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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월25~27일 실시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보면, ‘정치·경제·사회·환경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해 21.7%만이 ‘낙관한다’고 응답했다. ‘비관한다’는 응답은 2배쯤 많은 42.1%, ‘보통’은 36.1%로 조사됐다.
미래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세대와 계층에 따라 뚜렷했다. 20대(19%)와 60대(14.8%)에서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낙관한다고 선택한 사람이 가장 적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경제·사회보장·환경·외교 등 5개 분야별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했다. 이 중 미래세대인 20대만 따로 살펴보면, 다른 연령과 견줬을 때 환경분야만 낙관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고, 나머지 분야에선 대체로 낮아 20대의 미래 불안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향후 귀하의 삶의 질은 어떨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20대의 30.4%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사회 구조에 대한 암담함을 느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격차가 상당히 컸다. 부유한 20대(중간층 이상)는 57.6%가 사회구조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봤지만, 가난한 20대(중하층 이하)는 23.1%에 그쳐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체 계층별 분석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간층 이하에서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해 19.3%만 낙관한다고 응답해 가장 낮았다. 중간층 이상과 중간층은 각각 24.5%, 24%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대기오염, 에너지 등 환경적 측면의 지표가 가장 나빴다. 지속가능성을 낙관한다는 응답이 12.4%로 경제 등 5개 분야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령별로는 40대(7.9%)와 50대(9.7%), 성별로는 여성의 낙관 비율이 한자릿수로 낮았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미영(44)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둘 있는데,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최근 조금 좋아졌지만 미세먼지 심한 날은 무서울 정도”라며 “당장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없고, 중국 등 외부 변수도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문제는 내 삶에서 조금 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피부로 생생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사회관계망(SNS)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다, 최근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 등 환경운동가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등 정치적 측면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32.6%가 낙관한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2016년 촛불혁명 등 시민의 힘으로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하야시킨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미래와 관련해 가장 불안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2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는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재정을 전폭적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1명대가 무너지면서 세계 유일의 ‘0명대’ 국가가 됐다. 고령화도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노인빈곤율도 45.7%에 이른다.
‘자산·소득·교육 양극화 등 사회계층 간 갈등 심화’(25.2%)도 고질적인 불안요소다. 특히 20~30대가 저출산·고령화보다 사회계층 간 갈등 심화가 더 불안하다고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금수저’ ‘흙수저’ 등 사회적 논란이 거세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갈등을 묻는 질문에 43.9%가 ‘계층 간 갈등’을 꼽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념(29%), 지역(6.4%), 세대(6.1%), 성별(6%), 남북(5.6%) 등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64.4%가 ‘경제성장, 좋은 일자리 등 경제분야’라고 응답했다. 성별, 연령, 계층에 상관없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등 정치분야가 13.7%, 환경분야 9.7%, 남북관계 등 외교 6.4%,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보장분야는 5.7%로 조사됐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경제와 성장,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없이는 우리의 미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해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도 바로 이 성장 중심의 경제관”이라며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17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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