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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위해 불확실성 포용하는 ‘열린 도시’로 가야”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②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리처드 세넷 <한겨레> 자료사진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국내에 꽤 많은 저서가 번역됐고, 꾸준히 읽히는 학자다. 좀처럼 강연으로 만나기 힘들었던 그가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연단에 선다. 세넷은 첫날인 23일 오전 ‘기후변화와 도시의 정치·사회적 영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기후변화는 오늘날의 도시가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라며 “이런 환경적 도전이 도시 내부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사회학자로서 세넷은 도시를 건설하는 방법과 그 속에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연결하는 연구를 좋아한다. 바둑판 모양의 도로, 수직으로 올라간 빌딩 등 직선의 도시에서 ‘굽은 나무’로 태어난 인간이 어떻게 사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세넷이 이를 전개하는 개념 틀이 ‘빌’(Ville)과 ‘시테’(Cit?)다. ‘빌’은 물리적 장소로서의 도시이며, ‘시테’는 그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거주하느냐는 것이다. 엉성하게 설계된 뉴욕의 어느 터널에서 빚어지는 차량 정체는 ‘빌’의 문제이지만, 수많은 뉴욕시민이 아침부터 일어나 터널을 지나 달려야 하는 무한경쟁은 ‘시테’의 문제이다. 곧 국내에 번역돼 출간될 예정인 그의 책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김영사)에서도 이런 틀로 도시를 들여다본다.세넷이 보기에 ‘빌’과 ‘시테’는 비대칭적이고 비틀려 있어 고통스럽다. 예를 들어, 서울역 새 청사를 아무리 현대적으로 만들어도 노숙인은 저녁이면 여전히 골판지로 텐트를 친다. 그래서 세넷은 ‘열린 도시’(Open City)의 미덕을 강조한다. 이는 복잡성, 모호성 그리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칸트가 말한 “인간이란 ‘비틀린 재목’으로는 곧은 물건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는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도시는 “수십개의 언어를 쓰는 다양한 성분의 이민자로 가득하기에” 또 “그 안의 불평등이 너무나 확연하기에” 비틀려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세넷의 이런 접근법은 그가 1970년대에 쓴 <무질서의 효용>(다시.봄)에서부터 일관된 흐름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질서정연하지만 단조로운 삶을 살 것인가, 무질서하지만 생기 있는 삶을 살 것인가”라고 물으며 “다양성과 창조적인 무질서를 구성원 스스로가 통합해 가는 도시,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시련과 도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세넷에게는 기후변화도 열린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한 도시의 비틀림 가운데 하나다. 기후위기는 근대 이후 인간이 자연을 대한 방식인 ‘통제’(control)를 까다롭게 만든다. “예측 불가능함”을 특징으로 하는 자연의 변덕은 우리에게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한다.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힘 때문에 도시 형태의 통일성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도시의 무질서를 인정하고 적응해가되 좀 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세넷은 말한다.도시가 직면한 정치적·사회적 과제는 이런 ‘적응’이 가능한 ‘협치’(governance)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다. 세넷은 “일부 지역은 제한 급수하는 법을 제정하고, 상습 홍수 지역은 포기하는 계획을 세우며, 화석연료를 줄이면서 전기를 제한 송전할 수도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오래된 습관을 고치길 미룰수록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한다.세넷은 ‘석학’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르네상스형 학자다. “하도 사통팔달해서 어떤 모임에서든 다른 참석자를 모두 합쳐도 그의 박식함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게 <제3의 길>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의 평가다. 사회학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음악, 예술, 역사, 문학, 정치, 경제 등에 두루 조예가 깊다. 세넷은 13살에 첼로 연주회를 열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불행히도 19살 무렵 첼리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손목뼈에 난치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자가 된 세넷은 활 대신 펜을 쥐고 <장인>이란 책을 써 내려간다. 인류 문명을 직조해왔으나 이제는 잊히고 있는 ‘생각하는 손’을 다룬 이 책은 세넷의 대표작이 됐다.△리처드 세넷 약력 1943년 미국 시카고 출생 현 런던정경대(LSE) 사회학 명예교수 현 유엔 도시와 기후변화 프로젝트 선임자문관 주요 저서: <무질서의 효용>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뉴 캐피털리즘> <장인> <투게더>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 등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3215.html 

