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고장난 계층상승의 엘리베이터’ 고치려면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 강화
양적성장 대신 삶의 질에 초점
빈곤 넘어 환경,도시문제 등 포괄
“나라별 특성 맞게 불평등 맞서야”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해(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회적) 보험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가 정신에 바탕을 둔 성장은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5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 혁신이 별개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서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일부 언론과 학계의 비판은 마치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처럼 전개됐다. 그는 “혁신을 촉발하는 기업가의 위험감수 행동은 발생 가능한 위험에 광범위한 안전망이 있을 때 고무된다. (다른 한편) 우리의 여러 연구는 기업의 혁신이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와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오후에 ‘가난, 불평등 그리고 아시아의 고장 난 엘리베이터 고치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지난 7월 아시아개발은행 이사회가 승인한 새로운 개발 비전인 ‘전략 2030’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한국에서 포용성장이 필요한 이유와 전략을 소개할 참이다. 그는 2016년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기관의 연구와 역내 협력을 책임지고 대변인 역할을 하는 수석이코노미스트에 임명됐다.

 
양적 성장을 중시하고 ‘낙수효과’에 기대는 종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포용성장은 소득, 건강, 일자리, 교육 등의 불평등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발전 전략을 말한다,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빈곤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부각되면서 인도 등 주요국의 핵심 정책 비전으로 채택됐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도 올가을 그 개념을 확장해 ‘혁신적 포용국가’란 새로운 사회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발전이 지속되기 위해 포용성장은 필수불가결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먼저, 불평등하면 경제성장이 가난을 몰아내는 효과가 반감한다. 1990~2013년 아시아 국가들의 불평등이 심화하지 않았다면 9500만명이 추가로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불평등은 성장 자체도 저해한다. 1985년 이후 심화한 불평등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9개국의 1990~2010년 누적성장률이 4.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극심한 불평등은 인적 자원의 활용도를 낮추고, 중산층을 쪼그라들게 해 내수를 위축시키며, 정부와 정치권이 장기적으로 효율과 성장에 해로운 포퓰리즘 정책을 선호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세계화, 기술 발전,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등으로 1990년대 이후 불평등이 세계 곳곳에서 심각해지자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은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왔다. 지난해 역내에서 322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펼친 아시아개발은행은 지난 5월 ‘포용적 발전을 위한 사람과 경제의 연결’을 주제로 열린 필리핀 마닐라 연차총회에서 ‘번영되고, 포용적이며, 강인하고 지속가능한’ 아시아를 목표로 한 ‘전략 2030’을 논의한 뒤 이어진 이사회에서 채택했다.

 
―‘전략 2030’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절대빈곤의 극복을 넘어 불평등, 환경, 도시화 등 지역이 현재 요구하는 더 포괄적인 목표를 제시하려고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전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집중해야 할 10개의 우선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가난과 불평등에 맞선다 △양성 평등을 촉진한다 △기후변화 대응 수위를 높인다 △살 만한 도시를 만든다 △농촌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먹거리 안전을 높인다 등이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우리 기관이 동원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전문성과 지식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사와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를 멈추게 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게 불평등의 해법은 아니며,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단일한 불평등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과 기술 훈련에 대한 투자, 좀 더 포용적인 금융, 독점 지대 해소 등 나라별 특성에 맞춰 불평등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와다 야스유키 약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수석대변인

 
-일본 도쿄대 교수(경제학)

 
-세계은행 등 연구원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