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농업의 공통문제는 영세성
농가 소외시킨 유통으로 피해
상호협력 통한 시장확대 필요
조합원 모여 공동사업 나서야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대세인 환경에서 우리는 기업 하면 모두 ‘주식회사’라고 생각한다. 주식회사는 대규모 투자자본 확보가 쉽다는 등 장점도 많지만 큰 약점이 있다. 회사에 제한적인 관심과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가 주인 노릇을 하면서 주가 상승과 더 많은 배당을 위해 기업을 극한 경쟁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관심이 높아지는 협동조합은 일부 주주가 기업 이익을 좌우할 수 없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는다. 호혜의 원칙 아래 공동으로 출자하고, 배당을 제한하며, 투명한 의사결정으로 책임경영을 추구한다.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17일) ‘협동조합으로 기업 하기’ 세션은 위기 이후 대안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협동조합이 한·중·일 3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발전해 갈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세션에서 중국 협동조합의 발전방향을 발표할 궈훙둥(사진) 저장대학교 농경제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중국 농협 전문가다. 30여년에 불과한 중국 농협 역사를 고려했을 때 궈 교수만큼 실무와 이론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난주 전자우편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궈 교수는 “한-중-일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가 가속화하면서 농가의 피해의식도 높아지는 지금이 한-중-일의 농협이 협력을 논의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궈 교수는 “조합원 즉 농가의 영세성이란 면에서 한·중·일 농협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농가의 이런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중·일 농협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궈 교수는 강조한다. 자국 농가에 국한해 협동조합을 꾸리기보다 3국의 농협이 협력관계를 맺어 시장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자유무역협정 체결 논의 과정에서 농업 문제는 모든 나라에서 예민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피해 보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죠.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농가가 소외된 거래 및 유통방식에 있습니다. 3국의 생산 농가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궈 교수의 대안은 뭘까? 그는 지금이라도 3국 농협 관계자가 모여 공동 연구와 공동 사업에 나설 것을 주장한다.
“생산 농가의 소득 증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목표는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중·일 농협 조합원들이 모여 생산과 유통 그리고 신제품 개발에 이르는 전 부문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그 바탕엔 호혜성에 기반한 협력과 연대의 정신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궈 교수는 1970년대 후반 공산당이 농민의 생산의욕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농가생산 책임제’ 이후, 중국 농협이 걸어온 발자취를 영세 자영농 중심의 자발적 협력으로 요약했다.
“중국 농협의 발전은 정부나 중앙회의 정치·경제적 목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영세 자영농 즉, 조합원의 자발적 활동이 핵심 동력으로 작동했습니다. 그래서 농협의 양적 성장은 느리지만 농촌생활 전반에 끼치는 파급력은 큰 편입니다. 책임과 신뢰 그리고 호혜성에 기반 한 다양한 활동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궈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농협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들었다. 과거엔 단순히 배급을 위해 운영되던 가게들이 다양한 식료품을 제공하는 슈퍼마켓으로 변모하는가 하면 가맹점을 유치하거나 도매상과의 협력을 통해 협상력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접근이 쉽지 않은 조합원을 돕는 등 영세 자영농의 소득 증대를 위한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궈 교수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두어달 앞둔 국내 협동조합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협동조합은 무엇보다 경제적 기능을 다 했을 때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협동조합 방식이라는 ‘과정’에 매몰되어 경제적 ‘성과’를 소홀히 한다면 누구도 조합원으로 남아 있으려 하질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