조명래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 선언’ 이끌어내겠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인터뷰온실가스 목표치도 절대량으로 전환“녹색전환은 선진국으로의 이행 의미환경가치 근본 변화시킬 정책 펴겠다”“(관행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 한 (온실가스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 전환 비용에 대한 국민의 부담과 수용이 따라야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의 수용성은 상당히 약하다. 예로 탈원전 정책은 전형적인 패러다임 전환이지만 저항이 많았고, 최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결정(환경부의 ‘부동의’)도 여러 반대에 직면하지 않았나. 관성화된 우리 사회의 개발주의하에서 얼마나 많은 이가 온실가스 감축을 수용할 수 있겠나. 타협할 수밖에, 점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틈새를 찾아 전환과 변화의 실마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환경부 역할이라 생각한다.”조명래 환경부 장관. 환경부 제공 ―파리협약 체제가 출범하는 2021년 이후를 준비하는 올해와 내년이 중요 기점이다. 한국도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일본 3분의 1”―우리 시민들은 아직 녹색전환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최근 제철소가 고로 정비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문제가 됐던 것도 같은 맥락의 사례 같다.“규범과 잣대가 없던 것인데 논란 이후 기준이 도입됐다. 이후론 더 정교하게, 환경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환경도 좋아지고 근본적으로는 생산자들이 외부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정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기오염 같은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됐다. 서구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스웨덴의 경우 철강 생산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공정을 연구 중이더라. 그리되면 철강 제품의 질도 좋아지고 환경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고 종사자나 지역주민들 건강 문제도 없고 그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이 나온다. 국민소득이 많아지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린 그저 생산량만 따지지 제품의 질, 환경의 질에 대해선 기업들이 여전히 내부경제화(자신의 비용으로 떠안으려는 노력)하지 않으려 한다.”―그러면 환경부는 녹색전환을 위해 어떤 정책 수단을 쓰고 있나?“대표적으론 통합허가제가 있다. 이전엔 수질, 대기 등을 다 나눠 각각 기준이 있고 그걸 맞추면 허가해왔는데 이걸 통합했다. 시스템적으로 갖춰야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결국 생산 공정이나 제품, 경영의 친환경적 전환을 유도해내는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자 방법이다. 이 제도에선 인허가 때 컨설팅도 해준다. 어떻게 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먼저 알려주고 유도한다. 통합허가제는 독일과 영국이 산업 녹색화의 주요 수단으로 쓴 제도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 정부의 주요 공약인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의 통합’도 환경을 존중하는 쪽으로 개발 행정을 바꾸는 수단이다. 전 정부에서 시작했으나, ‘배출권거래제’ 역시 산업 녹색화의 주요 수단이다.”조명래 환경부 장관. 환경부 제공“산업·국토부와 이견 줄어”―하지만 여전히 정부 전체적으로 녹색전환에 대한 의지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아직까진 환경가치가 정부 정책의 우선 가치가 아닌 게 사실인 것 같다. 개발 패러다임을 완전히 벗지 못했다. 구체 정책으로 들어가면 환경정책은 여전히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야 한다. 다만 정책의 지향 측면에선 분명 차이가 있다. 과거 정권보다 상대적으로 존중하고 있다. 산업부·국토부와의 ‘정책 미스매치(엇갈림)’나 이견도 과거에 견줘 상당히 줄었다 말할 수 있다.” 세종/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더 늦기 전에 GDP에서 삶의 질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제 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문명·경제·사회 근본변화 시점기존의 탄소 기반 시장경제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지난 9월26일 미국 워싱턴 인근 베세즈다에서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 사전 녹화에 이어 이뤄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열정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양영웅 <뉴스데이> 기자지난 9월26일 오후 미국 워싱턴 인근의 도시, 베세즈다에서 만난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이 뭐냐는 물음에 “나는 활동가”라고 답했다. 실제 그는 과학과 기술의 변화가 경제와 사회, 환경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여러 현장에 적용하고 실험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문명, 경제,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역사상 이처럼 좁은 길은 없었지만 더는 지연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커뮤니케이션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운송 및 이동 등 디지털화한 세 기술의 융합에 따른 인프라 혁명이 절실하며, 이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계비용이 낮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으켜 궁극에는 공유경제와 협력적 공유사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주창해온 3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에 대한 비전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인류를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로 (패러다임을) 이동”하게 하며 이 전환에 “한국이 리더가 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오는 23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영상 특별강연을 한다. 베세즈다 현지에서 이뤄진 이를 위한 사전 녹화 촬영에서 그는 인류가 겪고 있는 두 개의 핵심 위기인 생산성의 몰락과 불평등 증대 등 경제·사회적 위기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생태적 위협을 거듭 경고하는 한편, 구시대적인 탄소 문명과 성장지상주의 덫에 갇힌 시장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다시금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소득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경제를 민주화하면서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출하는 탄소 후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경제비전으로의 대전환은 가능”하며, 이 전환은 “거래와 시장경제에 따른 기존의 시장 자본주의를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금 인류는 불평등이란 경제·사회적 위기와 기후변화 같은 생태적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 두 위기는 어디서 오나? “인류가 구축해온 인프라를 보라. 그 특성을 보면 어떻게 힘이 (우리 사회에서) 분배되는지를 알 수 있다. 평등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낼 수 있다. 1차와 2차에 걸쳐 이뤄진 산업혁명이 구축한 인프라는 비싼 화석연료 및 원자력의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수직으로 통합해야 했다. 그리하여 결국 500개의 글로벌 회사들이 세계 660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는 불평등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플랫폼, 이런 인프라는 정치적 권력이 분배되는 데서도 기회의 측면에서 제약을 준다.” 리프킨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1~2차 산업혁명이 근대적 국민국가와 글로벌 시장을 낳았지만, 그 궤적을 보면 소수의 거대기업과 소수의 강대국이 화석연료를 확보하고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독점하는 등 모든 곳에서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또한 각 나라의 무기화를 수반해 인류 사회를 대량파괴의 틀로 만들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탄소 문명이 오늘날 기후변화 등을 일으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탄소 후 시대’를 안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3차 산업혁명’이란 게 그동안 그의 핵심 주장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픽션이자 마케팅 도구일 뿐” “3차 산업혁명은 인프라가 분산되고 수평적으로 확장되도록 설계된다. 모든 사람이 블록체인 플랫폼 및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에너지 자원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태양과 바람으로 이동한다. 이는 평화로운 지구를 만든다. 태양은 어디에나 빛나고 바람은 어디에나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잉여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허구였던 ‘진보의 시대’에서 우리가 지구와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는 ‘회복력과 적응의 시대’로 간다는 걸 의미한다.”  ― 당신이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바프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가? “4차 산업혁명은 없다. 이것은 픽션이다. 슈바프는 인프라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 펌프, 2차는 아날로그 전기, 3차는 디지털이다. 슈바프는 로봇공학, 인공지능 및 유전학이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고 보고 이를 혁명이라고 말했지만, 마케팅 도구였을 뿐이다. 세계경제포럼은 혼란을 일으켰다.” ― 당신은 기술변화의 미래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낳고, 궁극엔 ‘협력적 공유사회’와 ‘공유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나는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 희망적이다. 우리는 20만년 동안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있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탄소 기반 문명을 빠르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2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3차 산업혁명은 (기존) 경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운송 등의 (세가지) 디지털 기술이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거래와 시장은 흐름(flow)과 네트워크로 움직이게 된다. 재산의 소유권에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마침내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로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것이 공유경제다.” 리프킨은 이런 움직임을 ‘거래와 시장경제’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의 이동’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이런 현상을 우리는 이미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수억명의 사람들이 음악을 공유하고, 유튜브로 비디오를 공유하고, 소셜 블로그를 통해 뉴스를 공유한다. 이 중 어느 것도 지디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삶의 질을 높여준다.”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과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인터뷰를 마친 뒤 못다 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양영웅 <뉴스데이> 기자“한국이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기를 희망” 그는 특히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그것은 놀라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Z)세대가 향후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며, 우리 모두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지금은 문명, 경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역사상 이처럼 좁은 길은 없었지만 더는 지연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며 변화를 위한 청년의 직접 행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를 봤는가? 현실에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그런 ‘좋은 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시민사회 및 종교단체, 학생(조직) 및 상공회의소, 노동조합 등은 재난 중에는 모인다. 기후변화 세계에서 모든 공동체는 항상 재난 모드에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 전체가 수행해야 한다.” ― 그래도 핵심은 정치가 작동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요즘 아이들은 지정학이 아닌 생물권 정치를 배운다. 그들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일이 다른 인간, 다른 생물, 생태계 및 지구의 영역에 극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배운다. 이것이 희망이다. 우리는 앞으로 지구의 소리를 들어 미래 세대의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그들의 순간을 갖도록, 삶이 새로운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한국이 (이런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도 이제 생각을 빨리 바꾸어야 한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제러미 리프킨은 누구?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이자 경제사회 사상가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예측해온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 <엔트로피>(1980) 이래 논쟁적인 저서를 잇따라 펴내면서 탁월한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추앙받지만 일부에선 선동가로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한다.1945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 출생. 1977년 비영리단체인 경제동향연구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1994년부터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적인 지도자 및 기업들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단호함과 온화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는 특히 비전과 서사(내러티브)를 강조한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 이후 저서를 내지 않았던 그는 최근인 지난 9월 미국 대선의 뜨거운 이슈인 ‘그린뉴딜’에 관한 책을 펴냈으며, 이 책의 국내판은 ‘글로벌 그린뉴딜’(민음사)이란 이름으로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3030.html 

“기후변화 비상상황 선포하라” 시민 5천명 대학로서 ‘기후위기’ 선언

그레타 툰베리 선언한 ‘글로벌 기후 파업’ 일환 자전거 타고 행진하고 사상 최초 ‘다이-인 퍼포먼스’도   21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경기도 화성에서 온 황혜진(13)양은 친구 4명과 태어나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황양은 한 달 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영상을 봤다. 툰베리가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횡단한 뒤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연설을 담은 영상이었다. 황양은 “영상을 보고 툰베리도 내 또래인데 나도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구는 내가 살아가는 땅이고 지구가 없으면 내가 살 수 없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경민(18)양도 툰베리의 영상을 보고 장동규(18)군 등 48명의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나왔다. 이양은 툰베리의 영상을 보고 기후변화 문제는 개인의 행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양과 장군은 현장에서 향을 피우고 거울을 영정 사진 삼아 향 뒤에 둔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장군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우리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장례식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며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환경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당장도 당장이지만, 미래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 각계각층의 330개 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이날 서울 대학로에서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를 열고 기후위기에 침묵하는 정부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등을 비판하며 기후위기 진실 인정과 비상상황 선포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5천명 정도 모였다. 참가자들은 ‘내일의 희망은 오늘 시작됩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등과 같은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기후 행동 집회는 부산과 대구, 경남 창원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함께 열렸다. 이날 집회는 23일부터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두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들고일어난 ‘글로벌 기후 파업’의 일환이다. 툰베리의 설명을 보면, 지난 17일까지 전 세계 139개국에서 20~27일 기후 파업에 동참하기 위한 집회가 4638개 예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전 세계적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규모 면에선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미국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16)양은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가 공장을 짓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는 동안 남태평양의 섬나라는 물에 잠기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며 “저에게 편리한 생활을 보장해주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지구 반대편 어떤 이의 삶을 짓밟고 있다면, 저는 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오연재(17)양도 “기후변화는 더 이상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라며 “모두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어 청소년인 우리라도 방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금요일인 오는 27일 최대 5천명가량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이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한국에도 확산하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30분께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종각역으로 행진했는데, 행진 대열은 자전거 행렬이 앞장섰다. 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인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의미다. 자전거 행렬 중에는 ‘불타는 지구를 지켜줘 출동! 지구특공대!’라고 적힌 망토를 두른 사람도 있었고, 기후위기 노래에 맞춰 각자 만들어 온 손팻말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행진하면서 “기후위기 이제그만”, “온실가스 이제그만”, “화력발전 이제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 대열은 오후 5시48분께 종각역에 도착해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서 죽은 듯이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했다. 기후위기로 모든 생명이 죽음에 처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다. 한국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다이-인 퍼포먼스는 처음이다.   글·사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 어디쯤 가고 있나

