녁 7시. 그래야 다음날 새벽 3시 무렵에 일어날 수 있다. 김씨가 하루 중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며 여가를 보내는 시간은 채 3시간이 되지 않는다. 한주에 70여시간, 한달 26일을 일하고 손에 쥐는 수입은 200만원 남짓.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기본급이 68만원에 불과한 형편에 수입이 줄어들까 쉽지 않다. 김씨처럼 수입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회사택시 기사는 전국에 10만8천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휴일 포함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되지만 5개 특례업종 중 하나인 택시업은 예외다. 소득과 시간은 균형 잡힌 삶을 위한 두 축이다. 돈이 없으면 생활이 고단하고, 시간이 없으면 아이와 놀아주기, 집안 가꾸기, 독서나 드라마 시청같이 행복감을 주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은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노동시간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이들이 가사나 여가에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시간 빈곤자’들이다. 18살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6700곳을 조사한 서지원 방송통신대 교수(생활과학)의 2015년 연구를 보면 평일을 기준으로 남성의 20.7%, 여성의 29%가 시간 빈곤자였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삶의 중요한 자원인 소득과 시간은 어느 정도 대체관계에 있다. 택시기사 김씨처럼 장시간 노동으로 수입을 늘리면, 소득 빈곤은 벗어날 수는 있지만 시간 빈곤에 빠진다. 이때 시간 빈곤은 소득 빈곤의 심각성을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 시간에 주목하는 복지 연구자들이 빈곤을 소득과 시간의 함수로 보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레비경제학연구소는 노동시간이 길어서 식사 준비, 돌봄, 보육 등 필수적인 가사 재생산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이를 시장에서 구매할 때 드는 비용을 소득에서 차감해 빈곤선을 새로 책정하는 분석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로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2008년 한국의 빈곤율을 측정한 결과, 가장이나 배우자가 고용상태인 가구의 빈곤율은 7.5%로 정부의 공식 빈곤율 2.6%보다 3배나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장시간 노동이 은폐했던 소득 빈곤이 확인된 것이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소득 기준으로 불평등과 빈곤을 측정하고 대응하면, 소득은 높지만 시간이 빈곤한 집단의 삶의 질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소득 때문에 시간을 희생하는 이들의 규모를 공식 통계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저소득층은 장시간 노동으로 소득을 올리면서 시간을 희생해왔지만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여건 때문에 소득과 시간 빈곤 사이를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2014년)를 분석한 오혜은(성균관대)씨의 2017년 연구를 보면 여성의 44.6%, 남성의 23.6%가 시간(자유시간 기준)이나 소득 중 한가지 빈곤을 겪고 있었다. 시간과 소득 모두 빈곤인 경우도 여성의 9.1%, 남성의 2.5%였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시간 빈곤은 소득 규모와 성별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나고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시간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1998년 이후 소득과 노동시간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시간당 임금이 높을수록 표준 노동을 하고, 중위임금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동자는 초장시간 노동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소득에 따라 노동시간이 계층화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시간 빈곤은 저소득 여성에게 두드러지는데, 앞서 오혜은씨의 연구에서 자녀와 배우자가 있는 여성 가구주의 경우 유급노동,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중첩되어 시간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삶은 ‘시간 사용’과 ‘돈 사용’ 사이의 선택인 경우가 많다. 똑같이 바쁘더라도 소득이 높으면 고속철도(KTX)나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자녀도 좋은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다. 반면 장시간 노동을 해야 겨우 생활이 가능한 계층은 보육이나 여가에 쓸 시간이 적고, 돈으로 대체재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시간의 불평등은 돌봄, 여가, 사회적 관계 등에서 격차를 만들어 다른 불평등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연쇄 고리가 된다. 대표적인 것은 부모가 가진 시간에 따라 자녀 양육과 돌봄 시간의 질이 달라지는 점이다. 노혜진 케이시(KC)대 교수(사회복지학)의 2014년 연구를 보면, 고학력 부모가 저학력 부모보다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길고, 이런 돌봄 시간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부모는 정규직에 표준 노동을 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또 시간이 부족할 때 인간관계를 줄이게 돼 삶의 중요한 자원인 ‘관계재’의 양과 질에서 격차를 불러온다. 시간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집단은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가 제한되고 발전 잠재력이 위축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사회정책 수립자들이 시간의 분배를 고려할 때라고 지적한다. 소득의 분배와 재분배를 중심으로 복지정책이 개발됐지만, 여기에 시간을 고려함으로써 한층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혜진 교수는 “부모의 노동시간이 너무 길거나 시간이 빈곤한 것도 가구가 겪는 큰 위기 중 하나”라며 “자녀 보육이나 늙고 병든 가족을 보살피는 돌봄을 공공이 제공하는 등 빈곤가구가 잃어버린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6116.html#csidx73a28cf53df4eab92921e038e0b843e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주 52시간 전면적용 땐… 비정규직 초과노동자 임금 17% 줄어"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④시간, 불평등의 새얼굴파견· 용역 큰 타격…정규직은 11%사업장 규모 작을수록 임금 감소 커노동시간 단축은 줄어드는 소득을 어떻게 보전할지가 숙제다. 한주의 노동시간 상한을 52시간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산업 현장에 전면적으로 적용될 때 임금은 얼마나 줄어들까? 16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의뢰로 고용노동부의 2017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분석한 결과, 고용 인원이 적은 업체에 근무하거나 고용형태가 용역·파견·기간제 등 비정규직일수록 임금 감소 폭이 컸다. 이 법은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출발해,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적용된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분석 대상 노동자 가운데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는 10.5%인 95만1천명이었다. 이들이 52시간까지만 일을 하게 되면 한달 급여가 평균 41만4천원(1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이 40만8천원(11.7%), 비정규직은 44만7천원(17.3%) 줄어들어 월 급여가 적은 비정규직이 감소 폭도 컸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특히 파견노동자는 주 52시간 이상을 일해 월평균 251만5천원을 벌었으나, 법 시행 후에는 그보다 45만3천원이 적은 206만2천원만 집에 가져가는 등 파견(18%), 용역(17.9%), 기간제(17.7%) 노동자의 임금 감소 폭이 컸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급여가 10% 줄었고 30~299인 기업이 12.2%, 5~29인 기업이 14.1%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등 저임금 노동자가 17~18%에 이르는 월 임금 감소를 감내하기는 어려운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임금 감소액 일부 또는 전부를 사업주가 보전할 경우, 1년간 한시적으로 노동자 한 사람당 월 10만~40만원까지 지원한다. 한편,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는데, 지금의 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적게는 12만7천명에서 최대 16만5천명까지 고용이 늘 것이란 전망이 있다. 김유선 이사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예정대로 하되,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임금 감소의 부담을 사업주와 정부, 노동자가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6122.html#csidxf40f11c46ba82c2a5514c7cd3a89705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시간 주권’ 찾으려면…특례업종 축소·포괄임금 금지 급선무"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④시간, 불평등의 새 얼굴장시간 노동체제 개선책특례업종·특수고용·1차산업 등주 52시간 미적용 여전히 많아시간외 수당 포함 포괄임금제‘공짜 야근’ 주범인데 제한 미뤄‘저녁 있는 삶’ 공감 오래됐지만‘시간 칼자루’ 회사가 쥐고 있어“과도한 야간·주말노동 규제하고직무가치 중심 임금체계 고려를”주 52시간 근무제는 법정 노동시간(40시간)보다 불가피하게 일을 더 해야 할 경우(연장 노동시간 12시간)에도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지 말라는 제도다. 