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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양극화, ‘나에서 우리’ 공동체 복원으로 넘어서야
관리자 . 2022.11.08
[기사 원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66234.html]
 
[2022 아시아미래포럼]
로버트 퍼트넘 기조강연: 사회적 자본, 어떻게 회복할까
2018년 서울시 교육청 초청 포럼에서 강연하는 로버트 퍼트넘 교수 <연합뉴스> 제공
2018년 서울시 교육청 초청 포럼에서 강연하는 로버트 퍼트넘 교수 <연합뉴스> 제공

사회경제적 불평등 , 정치적 양극화 , 고립과 혐오는 우리시대 잿빛 자화상이다 .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정착되었지만 사회적 유대와 신뢰 , 상호관용 등 규범은 취약하다 . 제 13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을 맡은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사회적 자본 개념을 통해 현대 미국사회의 위기를 분석한 세계적 석학이다 .    

   

오늘날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의 명저 <나홀로 볼링 >은 ‘사회적 커뮤니티의 붕괴와 소생 ’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사회의 상승과 하락을 공동체로 상징되는 사회적 자본을 통해 파헤친다 . 볼링은 함께 치는 스포츠인데 이제는 홀로 볼링을 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꼬집는 제목이다 .    

   

개인간 연대·신뢰가 사회적 자본
삶의 질 낮은 원인 ‘공동체 약화’    

   

퍼트넘 교수가 보기에 1960년대는 미국에서 지역사회의 일상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체성 , 호혜성의 공감대가 매우 높았던 시기로 계층간 이동성도 활발했다 . 1970년대 이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평균수명 , 교육수준 등 사회경제적 지표는 상승했다 .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주관적 만족도는 하락하고 청소년 자살률은 상승하는 등 도처에서 부정적 지표들이 터져나왔다 . 퍼트넘 교수는 그 원인을 공동체의 약화 , 헐거워진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의 하락에서 찾았다 .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 , 여기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네트워크 ,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의미한다 .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공동체에서 신뢰에 기반한 협력은 더 활발하고 상호이익도 극대화된다 . 퍼트넘 교수는 “사회적 자본은 시민의 사회적 참여를 북돋우는 요소일 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 ”이라고 말한다 .   

   

사회적 자본은 결속형과 연계형으로 구분된다 . 결속형은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내부지향적 , 폐쇄적인 유형이며 연계형은 공적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것과 같이 외부지향적 , 포용적인 유형이다 . 퍼트넘 교수는 “결속형이 강력접착제라면 연계형은 공동체를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윤활유로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 ”고 말한다.   

   

사회적 자본 줄면 양극화 커져
정치적 안정성 해칠 우려도
19세기 미국 진보주의자 등장
평등·공감대 주창에 사회 반등    

   

퍼트넘 교수에게 사회적 자본은 불평등 , 양극화 심화 등 사회경제적 위기를 풀어갈 해법이기도 하다. 그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경제적 불평등 , 사회적 고립 , 정치적 양극화와 문화 사이를 연결하는 인과관계 사슬은 매우 복잡하다 . 하지만 사회경제적 지표가 상승세를 보였던 19세기 말에는 ‘나 ’에서 ‘우리 ’로 ‘연대의 문화 ’가 먼저 형성되고 , 그것이 정치적 협력과 사회적 자본의 증가로 이어졌다 . 이어서 경제적 평등도 향상되었다 ”고 말했다 . 반면 하락세를 보인 1960년대에는 정반대였는데 “‘우리 ’에서 ‘나 ’로의 문화적 변화가 선행했고 이것이 사회적 자본의 감소 , 정치적 양극화 심화 ,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증가로 이어졌다 ”고 짚었다 . 이 점에서 퍼트넘 교수의 사회자본론은 사회 구조 보다는 시민적 습속을 중시하는 ‘문화론적 ’ 전통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    

   

퍼트넘 교수의 공동체와 사회적 자본 개념은 양극화 ,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맞서 사회개혁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기에 시대를 거슬러 소환된다 . 2015년 출간된 저서 <우리 아이들 >은 계급적 격차가 어떻게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는지를 풍부한 사례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살핀다 . 퍼트넘 교수는 “1960년대까지는 우리 아이들이라는 인식속에서 이웃들이 함께 아이들을 돌보았으나 양극화로 인해 공동체가 파편화되고 해체되었다 ”고 말한다 . 문제는 사회가 양극화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 1950~60년대에 소득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작용했던 사회적 네트워크와 사회적 자본은 이제 부자 아이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 . 학력차이는 유아기부터 이미 굳어지며 , 학교는 사회적 자본의 차이가 드러나는 장소가 된다 . 벌어지는 교육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 퍼트넘 교수가 제안하는 해법은 어린 시절부터 공평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가난한 아이들이 당면하는 냉혹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미래는 우리 사회의 번영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심지어 우리의 정치적 안정성마저 훼손할 수 있기 ” 때문이다 .    

   

최근작 <업스윙 >은 퍼트넘의 역사적 낙관주의가 집대성된 저작이다 . 12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 진보주의를 일구었던 흔적들을 더듬고 지금의 추세를 반전시킬 희망을 탐색한다 . 19세기 말부터 2020년까지 긴 호흡으로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1960년대를 정점으로 모든 지표들이 하락하는 뒤집힌 U자형이다 . 19세기 말에는 지금보다 더 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 비관적 사회 분위기가 만연했으나 결국 상승세가 나타났다 . “평등 , 상호간 의무 , 공유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진보주의자들의 등장 ”이 주요한 이유다 . 퍼트넘 교수는 “미국의 125년 역사는 ‘나에서 우리로 , 다시 우리에서 나로 ’ 변화해온 역사 ”라고 말한다 . 어둠의 시대는 가고 영광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들 , 특히 젊은이들의 시민 참여는 희망적이다 .” 미국 대통령 4명을 자문한 석학이자 , 사회개혁가의 통찰이다 .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로버트 퍼트넘
· 1941년생
·  미국 정치학회 회장 , 2006년 정치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쉬태상 > 수상
·  2013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내셔널 휴머니스트 메달 받음
·  영국 <선데이타임즈 >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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