[더 나은 사회]정부, 시민사회와 지난해 ‘K-SDGs’ 수립기업 지속가능 글로벌 기준 인식 높여야이해관계자 상시적 공론장 마련 필요위원회 지위 격상 등 법체계 정비해야국제민간연구기관인 ‘지속가능발전 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9 지속가능발전보고서’를 보면,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우리나라는 성평등, 이행 수단 및 파트너십과 함께 기후변화대응 목표에서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9월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1천여명의 시민이 모여 정부와 기업의 진정성 있는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 9개월.정부가 지난해 12월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발표한 지 9개월이 흘렀다. 2015년 유엔이 전세계적으로 환경과 경제, 사회 분야별로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며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내놓았고, 이에 발맞춰 각국 정부도 저마다 나라별 실정에 맞춘 후속작업을 진행해 왔다. 한국의 경우, 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등 지속가능발전 논의 자체가 어려웠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꽤 늦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성과를 판단하기엔 조금 이른 시기이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법에 따라 2년에 한차례씩 지속가능발전 이행 성과를 평가·보고해야 하기에 중간 점검 정도는 필요한 시점이라 할 만하다. 때마침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소기업 디엠시(DMC)타워에서는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대토론회’가 열린다. 주최자인 환경부를 비롯해 외교부·교육부 등 주요 부처 관계자가 시민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담당하는 행정 부처들이 지금까지의 추진 현황을 발표하기로 해, 실질적인 중간 점검의 자리가 될 예정이다. “기업, 글로벌 소통 도구로 인식해야” 과연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무엇보다 국내 주요 기업이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업은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다. 기업은 경제성장, 산업혁신 및 기반시설 등 경제 분야뿐 아니라 기후변화, 에너지 등 환경 분야, 건강 증진과 웰빙, 지속가능도시 등 사회 분야에 이르기까지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유엔도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선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일찍부터 강조해왔다. 실제로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유엔 고위급 정상회담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기업 협회들을 파트너로 초대하는 등 각국 정부에 버금가는 핵심 이해관계자로 대우했다. 이에 화답하듯 글로벌 기업들의 참여도 상당히 적극적인 편이다. 구글과 알리바바는 지난달 유엔 및 세계은행과 협약을 맺어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에 필요한 데이터 취합과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글로벌 데이터 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과 대조적으로 국내 산업계의 움직임은 아직 더딘 편이다. 지난해 환경부는 국책연구원을 비롯한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 민간 관계자들로 구성된 작업반 그룹, 그리고 유엔에서 지명한 여성·노조·기업·장애인 등 목표별 민간 이해관계자 그룹을 조직한 바 있다. 시민단체 90여곳, 민간 전문가 192명, 23개 행정부처가 참여한 이례적인 민관학 대국민 협력 프로젝트였으나, 기업 관계자들은 좀체 찾기 어려웠다. 124명의 민간 이해관계자 중 기업 협회로는 유엔 산하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참여했고, 기업 관계자로는 삼성과 포스코의 실무자가 참여했을 뿐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는 지난 정부 시절의 국정농단 사태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국내 대기업들이 연루된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전경련 사회공헌팀을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 사회공헌팀, 사회책임경영팀들이 불법 자금을 대는 통로 구실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후 관련 조직 대부분 규모가 줄어들거나 활동이 축소됐다. 기업의 지속가능활동 정보를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 건수에도 이러한 추세가 반영돼 있다. 지속가능경영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6건이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 건수는 2014년(117건)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매출액 100대 기업 중 보고서를 발행한 곳은 절반 정도다.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민간 작업반과 기업 부문 이해관계자 그룹 대표로 참석한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책임연구원은 “국내 이행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기후변화나 생태계 보전, 이행 수단 및 파트너십 등의 목표는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라며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글로벌 국가와 기업들의 국제적 합의로서, 국내 기업들도 규제 정책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사업 기회와 효율적인 글로벌 소통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이런 소극적인 자세는 시민단체들이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 작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 장애인, 이민자 단체를 아울러 40개가 넘는 시민단체가 5개월의 의견 수렴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윤경효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사무국장은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가치와 활동 목표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기업 등 사회 각계 이해관계자들의 유용한 소통 도구로 활용되려면 유엔 지속가능보고서의 기본가치인 협력과 포용성의 가치가 담긴 목표와 추진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8일 국민대토론회 열어지속가능발전목표가 한국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서둘러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추진체계와 의견 수렴 과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핵심 가치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No one left Behind)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순회 토론회를 수차례 개최한 바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초안은 유엔에서 지명한 여성, 노조, 장애인, 기업 등 17개 민간 이해관계자 그룹에서 목표별 의견을 담은 입장 문서를 받아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럼에도 이해관계자들이 목표별로 이행 현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상시 운영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경효 사무국장은 “지난해 이해관계자들이 입장 문서를 검토하고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며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별로 국제개발협력, 사회복지, 자활 등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고르게 수렴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내 효율적인 거버넌스 체계 정립을 위해 지속가능발전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목표별로 정부 부처의 담당 영역이 중첩되기 때문에 해당 정책과 이행 주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을 담당해야 할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환경부 산하에 있다 보니 국무조정 기능이 전무한 상태다. 문태훈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로 지위를 격상하는 안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하고 추진하는 지방 정부의 역할과 의무도 개정안에 함께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8일 열리는 국민대토론회를 비롯해 이달 개최되는 분야별 이해관계자 집중 토론 자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지속가능발전목표 내용과 데이터를 계속해서 수정,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유엔은 2015년 미래세대를 고려해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발전 방식으로 경제, 사회, 환경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는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했다. 지속가능발전포털 누리집 갈무리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kpark@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2226.html 