적게 고용해 대량 생산하려는 기업의 전략, 초과노동을 해야 생계비가 확보되는 임금체계, 낡은 교대제, 남성 외벌이 모델을 전제로 한 성별 분업 등이 구조적으로 얽혀 빚어낸 한국 특유의 ‘장시간 노동 체제’를 개선하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로 가보려는 시도다. 사실 주 52시간 근무를 하더라도 직장인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한 주 168시간 중에 52시간을 일하면 116시간이 남는다. 이 가운데 잠자고 식사하고 일터로 오가고 학습하는 데 98시간을 쓴다. 모두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시간이다.(2014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나머지 18시간을 쪼개고 쪼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쉬어야 한다. 오롯이 자신만의 휴식을 취할 시간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이유로든 이보다 더 일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시간은 더 사라진다. ■ 주 52시간제의 그늘 가장 큰 문제는 주 52시간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장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상시 5인 미만 사업장, 육상운송 등 5개 특례업종, 농업 등 1차 산업 종사자와 감시·단속적 근로자(주로 경비), 학습지 교사와 택배기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다. 이런 노동자가 2017년 현재 718만1천여명, 주 52시간 적용 대상 노동자의 83%에 육박한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나 1차 산업 및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제외할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테두리에 포함해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반적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특정 사업체의 지시·감독을 받으며 일하지만 자영업자로 분류돼, 시간을 무한 소모하며 생계비를 벌고 있다. 특례업종은 올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6개에서 5개로 줄었으나 이들 업종을 남겨두어야 할 합리적 근거를 두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운송 분야와 보건업에 특례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정작 차종별 사망사고 1위인 택시기사나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 등의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은 5개 업종도 재검토해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제기된다. ■ 소득과 시간의 딜레마를 풀 열쇠, 임금체계 주 52시간제로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시도에서 또 다른 걸림돌은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야간근로·연장근로 등 시간외 근로 수당을 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야근을 당연시하게 만들고, 실제 일한 것보다 임금이 더 적은 경우도 흔해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계산상 편리하다는 등의 이유로 광범위하게 활용돼,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노동자 10인 이상 기업체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52.8%나 됐다. 정보통신업종의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면서 노동부는 포괄임금제를 제한하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었지만, 1년 가까이 발표를 미루고 있다. 그동안 경영계는 경제상황이 어렵다며 틈날 때마다 포괄임금제 제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16일 “포괄임금제 제한은 획기적인 게 아니라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반영하는 것인데 그것마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조건의 최저기준, 근로시간 규제가 규범력을 가지려면 포괄임금제는 전면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소득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이들은 별도의 소득보장 정책으로 보호하고, 그 밖에 일반적으로 노동시간과 소득이 동시에 줄어드는 이들을 위해선 직무 가치 평가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호봉, 성별, 고용 형태, 학력 등과 무관하게 오로지 직무의 가치에 따라 기본급을 결정하는 게 직무급제다. 서울시가 2013년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직무급제를 도입했는데, 평균 16%가량 임금이 올랐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직무급에서 직무의 가치는 반드시 노동시간과 연계해야 되는 게 아니다. 비생산직 등을 중심으로 직무급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시간빈곤의 최전선, 여성 여성, 특히 아이가 있는 맞벌이 여성은 소득과 시간 모두 남성보다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로 입증돼 있다. 그 원인은 주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활시간 사용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가사노동시간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집단은 주중 맞벌이 여성으로, 고소득층은 주 128분, 중간소득층은 148분, 저소득층은 160분을 가사노동에 썼다. 그런데 소득 수준별 집단의 여러 특성을 통제해 분석해보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소득이 아니라 주휴무제의 차이였다. 주5일 근무를 하는 맞벌이 여성보다 주6일 근무 또는 격주 5일 근무를 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더 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근무형태는 판매 서비스직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판매 서비스직이나 단순노무직 영역에서 노동시간 특례제도로 인해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빈번하고 과도하게 발생하는 야간·주말 노동을 규제해야 한다. 또 저소득층 맞벌이 가구엔 가사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결국 핵심은 시간 주권 한 정치인이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이 폭넓은 공감을 얻은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시간에 쫓긴다. 적절한 소득과 여유 있는 시간이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 체제가 강요하는 시간빈곤의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시간 사용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개인이 갖는 ‘시간 주권’을 확립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체적 인간’의 시간이 임금을 볼모로 회사에 종속돼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의 지은이인 류동민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시간 주권은 내 삶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사용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리키며, 노동시간의 길이, 강도나 방식 등에 대한 결정권이나 조절권이 없이 주어진 명령과 지시에 복종하기만 하는 삶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서구에서 보편화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데 한국 노동자들이 피해의식을 갖는 것도 ‘시간의 칼자루’를 줄곧 사용자가 쥐고 있었던 까닭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노동시간을 뺀 잔여시간으로 생활시간을 보는 것은 뒤집힌 인식”이라며 “노동을 전제로 여가를 볼 게 아니라 삶을 전제로 해서 노동이나 여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6119.html#csidx5f0e195084ba114913c72bf7f1bc8f4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찬성' 82%"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전국 성인조사집 많이 가질수록 찬성률 떨어져10명 가운데 7명은 “집값 낮아져야”19살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7명은 지금보다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8명은 국회에 계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주택 보유 여부와 양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매우 컸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지난 6~7일 한 전화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주택 가격이 어떻게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8%가 ‘낮아지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9.5%, ‘오르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8%였다. 인상적인 대목은 집을 가졌는지, 얼마나 가졌는지에 따라 견해가 크게 갈린 점이다.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다는 의견은 주택 보유량이 많을수록 뚝 떨어져, 무주택자는 80.2%였지만 1주택자는 62.6%, 2주택자는 48.6%, 3주택 이상은 25%로 조사됐다. 반대로 집값이 지금처럼 유지되면 좋겠다는 의견은 무주택자가 18.8%로 가장 낮았고, 3채 이상이 60%로 가장 높았다. 집을 3채 이상 가진 쪽에선 집값이 오르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15%나 됐다. 