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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시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두개의 열쇳말
관리자 . 2019.10.10

[더 나은 사회]

‘2019 지속가능발전대회’ 거제에서 열려
정부, 지난해 12월 ‘K-SDGs’ 수립
“중앙은 제도적·재정적 지원에 힘쓰고
지방은 시민 참여 이끌어 실천 힘써야”
25~27일 사흘간 경상남도 거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를 상징하는 천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5~27일 사흘간 경상남도 거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를 상징하는 천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석문국가산업단지와 아산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 충청남도 당진시.

 

수도권에서 채 100㎞ 떨어지지 않은 입지요건 덕에 제철소와 각종 공장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산업도시로 발돋움했다. 2012년엔 행정구역상 군에서 시로 승격됐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의 뒤편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산업구조가 철강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된데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오염 문제도 심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5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당진의 연간 배출량은 13만1752톤으로 충남 전체 배출량의 약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오늘의 성장에만 매달리다 다가올 내일을 맞이할 준비에 소홀했던 건 경상남도 거제시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도 비켜갈 만큼 경제적 풍요를 자랑했다는 이곳은 2014년 무렵 시작된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주축 기업들이 휘청이자 사람들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도시를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지역경제의 뼈대 다시 세우기

뼈아픈 반성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낳았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새로운 주춧돌 위에 지역경제의 뼈대를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당장의 성장과 성과만 좇아서는 나와 우리를 넘어 미래세대와 환경, 지역공동체 모두를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들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현장에서 커지는 중이다. 경제와 사회, 환경의 세 가치를 통합한 지속가능발전이야말로 새로운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실제로 당진시는 2017년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유엔이 제시한 17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역 특성에 맞는 당진시만의 17개 목표로 손질했다. 이 가운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 정의 실현’이 특히 눈에 띈다. 과거 석탄화력발전에 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하던 태양광 발전은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수립 이후 탄력을 받는 중이다.

지속가능발전대회에 맞춰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장승포항 수변공원 주변을 뛰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대회에 맞춰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장승포항 수변공원 주변을 뛰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한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닌 편이다. 사람들에게 지속가능발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기도 훨씬 전인 1999년, 각 지방정부들 사이엔 지속가능발전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가 ‘지방의제21 전국대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앞서 1992년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 채택된 ‘리우 선언’의 이행 지침인 ‘의제21’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특히 의제21에서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각 지방정부는 자발적으로 관련 조직을 꾸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지속가능발전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25~27일 사흘간 경남 거제시 장승포구 일대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가 주인공이다. 올해로 스물한번째 열리는 행사다. 환경부와 경상남도, 거제시가 공동주최하고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내 지속가능발전을 앞장서 이끌어온 지역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지역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공동과제를 논의하는 마당이었다.

 

“지속가능발전법 개정 올해 완료할 것”

올해 행사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원들과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등 활동가 수백명이 참가했다. 자연스레 행사 현장엔 생동감이 넘쳤다. 거제시민들과 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대회에 나온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오염의 위험성에 새로이 눈떴다. 한 중학생은 “우리는 ‘초록색’ 하면 자연보다 검색창이 먼저 생각나는 세대”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보호 인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외쳐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 행사가 관심을 모은 건,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한 뒤 처음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정책형성 과정에 이제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제도화하는 ‘지속가능발전법’ 개정이 올해 안에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 성패를 좌우할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정현 대전시 대덕구청장(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은 “정치인이 바뀌어도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서울시 도봉구청장(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 회장)도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정권 기조가 흔들릴 때마다 흔들림 없이 실천해온 주체는 민간이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접근을 통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발전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과 시민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제시내를 걸으며 행진하는 모습.
지속가능발전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과 시민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제시내를 걸으며 행진하는 모습.

‘수립 계획 없다’는 응답도 34.2%

 

이처럼 지역 현장 곳곳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열기가 달아오르고는 있으나,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우고 이행에 나서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지역에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목표 수립과 선언에만 그칠 뿐 정작 실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 2월26일부터 3월8일까지 전국 지자체 243곳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속가능발전 인식 진단’ 설문조사를 보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한 지역’은 16.5%, ‘수립 계획이 있거나 준비 중인 지역’은 35.4%였고, ‘수립 계획이 없는 지역’도 34.2%나 됐다. 지역 간 편차가 큰 셈이다. 이어 추진 여건을 묻는 말에도 ‘추진 의지는 있으나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50.6%나 돼,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이 밖에 지속가능발전 추진을 위해 ‘재정적 지원’ ‘가이드라인 제공’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각각 31.7%, 25%, 22.2%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부도 지속가능발전의 확산을 위해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데 우선 힘쓸 계획이다. 맹학균 환경부 지속가능전략담당관은 행사 2일차에 열린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체계 구축 지원사업 결과 보고회’에서 “국가 단위에서 지속가능발전 실천이 잘되기 위해선 지역에서의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고유한 특성 살린 ‘지역화’도 과제

확산과 지원을 넘어 ‘지역화’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핵심은 ‘우리 지역에 걸맞은, 우리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성격을 목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실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엄철용 충남 당진시 지속가능정책팀장은 “많은 지역이 유사한 목표와 지표를 가지고 있어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을 잘 아는 시민이 좀 더 고민하고 계획적인 추진을 위해 전문가가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지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발전. ‘조금은 돌아가는 길,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한 길’일 수도 있으나, 그 길에 동참하려는 발걸음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지는 중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지속가능발전대회의 구호처럼, 국내 200여개 지방정부가 저마다 지속가능발전에 힘쓴다면 우리 사회도 200여개 색깔을 지닌 얼굴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거제/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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