“‘멸종위기종’ 청소년들아, 27일 광화문으로 다 모여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오연재(왼쪽), 김서경(오른쪽)양이 지난달 9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횡단보도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인류 대재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경고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시대(1850~1900년) 대비 섭씨 1.5도 이상 오르면 ‘기후재앙’이 오고, 2도 이상 상승하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이들은 예고한다.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탄소는 약 10년어치에 불과하다. 급진적인 탄소 저감 없이 이대로 가면, 2030년이면 인류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는 27일 청소년들이 학교 ‘결석’을 감행하며 거리로 나서는 것은 ‘생존’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만난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서경, 김유진, 오연재(18)양과 김보림(27)씨는 “2030년이 됐을 때의 우리 모습을 그릴 수 없다”며 “전 인류가 멸망할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소년기후행동에는 청소년·청년 4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김유진양은 ‘개도국’ 지위에 숨어 기후위기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양은 “한국은 처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참여할 당시(1992년) 개도국의 지위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온실가스 배출량과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개도국 지위 뒤에 더는 숨을 수 없는 위치이지만, 우리는 기후위기에 기여한 만큼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지난 5월24일 300여명의 청소년들이 ‘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위한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서울 광화문에서 서울교육청 쪽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날 기후파업은 청소년기후행동이 주도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3월15일과 5월24일에도 기후악당국가 탈피를 위한 ‘기후파업’을 벌여 등교거부 운동을 주도했다. 결석시위 뒤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언론과 정부, 시민들의 무관심은 계속됐다. 김서경양은 “(500여명이 참여한) 3월 기후파업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 뒤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함께하게 될 거라 기대했으나, 큰 착각이었다. 여전히 무관심한 사람들과 바뀌지 않는 현실을 보며 우울감이 심해졌다. 만나면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지난 8월부터 토요일마다 손팻말을 들고 ‘기후출몰행동 뿅’이라는 거리시위 행위극을 시작했다. 기후재앙을 앞둔 막막함과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행동’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청소년들의 ‘살려달라’는 몸부림이었다. 이들은 9월이 끝나기 전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란 이름의 또 하나의 대규모 기후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 20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결석시위’의 연장선이다. 오연재양은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길 위의 기후위기 세미나, 가을운동회, 기후대응 성적표 발표, 모든 우리 세대 자유발언으로 집회를 할 예정”이라며 “많은 청소년과 청년,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청와대로도 향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꼭 하고 싶은 말을 편지에 담아 전달할 계획이다. 김보림씨는 25일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만들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그동안 배출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파리협정을 충분히 잘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푸른 하늘의 날을 만들자’는 엉뚱한 이야기만 했다”며 “정부는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무시한 채 계속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정말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청소년기후행동이 지난 5월24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 전반을 개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리는 ‘927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 안내문. 안내문의 사진은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서경양이 지난달 31일 북촌 방향 돌담길 앞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는 모습.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10972.html?

국가기후환경회의 “봄철 석탄발전 절반 가동 중단해야”

12~3월 고농도 때 ‘계절관리제’ 도입 뼈대5등급 차량 운행 제한·차량 2부제 병행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20% 감축 목표?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4월29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첫 대국민 정책제안을 내놨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석탄발전소 절반가량을 중단시키고 생계용을 제외한 노후 경유차량 운행을 제한하자는 고강도 대책이다. 고농도 땐 차량 2부제를 병행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번 방안은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함께 마련했다. 30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공개한 ‘1차 국민 정책제안’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3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하고 집중적인 저감 조치를 하는 것(계절관리제)이 뼈대다. 고농도 때 석탄발전소 최대 27기(전체 45%)의 가동을 중단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전면 제한하는 고강도 대책이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대비 20% 이상(2만3천여t) 줄인다는 것이다. ‘5년 동안 35.8% 감축’인 이전 목표보다 더 강해졌다. 구체 내용을 보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1%를 차지하는 산업계에선 1만1993t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목표다. 전국 44개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사업장 밀집 지역에 1000명 이상의 민관합동점검단을 파견, 불법 배출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자본과 기술력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은 미세먼지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맞춤형 기술지원단을 파견한다. 대형 사업장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감축 계획을 수립하게 해 평가하고, 고농도 계절 때 평소보다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한다. 전국 625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망(TMS) 결과도 계획보다 당겨 올 연말부터 실시간 공개한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3491t을 줄이는 게 목표다. 겨울철인 12~2월에 9~14기를, 봄철인 3월에 22~27기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가동 중단 발전소 외에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출력을 80%까지 낮춘다. 계절별, 시간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관리 정책도 편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이 경우 “10GW(기가와트)의 예비전력을 확보한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넉 달 동안 월 평균 1200원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9%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에선 4087t 감축이 목표다.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생계용을 제외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고농도 주간예보 때 차량 2부제를 병행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장에서 노후 건설기계 사용을 제한하고,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 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는 안도 포함됐다. 경유 승용차는 환경 피해를 고려해 자동차세 경감률도 차등 조정한다. 국내 미세먼지의 18%를 차지하는 도로나 건설공사장 등에선 3464t을 감축하려 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는 청소 주기를 늘리고 속도도 제한한다. 주거 지역 인근 공사장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 공개하며, 농촌의 폐기물 불법 소각을 막기 위해 수거·처리를 지원하고 집중단속을 병행한다. 이밖에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예·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는 ‘한·중 푸른 하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중장기 대책의 경우 추가 공론화를 거쳐 내년까지 마련한단 계획이다. 이번 국민 정책제안은 지난 다섯달 동안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토론과 숙의를 거쳐 마련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과 피해를 겪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수립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으로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 같은 상황”이라며 “과거와는 차별화된 과감하고 담대한 처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11405.html#csidx4f80ebbc152dd8bb384a891603457a0 ? 

‘지역’과 ‘시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두개의 열쇳말

[더 나은 사회]‘2019 지속가능발전대회’ 거제에서 열려정부, 지난해 12월 ‘K-SDGs’ 수립“중앙은 제도적·재정적 지원에 힘쓰고지방은 시민 참여 이끌어 실천 힘써야”25~27일 사흘간 경상남도 거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를 상징하는 천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석문국가산업단지와 아산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 충청남도 당진시. 수도권에서 채 100㎞ 떨어지지 않은 입지요건 덕에 제철소와 각종 공장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산업도시로 발돋움했다. 2012년엔 행정구역상 군에서 시로 승격됐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의 뒤편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산업구조가 철강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된데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오염 문제도 심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5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당진의 연간 배출량은 13만1752톤으로 충남 전체 배출량의 약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오늘의 성장에만 매달리다 다가올 내일을 맞이할 준비에 소홀했던 건 경상남도 거제시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도 비켜갈 만큼 경제적 풍요를 자랑했다는 이곳은 2014년 무렵 시작된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주축 기업들이 휘청이자 사람들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도시를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지역경제의 뼈대 다시 세우기뼈아픈 반성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낳았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새로운 주춧돌 위에 지역경제의 뼈대를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당장의 성장과 성과만 좇아서는 나와 우리를 넘어 미래세대와 환경, 지역공동체 모두를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들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현장에서 커지는 중이다. 경제와 사회, 환경의 세 가치를 통합한 지속가능발전이야말로 새로운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실제로 당진시는 2017년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유엔이 제시한 17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역 특성에 맞는 당진시만의 17개 목표로 손질했다. 이 가운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 정의 실현’이 특히 눈에 띈다. 과거 석탄화력발전에 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하던 태양광 발전은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수립 이후 탄력을 받는 중이다.지속가능발전대회에 맞춰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장승포항 수변공원 주변을 뛰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돌이켜 보면,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한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닌 편이다. 사람들에게 지속가능발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기도 훨씬 전인 1999년, 각 지방정부들 사이엔 지속가능발전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가 ‘지방의제21 전국대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앞서 1992년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 채택된 ‘리우 선언’의 이행 지침인 ‘의제21’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특히 의제21에서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각 지방정부는 자발적으로 관련 조직을 꾸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지속가능발전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25~27일 사흘간 경남 거제시 장승포구 일대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가 주인공이다. 올해로 스물한번째 열리는 행사다. 환경부와 경상남도, 거제시가 공동주최하고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내 지속가능발전을 앞장서 이끌어온 지역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지역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공동과제를 논의하는 마당이었다. “지속가능발전법 개정 올해 완료할 것”올해 행사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원들과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등 활동가 수백명이 참가했다. 자연스레 행사 현장엔 생동감이 넘쳤다. 거제시민들과 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대회에 나온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오염의 위험성에 새로이 눈떴다. 한 중학생은 “우리는 ‘초록색’ 하면 자연보다 검색창이 먼저 생각나는 세대”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보호 인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외쳐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 행사가 관심을 모은 건,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한 뒤 처음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정책형성 과정에 이제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제도화하는 ‘지속가능발전법’ 개정이 올해 안에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 성패를 좌우할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정현 대전시 대덕구청장(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은 “정치인이 바뀌어도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서울시 도봉구청장(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 회장)도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정권 기조가 흔들릴 때마다 흔들림 없이 실천해온 주체는 민간이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접근을 통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속가능발전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과 시민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제시내를 걸으며 행진하는 모습.‘수립 계획 없다’는 응답도 34.2% 이처럼 지역 현장 곳곳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열기가 달아오르고는 있으나,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우고 이행에 나서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지역에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목표 수립과 선언에만 그칠 뿐 정작 실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 2월26일부터 3월8일까지 전국 지자체 243곳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속가능발전 인식 진단’ 설문조사를 보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한 지역’은 16.5%, ‘수립 계획이 있거나 준비 중인 지역’은 35.4%였고, ‘수립 계획이 없는 지역’도 34.2%나 됐다. 지역 간 편차가 큰 셈이다. 이어 추진 여건을 묻는 말에도 ‘추진 의지는 있으나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50.6%나 돼,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이 밖에 지속가능발전 추진을 위해 ‘재정적 지원’ ‘가이드라인 제공’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각각 31.7%, 25%, 22.2%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부도 지속가능발전의 확산을 위해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데 우선 힘쓸 계획이다. 맹학균 환경부 지속가능전략담당관은 행사 2일차에 열린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체계 구축 지원사업 결과 보고회’에서 “국가 단위에서 지속가능발전 실천이 잘되기 위해선 지역에서의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고유한 특성 살린 ‘지역화’도 과제확산과 지원을 넘어 ‘지역화’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핵심은 ‘우리 지역에 걸맞은, 우리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성격을 목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실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엄철용 충남 당진시 지속가능정책팀장은 “많은 지역이 유사한 목표와 지표를 가지고 있어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을 잘 아는 시민이 좀 더 고민하고 계획적인 추진을 위해 전문가가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지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발전. ‘조금은 돌아가는 길,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한 길’일 수도 있으나, 그 길에 동참하려는 발걸음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지는 중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지속가능발전대회의 구호처럼, 국내 200여개 지방정부가 저마다 지속가능발전에 힘쓴다면 우리 사회도 200여개 색깔을 지닌 얼굴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거제/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11394.html

