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아시아미래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장하준 교수 공동체 위한 견제는 이로워 국가-시장 ‘힘의 균형’ 중요 한겨레신문사가 12월15~16일 이틀간 여는 ‘2010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아시아 시대’를 맞아 기업이 사회 및 국가 속에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아야 하는지를 제시할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줄곧 이름이 오르내리는 아오키 마사히코 교수(미국 스탠퍼드대)를 시작으로,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 비판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 아리마 도시오 후지제록스 전 회장(유엔 글로벌콤팩트 일본 협회장) 등 주요 참석자들의 인터뷰를 6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경제학자들이 많다. 하지만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그 누구보다 바빠졌다. 그가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 다니며 하는 일은 지난 30여년 동안 극단적인 시장주의에 찌든 우리의 머리를 해독해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2010 아시아 미래포럼’에서 장 교수는 기업이 국가나 사회와 관계 맺는 양식은 하나가 아니며, 다양성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 ‘작은 정부’, ‘주주자본주의’로 요약되는 특정한 양식의 기업-국가-사회의 관계를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전세계에 퍼뜨려 왔다. 하지만 장 교수는 자본주의의 보편적인 문제를 놓고 나라마다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자본주의가 발전해 왔다”며 “아시아 모델은 유럽대륙의 모델과 유사점이 많고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전폭적으로 수용한 영미식 모델이 특이한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주의는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금기시한다. 그러나 장 교수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곧 반기업은 아니다”라며 “기업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할 때 정부가 더 광범위한 사회적 목표를 위해 복잡하고 성가신 규제를 두는 것은 기업 자신에도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장하준 교수는 과거 규제가 많았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대부분 규제가 경제에 좋은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중소상인들을 보호해 중장기적인 소비여력을 높이는 것처럼 “단기엔 개별 기업에 이익이지만 장기로는 공동의 자원을 갉아먹는 일을 막는 등 규제는 공생의 기반을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산업정책도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라는 점에서 규제라 할 수 있다. 시장주의는 투자 및 고용 등에 대한 결정은 기업과 시장에 맡겨 두라고 가르쳐왔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포스코나 현대중공업의 성공이 산업정책 없이 가능했겠느냐”라고 반문한다. 시장주의를 주창하는 미국에서도 2차대전 이후 항공·반도체·인터넷·생명공학 등이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통해 성장해 온 걸 봐도, 시장 기능은 정부의 선도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결합할 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주주자본주의의 도그마’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경영자들은 신기술 개발은 등한시한 채, 기업의 장기적 성장은 안중에 없는 주주를 높은 배당을 주며 구워삶고 자신들은 고액연봉을 챙긴다”는 것이다. 주주에게 잘 보이려 직원을 자르고, 써야 할 비용을 아끼고, 투자를 유보하는 식의 기업 경영은 그 기업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폐습이다. 장 교수는 국가와 시장이란 두 핵심적 제도 중 한쪽으로 지나치게 힘이 쏠렸을 때 모두 불행한 결과가 왔던 만큼, 각각의 역할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otmail.com ※ 장하준 교수는 ‘2010 아시아 미래포럼’에서 ‘다양화하는 기업과 국가관계’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문의 www.asiafutureforum.org, 070-7425-5237. [한겨레 2010-11-05]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472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