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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혁신의 보조 아닌 ‘가치 창조자’로 역할을
관리자 . 2020.11.30
기조강연  마리아나 마추카토
공공의 역할과 혁신에 관한 통찰
공공자원·기술 수혜 입은 기업들
과도한 이익 챙기고 세금은 회피
‘가치 창조’ 가면 쓰고 ‘가치 착취’
혁신 성과도 공유 가능한 정책을

마리아나 마추카토
마리아나 마추카토
“야만적인 금광업계 거물들은 금을 탐사하지도 않았고 금을 캐지도 않았고 금을 가공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희한한 연금술인지 금은 전부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올해 7월 국내에 번역 출판된 <가치의 모든 것>의 ‘들어가는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1930년대 미국 광산업계의 노조 운동을 주도했던 빅 빌 헤이우드가 1929년에 한 말이다. 그의 의문은 이런 것이다. ‘신체와 정신의 노동을 쏟아 붓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적게 버는데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 시장에서 금을 사고파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버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가치’와 ‘혁신’이라는 개념에 천착해온 경제학자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교수이자, ‘혁신 및 공공목적 연구소’(IIPP)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아시아미래포럼 첫 날인 12월2일 온라인 화상으로 이뤄지는 기조강연의 주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치 창조자로서의 공공의 역할과 혁신에 관한 통찰’이다. 마추카토는 2018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하는 레온티예프상을 수상하고,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뉴 리퍼블릭>이 선정한 혁신 분야 3대 사상가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마추카토는 <가치의 모든 것>에서 ‘가치 창조’와 ‘가치 착취’의 메커니즘을 파헤친다. ‘가치 창조’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의미하며, ‘가치 착취’는 자원을 이전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높은 이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빅 빌 헤이우드가 말한 ‘희한한 연금술’은 다름 아닌 ‘가치 착취’였던 셈이다. 그는 오늘날 경제학에서 ‘가격’이 ‘가치’로 오용되면서 ‘가치 착취’가 ‘가치 창조’의 가면을 쓰고 부를 착취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붙는 모든 활동은 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으로 여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대(노력으로 획득하지 않은 불로소득)와 이윤(노력으로 획득한 소득)의 구분이 희미해졌고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본다.

 

마추카토와 국제슘페터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근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가치의 원천에 대한 마추카토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핵심적 어젠다라 할 수 있는, ‘가치를 누가 창출하고, 누가 훔쳐가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추카토는 그동안 공공 영역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왔다고 본다. 많은 혁신이 공공 영역의 수혜를 입고 이루어졌는데도 말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단적인 예다. 아이폰이 활용하는 인터넷과 시리 기술은 미 국방부, 지피에스 기술은 해군, 터치스크린 기술은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으로 개발됐다. 공공의 지원 덕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거의 대부분의 이익은 애플에 돌아간다. 심지어 애플은 세금을 덜 내려고 해외의 조세피난처로 수익을 빼돌리기도 한다. 정보기술 기업의 ‘가치 착취’ 사례 중 하나다. 가치 착취는 금융과 제약 분야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마추카토는 혁신을 “다양한 유형의 공공기관이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집합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혁신 과정에서 나오는 보상도 폭넓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공공 영역이 기업을 보조하는 수동적인 역할이 아니라 ‘가치 창조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공재를 단순한 ‘교정’(외부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치는 것)의 영역으로만 한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려면 ‘정책’을 사회에 더 폭넓게 이득을 가져올 공공 가치의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구성’하고 ‘만들어 가는’ 것으로 보는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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