주택 임대차계약 기간을 늘리고,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며, 보증금 또는 월세 인상률을 5% 정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엔 응답자의 81.9%가 찬성했고, 18.1%가 반대했다. 이 역시 주택 보유량에 따라 의견이 극적으로 달랐다. 무주택자는 86.8%가 찬성했지만, 1주택자는 80.7%, 2주택자는 75%, 3주택 이상 보유자는 60%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무주택자가 13.2%인 반면, 3주택 이상 가진 사람은 40%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를 포함했고,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는 ±3.46%포인트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5799.html#csidx981acb1124396409bcf5c2a79f98e46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자가 1.1명-전월세 0.9명…주거불평등이 출산율도 낮춘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자기 집을 가진 사람보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아이를 덜 낳는다는 사실이 국가통계로 확인됐다. 주거비 부담은 물론 짧은 거주 기간과 잦은 이사 등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자녀 출생에도 영향을 끼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개발원이 1985~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해 곧 발간할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 연구보고서를 보면, 결혼 유지 기간이 길수록 전체 자녀의 수는 늘지만 자기 집에 사는 사람보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아이를 덜 낳는 경향은 결혼 기간에 관계없이 같았다. 2011~15년 결혼한 가구는 자가 거주일 때 1.1명, 전세와 월세 거주일 때 각각 0.9명의 아이를 낳았다. 2006~10년 결혼한 가구의 자녀 수는 자가가 1.8명, 전세가 1.7명이었고, 월세가 가장 적은 1.6명이었다. 2001~05년 결혼한 가구는 자가 거주의 경우 1.9명, 전·월세가 각각 1.8명이었고, 1996~2000년 결혼한 가구는 자가가 2.0명, 전세와 월세가 각각 1.9명이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이런 결과는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주거 안정성의 격차도 아이를 낳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 세입자의 평균 주거기간(3.6년)은 자가 소유자(10.6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세입자 보호정책이 미약한 탓에,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세입자의 현실이 자녀 수의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이 연구를 맡은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세입자 대책의 미비와 과도한 주거비 부담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간임대주택에 사는 현실에서 공공임대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민간임대 시장을 규제하고 세입자를 보호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월세 세입자가 자기 집을 갖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거의 불평등이 자녀 출생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 나아가 저출생 문제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1995년과 2015년의 자가 거주 가구는 30~34살 가구주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전세 거주 가구는 모든 연령대에서 줄었다. 반면 월세 거주 가구는 모든 연령대에서 크게 늘었다. 30~34살 가구주 집단은 자가 거주 비율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31.9%로 같지만, 전세 가구는 크게 줄고(48.2%→30.5%) 월세 가구는 갑절 가까이 늘었다(16.6%→31.6%). 최 소장은 “전통적으로 월세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든 거주자가 많고, 전세는 자기 집을 마련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월세가 늘고 전세가 줄었다는 건 앞으로 자기 집을 마련하기 힘든 가구가 더 많아질 수 있고 저출생 문제도 심화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인구주택총조사 통해 격차 확인2011~15년 주거·출생 관계 분석자가 땐 1.1명, 세입자 땐 0.9명주거비 부담이 자녀 출생에 영향임대료 상한제 등 보호대책 시급 모든 연령대서 월세가구 급증했는데주거대책 초점 매매에만 맞춰져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임대차보호법 13개 국회서 낮잠지방정부 ‘주거조례’ 없는 곳도  문제는 세입자 보호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국회와 정부가 모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입자 보호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월세 임대료 상한제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9차례나 발표된 주택 관련 대책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세입자 보호책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전체 가구의 40%가량이 세입자인데도, 주거대책의 초점을 ‘매매’에만 맞춘 결과다. 지난해 8월, 4년(단기) 또는 8년(장기)의 임차기간을 보장하고 임대료는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임대주택 등록제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이는 집주인에게 대출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과도하게 줘 최근 집값 폭등의 진원으로 지목된다. 그나마도 현재까지 등록한 임대주택에서 임차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장이자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지금까지 등록된 임대주택의 임차인이 120만명인데, 이 사람들만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임대료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 파급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 지방정부 모두 권한이 없다거나 예산·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임차인에게 이를 알려주는 행정을 안 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조금만 더 노력해 동별로 등록 임대주택 명단을 만들고, 지방정부가 이 사람들한테 안내문을 보내고 상담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국회의 세입자 보호 입법 속도도 더디다. 현재 국회엔 전·월세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주요 내용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3개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열린 직후인 지난달 14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경제민주화 실현, 민생개혁을 위한 10대 우선 입법과제’에 포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뒤인 11월께 본격적으로 법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제도 도입에 미온적이어서 법안 처리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임차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사유재산권 보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처리할 때, 장기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도록 조세특례제한법까지 개정하는 조건을 우리 당이 내걸었던 건 사유재산 침해라는 위헌 소지 때문”이라며 “개정안이 시장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주거안정 문제에 대처해야 할 지방정부마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거·시민사회단체 125곳으로 구성된 모임인 ‘주거권네트워크’와 함께 수도권과 특별시, 광역시 9곳에 정책질의를 한 결과, 주거기본법에 따라 제정해야 하는 주거기본조례조차 없는 곳이 3곳(인천, 울산, 세종)으로 조사됐다. 주거기본조례는 지방정부가 주거종합계획을 세워 지역 주민의 주거권 보장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시행하게 만드는 기틀인데, 일부 지방정부엔 그조차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등에 쓸 주거복지기금을 운영하는 곳은 두곳(서울, 경기)에 불과했고, 앞으로 운영할 계획이 있다는 곳도 두곳(광주, 울산)에 그쳤다. 땅값과 건축비용, 주거환경, 물가 등을 고려해 지방정부가 고시할 수 있는 표준임대료 제도는 9곳 전체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도입을 검토하는 곳도 두곳(서울, 울산)뿐이었다.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곳들은 중앙정부가 시행하지 않고 있다거나(대전, 광주), 사유재산을 보호해야 한다(세종)는 이유를 들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5798.html#csidx643ee05beca6af4b0435cabb9fb57ee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1인·청년가구, 월세 45만원도 못 내는데 주거정책선 ‘뒷전’"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월세 수레바퀴’에 깔린 1인·청년가구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1인 가구와 청년 가구는 월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등 주거 실태에서 가장 열악한 계층이지만 주거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20㎡(6평) 남짓한 반지하 원룸의 보증금 500만원은 이미 몇달 전 모두 까였다. 그러고도 아직 한달 45만원인 월세 160만원이 밀려 있다. “걱정 말고, 월세는 돈이 생기면 내라. 여기 살다가 나중에 집 사서 나가라”고 말해준 집주인이 동수(가명·32)씨는 그저 고맙다. 광주의 한 사립 종합대를 졸업한 동수씨는 3년 전 일거리를 찾아 서울에 왔다. 