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시아미래포럼】 ‘불평등 해소’ 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저임금-나쁜 일자리 함정 빠져,
저소득층 정책으로 이동할 때”
“덴마크 정부, 노동자 숙련에 투자,
사회적타협에 기초해 개혁 성공”
“노동시장 이중구조-불평등 심화,
노조, 임금격차 해소 역할 못해”
한겨레신문사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 세션1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신문사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 세션1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정부가 포용적 사회정책의 중심축으로 ‘혁신성장’을 표방하며 여러 제도와 정책을 기획·집행하고 있지만, 혁신성장 과실의 배분을 둘러싼 ‘분배체제’ 구축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불평등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지털·지식기반경제일수록 혁신에 따른 성장의 몫에서 승자독식이 더욱 공고화될 수 있으며, 배분구조를 공평한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포용적’ 혁신성장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18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진행된 제1분과세션에서 정무권 연세대 교수(글로벌행정학과)는 불평등 해소 측면에서 볼 때 포용적 혁신성장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혁신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정책과 제도를 통해 국가 자원을 동원·투입해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그 성장의 성과를 개발자 등 소수가 독점하면 불평등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혁신은 정부와 시장보다는 사회적 경제 조직 활용 등 광범위한 시민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고, 소득세 같은 조세 개혁을 통해” 배분구조 교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한 단계 더 높은 역동적 경제사회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지체되거나 실패하고 있으며, ‘불평등 이중구조’로 대표되는 기존의 강고한 기득권적 사회관계 그리고 기업 간 및 노동자 간 권력관계에서 변동이 함께 일어나야 ‘진정한 포용적 성장체제’에 당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표·토론자들은 지난 50년간의 숨가쁜 개발연대를 마감하고 불평등·양극화 심화라는 사회구조 격변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 불평등과 정면 대결하려면 어떤 사회경제적 정책이 필요하고, 노사정 주체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저임금과 나쁜 일자리 ‘함정’에 빠져 있고, 깊고 오래된 박탈감 속에 시장에서 상처입고 뒤처진 저임금·저소득계층을 보듬고 끌어올리는 쪽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재가동하고 또 이동시켜야 한다”고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노선으로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이 맞느냐 틀리냐는 논란을 이제 중단하고, 대-중소기업 간 불평등 관계, 청년실업, 자동차·조선·철강 등 주력산업의 위기상황 등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용어로 경제·사회 지형의 전환 논쟁을 벌여야 한다”며 “우리의 과거 성장을 지탱한 원천이자 동시에 불평등을 함께 수반한 옛 지식과 지혜는 이제 의미를 상실했다. 미래를 향한 상상력을 키우고 도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포용 성장전략에서 기업과 사용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탐색한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정치학)는 “덴마크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지속성장을 견인하는 포용전략의 경로에서 조직화된 사용자 집단이 생산 및 분배구조 쇄신에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사회개혁을 도모했다”며 “사용자는 대개 사회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건 잘못된 통념”이라고 말했다. 긴축을 지향하는 중도우파 정부의 공격에 맞서 사용자 단체가 복지국가 강화를 요구하고,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가 고취되고 노동자 숙련 형성 투자가 지속되면서 ‘사회적 타협’에 기초한 불평등 극복 포용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불평등의 추세적 심화 속에 우리 노동조합은 임금·고용 균등화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불평등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기업 규모별 분절이 제1의 요인”이라며 “노조가 임금 불평등을 야기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임금을 평준화하는 효과는 크지 않고 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를 억제하는 역할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금 경제사회노동위는 노동존중사회와 불평등 해소를 의제로 설정하고 있다”며 “노동과 자본의 균형 잡힌 공존을 지향하고, 끊임없는 미세한 타협과 조정의 경로를 통해 포용사회는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평등과의 싸움’이 긴급한 당면 과제로 떠오른 지금, 노동부문과 기업부문이 사회경제정책 재편에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체제 구축과 과감한 결단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