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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피케티 “한반도 화해 놀라운 변화…불평등 극복 논의할 때"

 9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오전 세션 피케티·윌킨슨 교수 불평등 현상과 원인·해법 논의 오후엔 포용성장·사회투자 주제 전세계 불평등 극복 사례 소개 국외 석학 한국 도착 어제 만찬 문희상 국회의장·이낙연 총리 오늘 개막식 참석해 기념 축사 정치인·정부·재계 인사 함께‘불평등 극복’을 화두로 한 ‘2018 아시아미래포럼’이 30일 오전 9시 막을 올린다. 한겨레신문사가 해마다 가을에 여는 아시아미래포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람 중심 경제’ ‘포용성장’ 등 시대의 과제들을 한발 앞서 제시하고 담론화했다. 9번째인 올해의 주제는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이다. 올 한해 한국 사회는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며 구성원 간의 갈등도 첨예화됐다. 문재인 정부가 분배 개선을 위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상황 악화와 맞물리며 ‘을과 을의 다툼’ 양상으로 흘렀고,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거센 논란으로 이어졌다. 올 초부터 가파르게 이어진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은 집 가진 이와 없는 이, 수도권과 지방 거주자의 격차를 넘기 힘들 정도로 벌려놨다. 최근 <한겨레>가 보도한 대로,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을 합한 통합소득의 지니계수가 0.5를 넘은 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국제기준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줬다. 이번 포럼이 ‘불평등’을 열쇳말로 택한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라는 주제의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환영만찬이 열린 29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김종구 한겨레신문 편집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쥘리아 카제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경제학 교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 양상우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리처드 월킨슨 영국 노팅엄대학교 사회역학 명예교수,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학교 공공보건 역학 교수,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학교 정치학 교수,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연명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 송경용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고문,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이제민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첫날 오전에는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와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역학 명예교수로부터 불평등의 현상과 원인을 살펴보고 대책을 듣는다. 오후의 기조 연사인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각각 ‘포용성장’과 ‘사회투자’를 키워드로 불평등 극복의 사례와 해법을 펼쳐 보인다.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라는 주제의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환영만찬이 열린 29일 저녁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고구려룸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김영배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닉메타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 신광영 한겨레신문사 시민편집인 중앙대학교 사회학 교수, 쥘리아 카제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경제학 교수,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학교 공공보건 역학 교수, 케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학교 정치학 교수, 정혜주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수,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대 교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서왕진 서울연구원장,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박찬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홍민영 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포럼에 앞서 29일 오후까지 한국에 도착한 토마 피케티 교수, 리처드 윌킨슨 명예교수, 캐시 조 마틴 교수 등 연사들은 행사장인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피케티 교수는 “한반도가 냉전에서 벗어나 화해로 가고 있는 정세 변화가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제 불평등 극복에 대해서도 논의할 때이며 경제성장, 혁신, 자유를 얘기해야 한다”며 “이는 냉전이 종식된 나라 한국에 적격인 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 명함을 건네며 상대의 발표 주제에 관해 묻는 등 관심을 표시했으며,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다른 참석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는 환영사에서 “2박3일 동안의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많은 지식을 전달해, 동아시아와 세계가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데 기여하려는 한겨레의 노력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30일 개막식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축사한다. 또 청와대에서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참석한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영선·남인순·서형수·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수의 정·관계 인사가 참석한다. 경제계에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 윤종규 케이비(KB)금융그룹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915.html#csidx72f43eaac3280c99e2456b1844428f0  

