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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최악 상황에 맞닥뜨려야 최선의 길을 찾는다
관리자 . 2019.10.10

[조천호의 파란하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24번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되려 63% 증가

성장이 행복을 준다는 우상 깨고

세계 의기투합할 ‘새 허구’ 필요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제24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회의(COP24)가 열리는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기후가 아닌 체제 변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머스?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제24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회의(COP24)가 열리는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기후가 아닌 체제 변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머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90년 리우 정상회담 이후 2018년까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를 24번 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1990년 이후 배출을 전혀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따라 증가하여 2017년까지 무려 63%나 늘어났다. 기후재앙이 확실한데도 그 대응은 거의 자포자기한 상황이다. 물론 언젠가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이다. 기후가 위험수위를 넘으면 강제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주는 역량을 지녔다고 여겨왔다. 지구는 잘 살겠다는 욕망을 실현해 주기 위한 착취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유한한 지구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감당하지 못한다. 우리는 ‘큰 지구의 작은 세계’에서 ‘작은 지구의 큰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지구 안정성은 흔들린다. 소득은 늘었지만,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어려서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나이가 들어서는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웃을 이기지 못하면 불행해진다는 불안이 우리 삶을 치열하게 만든다. 우리 삶의 원동력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삶과 공동체는 피폐해지며 자연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에너지와 자원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환경을 파괴하고 생물을 멸종시키고 이웃과 단절되면서도 현실적으로 중단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최악의 상황이다.

 

로마클럽 50주년 기념으로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에서 46번째 보고서인 ‘지구 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달성’을 2018년에 발간하였다. 안전한 지구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으로 취해야 할 핵심적인 정책 5가지를 제시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해서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침체하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우상을 부숴버려야 한다. 세계 최대 부자 100명이 가진 부가 하위 절반인 35억명이 가진 것보다 더 많다. 세계 상위 20% 사람이 전체 자원의 80%를 사용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정치가와 언론은 잘 살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과잉 생산 중이어서 온실가스, 오염가스와 쓰레기로 지구가 절딴날 지경인데도 말이다.

 

지속해서 성장해야만 하는 상태는 지속해서 팽창하는 풍선과 같은 행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행성은 언젠가는 풍선처럼 터져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현재 76억 명 인구가 사용하는 자원, 에너지, 식량을 위해 필요한 면적이 2018년 기준으로 지구 1.7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가 은행가라면 이자로 사는 게 아니라 원금을 까먹으며 사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곧 파산이다.

 

성장이 빠를수록 파국의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도 그만큼 빠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그만큼 크고 위험하다. 이처럼 성장 그 자체가 성장을 끝낼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그의 책 <위험 사회>에서 언급한, 심각한 재난과 같은 파국 상황에서 도리어 길을 찾는다는 뜻의 ‘해방적 파국’이 일어날 여건이 마련된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최선의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안다고 바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허구’를 발명했기 때문에 위대해졌다고 했다. 허구를 믿지 않았다면 국가도 화폐도 법도 없을 것이라 했다. 화폐는 종이이고 법은 글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그 허구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순간 그 허구는 엄청난 힘으로 작용한다. 허구의 힘은 믿음을 만들어 내는 능력, 다시 말해 사람들이 합의하고 협조하게 만드는 능력을 뜻한다. 원자탄을 제조하는 것은 물리 지식만으로는 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조직화된 노동이 필요하다. 대규모 협업은 공동의 허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에서만 가능하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야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허구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모두가 그저 불행하지 않기 위해 꽉 쥐고 있는 삶을 놓아버리고 행복을 향한 새로운 삶으로 갈아탈 수 있는 다른 허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새로운 허구를 믿는 순간 그 허구보다 더욱더 멋진 진짜 세상을 실현할 수 있다.

지구는 인간의 욕망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좌우된다고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안정한 상태에 머물도록 지구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제 지구 환경은 경제 성장을 위하여 자원과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부차적인’ 위치가 아니라 그 위험을 넘어서면 안 되는 ‘최우선적인’ 위치에 놓여야 한다. 이 상태에만 경제도 사회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다룬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으로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이 아니라 사회기반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 기반은 안정적인 기후와 풍요로운 생태계에서 살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권리, 그리고 좋은 삶을 보장해주는 공평성, 가치, 복원력, 교육, 건강 등의 수준으로 구성된다. 소비와 물질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공감, 공유, 연대하는 가치를 키워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자연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위험을 넘지 않는 지구 환경과 부족함이 없는 사회 기반 위에서만 인류는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믿어야 한다. 우리가 한계에 맞닥뜨릴 때, 더 창조적이고, 더 과감하고, 더 멋진 세계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04682.html#csidx42337fdcad8d29380750462413d00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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