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③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
불평등 치유 가능하다
덴마크 등 북유럽 성공경험 주목
기술교육에 공공지출 대폭 늘려
고숙련 노동자들을 최첨단 분야로
한국산업 구조조정에도 참고할 만

협력의 정치가 발판
광범위한 지지로 복지시스템 구축
노사가 ‘대표성 강한 체제’ 다진 덕
한국도 낮은 노조 조직률 등 딛고
정치적 협상력 키워 전환 대처해야야
캐시 조 마틴 보스턴대 교수
캐시 조 마틴 보스턴대 교수

 
“사회에 투자한다는 말은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오후에 ‘불평등, 치유 가능하다’를 주제로 연단에 오르는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성공 경험을 예로 들어 ‘사회투자’를 방안으로 제시한다.

 
사회투자 모델은 고전적 복지국가나 신자유주의와 달리 사회정책의 투자적 기능에 주목한다. 이 모델은 지식 중심의 현대 경제 흐름에 맞춰 교육, 직업훈련, 주거, 의료 등 능력배양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역량이 강화된 시민들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토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특히 아동에 대한 공적 투자를 중시하는데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공공지출은 미래의 빈곤을 줄이고 인적자본 확충, 여성 노동력 확보 등 현재와 미래의 경제에 다양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북유럽은 높은 생산성, 약한 불평등, 낮은 실업률, 재정 건전성, 강력한 사회결속력을 모두 갖췄다. 높은 수준의 공공지출은 기술교육 같은 사회적 투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경제구조가 전환되는 시기에 노동자들을 고숙련-고임금의 ‘상층조합’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회투자는 고숙련 노동자를 이용해 최첨단 분야로 진출함으로써 대량생산과 가격경쟁에 기대지 않고 품질경쟁과 유연한 전문화를 꾀하는 성장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자동차, 조선 같은 전통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한국 산업의 구조조정에도 참고가 될 만하다. 물론 복지 및 사회정책의 투자적 기능에 주목하는 사회투자가 현실에 적용될 때는 성과와 효율의 논리가 스며들어 기본권으로서 복지라는 본래의 취지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마틴 교수는 이런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결속의 ‘마법 같은 조합’이 협력의 정치를 발판 삼아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즉, 계층과 정당을 초월한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통해 사회투자 중심의 복지와 세금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런 협력 능력은 노와 사의 대표성이 모두 강한 가운데 교섭을 거쳐 투명성과 신뢰를 쌓은 결과라는 것이다.

 
마틴 교수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정치적 협상력이 강한 나라가 경제적 전환에 대처하는 능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이런 모델을 벤치마킹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 노사가 자신의 집단적인 이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표성 강한 체제(institution)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왔지만 낮은 노조 조직률,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반노동정책,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재벌 중심 체제 등 때문에 실질적인 합의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게 마틴 교수의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 증대나 국민연금 개편 등 민감한 경제사회 쟁점을 사회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해 범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출범을 논의하고 있으나, 최저임금법 개정 등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의 합류가 결정되지 않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마틴 교수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성장 전략을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면서, 저숙련 노동자를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에 보내고 그 일자리를 장기 실업자에게 제공한 덴마크의 ‘함께 가는 노동시장’(encompassing labor market) 모델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화난 노동자의 포퓰리즘이 불평등에서 연료를 취한다는 점에서 엘리트와 기업인은 우리가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마틴 교수는 “불평등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고, 취약한 구성원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정치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캐시 조 마틴 교수 약력

 
-미국 보스턴대 교수(정치학)

 
-보스턴대 유럽연구센터 소장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 주요 저서

 
<기업 이해관계의 정치적 구성>(The Political Construction of Business Interest. 공저)

 
<모두를 상상하다>(Imagine All the People)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