[한겨레 사설] 불평등 해소할 ‘새로운 상상력’ 발휘를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전야 환영만찬이 열린 29일 저녁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 고구려룸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 양상우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리처드 월킨슨 영국 노팅엄대학교 사회역학 명예교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상위 계층의 몫은 급증하는 반면,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과 자산은 줄거나 멈춰 있다. 나라 안의 문제만이 아니다. 불평등이 시대적 의제임은 전세계 공통 사항이다.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30~31일 열리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를 ‘불평등’(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으로 삼은 배경이다.  이번 포럼 행사에 연사로 참석하는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역학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미리 만난 자리에서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통합도 저해된다”고 말했다. “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서로 돕지만, 불평등하면 불안에 시달리고 경비노동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불평등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연사로 나온다. <21세기 자본>을 지은 피케티 교수는 지난해 12월 각국 학자들과 공동으로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을 통해 부의 불평등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줘 다시 한번 화제를 뿌렸다. 피케티 교수는 이번 포럼 행사에서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곧이어 정책대담에도 참여한다.  한국 사회에선 특히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소유 격차가 불평등을 늘리고 고착시킨다. 땅이나 아파트에서 얻는 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린아이들이 장래 꿈을 스스럼없이 ‘건물주’라고 꼽고 있는 데서 이를 새삼 확인한다. 이런 터에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삼은 현 정부의 불평등 해법은 겉돌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노동과 분배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불평등 해소를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도전이다. 일자리 불안과 그에 따른 불평등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불평등이야말로 우리 삶을 바닥부터 흔드는 ‘세계 최대 위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불평등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사회로 가는 일은 쉽지 않은 숙제다. 조세·재정을 통한 전통적인 재분배 노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협동과 공유의 경제를 키워가는 것을 포함한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지혜와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포럼 행사가 미래로 나아가는 상상력 발휘의 물길에 보태는 의미 있는 물방울이길 바란다.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67863.html#csidx7741d9ba726bb218aeec3386ee58a65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깊고, 넓고, 오래가는 변화’ 혁신의 얼굴을 바꿔가는 이들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10월31일 세션6전환시대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서울시-서울연구원 ‘위체인지’ 포럼청년-도시농업-공유경제 등다양한 영역 도전자 100여명 참가성공 사례 넘어 고민-난관도 공유“활력 붇돋워 장기적 동력 갖추게”공공성 뒷받침할 방안 찾기 나서지난 12일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위체인지(We Change)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박은경 연구원 ‘혁신’‘, ‘변화’ 오래된 것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낸다는 뜻의 단어다. 그 자체로 신선함이 담겨있는 말인데도, 새롭지 않다. 조직, 지역, 도시, 행정, 마을… 다양한 단어를 앞에 붙여 봐도, 어쩐지 들어본 느낌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뜻이지만, 넘치는 말만큼 체감하는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는 질문도 나온다. 그래서일까, 사회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한계나 어려움, 과제는 지워지고 좋은 부분만 부각한 성공사례를 수집하거나, 화려한 행사와 새로운 건물과 조직을 만드는 표면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공감대이다. “넓고 깊고 오래가는 변화.” 지난 12일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위체인지(We Change)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에 기조 연사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위체인지’ 포럼을 진행하며 청년, 도시농업, 공유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100여명을 만났다.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소유하는 삶의 방식을 거부한 이들이 모여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며 살아가는 ‘비전화공방’,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다 “어떤 아이라도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며 활동 범위를 넓힌 ‘정치하는 엄마들’, 공유경제 기업 ‘스페이스 클라우드’, ‘그린카’, ‘에어비엔비’와 농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 벤처인 ‘농사펀드’ ? ‘동구밭’ 등이 그런 곳이다.  이들의 활동 모습은 다양하다. 에어비엔비처럼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지만, 조직규모나 매출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본질을 지키기 위해 규모가 커지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삶을 선택한 결단,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 본 경험이 결국은 사회를 바꿔 나가는 단단한 씨앗이라는 믿음이다. 한 사람이, 한 공동체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뒤에 오는 사람의 다른 선택은 조금 쉬워진다. 어떤 시도가 장벽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혁신을 막는 걸림돌을 물 위로 드러내는 표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험으로 증명한다. “청년허브에서 5년 전 오가던 청년들의 지금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송지현 서울시 청년허브 공공플랫폼 팀장의 말이다. “설탕 안 들어간 빵 만들겠다”는 다소 막연한 계획을 갖고 있던 청년들이 몇 년간 고군분투하더니, 현대백화점에 점포를 내게 됐다. 성교육 캠페인을 하겠다던 청년 그룹은 퀴어 페스티벌의 가장 큰 스폰서가 될 정도로 성공한 콘돔회사가 됐다. 당장 창업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판단했다.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뭔가 해 볼 수 있는 활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는 판을 벌이면,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몸에 경험으로 축적돼 결국은 장기적 변화의 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건물주의 법적?사회적 권리와 지위가 지나치게 높다.” 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정수현 대표의 말이다. 카페, 식당 등 대부분 공간에 대한 권한은 건물주에게 있다. 카페?식당 등의 공간을 필요한 시민들에게 잠시 빌려주는 공간공유 서비스를 해 보려 해도, 현행법상 이는 ‘전대’에 해당해 건물주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장사가 잘 되 보이면 임대료를 올리는 일도 있다. 그래서 구청 등 공공시설로 눈을 돌렸더니, 이번엔 과도한 행정절차가 발목을 잡았다. 2시간 회의할 공간을 빌리는데도 심사서를 써야 하는 식이다. 