기후 위기…최악 상황에 맞닥뜨려야 최선의 길을 찾는다

[조천호의 파란하늘]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24번에도이산화탄소 농도는 되려 63% 증가성장이 행복을 준다는 우상 깨고세계 의기투합할 ‘새 허구’ 필요?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제24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회의(COP24)가 열리는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기후가 아닌 체제 변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머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90년 리우 정상회담 이후 2018년까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를 24번 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1990년 이후 배출을 전혀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따라 증가하여 2017년까지 무려 63%나 늘어났다. 기후재앙이 확실한데도 그 대응은 거의 자포자기한 상황이다. 물론 언젠가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이다. 기후가 위험수위를 넘으면 강제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우리는 지구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주는 역량을 지녔다고 여겨왔다. 지구는 잘 살겠다는 욕망을 실현해 주기 위한 착취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유한한 지구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감당하지 못한다. 우리는 ‘큰 지구의 작은 세계’에서 ‘작은 지구의 큰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지구 안정성은 흔들린다. 소득은 늘었지만,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어려서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나이가 들어서는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웃을 이기지 못하면 불행해진다는 불안이 우리 삶을 치열하게 만든다. 우리 삶의 원동력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삶과 공동체는 피폐해지며 자연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에너지와 자원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환경을 파괴하고 생물을 멸종시키고 이웃과 단절되면서도 현실적으로 중단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최악의 상황이다. 로마클럽 50주년 기념으로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에서 46번째 보고서인 ‘지구 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달성’을 2018년에 발간하였다. 안전한 지구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으로 취해야 할 핵심적인 정책 5가지를 제시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해서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침체하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우상을 부숴버려야 한다. 세계 최대 부자 100명이 가진 부가 하위 절반인 35억명이 가진 것보다 더 많다. 세계 상위 20% 사람이 전체 자원의 80%를 사용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정치가와 언론은 잘 살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과잉 생산 중이어서 온실가스, 오염가스와 쓰레기로 지구가 절딴날 지경인데도 말이다. 지속해서 성장해야만 하는 상태는 지속해서 팽창하는 풍선과 같은 행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행성은 언젠가는 풍선처럼 터져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현재 76억 명 인구가 사용하는 자원, 에너지, 식량을 위해 필요한 면적이 2018년 기준으로 지구 1.7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가 은행가라면 이자로 사는 게 아니라 원금을 까먹으며 사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곧 파산이다. 성장이 빠를수록 파국의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도 그만큼 빠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그만큼 크고 위험하다. 이처럼 성장 그 자체가 성장을 끝낼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그의 책 <위험 사회>에서 언급한, 심각한 재난과 같은 파국 상황에서 도리어 길을 찾는다는 뜻의 ‘해방적 파국’이 일어날 여건이 마련된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최선의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안다고 바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허구’를 발명했기 때문에 위대해졌다고 했다. 허구를 믿지 않았다면 국가도 화폐도 법도 없을 것이라 했다. 화폐는 종이이고 법은 글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그 허구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순간 그 허구는 엄청난 힘으로 작용한다. 허구의 힘은 믿음을 만들어 내는 능력, 다시 말해 사람들이 합의하고 협조하게 만드는 능력을 뜻한다. 원자탄을 제조하는 것은 물리 지식만으로는 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조직화된 노동이 필요하다. 대규모 협업은 공동의 허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에서만 가능하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야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허구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모두가 그저 불행하지 않기 위해 꽉 쥐고 있는 삶을 놓아버리고 행복을 향한 새로운 삶으로 갈아탈 수 있는 다른 허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새로운 허구를 믿는 순간 그 허구보다 더욱더 멋진 진짜 세상을 실현할 수 있다.지구는 인간의 욕망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좌우된다고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안정한 상태에 머물도록 지구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제 지구 환경은 경제 성장을 위하여 자원과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부차적인’ 위치가 아니라 그 위험을 넘어서면 안 되는 ‘최우선적인’ 위치에 놓여야 한다. 이 상태에만 경제도 사회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경제를 다룬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으로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이 아니라 사회기반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 기반은 안정적인 기후와 풍요로운 생태계에서 살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권리, 그리고 좋은 삶을 보장해주는 공평성, 가치, 복원력, 교육, 건강 등의 수준으로 구성된다. 소비와 물질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공감, 공유, 연대하는 가치를 키워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자연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위험을 넘지 않는 지구 환경과 부족함이 없는 사회 기반 위에서만 인류는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믿어야 한다. 우리가 한계에 맞닥뜨릴 때, 더 창조적이고, 더 과감하고, 더 멋진 세계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04682.html#csidx42337fdcad8d29380750462413d00b1 ? 