초반엔 사촌 형 집에서 지냈는데 아무래도 얹혀 지내는 게 불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원룸을 얻었다. 본업인 싱크대 설치나 부업인 건설 현장 일용직은 하루 벌이(12만~18만원)로는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일이 있는 날이 고작해야 한달에 보름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급기야 동수씨는 지난해 말 두달 동안 월세를 못 냈다. 다급한 마음에 일수로 사채를 썼다. 빌린 돈은 200만원, 갚을 돈은 52일 동안 하루 5만원씩 260만원이었다. 돈 갚으라는 독촉 전화는 계속 오는데, 갚을 길도 다음 월세를 낼 길도 막막했다. 수면제와 번개탄을 샀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사시는 부모님께 ‘마지막 편지’도 썼다. 그렇게 모든 걸 끝내려고 작정한 순간, 친구가 노름빚으로 고민하다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 주민센터의 소개를 받아 관악주거복지센터(서울시 위탁 민간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센터의 지원으로 빚을 갚았다. 다시는 사채를 쓰지도,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도 않겠다는 결심도 했다. 하지만 ‘월세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있는 건 여전하다. 마음이 가는 여성이 생길 때, 한때 동호회 활동까지 하며 열심이었던 당구를 치고 싶을 때, 친구를 만나 맛있는 걸 먹으며 수다를 떨고 싶을 때, 동수씨는 이런 생각을 한다. 월세도 못 내는 처지에 무슨. 그리고 자책한다. 이 모든 건 돈을 못 버는 내 잘못이야. 동수씨 같은 1인 가구, 청년 가구는 한국의 주거 실태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통계개발원이 1985~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분석해 곧 발간할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 연구보고서를 보면, 2015년 현재 1인 가구의 44%가 월세, 34%가 자가, 16%가 전세에 살고 있다. 전체 가구(자가 56.8%, 전세 15.5%, 월세 23.7%)보다 월세는 20.3%포인트 높지만 자가는 22.8%포인트 낮은 수치다. 49살 이하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월세에 살고 있으며, 특히 20~24살은 81.5%, 25~29살은 65%가 월세 거주자다. 대체로 보증금을 마련하기 힘든 이들이 월세를 선택한다는 점, 너무 많은 1인 가구가 월세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주거빈곤율 12%의 갑절에 가까운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22.6%. 서울 1인 청년가구는 37.2%)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동수씨의 자책처럼, 이 모든 게 ‘동수씨들’의 잘못일까? 그 책임의 적어도 일부는 1인 가구의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는 주거정책에 있다고 보는 게 온당할 것 같다. 정부는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망’을 강조하며 주거정책의 청사진인 주거복지 로드맵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지난 7월엔 이를 보강·구체화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도 내놨다. 이 방안의 핵심은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주택 23만5천호 △신혼희망타운 10만호를, 청년에겐 △공공임대주택 14만호 △공공지원주택 13만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공급량 자체에서 이미 차이가 클뿐더러, 질적으로도 청년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청년에게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공공지원주택은 민간 건설사의 배만 불렸다고 비판받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개선한 것이다. 입주자격과 초기 임대료 제한 등에서 ‘공공성’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시세의 70~85%인 임대료는 30~80% 수준인 공공임대보다 많게는 세 배 가까이 비싸다. 아주 단순히 보자면, 월세 50만원이나 그 80%인 40만원이나 저소득 청년이 감당하기 힘들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신혼부부가 주거복지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라야 하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혼희망타운 10만호를 새로 지어 시세보다 낮은 값에 신혼부부한테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내 집 마련과 저출생 문제를 연결지은 결과다. 그런데 김기태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 제공한 결과를 보면, 신혼희망타운 입주 대상인 혼인 기간 7년 이하의 신혼부부는 맞벌이는 말할 것도 없고 외벌이 가구조차 소득, 자산, 순자산 모두 1인 가구, 미혼(비혼) 가구보다 많았다. 월평균 소득이 신혼부부는 496만원(외벌이 406만원)이었지만 1인 가구는 160만원, 미혼 가구는 276만원이었다. 평균자산과 평균순자산의 경우 신혼부부는 3억2188만원과 2억4050만원(외벌이는 각각 2억8766만원, 2억1307만원)인 반면, 1인 가구(각각 1억4245만원, 1억2362만원)와 미혼 가구(1억7601만원, 1억4897만원)는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를 5분위로 나눠보면 1인·미혼 가구는 하위 1~2분위에, 신혼부부는 중상위인 3~5분위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었다.(표 참조) 이는 돈이 있어야 결혼도 한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더구나 신혼희망타운은 낮은 공급가 탓에 시세차익 수억원이 보장돼 ‘로또’로 불린다. 주택 구매·전세자금 대출의 규모와 금리, 조건 역시 1인 가구보다 신혼부부에게 훨씬 유리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1인·청년 가구가 압도적인 비율로 월세에 거주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대체로 국가의 지원이 없어도 집을 마련할 여력이 있는 신혼부부에게 주거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청년의 요구에는 사실상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주거 불평등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공급목표로 잡은 주택의 단위가 신혼부부는 집(호), 청년은 방(실)이라는 건, 청년은 집이 아니라 방에 살아도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라고 덧붙였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5776.html#csidx6ca52dd9ba9f58fba0c3381b14f139e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고령층내 큰 자산 격차, 자손들에게 이전돼 더 심해져"

 고령층내 큰 자산 격차, 자손들에게 이전돼 더 심해져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② 자산, 세습사회의 문65살 이상 가처분소득·순자산다른 연령대보다 높은데평균순자산 격차도 커 10억원 넘어공적복지 대신 자산기반 사적복지 의존 탓상속·증여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세대내 불평등 악순환 해결하려면기초연금 보편화뒤 자산과세 강화를한국의 자산과 소득 불평등을 나이별로 분석해보면, 65살 이상 고령층 내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각하며, 그 원인은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자산에 기반을 둔 사적 복지’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세대 내 불평등’은 상속과 증여를 통해 다음 세대에서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이 연구에서 포착됐다. 자산에 기반을 둔 복지란 정부 재정으로 유지되는 공적 복지제도가 아니라, 개인들이 스스로 축적하고 불린 자산에 노후와 삶의 안정성을 의지하려는 현실을 일컫는다.  ■ 고령층, 순자산도 많고 격차도 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함께 계간지 <동향과 전망> 최근호에 발표한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1990~2016’을 보면, 75~79살의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526으로, 20~89살을 5살 단위로 나눈 연령집단 14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연령대는 순자산 기준 지니계수도 20~24살(0.691) 다음으로 높은 0.679로 나타났다. 65살 이상 5개 연령집단 가운데 나머지 4개 집단의 가처분소득과 순자산 지니계수는 75~79살의 뒤를 이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더 불평등하다는 뜻이다. 고령층의 ‘세대 내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가처분소득 상위 10%와 (상위 10%를 뺀) 하위 90%의 연령대별 평균 순자산 차이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처분소득 상위 10%에서 평균 순자산은 65~69살이 16억9124만원, 75~79살이 16억3877만원 등 65살 이상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상위 10%와 하위 90% 평균 순자산의 격차도 고령층에서 가장 커, 75~79살에서 14억3257만원, 65~69살에서 14억1216만원 등 1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 “기초연금 보편화, 자산 과세 강화해야” 이런 현상이 벌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1970~80년대 ‘산업화 역군’인 고령층이 경제개발기, 부동산 투자 붐을 거치며 부를 쌓았지만 공적인 노후복지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사적 복지에 의존한 탓에 빚어진 결과라는 게 이철승 교수의 분석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1988년)되기 전이나 직후 은퇴한 세대인 이들은 경제활동 기간 동안 축적한 자산을 노후생활에 투입해야 했다. 그런데 개인별로 축적한 자산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레 분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일부는 사적 복지에 쓰고도 다음 세대한테 증여·상속을 할 수 있는 ‘자산이전 계급’으로, 다른 일부는 스스로 다 소진하는 ‘자산소비 계급’으로, 나머지는 적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든 ‘자산빈곤 계급’으로 분화한 것이다. 