시장에서 해결하려니 자본이 벽이었고, 공공의 문을 두드리니 경직성이 벽이 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활동하는 이들의 고민은 자연스레 ‘공공성이 무엇이고, 사회가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 하는 큰 질문으로 모였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움직임에 사회는 어떻게 발맞춰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남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8 아시아미래포럼 2일 차인 3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열리는 세션 6 ‘전환시대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위체인지’ 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강오, 조경민 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좌장과 기조발제를 맡고,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조성실 공동대표, 도심형 태양광발전을 제공하는 ‘마이크로발전소’ 의 이기관 대표, 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등이 변화를 만들어온 경험을 나눈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안연정 서울시청년허브 센터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서 논의를 더 풍부하게 할 예정이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385.html#csidx258c4ebbf43f781a3d702b342c84194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변화된 노동 기준에 맞춘 노동자 인격 연계 권리보장제도 구상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10월31일 세션 5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4차 산업혁명 시대 왔는데노동법은 옛날 방식 그대로디지털 시대 앞 효력 잃어가일본-중국에선 정부 주도 역할 강조초국적-특수 고용 고려하고기계화 물결 대비책 있어야디지털 시대, 곳곳에 깔린 인터넷 망과 스마트폰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사물을 촘촘히 연결한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의 구조와 노동 방식을 뒤흔든다. 인터넷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서나, 언제든 일을 할 수 있다. 증기 기관이 촉발한 제1차 산업혁명이 논밭의 노동자를 공장으로 불러들인 것처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불러올 제4차 산업혁명은 노동자를 거리로 나오게 할 것이다. 일하는 장소와 내용은 일하는 시간에도 영향을 끼친다. 농사를 짓던 농민은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지만 공장의 노동자는 전등 빛으로 밝혀진 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한다. 지금의 법과 제도는 공장 노동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회사와 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고 월급, 보험, 연금 등으로 이루어진 대가를 받는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의 중심이 이동했지만 법과 제도는 산업사회의 유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기존의 고용 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노동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방송작가처럼 노동 조건을 통제받는 사장님,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흔해졌다.   노동자와 회사의 관계를 규정하고 각 주체의 권리와 의무를 명기했던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은 개별 국가 내에서만 작동한다. 기업의 활동이 국경을 넘지 않았을 때, 노동자들은 각 국가의 법과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운이 좋아 ‘복지국가’에서 태어난다면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같은 일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초국적 기업의 등장은 노동자 간의 격차를 줄였다. 값싼 노동력과 낮은 세금을 좇아 언제든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초국적 기업 앞에서 각 국가의 노동자 보호 정책은 점점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는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을 초국적 기업으로 만든다. 서비스 사회로의 전환에 제때 대비하지 못한 채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디지털 시대는 서양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18~19세기의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불평등을 해결할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 아시아미래포럼 둘쨋 날인 31일 오후, 한국노동연구원 주관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노동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좀 더 정의로운 노동, 좀 더 인간적인 노동을 추구하기 위한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경험을 공유한다. 장소와 시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에 한국만의 대책은 유효하지 않기에,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나라와 공동의 노동법과 제도를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첫 번째 발제자인 최석환 명지대 교수(법학)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주도로 법과 제도를 개정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은 올 6월 사회보장제도 및 세금제도 개편, 근로시간 상한제 도입 등을 뼈대로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법’을 제정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을 “과거에는 건강한 성인 남성이 노동자의 기준이었다면, 저출산?고령화를 계기로 여성과 노인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사회 흐름에 맞추어 편의점 점주, 서비스 엔지니어 등 전통적 고용 관계에 속하지 않는 특수형태 고용종사자(특고)의 계약 조건을 규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우 광쑤 중국 인민대학교 교수(노동인사학원)는 디지털 전환이 불러올 중국의 노동시장 변화를 지역과 산업, 노동자의 특성별로 나누어 보여줄 예정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낮고, 소득이 낮은 노동자일수록 기계에 대체될 확률이 높다. 예견된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다음 행동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저우 광쑤 교수는 “정부가 기술의 발전이 지닌 긍정적인 면만 홍보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자동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방안으로 “노동자의 숙련도를 높여 기계에 대체될 가능성을 줄이고, 소득 감소나 노동시간 증가 등 노동 조건의 악화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의 사례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자로는 왕 페이 중국 인민대학교 노동인사학원 교수,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나선다. 