최근 4년 지구 기온 역대 1~4위…2019년은?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미국기상학회 2018년 4위 확인2016년>2015년>2017년>2018년 순2019년 1~7월 기간평균 역대 2위?2015~2018년 연평균기온은 역대 1~4위를 차지했다. 올해 1~7월까지 기온이 역대 2위권이어서 연평균기온 순위도 상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 미국기상학회는 이번 달 발간하는 <기후연례보고서 2018>에서 지난해가 최근 3년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60여개 국가 47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했으며, 조사·분석은 수십만개의 독립적인 관측 자료들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의 주요 지표들에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해수면이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등 몇몇 지표들은 1년 전 세워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무엇보다 2018년 전 지구 연평균 기온은 1981~2010년 평균보다 0.30~0.40도 높아, 1800년대 후반에 시작한 세계 연평균 기온 기록 가운데 4번째로 높은 값을 보였다. 지금까지 가장 따뜻한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순으로 최근 4년간이 역대 가장 따뜻한 기간으로 기록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었음에도 2018년 평균기온이 13.0도로 평년(12.5도)보다 0.5도 높아 1973년 이후 최고 10위를 기록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가장 강한 폭염이 휩쓴 올해 7월의 전 지구 월 평균기온이 14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되는 등 올해의 연 평균기온도 최근 몇 년과 마찬가지로 상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1~7월 전 지구 평균기온은 14.8도로, 20세기 평균기온 13.8도보다 1도가 높아 이 기간 평균기온 순위가 2위인 2017년과 동률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온실가스 농도의 최고치가 또다시 경신됐다. 세계 연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7.4ppm으로 기록돼 전년보다 2.4ppm이 높아졌다. 해수면 온도는 2016년 엘니뇨 이후 다소 내려갔음에도 1981~2010년 평균보다 0.33도±0.05도 높아졌다. 해수면 높이는 7년째 계속해서 높아져 2018년에는 인공위성으로 해수면을 측정하기 시작한 1993년에 비해 8.1㎝ 높은 기록이 세워졌다. 세계 해수면 높이는 10년마다 평균 3.1㎝씩 높아지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07971.html?

“우린 멸종위기 청소년”…한국서 27일 기후위기 학교 파업

환경단체들, 기후위기 맞서 대규모 연대체 구성‘유엔 정상회의’ 맞춰 집회·시위·등교거부 예고?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계획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 및 대통령의 기후정상회담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는 멸종위기 청소년입니다” 환경단체 등으로 꾸려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교 2년생 오연재(17)양은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 불렀다. 그는 “‘청소년인데도’ 거리로 나선 게 아니라, ‘청소년이라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온실가스나 기후변화를 다룰 땐 멸종위기를 북극곰 같은 일부 포유류만의 문제로 얘기해요. 하지만 이제 그들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인류도 멸종할 수 있고, 지금 청소년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오양을 비롯,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군의 청소년들은 지난해 8월 ‘청소년기후소송단’을 조직했다. 정부를 상대로 당장 기후변화를 막을 행동에 나서달라는 소송을 하잔 취지다. 올해 5월부터는 ‘청소년 기후행동’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확대했다.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집회를 해오고 있다. 금요일인 오는 27일엔 최대 5천명가량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이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도 계획 중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한국으로도 확산하는 것이다. ‘청소년 기후행동’과 함께한다는 20대 청년 김보림(27)씨는 “청소년·청년들에겐 입시나 취업이 당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런 문제에만 신경 쓰기엔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여러 상황이 온실가스란 요인으로 촉발되는 것에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연 기자회견은 오는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위기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27일 ‘결석시위’에 앞서 주말인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각종 활동을 계획 중이다. 이 기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명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 거리로 나선다. 기후변화 정상회의엔 한국 청소년·청년 3~4명이 유엔이 따로 마련한 ‘유스 서밋’(청소년 정상회의) 등에 참가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게 되면 인류가 대처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를 것이며, 1.5℃ 상승만으로도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상학자들의 모임이라 할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연 총회에서 채택한 ‘1.5℃ 보고서’가 바로 그 내용이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1.5℃ 상승까진 12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관건은 앞으로 1년 반 정도의 기간이다. 올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25차 당사국 총회(COP25)에선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을 다룬다. 내년 말 영국에서 열리는 26차 당사국 총회가 1.5℃ 이내로 인류가 지구 기후를 안정시킬 마지막 기회의 국제 모임이다. 여기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이대로 탄소배출 양상이 지속한다면, 12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1.5℃를 넘게 된다.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5위, 증가율 1위(이상 2015년 기준)다.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국은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서만 화려하게 써놓고 아무것도 지키고 있지 않다. 하루빨리 우리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강제적인 감축 할당량을 받아들여야 하는 더 고통스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최예린 이정규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08419.html#csidx1a3d92925cb12349865404cefda2b7d ? 

[왜냐면] 지속가능한 물 관리로 세계를 이끈다 / 조명래

?조명래환경부 장관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근교에는 세고비아라는 오래된 도시가 있다. 이곳의 명물인 수도교는 아치형 다리 위에 수로를 설치한 것인데, 그 형태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스페인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힌다. 수로에 미세한 경사를 두어 가압펌프와 같은 별도의 시설 없이도 물이 끊임없이 흘러갈 수 있게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세고비아 수도교는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했던 로마인이 건설했다. 로마가 수세기 동안 대제국으로서 위용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물 관리 기술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로마는 물 관리를 잘한 나라였다. 로마인은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수원에서부터 수로를 설치하여 로마 시내 100만 인구가 충분히 쓸 만큼의 물을 끌어왔다. 끌어온 물은 상하수도를 비롯하여 급수탱크, 공중목욕탕 등 다양한 수리시설을 설치하여 다용도로 쓰였다. 이런 로마 시대 수리시설 유적은 서유럽과 북아프리카, 소아시아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로마의 물 관리 기술은 제국의 힘이 닿는 구석구석마다 전파되어 그 지역의 물을 적절히 다스리고 이용하는 데 활용됐다. 4일부터 4일간 대구에서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이 열린다. 이 행사는 2015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물 행사인 제7차 세계물포럼의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 2016년 시작됐다. 제7차 세계물포럼은 역대 포럼 중 최다 인원이 참석한 행사로 세계 168개 나라, 4만7천여명이 모여 물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는 대축제였다. 올해로 네번째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물 문제를 다룬다. 특히 이번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의 화두는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다. 물은 효율적으로 이용되어 현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도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이런 인간을 위한 물 관리는, 친환경적 하수 처리와 하천 관리로 수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말자는 의미에서 자연을 위한 물 관리가 돼야 한다. 기후변화로 지구 곳곳에 유례없는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안전한 물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누리려면 물 관리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개발과 관리의 대상에 머물렀던 ‘물’이 인간과 공존하는 ‘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의 수량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물 관리 일원화로, 수량과 수질, 생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물 관리 경험과 이를 뒷받침해온 물 관리 기술을 전세계에 알려, 통합 물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데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올해 국제물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물 관리’라는 점에서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물 분야 고위급 회의인 ‘워터 리더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각국 정부, 국제기구, 기업 등의 대표 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물 관리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 ‘워터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물 관리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한편, 국외 발주처와 국내 물 기업 간 면담을 통해 협력사업 발굴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번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물 관리가 전세계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로마의 물 관리 기술이 이탈리아반도를 넘어 유럽 대륙과 그 주변 지역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 관리 기술과 경험이 널리 전해져 세계 물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08457.html#csidxe0f92aba52c656ab16a51975135a45d ? 

