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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경영 관점서 바라보면, ‘그린워싱’ 함정에 빠져”
관리자 . 2021.10.26
<2021 아시아미래포럼>
세션 4
사람 중심 ESG, HESG는 가능한가

파타고니아 임원 빈센트 스탠리
“사회적 가치 기업문화에 확립때
이윤을 위협하는 상황 극복해야
직원들 한명한명 동의가 필수적”

지금 통용되는 지표 투자자 관점
사람·노동 입각한 인권경영 필요
기업 홍보 수단으로만 사용 안돼
사회·경제적 목적 일치점 찾아야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행사로 열린 ‘사람중심 이에스지(ESG), 에이치이에스지(HESG)는 가능한가’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 행사로 열린 ‘사람중심 이에스지(ESG), 에이치이에스지(HESG)는 가능한가’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인 21일 ‘사람 중심 이에스지(ESG), 에이치이에스지(HESG)는 가능한가’ 세션은 기업과 금융이 주도하는 이에스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 중심의 ‘진짜 이에스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에이치이에스지’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과 함께 연구한 새로운 이에스지 개념으로 ‘에이치’(H)는 인간을 뜻하는 휴먼(Human)과 전체론적 방법론을 의미하는 홀리스틱(Holistic)에서 따왔다. 기업 활동이 사람과 환경, 사회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이뤄져야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별강연에 나선 친환경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빈센트 스탠리 철학담당 임원은 이에스지의 핵심 가치인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확립되려면 직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동료들의 확고한 지지가 없으면 사회적 가치가 기업 이윤을 위협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가 유기농 목화를 원료로 선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규모 농장식 목화 재배에 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영진은 농부들이 소규모로 재배하는 유기농 목화로 원료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적공장을 비롯한 생산라인을 새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단 한명의 고객도 우리에게 유기농 목화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왜?”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경영진은 직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목화농장에 데려갔다. “버스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화학물질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손으로 흙을 파보면 그 안에 생명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농장 견학이 끝난 뒤 직원들을 유기농 목화밭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새들과 벌레가 있었고, 자연의 냄새가 났다. 직원들은 ‘유기농 목화 사용이 골치 아프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회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탠리는 “직원과 고객, 공급업체로 이뤄진 공동체의 지지를 확보한다면 기업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이후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를 사명으로 삼았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창업한 지 10여년이 지난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단체들에 기부하고 있다. 스탠리는 “우리의 활동이 오염을 발생시키고 환경을 해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지구세’(earth tax)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파타고니아는 에이치이에스지의 좋은 모델을 제시한다. 파타고니아는 ‘자원 추출적’ 기업이 이해관계자의 견고한 지지를 통해 ‘자원 순환적’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 중심의 토론 참가자들은 이에스지를 투자와 경영의 관점에서 협소하게 바라볼 경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의 유혹과 함정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로 나선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실장은 이에스지가 시민사회의 꾸준한 활동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1980년대 글로벌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가이드라인이 이에스지의 토대가 됐다. 민창욱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이에스지는 윤리, 가치보다 리스크 관점으로 이에스지를 이해한다. 이런 관점은 비재무적 가치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사람의 관점에 입각한 인권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이은선 경상국립대 교수는 “지금 통용되고 있는 이에스지 평가지표는 투자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주주자본주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이에스지는 유엔이 2015년에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개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일부 기업들은 이에스지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뒤로는 산재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압박한다”며 “시민사회의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에스지는 노동자에게 산업 전환의 문제로 다가온다. 희생과 파괴가 없는 정의로운 산업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환 과정에 노동의 대등한 참여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선주 케이티(KT) 이에스지경영추진실장과 천성현 포스코 기업시민실장은 “사람 중심의 이에스지는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든다”며 “시민사회와 노동계에 기업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은 “기업 존재 이유를 성찰하면서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는 것, 즉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게 이에스지에 필요한 혁신의 지점이자 이에스지 경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61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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