해당 세션을 기획하고 좌장을 맡은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자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고 그 대가로 물질적 복지를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며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자의 인격에 연계한 권리 보장 제도를 구상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67409.html#csidxe164f52c4d02d86b4f74935fd313de5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노사정 대화로 새로운 성장의 문 열어야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10월31일 세션1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한국 지식기반경제 전환중노동자 역량 높이는 정책이기업 생산성-국가성장 보탬서구에서 사용자들도사회정책 적극 참여할 결과기업신뢰 높아져 이익 커져노도도 기업 규모별 기존 틀 넘어내 일자리 지키기식 운동이 아닌 모두에게 이득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난해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폐회식에서 노사정이 모여 ‘좋은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고령화 대응,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 을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저성장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포럼 둘째 날인 31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해 열리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노사정의 역할, 그리고 사회적 대화’는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성장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성장의 촉진제로서 지식과 혁신에 주목했다. 한국 경제도 이미 지식 의존도가 높은 지식기반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일수록 유연하고 숙련도가 높은 노동력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변화하는 수요에 쉽게 적응할 때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지고 국가 전체의 성장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사회정책, 즉 직업훈련과 평생학습 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복지국가 스웨덴이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변화에 노동자들이 신속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실직이 되더라도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과 인적투자를 중시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역할이 컸다. ‘새로운 성장전략과 사용자의 역할’을 발제할 예정인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서구 국가들을 비교?분석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이 생산성 증대로 이어져 사용자들에게도 유리한 결과가 됐음을 입증한다. “노사 간 연대와 협약을 통해 복지국가를 이룬 북유럽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 성장과 복지를 이루었던 비결도 지속적 사회정책의 추진에 있다”고 마틴 교수는 말한다. 복지국가를 약화하려는 중도우파정부에 노사가 함께 맞서서 사회정책을 지켰고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 높아져 경제가 살아나는 선순환을 이뤄냈다. 이처럼 사용자들이 사회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기업의 비용 증가로 전가되지 않고 오히려 이익과 성장에 도움이 된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복지국가가 발전해 온 경로를 보면 산업화가 진행될 수록 노동자를 위한 복지가가 함께 커가지만 한국은 예외에 속한다. 한국의 경제는 선진국이지만 복지는 ‘후진국’에 가깝다. 박정희 정부 이후 ‘수출 지향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복지 지출을 낮추는 전략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전략과 정부의 역할’을 발제하는 정무권 연세대 교수(글로벌행정학)는 “한국의 산업화는 급속히 이루어졌지만 복지 수준이 낮게 형성되면서 지금의 성장 위기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실업을 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산업구조 개편 작업을 신속히 추진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경제는 점점 저성장 늪에 빠지게 되고 위기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해법은 결국 적극적인 인적투자에 있다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업, 노동자, 시민 등 각 주체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에서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은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독점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노동복지, 인적투자 등과 같은 노동의 요구를 외면하고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매몰되어 있다”며 “노동 역시 계급 전체의 이익보다 개별 기업의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배제적 노동체제, 복지체제가 성장을 위협하므로 지금이라도 인적자본 투자 등 과감한 사회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서는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성장전략에서 노조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이 연구위원은 “새로운 성장전략인 ‘포용과 연대’로 가기 위해서는 노조도 기존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가 최우선 과제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규모별로 분절된 현재의 노동조합 체제로는 노동의 불평등이 더 심화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의 노동조합운동은 노동시장 안팎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직접 대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는 현재의 기업 단위의 단체교섭 구조를 기업을 초월하는 단위로 확장해야 한다. 초기업 수준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과 직업훈련, 고용서비스의 질 향상, 산업 발전방안 마련 등 노동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위원은 노조에는 정책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정책역량은 지금의 내 일자리 지키기 식의 ‘기득권 추구 운동’이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설득력 확보 운동’을 펼치기 위한 토대”라고 의미 부여했다. 네 번째 발제는 경사노위 박명준 수석전문위원인이 맡는다. 그는 새로운 성장전략에서 경사노위의 역할로 ‘일자리를 위한 연대’를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노동존중 사회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노동 버전’이고 그 핵심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박 위원은 요약한다. 