[우리가 잘 몰랐던 에너지 이야기] 기후위기에 응답하지 않는 나라 / 이헌석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국내에선 큰 반향이 없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는 ‘기후위기’ 문제다.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잡았다. 또한 이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5도까지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했다.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최대 1.2도 정도 올라간 상황에서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을 잡은 것이다. 1.2도 상승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날씨는 혼란에 빠졌다. 올해 서유럽은 전례 없는 폭염으로 프랑스 파리 최고 기온이 42.6도까지 올랐다. 알래스카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빙하가 녹아 홍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 기상이변 뉴스는 너무 많아 이를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를 기후 위기(crisis)나 붕괴(breakdown)로 바꾸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상황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언론이 주로 쓰는 기후변화라는 말은 수동적이고 너무 공손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파리 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모아봤더니 이 계획을 100% 달성해도 ‘2도 이내 억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적 강제조항조차 없는 이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생각할 때 위기 상황은 파국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를 제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달 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이제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회의다. 그간 정치인들의 사진촬영과 말잔치로 진행됐던 회의로는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탄소 중립화법에 서명했다. 탄소 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피치 못한 배출에 대해서는 탄소를 흡수하는 상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영국은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기준 80%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프랑스 역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내용을 담은 법을 제정했다. 노르웨이(2030년)나 핀란드(2035년)처럼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나라도 있고, 일본처럼 21세기 후반으로 느슨하게 목표를 잡은 나라도 있지만 주요국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우, 얼마 전 민주당 샌더스 후보가 무려 16조3천억달러 규모의 공적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100%로 늘리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를 하겠다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다양한 현안에 묻혀 기후문제가 정치 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너도나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맞춰져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탄소 배출 제로’란 단어는 언급조차 않고 있고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미덕’으로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경제와 산업에서 저탄소 전환 문제가 제기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후문제는 우리나라에선 ‘남의 나라’나 ‘북극에 사는 곰’ 이야기에 불과하다. 더 끔찍한 것은 에너지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은 없고 몇몇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끝도 없는 가짜뉴스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고 행동을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참석 계획조차 없다. 누군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은 뭘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할 말이 없다. ‘그건 다른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라는 정치인들의 솔직한(!) 대답도 종종 듣는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닌 걸까?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09368.html?

기상위기…온실가스 감축 서둘러야

기후위기 대전비상행동 기후위기시대 대응 촉구기후위기 대전비상행동 회원들이 19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직접 만든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나와 ‘전 세계가 생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1.5도의 한계, 이제 0.5도 남았습니다.” ‘기후위기 대전비상행동’은 19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 기후위기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대전지역 30개 시민·종교단체와 정당으로 꾸려졌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100년간 산업 문명은 무분별한 화석연료를 사용해 지구 온도를 1도 높였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지구의 평형은 회복될 수 없고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조건이 붕괴한다’고 말한다”며 “이제 0.5도 남았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남은 기간은 10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단체는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해 비상선언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제 목표를 수립할 것, 지방정부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 수립 및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시행, 지방정부는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구성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910161.html?

[김종철 칼럼] 툰베리의 결기

칠십, 팔십이 넘은 노인이라면 모를까, 아직 10대인 소녀가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옷도 새로운 것을 사 입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단호한 태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이 놀라운 집중력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소형 요트를 타고 2주 만에 뉴욕에 도착한 그레타 툰베리, 올해 16살인 이 스웨덴 소녀는 어느새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학교로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이후 그는 “우리의 집(지구)에 불이 났는데, 어른들은 왜 딴짓만 하고, 불을 끌 생각을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되풀이해왔다. 이 단순명료한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강력한 호소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말과 행동 사이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그의 모습에서 지금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 순수한 진정성을 느끼고, 그 절실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소녀가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신기할 것도, 별로 찬양할 만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서 요트 항행이지, 툰베리의 이번 여정은 화장실도, 샤워시설도 없는 것은 물론,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거의 바람의 힘에 의지하여 움직이는 조그마한 요트를 타고 광대한 해양을 가로지르는 항행이었다. 결코 쉽고 편안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굳이 그런 여행수단을 택한 것은 오늘날 환경파괴의 주범 중 하나, 즉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는 결심 때문이었다. 툰베리는 자신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오늘날 환경운동가들조차도 끊임없이 항공여행을 하고 거리낌 없이 (공장식 축산물인) 육류를 먹는 행동이라고 어느 집회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자신은 절대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이번의 대서양 횡단 항행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게다가 뉴욕에 도착한 직후 어떤 언론인과 나눈 대담에서 툰베리는 자신의 사적 생활에 관련해서 또 한번 경악할 만한 발언을 했다. 즉, 자기는 현재도 새로운 옷을 사 입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요컨대 지구를 이토록 망가뜨려온 소비주의문화에 자기만이라도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결의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칠십, 팔십이 넘은 노인이라면 모를까, 아직 10대인 소녀가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옷도 새로운 것을 사 입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단호한 태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이 놀라운 집중력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리들 대부분은 지금 환경을 걱정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늘 생각(혹은 말)과 행동이 따로 도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환경운동에 생애를 바치고 있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규모 환경단체들 중에는 회비나 일반시민들이 낸 후원금을 ‘굴려서’ 더 큰 돈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또 우리가 잘 아는 나라의 어떤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주요 연례행사 중에는 (한번 움직일 때마다 자동차 수백만대분의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내는) 크루즈선을 타고 연근해를 돌면서 몇날 며칠 동안 진행하는 선상 토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애초 목적에 충실한 운동인지, 조직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비즈니스 활동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현상이 환경운동권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말한다면, 자연환경이 끊임없이 훼손·오염되고 무수한 생물종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정신이라고 해서 온전한 상태로 있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미나마타병’이라는 비극적인 산업재해의 문명사적 의미를 생애 마지막까지 캐물었던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지금은 “인간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말세 중의 말세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목적을 위해 출발한 일이 도중에서 방향이 흐려지거나 변질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례인지도 모른다.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현상은 오늘날처럼 근본적으로 뒤틀린 세상에서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노출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환경운동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회운동 가운데서도 가장 큰 딜레마를 처음부터 내포하고 출발한 운동이다. 즉, 환경을 지키려는 운동을 하면 할수록 환경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역설적인 논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환경운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툰베리가 매우 이상하게 여기는 사태, 즉 고명한 과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이 밤낮없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캐나다의 원로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스즈키는 몇해 전부터 항공여행을 해야 하는 강연은 중지하고, 그 대신 영상을 이용한 강연을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착잡한 상황에서, 지금 서양에서는 무너지는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후위기에 둔감한 동료 시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 한 사람이라도 사라지면 지구가 그만큼 건강을 되찾을 확률이 높아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렇게 결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아직은 극소수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언론 보도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미미한 듯 보여도 이것은 매우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류사회는 파국적인 기후변화로 멸망하기 전에 인류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맑고 민감한 영혼들이 사라지거나 병들어버린 결과로 속절없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음을 그것은 암시해주기 때문이다.(실제로 최근 만난 한 젊은 농부도 그런 의미의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실하게 노력하다가 가면 되는 것이지, 세상을 살리겠다고 뭔가 비상한 행동을 해야겠다고 작심하는 것도 ‘교만심’의 발로일 수 있다고 말했으나, 그렇게 말하는 내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툰베리의 결기에 찬 말과 행동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툰베리는 오늘날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이 왜 이토록 어려운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봄 영국 하원에서 행한 연설 중에서 “대중의 지지를 잃을까봐 ‘더 많은 성장’을 끊임없이 약속하고 있는” 정치가들의 위선과 거짓을 날카롭게 비판한 대목에서 그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장기적인 비전도,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저열한 정치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구원의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을 이 영민한 소녀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0196.html?

[사설]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기후위기 대응

?지난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와 대통령의 기후행동 정상회담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1일 서울 대학로를 비롯해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시민사회가 20~27일을 ‘기후위기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엔 총회 기간인 23일 미국 뉴욕에서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소집한 이 회의는 세계기후회의 사상 처음으로 이름에 ‘행동’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다.전세계가 기후 문제로 전례 없는 동시 행동에 나서는 것은 국가와 시민사회 할 것 없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들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도드라진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18개 국가가 앞다퉈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내놨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법에 명문화하거나,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그동안 경고음은 쉼 없이 울려왔지만, 각국 정부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1.5도 보고서’가 큰 변곡점이 됐다. 과학자들이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의 1.5도 안쪽으로 유지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10년 이내에 45% 줄이고 2050년에는 0%를 달성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상황의 심각성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런 국제사회 흐름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말로는 ‘에너지 전환’을 한다면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외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4년 빼고는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7위였고, 올해는 6위가 될 거라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배출증가율은 2위다. 2020년까지 잡은 감축 목표는 폐기됐고, 2030년까지 목표는 아이피시시 권고의 18.5%에 그치고 있다.기후위기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더구나 현재의 위기는 사회적 약자들이, 가까운 미래의 재앙은 다음 세대가 오롯이 겪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안이한 대응은 다른 나라들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고 부르는 국제사회 비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엔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당국자들은 깊이 새기길 바란다.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10346.html?