고령층의 소득 불평등이 큰 것도 결국은 자산의 격차에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소득이 대부분 근로소득이 아니라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자산에 기반을 둔 소득이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세대 내 자산 불평등은 증여와 상속을 통해 다음 세대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스스로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없는 20~24살의 순자산 지니계수가 0.691로 모든 연령집단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연령집단별 평균 순자산은 50~60대가 최소 3억4천만원 이상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들이 상속·증여를 시작하면 앞으로 청년들의 세대 내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세대 내 불평등의 악순환을 해결하려면 기초연금부터 보편화한 뒤 자산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적 노후복지 제도인 기초연금을 소득·자산과 분리해 누구나 받게 하면,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고령층의 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조세저항도 막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자산 과세를 강화해, 더 걷은 세금의 일부를 청년들의 부담이 가장 큰 주거 지원에 쓰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믿을 건 집밖에 없다’는 디엔에이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이 개인의 노후수단으로 점차 부각되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흐름이다. 공적 복지제도 유지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고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경기 동향은 가계의 구매력은 물론 한 나라의 거시경제 전반에 커다란 파급력을 지닌다. 한국의 경우, 독특한 산업화 경험으로 인해 이런 ‘자산 기반 복지’의 규범이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가 산업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로 하여금 강제저축을 유도하는 대신, 세금 부담을 크게 지우진 않았다는 뜻이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는 복지 부담에서 벗어나고 국민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책임(저축)으로 노후와 내 집 마련에 대비하는 ‘저부담-저복지’의 경로가 이때부터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강남 개발로 상징되는 부동산 시장의 급팽창은 내 집 마련이라는 중산층 신화와 맞물리면서 자산 기반 복지에 날개를 달아줬다.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성공적인 자산 축적의 경험은 마치 보편적인 ‘사회윤리’인 양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산 축적의 열망을 키워나갈수록 국가는 증세와 재정 문제를 피해 가는 데 유리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진단한다. 문제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국에서도 공적 복지영역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자산에 대한 믿음과 의존도는 결코 약해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믿을 건 집밖에 없다’, ‘가진 건 집밖에 없다’는 의식이 강해질수록 자산 기반 복지 규범은 외려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위원은 “강남과 신도시를 이어 거듭된 부동산 성공 신화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디엔에이(DNA)를 형성했다”며 “단순히 욕망이나 투기의 문제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계층 하락과 노후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실존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5525.html#csidxe0878ad5c000b1a87d497a595e71e35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만 10살 이하 집주인' 8139명... 세습사회 문턱에 선 한국"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② 자산, 세습사회의 문지난해 상속·증여 67조8890억종부세 내는 미성년자 167명미성년자 증여 2016년 비해 50%↑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비중 증가2010년대 4~5%…실제론 8~9% 추정자산 이전이 불평등 확대 핵심열쇠부동산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 작용“생산활동 대신 자산수익 유인 커지면경제활력 떨어뜨리는 악순환 우려”소수 상류계층을 중심으로 자산의 상속·증여가 늘어나면서 날 때부터 이미 미래의 운명이 결정된 ‘세습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8139명.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 ‘만 10살 이하 집주인’ 수다. 해당 연령대 인구수에 견주면 어림잡아 600명당 한명꼴이다. 이 중 350명이 서울 강남3구에 살고, 5채 이상을 가진 사람만 25명이다. 심기준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에 담긴 숫자들은 재능이나 노력 대신 핏줄과 태생이 운명을 결정하는 ‘세습사회’의 문턱에 선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경고한 ‘중세로의 회귀’라 할 만하다.  ■ 하루에 1860억원꼴로 상속·증여 국세청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증여재산가액은 67조8890억원. 상속 32조1874억원과 증여 35조701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가만히 앉아서’ 부모나 조부모 등의 재산을 넘겨받은 규모가 하루 1860억원꼴이라는 얘기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심기준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2013~2017년간 미성년자 상속 및 증여’와 ‘미성년자 종합부동산세 결정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9살 미만 미성년자의 증여재산가액은 1조27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동산이 337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자산(3281억원)과 유가증권(2370억원)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만 0~10살’이 4811억원으로 46.8%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성년자 증여 규모는 2016년(6849억원)에 견줘 50%나 증가했다. 2016년 기준으로 미성년자 167명이 종합부동산세를 냈다. 종부세를 낸 미성년자는 2013년 136명, 2014년 154명, 2015년 159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상속·증여 규모도 덩달아 늘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비중이 4~5% 수준으로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 숫자는 공시지가를 토대로 작성돼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연령별 사망률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규모가 이미 8~9%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역사상 상속·증여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세기 초 서유럽 나라들(20% 선)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 속도는 빠른 편이다.  ■ 자산이라는 이름의 ‘절대반지’ 이런 현실은 자산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 확대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로 벌어들인 몫(소득)보다 이미 축적된 몫(자산)의 비중이 커지는 건 이른바 ‘피케티 비율’이라 불리는 민간자산(부)/소득 비율 추이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 대차대조표상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을 국민순소득(NNI)으로 나눠보면, 2010년 5.48에서 지난해엔 5.76까지 높아졌다. 주된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11.2로, 단순 비교만으로도 우리나라 민간자산/소득 비율을 크게 앞질렀다. 가구의 연간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평균 11.2년을 꼬박 모아야 서울에 있는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런던(8.5), 도쿄(4.8)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정확한 자산 규모와 분포를 알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는 추세라는 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동의한다. 국세청 상속세 자료를 분석한 김낙년 교수는 2013년 현재 우리나라 자산 상위 0.1%, 1%, 10%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9.2%, 26%, 66.4%로 추정했다. 상위 10%만 놓고 봤을 때, 미국(77%)과 영국(70%)보다 낮고 프랑스(62%)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상위 10%에서 영국과 미국에 근접하는 속도로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산 소유의 불평등은 자산 보유에서 벌어들이는 소득 격차를 낳는 직접적 원인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 계산해보니, 2016년 기준으로 부동산임대소득과 이자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0.7%, 90.8%였다. 특히 배당소득(14조863억원)의 94.4%는 상위 10%에 집중됐다. 