악화하는 고용부진은 저소득 계층의 삶의 위기와 양극화 심화를 부르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사 간 참여와 대화보다는 예산 중심,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로 협소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체제로서 ‘일자리를 위한 연대’는 노사의 참여 등 사회적 연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사회적 대화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867408.html#csidx638a46e963d55a2a68dcbd136bd6da3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초고속 성장 속 위태로운 삶…어떤 복지가 필요한가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10월31일 분과 세션 2불평등, 삶의 질 그리고 복지국가짓누르는 보건의료-교육비 짐위기 대처, 온전히 각자 어깨에불평등이 결속력 해치는 주범평등과 성장, 양자택일 문제 아냐복지 사각지대에 ‘재기’ 기회 줘야포용적 복지 작동할 체계 구축을고려아연 임직원과 적십자 봉사자들이 10월 24일 서울 노원구 상계 3동과 4동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66세대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줄을 서서 연탄을 나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모한 유일한 국가. 늘어나는 기대수명, 매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높은 학업 성취도. 전례 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한국은 국제개발협력을 비롯해 교육,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국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삶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2005년 부터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은 한국의 것이었다. 이 국제기구의 ‘삶의 질’ 평가에서도 한국은 여러 해 동안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소득수준은 어떤가?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진입(2017년, 2만9745달러)이 눈앞에 있지만,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6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했다.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가계 몫으로 돌아가는 크기는 줄었다는 뜻이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성장 패턴과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의 굳어진 빈부 격차가 원인이다. 경제성장이 국민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깨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는 어떤 복지 정책을 필요로 하는가.  2018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31일 오전에 열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주관의 분과 세션 2는 삶의 질을 높이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복지 정책, 그리고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토론하는 자리이다. 첫 발제자인 이현주 보사연 소득보장정책 연구실장은 국가의 성장과 국민 삶의 질에서 명암이 드러나는 이유를 국민에게 지워진 보건의료 및 교육비 부담에서 찾았다. 오이시디 통계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보건의료를 위한 가구 지출 비중은 2015년 기준 2.7%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제도를 운용 중이지만, 국내 가구의 이런 의료비 부담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다. 2014년 현재 가구당 의료비 비중은 덴마크 1.5%, 스웨덴 1.7%, 영국 1.5%, 일본은 1.4%였다. 이 실장은 이러한 가계비용지출 구조가 사회적 위기에 개인이 대처하게 하고, 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 실장은 근로 빈곤층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임금 격차를 줄여 가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소득을 잠식하는 주거비와 의료비,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도록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교수(공공보건역학)는 소득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아울러 해외의 사례를 통해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피킷 교수는 불평등은 사회의 결속력을 약화하고 범죄율을 높이는 등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해악’이라 정의한다. 그는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즉 ‘사회적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세토 마을을 예로 들어, 높은 유대관계가 사망률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평등과 경제성장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몰고 가는 일각의 흐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경제는 삶의 질과 사회의 응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교육, 고용, 산업구조, 조세 정책을 비롯해 경기순환 관리 등 많은 것을 사회정의, 그리고 사회분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지여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이번 포럼에서 강조할 내용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는 ‘포용적 복지국가’가 불평등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김 교수는 근본적 혁신이 없이는 우리 사회의 낮은 삶의 질과 높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복지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경제발전에 걸맞게 복지급여 수준을 높이는 것이 포용적 복지국가라 정의했다. 저성장과 양극화는 많은 사람을 시장경제에 참여할 기회마저 빼앗았다. 이들은 성장의 혜택을 누릴 기회도 함께 잃게 되며 점차 빈곤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시장경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봤다. 높은 사회적 비용을 들이고도 삶의 질과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남유럽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문화적 특수성과 4차 산업혁명, 초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 등의 새로운 사회적 도전을 고려해 포용적 복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경제 정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자로는 포럼 첫날의 기조 연사를 맡았던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학교 사회역학 명예교수를 비롯해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 권순만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가 나서며, 조흥식 보사연 원장이 좌장을 맡는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412.html#csidx690fffbff5dd02a91b96d328b686c3d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평등해야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하다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10월 30일 오후 특별세션불평등 해소와 지속가능발전국제사회, 양적 성장에만 몰두 댄자원고갈-환경파괴 등 ‘파국’불평등 해소-지속가능성 결합EU의 다양한 실험 소개하고분배효과 평가-기술이익 공유 등빈곤 줄일 7가지 정책대안 제시“불평등한 나라가 특허도 적어”혁신-생산성과 연관성 분석도포럼 첫날인 30일 오후에 진행되는 특별 세션에선 불평등 해소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다양한 제안과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속가능성은 21세기 들어 국제사회가 가장 중시하는 의제이다. 