‘내일은 늦으리’ 툰베리 호소에…전세계 젊은이들 릴레이 ‘기후 파업’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맞춰…전세계 139개국 이상 집회“무능한 어른들 대신 젊은이들 도덕적 선명성 보여줘” 평가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20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전세계 릴레이 ‘기후 파업’에 참석한 두 소녀가 ‘지구가 불타고 있어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이날 집회 시작 테이프를 끊은 호주에서는 최대 도시 시드니와 수도 캔버라는 물론 오지인 앨리스 스프링스 등 110개 도시에서 학생과 직장인이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고 거리로 나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행동에 나섰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정부를 향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호주 내 집회 주최 측은 이날 30만명이 집회에 참가해,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해수면 상승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남태평양 국가 솔로몬 제도에서는 어린이들이 시위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풀잎으로 짠 전통 치마에 나무 방패를 든 채 해안가에 도열해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또 타이에서 청년 200여명이 환경부 청사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펼친 것을 비롯해, 필리핀과 홍콩,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소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에서도 이날 900개의 관련 집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1년 내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려왔던 독일에선 남서부 프라이브루크시에서 1만7000명(경찰 추산)이 참가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전국 500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린다.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16살 소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전세계 학생 140만명의 동맹 파업을 이끌어낸 데 이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세계적 차원의 ‘기후 파업’을 이끌고 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누리집 갈무리   hongbyul@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10360.html?

[한겨레 프리즘] 우린 지속할 수 있나 / 박기용

?박기용 전국2팀 기자(환경 담당) 몰랐다. ‘최종 심급’, 아니 ‘끝판왕’이 기후일 줄은. “기후변화 주장은 거짓(hoax)”이라고 떠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의 선동이 솔직히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관련 자료나 책을 보면서 ‘온난화가 오히려 빙하기나 소빙하기를 막아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근질거리듯 떠올랐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차한다고 하니 지금이 간빙기면 다시 빙하기가 될 텐데 그걸 막으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미 전세계 가장 권위 있는 기후학자들이 모여(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작성한 과학적 합의(‘IPCC 1.5℃ 특별보고서’)가 있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는 게 결론이다. 한데 이미 1도가 올랐다.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0.5도가 더 오르게 되는 시기는 2040년, 앞으로 21년 뒤다. 특히 극지방이 문제다. 얼어 있을 땐 거울처럼 햇볕을 반사해 온도 상승을 막는 구실을 하는 빙하가, 녹고 나면 오히려 태양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그렇게 지구 스스로 기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후론 인류의 힘만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 뿐, 결국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였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명제만큼 앞날과 관련해 확실한 명제는 기후변화였다.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진다. 그것도 급격하게. 5억4천만년 전 고생대 이후 대부분의 기간은 지금보다 따뜻했다. 그러다 275만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출현했고, 90만년 전부터 빙하기 주기가 10만년 단위로 바뀌었다. 현생인류가 출현한 건 20만년 전이다. 빙하기였던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인류는 빙하기 말기인 2만년 전 아시아 대륙까지 진출했다. 바닷물이 온통 얼어 있어 육지가 모두 연결돼 있던 덕이다. 1만2천년 전부터 기온이 현재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7천년 전에야 비로소 해수면 상승이 멈췄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문명이 등장했다. 장구한 시계열에서 보면 문명의 등장은 오로지 기후 조건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기온이 최근 100년 동안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적이 없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시속 100㎞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시속 2천㎞ 이상으로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극한 기온도 점점 잦아진다.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열여덟번의 해 가운데 열일곱번이 2001년에서 2018년 사이에 몰려 있다. 가장 뜨거웠던 다섯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2018년, 2014년 순서다.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한여름 최고 기온 경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405ppm을 넘어섰다. 이 정도 농도는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300만~500만년 전에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더 높았다. 인류는 이런 조건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게 있다. 서로 교신이 가능한 고등 문명권이 우주에 몇이나 될지를 추정한 것인데,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자신이 쓴 책 <코스모스>에서 이 방정식을 적용해 “인류가 당장 몰락한다면 방정식이 얻는 값은 수백만에서 고작 10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가 지구라는 천혜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의 75억명에서 2050년께 90억~100억명으로 불어난다. 올해 태어날 내 아이는 2040년에 22살, 2050년에 32살이 된다. 아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질 않는다. xen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0444.html?

“기후 위기는 정치·경제 위기”…유엔서 메아리친 ‘청년 함성’

젊은 기후활동가·기업인 500여명“다음세대보다 수익이 더 중요한가”화석연료 소극적 대응에 정면 비판20일 4백여만명 ‘기후파업’ 시위오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주목?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정면 가운데)이 전세계 500여명의 젊은 기후활동가와 기업가를 초청해 마련한 ‘청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6·오른쪽 둘째)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 20일 뉴욕·파리·베를린·서울 등 전세계에 걸쳐 ‘기후 파업’을 주도한 청소년 수백명이 이튿날 유엔에 모여 “기후와 생태계 위기는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적 위기”라며 긴급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23일에는 지구촌 각국 정상들이 모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연다.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120여개국 젊은이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식 ‘청년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500여명의 젊은 기후활동가와 기업가를 초청해 처음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19)는 “기후와 생태계 위기는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문화적 위기”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전날 세계에 걸쳐 일어난 기후 파업에서 아르헨티나 파업을 주도한 청년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마치 ‘유엔 기조연설 청중’인 양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만들어낸 문제를 우리 세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우리는 소극적으로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리더가 돼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91개국 정상과 45명의 정부 수반 및 40명의 각국 장관에게 “청년의 분출하는 행동·분노·공포를 결코 무시하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번 기후 파업을 주도한 그레타 툰베리(16·스웨덴)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연대했고,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번 기후 시위·파업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툰베리는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지난 8월말 뉴욕항에 도착한 바 있다. 툰베리는 23일 유엔 공식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유엔본부 복도는 자국의 전통 의상,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젊은 활동가들로 넘쳐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패널로 참석한 대기업을 향해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캐슬린 마(23)는 마이크로소프트(MS) 쪽 참석자를 향해 최근 석유·석탄 화석연료기업과 사업계약을 한 사실을 문제삼으며 “우리 젊은 후세대보다 수익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남태평양 피지에서 온 코말 카리슈마 쿠마르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책임을 지지 않으면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외쳤다. 청년들과 회의를 한 뒤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운동을 시작한 여러분의 진취성과 용기로 변화의 모멘텀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와의) 달리기에서 아직도 뒤처져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보다 빠르다”고 걱정했다. 20일에는 기후변화 긴급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청년 기후파업’이 남반구 끝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반구 끝인 아이슬란드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벌어졌다. 하루 수업을 거부하고 기후변화 행동 최전선에 나선 청년 400여만명이 뉴욕·파리·베를린·서울 등 160여개국의 수천개 도심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지구 온난화 관련 사상 최대규모 집회로, 파리에서만 1만5천명이 기후변화 저항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회견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절박성을 놓고 세계가 시끄럽게 떠들도록 만드는 일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에 앞서 스베냐 슐체 독일 환경장관은 21일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 축은 석탄 추방이다. 석탄발전소 건설·금융지원 금지 등을 약속한 ‘탈석탄동맹’(영국·캐나다 등 30여개 국가 및 주정부 참여)에 독일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104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