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의 젠더

반다나 시바 세계화국제포럼 상임이사

약탈적 자본이 가져온 폐해
코로나 틈타 생물 다양성 위협
여성에게 피해 집중 ‘젠더위기’
지구 민주주의 확장해야 할 때
코로나19로 회사와 학교의 문이 닫혔고, 여성들은 고용 불안과 돌봄을 오롯이 떠안게 되었다. 사진은 지난 5월18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조합이 주관한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행사 모습. 서울여성노동자회 제공
코로나19로 회사와 학교의 문이 닫혔고, 여성들은 고용 불안과 돌봄을 오롯이 떠안게 되었다. 사진은 지난 5월18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조합이 주관한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행사 모습. 서울여성노동자회 제공

반다나 시바 ‘세계화국제포럼’ 상임이사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환경과 여성의 해방을 위해 오래도록 목소리를 높여 온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활동가이다. 그는 12월2일 아시아미래포럼 첫 날 기조강연 세션에서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의 젠더’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어쩌면 지금 인류에게 닥친 팬데믹 상황은 그가 가장 걱정하고 지적하던 약탈적 자본주의와 남성 중심의 사회가 초래한 결과일지 모른다. 지난 10월 말 전자우편을 통해 팬데믹과 환경, 여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팬데믹은 인간 또한 ‘위험에 빠진 종(種)’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그만큼 글로벌 자본의 난개발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본주의에 대한 경각과 반성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반다나 시바는 ’다른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오히려 거대 자본가들은 “생태위기를 해결한다는 미명 하에”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확산시키고 하나의 작물이나 품종만을 기르는 단일 농업체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농부 없는 농장”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과 특허종자가 만들어지는 이러한 상황을 식량 독재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젠더 위기로 불릴 만큼 여성의 부담과 고통을 증가시켰다. 가사와 돌봄 노동의 급증, 가정폭력 증가, 보건 종사자 여성들의 감염 위험 노출, 취약한 일자리에 집중된 저소득층 여성의 해고와 강제 휴직 등의 사례가 전 세계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여성들은 재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며, 전통적 성 역할이나 성 불평등을 감내하는 혹은 감내하라는 사회적 압박까지 받는다. 반다나 시바는 “여성은 재앙의 희생자이지만 동시에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코로나 위기의 심각성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성 불평등을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증가시킨다. 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을 막지 않으면, 사회와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다나 시바는 인도 여성들이 해 왔던 생태 중심의 자립 농업이 코로나 위기 시 빛을 발하고 있는 사례를 들려줬다. 반다나 시바가 1991년에 세운 농민 조직인 ‘나브다냐’(9개의 씨앗이란 의미)의 여성 회원들은 땅을 회복하고 종자를 보존하는 토착적 농사를 통해 생물 다양성을 보장하는 순환경제모델을 구축해왔다. 인터뷰 중이던 지난 10월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인도의 봉쇄 수준이 꽤 높았지만, 나브다냐 회원들은 원격 시장의 공급망이 무너져도, 지역순환경제를 통해 경제적 · 생태적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에코페미니즘과 식량주권을 다루는 세계적 사상가이자 활동가인 반다나 시바. 반다나 시바 제공
에코페미니즘과 식량주권을 다루는 세계적 사상가이자 활동가인 반다나 시바. 반다나 시바 제공

 

생태주의적 관점과 젠더 정의를 결합한 포스트-코로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반다나 시바는 무엇보다 “인간을 다른 종보다 우월하게 취급하는 인간 중심주의의 위계, 자연과 여성의 착취에 기초한 가부장적 자본주의 위계”를 타파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해 국가와 거대 자본가들이 유엔 기후와 생물 다양성에 관한 협약을 붕괴시키고, 교묘하게 언택트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약탈과 침략을 강화해가는 상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간디의 말을 인용해 “바닥을 부수면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살 수 없다. 전 세계가 다양성, 자기 결정권, 주권, 자유와 평등이라는 거대한 순환체제를 포용할 때까지 지속해서 지구 민주주의를 확장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세션에서 반다나 시바는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김양희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소장과 백영경 제주대 교수(사회학)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김 소장은 팬데믹 위기에서 여성과 환경에 대한 글로벌과 지역 단위의 운동과 활동을 비교하며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백 교수는 탈 자본주의, 탈 성장주의 관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사회 기획에 관해 토론할 예정이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 hmkim2@yonsei.ac.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14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