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연구 주제로서 당신에게 특별히 관심을 끌게 된 계기라도 있나?
“한동안 세계화를 일종의 ‘신의 선물’인 양 말하는 경향이 강했다. ‘세계는 평평하다’거나 ‘국경 없는 세계’라거나 따위의 이야기가 난무했다. 개방된 지구촌에서 한 사회가 다른 사회와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거대 기업한테 가난하고 약한 나라를 착취할 자유를 허락하는 건 옳지 않다. 세계화의 두 얼굴, 착한 얼굴과 나쁜 얼굴을 서로 분리해보려는 게 최초의 관심사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세계화의 두 ‘양식’(mode)과 맞닥뜨리고 있다.”
―<축출 자본주의>에서 체계적 축출(systemic expulsion)이 글로벌 근대성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축출이라는 개념이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광물자원과 수자원을 비롯해 식량산업을 장악한 다국적 기업을 봐라. 이들은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 진출해 소규모 가족 단위의 전통적 경제생활과 삶의 양식을 파괴한다. 자연과 환경, 이주 노동자 등을 체제 밖으로 배제하고 축출하는 동력이 세계경제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대신 혜택은 대도시의 일부 계층이 안락한 삶을 누리며 독차지한다. 이 모든 게 바로 현대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축출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이른바 ‘글로벌리즘’을 조롱하면서 애국주의를 세상의 ‘악’에 대한 치유제라고 치켜세웠다. 세계화 이데올로기는 점차 약화되는 건가?
“아주 오래전에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사업체들이 있었다. 미국과 서구 나라들이 ‘세계화’(globalize)에 나선 1980년대 이후 나타난 차이점이라면 일종의 공격적이고 축출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우리가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해 구매하는 거의 모든 물건에까지 그 성격이 확대됐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가 새로운 유형의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건 다소 미심쩍다. 어떤 나라도 외국 공급자들한테 의존하는 기본적 필수품에 접근할 수 없다면 살기 힘들지 않나.”
―한편으론 극단적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발호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후위기 같은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지구촌의 협력이 필요한 때다. 세계시민으로서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고 보나?
“더 많은 젊은이가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아직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테니까.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정말 큰 도전이 될 거다. 하지만 난 우리가 앞으로 더 잘해내리라 믿는다. 다른 방식으로 건물을 세우고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자.”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대도시가 기회와 다양성의 공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도시 안에서도 격차가 점차 확대된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어떤 해법이 가능할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불평등은 모든 선진국이 예외 없이 겪는 상황이다. 경제발전은 주요 도시 인구의 대략 20~30% 손에 권력과 부를 집중시켰다. 불평등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중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도 이 문제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건 일부 고소득 계층이다. 이들의 지출 능력은 나머지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크다. 도시의 전체 모습을 왜곡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