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점점 행복하지 않을까"
(한겨레 1면, 5면,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수십년간 경제성장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에게 사회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관심은 희박해졌다. 모두가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지표에 기를 쓰고 매달려왔지만 우리들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에게 빠져 있는 가장 큰 공백이자 동시에 갈망, 바로 '행복'에 대한 얘기다.
유엔이 올해 초에 발표한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행복 지수)는 평균 5.8점으로 조사 대상 157개국 가운데 58위다.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규모(세계 11위)와 1인당 국민소득(세계 28위)를 생각해보면, 한국은 '행복없는 저성장'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은 행복 결핍뿐만이 아니라 '행복불평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물론 행복불평등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각종 국제 행복조사들은 한국에 특유한 두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기회 불평등'이다. 사회경제 여러 방면에 걸쳐 양극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한쪽의 승자독식과 다른 쪽의 열패감이 행복불평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관계의 빈곤'이다. 한국은 일상 삶에서 다른 사람과 깊은 인간적 신뢰 관계를 맺고 서로 지원하는 사회적 관계가 35개 회원국 중 가장 취약하다.

11월 23일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에 나서는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로마 룸사대)는 행복과 사회적 관계의 함수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이들 없이 홀로, 심지어는 다른 이들과 척을 지며 '부유해지는'것은 가능하지만, 행복하려면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공공의,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특별히 중요하다." 행복이란 건전한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시민적 에너지라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 관계로 바라본 한국인의 행복 기상도는 불행히도 우울한 모습이다. 갤럽 조사 결과를 이용해 작성된 오이시디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부 신뢰도는 0.28(최하 0, 최고 1.0기준)로 나와있다. 조사 대상 35개국 가운데 29위로 최하위권이다.
최소한의 경제적인 안정은 삶의 필수 조건이다. 그중에서도 '일' 혹은 '노동'은 현대인에게 소득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갖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있게 살 수 있는 존립 근거가 된다. 한국인은 실제로 노동을 통해 행복한 삶의 조건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제7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첫날,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노동패널조사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일과 행복')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본격적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23일~24일 열리는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행복불평등을 줄이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로 이행하려면 어떤 정책방향과 과제가 필요한지를 놓고 대토론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