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아시아 미래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 양빈 칭화대 교수 “중국 민간기업 경영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일종의 ‘원죄의식’ 같은 게 있다는 걸 발견한다.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발판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법을 어기며 돈을 번 어두운 기억 때문이다. 이런 경영자들이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눈을 뜨고 있다.” 양빈 칭화대 교수는 경제성장만 보고 내달려온 중국 사회가 이제 복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런 변화와 함께 사회책임경영(CSR)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식도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빈 교수는 사회책임경영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중국의 대표적 인물이다. -중국은 이제 ‘G2’로 불릴 만큼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졌다.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인식도 이에 걸맞게 향상되고 있나?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중국은 ‘더 크게 더 많이’ 성장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종전처럼 해서는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제 어떻게 하면 좀더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물론 국제사회가 정한 기준에 비춰 볼 때 아직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많다. 시민사회가 일찍 성숙했던 나라와는 토양의 차이가 있고, 계약에 대한 의식도 미흡하다. ‘글로벌콤팩트’란 얘기를 꺼내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질문이 ‘그게 법이냐?’ 하는 것이다. ‘법이 아니라면 보통사람의 행위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차기 지도자로 떠오른 시진핑 부주석은 내수와 분배를 중시한다던데, 이런 환경 변화가 사회책임경영의 발전과도 관련이 있나? “현재 중국에서는 사회모순의 심화와 불평등이 화두다. ‘조화사회’, ‘사회책임’이란 단어들이 부쩍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자본가에 대해 갖는 불만의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가 주석이 되든 사회책임경영, 윤리경영은 중국에서 크게 발전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가 가장 많이 신경써야 할 문제는 아마 기업의 독점을 어떻게 규제하는가일 것이다. 독점은 사회책임경영의 적이다. 중국에도 독점을 규제하는 법은 있지만 실천 면에서는 상당히 미흡하다.” -모범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를 소개한다면? “광둥성 선전 지역에 본사를 둔, 중국 최대 주거용 부동산 개발회사인 완커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려면 정부로부터 땅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패 스캔들이 끊이질 않았다. 완커는 정부와 직접거래를 하지 않고 정부로부터 땅을 구입한 회사를 찾아가 다시 사는 방법을 쓴다. 돈은 좀더 들지만 부패의 여지를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된다. ” 글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빈 교수는 ‘2010 아시아 미래포럼’의 종합세션에서 ‘중국 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의 www.asiafutureforum.org , 070-7425-5237. [한겨레 2010.11.08]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474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