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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출의 현장’ 글로벌 대도시에서 연대와 재생 동력 찾아야
관리자 . 2019.10.17
[2019 아시아미래포럼] 왜 지구적 불평등 해소에서 출말해야 하나
기조강연: 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20%엔 달콤하나 80%엔 쓰디쓴
대도시의 불평등 임계치 넘어서
새계경제 연결망 갖춘 다양성은
‘다른 얼굴의 도시’ 만들 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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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014년에 나온 최근작 <축출 자본주의>에서 21세기 세계화와 도시, 불평등을 연결하는 분석틀을 발전시켰다. 사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도시를 열쇳말 삼아 세계화와 불평등 문제에 오래도록 매달려온 진보 성향의 대표적인 도시사회학자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후 기조강연 세션에서 ‘왜 지구적 불평등 해소에서 출발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단에 선다. 그는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도시와 이민, 국가 등의 주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의 남다른 생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47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사센은 가족을 따라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등지를 옮겨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폭넓은 시야, 도시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 이민과 불평등에 대한 원초적 탐구열 등은 다양한 지역을 두루 경험한 독특한 성장 환경에서 싹텄다. 게다가 사센은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를 비롯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할뿐더러 러시아어와 일본어까지 습득했다. 여러모로 글로벌 도시 연구의 대가다운 풍모다. 1994년 초판이 나온 <세계경제와 도시>(국내 번역서는 2016년 출간)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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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시의 현실을 불평등과 연결지으려는 사센의 학문적 노력은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국경을 넘나드는 서구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화의 장밋빛 환상이 널리 퍼지던 시절이다. 하지만 그가 어려서부터 체험하고 지켜본 글로벌 대도시의 현실은 ‘국경 없는 세계’라거나 ‘세계는 평평하다’ 따위의 장밋빛 담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지구적 차원에서 확대되는 불평등은 여러 나라의 주요 대도시 안에서도 계층 간 격차의 골을 더욱 깊게 패게 했다. 거대 기업과 금융부문 주도로 이뤄지는 세계화, 그리고 그와 연관된 도시개발이 아닌 대안적 도시 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졌다.



이러한 사센의 문제의식은 특히 2014년에 나온 최근작 <축출 자본주의>(국내 번역서는 2016년 출간)에서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드러나 있다. ‘축출’(expulsion)은 그가 21세기 세계화와 도시, 그리고 불평등을 연결하는 핵심 개념이다. 그는 ‘복잡한 세계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이란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지구적 차원의 근대성은 결국 모든 종류의 체계적 축출에 의해 특징지어진다는 독특한 명제를 한층 발전시켰다. 거대 글로벌 기업 주도로 세계 곳곳의 광물자원과 수자원 등이 무한정 파헤쳐지지만, 그 혜택은 안락한 삶을 누리는 글로벌 대도시의 소수 계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뿐이다. 이 과정에서 대도시 내부의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은 물론, 멀리 떨어진 지구촌 곳곳의 전통적 삶의 방식이 파괴되어 간다. 축출은 자연과 환경을 넘어 대다수 도시민의 삶을 공격하는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다. 미래세대와 이주노동자 역시 축출의 광풍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사스키아 사센
사스키아 사센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사센 교수는 이번 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이런 세상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지금 같은 삶에 대해 ‘아니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한편 대부분의 선진국 대도시 안에서도 불평등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지구촌을 넘나드는 금융자본에 휘둘리는 부동산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눈여겨볼 것을 주문한다. 여러 나라의 대도시에서 삶의 거처인 집이 단지 투자와 자산 증식의 대상으로 탈바꿈하면서 고작 상위 20% 계층만이 달콤한 열매를 누리고 있다. 나머지 80%를 배제하는 이런 얼굴의 세계화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센의 관심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재구성하기’로 확대된다. 도시란 분명 축출의 현장이지만, 동시에 연대와 재생의 터전이다. 세계화에서 건져내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세계경제의 연결망에 깊숙이 포섭된 글로벌 대도시에서부터 외려 변화의 싹은 커나갈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경제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광풍에 맞서 ‘다른 얼굴의’ 도시를 만들어낼 동력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벌 대도시만의 다양성은 도시재생의 또다른 자양분이다. 이번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메시지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스키아 사센

 

1947년 네덜란드에서 출생.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성장

 

노터데임대 사회학 석·박사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

 

현 컬럼비아대 도시계획학 석좌교수

 

주요 저서: <노동과 자본의 모빌리티>, <글로벌 시티: 뉴욕·런던·도쿄>, <세계경제와 도시>, <축출 자본주의> 등 다수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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