상위 1%가 같은 해 벌어들인 임대소득은 1인당 평균 3억5712만원이나 됐다. 올해 8월 현재 전국에 집 20채 이상을 소유한 임대사업자는 전체 임대사업자의 2.5%인 8691명이다.  ■ 악순환의 고리…불평등 구조의 확대 재생산 앞으로도 자산은 더욱 빠르게 몸집을 불려갈 게 분명하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6년 소득 5분위(상위 20%)의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9264만원으로 1분위(하위 20%) 809만원의 11.4배다. 고소득 계층의 여윳돈은 언제든지 자산으로 탈바꿈해 더 많은 소득을 낳는 황금거위가 된다. 자산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국 현재보다는 과거가 미래를 좌우하는 세상이다. 김낙년 교수는 연간 상속(증여) 규모와 저축액을 장기에 걸쳐 누적해봤을 때, 우리나라 전체 부의 축적에서 상속 등의 이전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이후 과거보다 크게 높아져 42%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일을 해 번 돈을 저축하며 부를 늘려가던 사회가 더 이상 아니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는 “고령화·저출산과 맞물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생산적인 활동 대신 자산을 굴려 수익을 올리려는 ‘지대추구’ 유인이 커지면 경제의 활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의 대물림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을 결정짓는 냉혹한 심판정에 가깝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층 자산계급이 자산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상속·증여를 통해 불평등 구조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흐름이 한국에도 이미 출현했다”고 평가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5523.html#csidx7e2bae2398ff0a2b1987e7212b9918c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지난해 증여재산액 상위 1%가 1인당 39억씩 받았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② 자산, 세습사회의 문상·하위 10% 격차 373배 달해0살 아기에 재산증여 55건 62억게티이미지뱅크 금융자산 45억원, 부동산 13억원, 유가증권 4억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지 만 한돌도 안 돼 부모나 조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목록’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심기준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2013~2017년간 미성년자 상속 및 증여 자료’를 보면, 지난해 0살 아기의 증여재산가액은 총 55건에 6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증여 건수와 증여재산가액은 2015년 25건 18억원, 2016년 23건 23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증여세 가운데 0살 아기가 ‘부담하는’ 몫은 8억원이었다. 미취학 연령(만 0~6살)을 따로 추려보면, 지난해 증여재산가액이 2579억원이었다. 2016년(1764억원)보다 46%나 늘어난 수치다. 자산 종류별로는 금융자산(931억원)이 가장 많았고, 부동산과 유가증권도 각각 707억원, 61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19살 미만 미성년자의 증여재산가액 합계는 모두 3조5252억원으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증여재산가액 183조3448억원의 약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5년간 부동산 형태로 미성년자에게 증여된 재산은 1조1328억원이다. 한편, 계층별 편중 현상은 증여에서도 예외 없이 두드러졌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김성태 의원실(자유한국당)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2017년(잠정) 증여세 분위별 결정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과세가 결정된 14만6337명 가운데 증여재산가액 상위 1%가 전체 증여재산가액(과세 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나타났다. 상위 10%의 비중은 39.6%였다. 상위 1%(1464명)가 받은 증여재산가액 합계는 5조8059억원으로, 1인당 평균 39억7천만원씩을 증여받았음을 뜻한다. 하위 10%의 1인당 평균 증여재산가액은 260만원이다. 상·하위 10%의 증여재산가액 배율은 373배였다. 상속세의 경우, 지난해 상속인수(22만9828명) 중 과세자는 6973명으로 과세 비율은 3.0%에 그쳤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5529.html#csidxc066cad02ceaa3ca8bd07ebeb8cd0eb  

한국에 오는 토마 피케티 / 주상영

주상영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이달 말에 한국에 온다. 피케티는 탄탄한 역사적 통계와 직관적이고 단순한 이론을 바탕으로 세계 동시의 조세혁명이라는 급진적이고 담대한 제안을 한 바 있다. 폴 크루그먼은 그의 책을 읽고 “우리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칭찬하고 <뉴욕 타임스>에 수식과 그래프까지 동원하면서 그의 이론을 소개하기도 했다.2014년 9월 피케티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그의 강연회에 참석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책 내용에 다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대목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글로벌 부유세라든지 사회국가 같은 개념이 부담스러우면 그건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대신 책의 제3부까지 내용, 즉 기본 이론과 역사 자료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적어도 이 부분은 보수든 진보든, 주류든 비주류든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피케티의 학문적 업적은 역사적 사실과 통계 수치를 이용해 경제적 불평등의 동학을 밝혀낸 데 있다. 주요 선진국에 대해 300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제시했는데, 경제적 불평등은 18~19세기 유럽에서 가장 심했고 20세기 중반에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후 다시 악화되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아마 21세기 중반쯤에는 다시 19세기 말의 모습으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불평등에 관한 모든 지표가 악화되었는데, 선진국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현상이 한국에서는 십여년 만에 압축적으로 발생했다.<21세기 자본>은 프랑스 인권선언 제1조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 살며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오직 공공의 선에 기초할 때에만 사회적 차별이 가능하다.” 오늘날 심화된 불평등이 과연 공공의 선이라는 차원에서 허용될 만한 수준일까? 피케티는 불평등의 역사를 분석했고, 분배 문제를 경제학의 중심으로 복귀시키려고 했다. 불평등이 여기서 더 악화되면 능력주의 원칙이 훼손되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마저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보수진영은 피케티의 방한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2014년 9월에 열렸던 세미나도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멀리서 저명 학자를 불렀으면 얘기를 잘 듣고 점잖게 토론하면 그만인데, 무례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반대 토론과 맞대응에 할애했다. 어느 경제 단체는 그가 오기도 전에 그의 이론을 반박하는 책을 급조해서 펴내기도 했다. 언론의 왜곡 보도도 심했다. 어느 언론은 그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인터뷰 기사 제목을 뽑기도 했다. 단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그렇게 두꺼운 책을 쓴 게 아닌데 말이다.2015년 1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는 그 유명한 ‘맨큐-피케티 논쟁’이 벌어졌다. 피케티는 자신을 심하게 몰아치는 하버드대학의 그레고리 맨큐를 향해 다음과 같이 냉소적으로 응수했다. “부자들은 옷이나 음식만 사는 게 아니라 정치권력이나 경제학자마저 산다.”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대공황 당시에 자본주의를 구하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총수요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21세기의 피케티는 자본이 가진 무소불위의 힘을 적절히 조절하고 분배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자본주의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을 다시 찾는 그에 대해 각계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통합소득’ 지니계수 0.5 넘었다…자산 불평등 ‘매우 심각’"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① 격차에서 장벽으로근로·자산소득 더한 ‘통합소득’2016년 지니계수 구해보니 0.520근로소득만 떼낸 0.471보다 높아“불평등 더 심각하다는 증거” 복지제도가 미약한 한국에서 불평등은 곧 ‘부자 천국, 빈자 지옥’과 같은 말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소득을 얻을 기회조차 제한적이다. 답은 어디에 있을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그 길을 모색해보고자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오는 30~31일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을 연다.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에선 불평등 연구자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건강 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한다. 