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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위해 불확실성 포용하는 ‘열린 도시’로 가야”
관리자 . 2019.10.15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②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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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넷 <한겨레> 자료사진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국내에 꽤 많은 저서가 번역됐고, 꾸준히 읽히는 학자다. 좀처럼 강연으로 만나기 힘들었던 그가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연단에 선다. 세넷은 첫날인 23일 오전 ‘기후변화와 도시의 정치·사회적 영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기후변화는 오늘날의 도시가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라며 “이런 환경적 도전이 도시 내부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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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로서 세넷은 도시를 건설하는 방법과 그 속에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연결하는 연구를 좋아한다. 바둑판 모양의 도로, 수직으로 올라간 빌딩 등 직선의 도시에서 ‘굽은 나무’로 태어난 인간이 어떻게 사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세넷이 이를 전개하는 개념 틀이 ‘빌’(Ville)과 ‘시테’(Cit?)다. ‘빌’은 물리적 장소로서의 도시이며, ‘시테’는 그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거주하느냐는 것이다. 엉성하게 설계된 뉴욕의 어느 터널에서 빚어지는 차량 정체는 ‘빌’의 문제이지만, 수많은 뉴욕시민이 아침부터 일어나 터널을 지나 달려야 하는 무한경쟁은 ‘시테’의 문제이다. 곧 국내에 번역돼 출간될 예정인 그의 책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김영사)에서도 이런 틀로 도시를 들여다본다.

세넷이 보기에 ‘빌’과 ‘시테’는 비대칭적이고 비틀려 있어 고통스럽다. 예를 들어, 서울역 새 청사를 아무리 현대적으로 만들어도 노숙인은 저녁이면 여전히 골판지로 텐트를 친다. 그래서 세넷은 ‘열린 도시’(Open City)의 미덕을 강조한다. 이는 복잡성, 모호성 그리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칸트가 말한 “인간이란 ‘비틀린 재목’으로는 곧은 물건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는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도시는 “수십개의 언어를 쓰는 다양한 성분의 이민자로 가득하기에” 또 “그 안의 불평등이 너무나 확연하기에” 비틀려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세넷의 이런 접근법은 그가 1970년대에 쓴 <무질서의 효용>(다시.봄)에서부터 일관된 흐름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질서정연하지만 단조로운 삶을 살 것인가, 무질서하지만 생기 있는 삶을 살 것인가”라고 물으며 “다양성과 창조적인 무질서를 구성원 스스로가 통합해 가는 도시,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시련과 도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세넷에게는 기후변화도 열린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한 도시의 비틀림 가운데 하나다. 기후위기는 근대 이후 인간이 자연을 대한 방식인 ‘통제’(control)를 까다롭게 만든다. “예측 불가능함”을 특징으로 하는 자연의 변덕은 우리에게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한다.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힘 때문에 도시 형태의 통일성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도시의 무질서를 인정하고 적응해가되 좀 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세넷은 말한다.

도시가 직면한 정치적·사회적 과제는 이런 ‘적응’이 가능한 ‘협치’(governance)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다. 세넷은 “일부 지역은 제한 급수하는 법을 제정하고, 상습 홍수 지역은 포기하는 계획을 세우며, 화석연료를 줄이면서 전기를 제한 송전할 수도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오래된 습관을 고치길 미룰수록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세넷은 ‘석학’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르네상스형 학자다. “하도 사통팔달해서 어떤 모임에서든 다른 참석자를 모두 합쳐도 그의 박식함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게 <제3의 길>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의 평가다. 사회학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음악, 예술, 역사, 문학, 정치, 경제 등에 두루 조예가 깊다. 세넷은 13살에 첼로 연주회를 열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불행히도 19살 무렵 첼리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손목뼈에 난치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자가 된 세넷은 활 대신 펜을 쥐고 <장인>이란 책을 써 내려간다. 인류 문명을 직조해왔으나 이제는 잊히고 있는 ‘생각하는 손’을 다룬 이 책은 세넷의 대표작이 됐다.
△리처드 세넷 약력

 

1943년 미국 시카고 출생

 

현 런던정경대(LSE) 사회학 명예교수

 

현 유엔 도시와 기후변화 프로젝트 선임자문관

 

주요 저서: <무질서의 효용>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뉴 캐피털리즘> <장인> <투게더>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 등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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