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10-21 14: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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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1위 국가가 '헬조선'…성장 아닌 행복 정책 펼때"
(한겨레 12면, 2016년 10월 21일 금요일)
■ GDP 대 지구행성의 행복
영국 민간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의 닉 마크스 연구귀원이 2006년 지구행복지수(HPI, Happy Planet Index)를 개발한 이유는 기존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사람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기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닉 마크스는 "성장보다 행복이 중요하지만,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등 미래를 포기하며 추구하는 현재의 행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모두 지속가능성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특히 지구행복지수는 행복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다. 지수의 이름이 말하듯 지구 행성이다.
여러 요소중에서 그가 가장 비중있게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건 일종의 환경부담비용인 '생태발자국'이다. 이 점은 여타 행복지수에 견줘 뚜렷이 다른 점이다.
■ 전세계를 행복으로 분류해보니…
"전세계 국가들을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환경 보존은 비교적 잘 되고 있으나 삶의 여건이 열악해 행복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편이지만 지나친 소비와 자원 사용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와 일부 중동 국가들이 해당된다. 셋째가 경제적 여건은 서구 국가들보단 다소 뒤떨어지지만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소비나 환경보존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국가들이다. 지구행복지수는 이런 나라들을 높게 평가한다." 닉 마크스는 이어 "미디어를 통해 서구권의 생활방식들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데, 오히려 서구권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나라들의 생활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행복지수의 한계도 솔직히 인정했다. 지구행복지수를 소개한 공식 누리집에서는 여섯 개의 질의응답 중 하나로 '행복지수가 측정하지 못하는 영역'이 나열돼 있다. 인권침해, 폭력, 안전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행복을 측정하는 완벽한 도구로 지구행복지수를 제시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여러 이해관게자들과 논의해 다양한 행복지표들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행복지표를 만드는 목적은 정부 정책의 관심을 성장이 아닌 사람들의 행복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행복이 궁극적 목적이라면 어떤 정부 정책이 필요한가'를 연구하기 위해 2001년 신경제재단 안에 웰빙센터를 설립했고, 2009년엔 '국민행복계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헬조선'을 넘어 행복 논의로
닉 마크스는 일터에서의 행복 조건을 조사·연구하기 위해 2012년 '해피워크스'(HW)라는 기구를 설립했다. "현대인들이 평생 10만 시간 이상을 보내는 일터는 행복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장소다. 일터는 그동안 나의 연구에서 밝혀진, 주체성·공공성·관계 등이 행복에 중요하다는 실용적 지침들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닉 마크스는 아시아미래포럼 강연을 준비하면서 한국 사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른다는 사실과 기성세대들이 그런 젊은이들을 못마땅해한다는 것을 접했다. 다양한 행복지표들을 개발하면 세대간 인식의 격차를 넘어 생산적인 행복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