그에 앞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한국형 불평등’의 실체와 구조를 파악할 기획을 5차례에 걸쳐 싣는다.   일을 해 벌어들인 소득과 자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합친 ‘통합소득’으로 따져보니, 한국의 지니계수가 0.5를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자산이 불평등을 더욱 확대하는 주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0~1 사이의 값)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반적인 기준은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본다. 7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심기준(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세청의 ‘통합소득 분위별 세부자료’를 전병유(한신대)·정준호(강원대) 교수와 함께 분석해보니, 2016년 귀속분 통합소득 지니계수는 0.520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만을 따로 추린 지니계수는 0.471이었다. 여기서 통합소득이란 국세청이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의 소득(근로소득)과 이자·배당·부동산임대 등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소득(종합소득)을 더한 뒤 일부 겹치는 부분을 빼고 정리한 소득을 말한다. 이는 같은 해 통계청 지니계수(0.402, 시장소득 기준)를 크게 웃돌고,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계산한 근로소득 지니계수(0.459)보다도 높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통합소득’ 지니계수가 통계청 등의 수치보다 상당히 높게 나온 건 분석 대상의 소득 포괄 범위가 근로소득만으로 잡았을 때보다 넓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과세 미달자의 소득을 비롯해 금융자산 및 부동산에서 나오는 소득을 모두 포함한 과세행정 자료인 까닭이다. 이 방식은 표본조사를 통한 가구소득 자료(추정)와 달리 현실 설명력이 높은 편이다. 2016년도 귀속분 통합소득자는 모두 2176만4051명이다. 다만, 자산에서 나오는 실제 소득자료를 토대로 구한 다른 나라의 지니계수가 없어 이 수치만으로 곧장 국제 비교를 하기는 어렵다. 또 이번 통합소득 통계엔 종합과세로 합산되지 않는 ‘분류과세’ 항목인 양도소득(2016년 23조6043억원)이 빠져 있다. 만일 일부 자산 보유 계층에 집중된 양도소득까지 포함한다면 지니계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병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파악하지 못한 개인 소득 자료가 상당히 포함돼 현실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자산까지 고려했을 때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단독 입수한 국세청의 ‘2013~2016년간 근로소득 분위별 경계값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도 귀속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 1774만98명 중 상위 1%의 경계값은 1억4422만4천원으로 확인됐다. 소득 경계값이란 특정 구간(분위)에 속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최소 소득(커트라인)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2016년에 한달 평균 1202만원을 급여로 받은 사람이 ‘급여 순위 17만7401등’이라는 뜻이다. 소득 분위별 경계값이 국세청 자료로 공개된 건 처음이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4846.html#csidx9be157ac405508fa5cee3903886ffe1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자산격차 지수, 소득격차의 3배 육박"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①격차에서 장벽으로자산·소득·소비 결합해불평등 정도 측정하는’다중격차지수’ 지난해 0.54자산 격차가 가장 큰 영향자산 불평등이 ‘불평등의 구조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자산 불평등이 심각해짐에 따라 전반적인 불평등도 더 심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경제지리학)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복지 분야 결과를 분석해 7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 공개한 지난해 ‘다중격차지수’가 0.54로 나타났다. 다중격차지수는 정 교수가 전병유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경제학)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불평등 측정 지수인 ‘다변량 앳킨슨 지수’(Nested Atkinson Measures)를 원용한 것이다. 개인의 생활 수준을 결정하는 소득(가처분소득)·자산(순자산)·소비(소비지출) 세 변수를 동일한 가중치로 결합해 산출한다. 0~1의 값을 가질 수 있으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세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불평등 정도를 가늠하기에 하나의 변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복잡한 현실을 더 잘 반영하며, 불평등이 얼마나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정 교수의 분석에서 다중격차지수는 2015년 0.49, 2016년 0.51, 2017년 0.54로 꾸준히 커졌다. 이 3년 동안 가처분소득 격차지수는 0.22에서 0.21로 줄었다. 하지만 순자산 격차지수가 0.56에서 0.57로, 소비지출 격차지수가 0.12에서 0.13으로 늘어나 다중격차지수가 뛰어올랐다. 특히 순자산의 불평등이 심해 다중격차지수 증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2014년부터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 소득 불평등은 조금 줄었지만,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 탓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해져 전반적인 불평등도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격차지수를 소득분위별로 산출해보면, 자산 불평등이 전반적인 불평등의 구조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만 봐도,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 격차지수는 소득하위 1분위만 전체 평균을 넘는 수치인 반면 나머지 9분위는 0.0×대에 그쳐 극빈층을 제외하면 불평등 정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순자산 격차지수는 소득하위 3분위까지 전체 평균을 웃돌았고, 나머지 7분위의 불평등 정도도 비교적 높았다. 이에 따라 소득분위별 다중격차지수도 ‘평균 이상의 3’과 ‘비교적 높은 7’의 양상을 보였다. 정 교수는 “자산 불평등은 세습을 통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또 과거보다 자산과 소득의 상관관계도 크게 높아져 불평등이 더 악화되고 있다”며 “최소한 부동산 보유세라도 높이고, 엄격한 자산 조사를 통해 자산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4848.html#csidxb5d75caad46bd4bb67a82309e21df8f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소득 최상위 500명 실효세율이 낮은 ‘과세 역전의 비밀’"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① 격차에서 장벽으로최상위 500명 실효세율 31.09%501~1만명 구간 31.77%보다 낮아“배당소득 세액공제가 영향 준 듯”상위 0.1% 1인당 배당소득 연 8억법정세율?실효세율 격차 이유는복지 대신 각종 ‘공제’ 늘려 온 탓소득 상위 10%에서 가장 벌어져“역진 성격 큰 공제, 이제 손봐야”부동산 등 자산의 불평등이 소득의 불평등을 앞지르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강남의 한 복합금융센터 센터장 ㄱ씨.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을 굴리는 극소수 고액 자산가(VVIP)들만 주로 상대하는 그는 올해 들어 고민이 부쩍 늘었다. 해외투자를 활성화한다며 이전 정부가 해외펀드 투자상품에 몰아줬던 각종 비과세 혜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꼭 해외펀드만이 아니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일수록 당장의 수익률보다는 비과세 혜택에 외려 관심이 많은 편”이라 말했다.   ■ 최상위 500명의 실효세율 ‘미스터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의 통합소득 자료를 이용해 ‘실효세율’을 구해보니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띄었다. 최상위 소득자 500명의 실효세율이 그 아래 소득집단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난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순서로 500명을 추렸을 때 이들의 소득 대비 실질 세금 부담이 가장 높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실효세율이란 법정 세율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잣대로, 여기선 구간(분위)별 결정세액을 통합소득으로 나눠 구했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IRS)이 직접 납부세금 최상위 400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최상위 0.001%의 소득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분석 결과, 2016년 최상위 소득자 500명의 실효세율은 31.09%로, 501~1만명 구간의 실효세율 31.77%보다 0.68%포인트 낮았다. 2016년 최상위 500명의 통합소득 총액은 5조1334억원, 500등과 501등을 가르는 소득 경계값은 48억5492만원이었다. 실효세율은 501~1만명 구간에서 정점을 찍은 뒤, 그 아래 소득구간으로 내려갈수록 차례로 낮아졌다. 2014년과 2015년 자료에서도 이런 ‘이상현상’은 똑같이 확인됐다. 최상위 500명의 세금 부담은 2014년(30.99%)과 2015년(30.33%)에도 501~1만명 구간보다 적었다. 501~1만명 구간을 501~1000명, 1001~2000명 식으로 더욱 세분화하더라도 최상위 500명의 실효세율은 바로 아래 구간(501~1000명)보다 낮았다.  유독 최상위 소득구간에서 실효세율 ‘역전’이 벌어진 주된 이유는 뭘까. 시민단체에서 조세분석 분야 일을 맡고 있는 홍순탁 회계사는 조심스레 배당소득을 지목했다. 