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유통과정 직접 관리
2000년대 매년 40%씩 성장
올해 매출 2조원 돌파 전망
3만여평 2기 물류기지 추진

베이징이 중국의 ‘정치 수도’라면 인구 2400만에 육박하는 상하이는 ‘경제 수도’라고 할 수 있다. 광둥 지방과 함께 지난 30년 중국 개혁개방 경제의 성장을 이끈 중국 동부 연안의 상하이와 주변 지역은 현재 가공무역 기지에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상하이와 인근의 ‘명품소비도시’ 항저우와 같은 선진 도시들은 중국의 패션과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고 지방에 전파하는 유행의 중심 구실을 한다. 이 곳에서 대표적 소비재인 의류와 화장품 시장의 현재와 성공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 뿌리내린 한국 기업들의 경영 실태와 전략을 짚어봤다. 더불어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영화관 시장을 통해 서비스업의 현실을 살펴본다. 지난달 17일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의 쉬자후이 상업지구 강후이플라자에 입점해 있는 이랜드그룹의 의류브랜드인 ‘티니위니’ 매장은 3층 여성복 구역의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쉬자후이 지구는 지하철역 3개가 모인 교통 요지로 주변에 강후이를 비롯한 최고급 쇼핑몰 2곳과 백화점 3곳이 밀집한 핵심 상권이다. 이랜드 중국법인인 ‘이랜드차이나’의 김성수 과장은 “랜드마크 쇼핑몰에 매장을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곳 티니위니 매장은 면적이 2512㎡에 달한다”며 “그만큼 이랜드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 의류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의류 제품 판매액은 4600억위안(약 82조원)으로 2010년 3980억위안(약 71조원)보다 15% 넘게 성장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 의류시장 규모가 2015년까지 8000억위안(약 143조원)에 달해 세계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리라고 전망했다. 이랜드는 중국 내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 의류기업으로 손꼽힌다. 1996년 중국에 이랜드 브랜드를 처음 선보일 때만 하더라도 2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0년대 들어 매년 40% 성장을 기록하며 2010년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 올해 전체적으로는 매출 2조원 고지 달성을 앞두고 있다. 이랜드의 성공 요인은 ‘고급화 포지셔닝(시장에서 브랜드의 위치를 명확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신을 ‘티니위니 팬’이라고 소개한 여성 고객 리춘(25·대학생)은 “편안한 캐주얼을 좋아하지만, 주말에 친구들을 만날 때는 특별해 보이는 옷이 필요하다”며 “티니위니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티니위니가 곰돌이 캐릭터의 귀여운 브랜드로 포지셔닝돼 있는 것과 다르다. 마찬가지로 국내에 비교적 오래되거나 중저가로 인식되고 있는 ‘이랜드’, ‘스코필드’, ‘로엠’ 등 이 회사의 다른 브랜드들도 중국 소비자에게는 해외 고급 브랜드로 읽히고 있다. 장성은 이랜드차이나 부장은 “품질을 바탕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한 고급화 전략이 중국에 성공적으로 침투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올 하반기 ‘벨페’, ‘수토 만테라시’, ‘만다리나 덕’ 등 그동안 인수한 유럽 고급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첫선을 보이며 ‘이랜드=고급 의류’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동시에 이 회사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잡아내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최종양 이랜드차이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디자이너, 영업팀 등은 지난달 중국 내 핵심 1000개 매장의 30% 매출 증대를 목표로 직접 매장을 돌며 ‘1000-30’ 현장경영을 진행했다. 품질관리를 외주 제조업체에 맡기거나 유통선 확보를 중국인 판매대리상에게 맡기는 일부 기업들과 달리 이랜드는 전반적인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같은 날 찾은 상하이 서남부 외곽의 이 회사 통합물류기지에선 제품의 분류·운송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곳의 기지에서 중국 전역의 5400여개 이랜드 매장에 나가는 제품의 80%가량에 대해 품질관리, 유통을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과정이다. 이랜드차이나는 중국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3만4000여평 규모의 2기 물류기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상하이/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