홍 회계사는 “최상위 소득집단은 근로소득보다는 특히 배당소득의 비중이 높다고 봐야 한다”며 “배당소득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배당소득 세액공제를 실시한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배당소득 상위 0.1%(8915명)의 배당소득 총액은 7조2896억원, 1인당 평균 8억1768만원에 이른다.  최상위 초고소득층의 실효세율 문제는 나라 밖에서도 논란이 돼왔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최상위 소득자 400명의 실효세율이 오히려 다른 집단보다 낮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최저세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게 대표적이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복지 대신 공제’의 역설 정부는 올해 귀속분부터 과세표준 3억원 초과 38%, 5억원 초과 40%였던 기존 최고소득세율을 3억원 초과 40%, 5억원 초과 42%로 올렸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려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중요한 건 고소득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소득구간에서 실효세율이 법정 세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소득 분위별 실효세율을 구해보니, 2016년 통합소득 상위 0.1%, 1%, 10%의 실효세율은 각각 31.2%, 18.7%, 6.1%에 그쳤다. 2015년 30.8%, 18.2%, 5.8%에 견줘 약간 오른 수치다. 상위 20%와 30%의 2016년 실효세율은 각각 3.5%, 2.1%였다.  실효세율이 눈에 띄게 낮은 원인은 다양한 ‘공제’ 제도가 남아 있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제란 소득을 줄이거나 세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줄곧 미비한 공적 복지를 다양한 공제 제도로 보충해온 전통이 남아 있는 것”이라 말했다. 정부가 세금을 늘려 공적 복지의 부담을 확실하게 떠안으려 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을 줄여주는 공제 제도를 확대해 복지 부담을 피해왔다는 뜻이다.  ‘공제의 왕국’에선 공제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으레 강한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림잡아 상위 10% 근방의 소득 집단에서 법정 세율과 실효세율의 상대적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2016년 통합소득 기준 상위 10%의 경계값은 7086만4000원으로, 인적 공제 등 다양한 소득공제 항목을 제한 과세표준 소득금액은 대략 4000만원대 중후반 수준이다. 세율 24%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의 경우, 582만원(4600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에다 4600만원을 넘는 금액의 24%를 더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2015년 1월 ‘연말정산 파동’ 당시 공제 규모가 가장 큰 이 소득 집단을 중심으로 커다란 저항이 일기도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공제 제도는 역진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중상위 계층에서 하위 계층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므로 (축소 또는 폐지에) 저항이 특히 심하다”며 “복지를 늘리면서 해당 공제를 축소하는 패키지 전략을 동시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4850.html#csidxc4a6a52baeec8b19d1321514eac08f3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6년 통합소득 분석"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① 격차에서 장벽으로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6년 통합소득 분석 상·하위 10% 격차 보니근로소득만 따지면 46배금융·부동산소득 합치면 68배일부층에 편중된 자산소득 기회상위 20%, 종합소득 70% 독식“미국은 최상층이 지나치게 벌고한국은 하위층 소득 너무 적어”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돈’으로 불려나가는 자산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한국 사회 전반의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7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뒤쪽으로 고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8만명과 800만명’.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입수·분석한 국세청의 세부 자료들을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근로소득과 이자·배당·부동산임대소득 등을 합쳐 최소 1억원 이상을 번 사람은 88만명에 이른다. 같은 해 하위 37% 아래 집단에 포함되는 800만명은 최저임금 연 환산액(1512만3240원)만큼도 벌지 못했다. 격차가 장벽으로 굳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 통합소득 지니계수 왜 높을까 불평등 정도를 숫자로 표현한 지니계수는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지니계수도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가구 소득을 설문 방식의 표본조사로 구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소득자에 견줘 표본의 수가 매우 적을뿐더러, 특히 고소득 계층의 소득은 실제보다 상당히 축소 반영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에 반해 국세청의 통합소득 자료는 개인별 실제 과세행정 기초자료인데다 근로소득 이외에 다양한 재산 소득을 포함하고 있어 현실의 불평등 정도를 파악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 분위별 소득 집중도에서 차이는 잘 드러난다. 2016년 상위 1%의 통합소득은 78조7796억원으로 같은 해 통합소득 총액(721조3616억원)의 10.9%였다. 상위 10%는 36.9%의 몫을 챙겼다. 이에 반해 근로소득 상위 1%와 10%의 총액 대비 비중은 각각 7.3%, 32.1%로 이보다 적었다. 상·하위 10% 몫의 상대 비중을 뜻하는 10분위 배율 역시 통합소득(68.6배)이 근로소득(46.6배)을 크게 웃돌았다. 상·하위 10% 집단의 소득 격차가 통합소득에서 더 컸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분석 대상 기간인 2013~2016년간 변함없이 이어졌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배율보다 분포에 주목하라 통합소득의 불평등이 더 심한 이유는 자산 보유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일부 계층에 편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자·배당·부동산임대 등 종합소득 항목만을 따로 추렸을 때, 상위 1%와 10%의 소득 집중도는 각각 22.6%와 55.6%가 됐다. 범위를 상위 20%까지 넓히면 집중도는 70.7%로 높아진다. 전체 종합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상위 20%가 독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집중도에만 지나치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예컨대 상위 10%의 집중도가 높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훨씬 많아서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6년 귀속분 통합소득 2400만원은 상위 46%의 경계값에 해당하는 수치다. 뒤집어 말하면,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을 합쳐 한 해 소득이 24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사람이 54%(1175만2600명)에 이른다는 뜻도 된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는 “단순하게 말하면, 상·하위 배율이 공통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미국은 최상위 집단이 지나치게 많이 벌어서, 한국은 하위 집단이 너무 못 벌어서 문제”라며 “단순 배율에만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소득 분포를 들여다봐야 상황에 걸맞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소득 경계값 살펴보니 중앙에서 양극단으로 옮겨갈수록 구간(분위)별 평균값과 경계값의 차이는 크게 벌어지기 마련이다. 2016년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상위 0.1%(2만1764명)를 가르는 경계값은 5억6672만원. 하지만 0.1%에 속한 개인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이보다 높은 12억9119만원이다. 근로소득도 마찬가지다. 상위 0.1%(1만7740명)의 경계값은 3억6637만원인 반면, 평균소득은 6억8451만원이다. 김공회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이른바 평균의 오류를 줄이고 불평등 해소 정책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경계값 정보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을 ‘통합소득 상위 1만명’으로 고정시켰을 때, 경계값은 2013년 7억4142만원에서 2014년 7억8182만원, 2015년 8억3077만원, 2016년 8억7760만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우리나라 ‘월급쟁이’들의 구체적인 급여 분포는 어떨까?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6년 상위 10%와 20%의 근로소득 경계값은 각각 7182만원과 5119만원이다. 같은 해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 1774만98명 중 이보다 많은 소득을 올린 사람이 어림잡아 177만명과 354만명이라는 뜻이다. 급여소득 1억원은 상위 3.68%(‘65만2832등’)에 해당한다. 참고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한국기업데이터(KED)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2017년 국내 1000대 기업의 직급별 평균 연봉을 보면, 부장급 7070만원, 차장급 5990만원, 과장급 5010만원이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4841.html#csidxde1c0410f7b8a019321fa535883c9f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