양적 성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고 자원고갈과 환경파괴가 심각해져 인류의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193개국이 가입한 유엔은 2015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세계의 변혁: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채택했다. 이 합의에 따라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빈곤, 기아, 건강, 교육, 성 평등, 일자리 등 17개의 공동목표 (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이에 따른 169개 세부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은 절실한 과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 처방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 장관이 이런 문제의식 아래 특별 세션의 문을 여는 기조발제를 한다. 이어지는 발제에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는 유럽연합이 불평등 해소와 지속가능 의제를 어떻게 결합해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 소개한다. 유럽 28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유럽연합은 일찍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금융, 저탄소 순환자원경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 무관하지 않음을 설명하는 한편, 지속가능 의제가 장기 과제인 만큼 정부가 끈기를 갖고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해나가야 함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신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자살률 같은 사회적 재난의 원인이 불평등”이라고 진단한다.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의 급증,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 불평등 심화 등은 불평등을 ‘구조’로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평등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려면 △불평등 완화에 효과적이고 바람직한가 △정치적 지지와 리더십,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해 실현 가능한가 △사회경제적 조건과 조화를 이뤄 지속 가능한가의 세 가지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견해다. 이 기준에 맞춰 신 교수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7가지 정책대안을 내놓는다. 정책의 분배 효과를 정부와 공공기관이 평가해야 한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인공지능의 민주적 소유 등을 통해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이익을 모든 시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제안도 할 예정이다. 비노동 인구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 자산 불평등과 그로 인한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유세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도입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는 노동시장 개혁, 빈곤층 대상 공적 지원 강화, 주거 불안에 대응할 주택보조금 인상과 사회주택 확대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신 교수는 발제문에서 “불평등과 빈곤을 줄이는 정책은 종합적이고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계 역시 자산의 집중과 빈곤 증가가 가져올 파괴적인 효과를 인식하고,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하냐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제자인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의 주제는 ‘불평등은 혁신과 생산성에 해로운가?: 한국에 주는 교훈’이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핵심요인인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불평등이 어떻게 가로막는 지, 특허와 총요소생산성 (노동·자본·원자재 등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 말고,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같은 ‘눈에 안 보이는’ 부문이 얼마나 많은 상품을 생산하는가를 나타내는 생산 효율성 지표)에 근거를 둔 국제적인 실증 분석을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이 교수는 발제문에서 197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총요소생산성이 지속해서 감소했고, 총수요의 감소가 신기술 개발에 드는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신기술 관련 투자가 줄어 총요소생산성도 침체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불평등이라는 원인이 숨어 있다. 미국에서 특허와 부모 소득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중위소득 이하 가구의 자녀가 특허를 받은 건 1천명당 0.84명이지만 상위 1% 소득 가구에선 8.3명으로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이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불평등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특허가 적은 경향을 보인다는 국제 비교 결과를 제시한다. 이는 곧 불평등이 혁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불평등할수록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며 장기적인 총요소생산성의 침체를 불러온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주도성장의 방향은 바람직하다는 게 이 교수의 평가다. 정부는 분배와 수요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인 소득주도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며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이 교수는 발제문에서 “사실상의 축소 재정, 거센 비판과 논쟁 탓에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는 실망스럽다. 강력한 재정 확장, 더 많은 재분배와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실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터넷 은행 활성화 등 정부가 혁신주도성장을 강조하며 ‘탈규제’에 시동을 거는 것을 두고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이 교수는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규제 개혁’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전면적인 ‘탈규제’는 안된다. 연구개발 지출 확대, 혁신적이지만 모험적인 공공지원, 적극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평등 확대와 생산성 향상의 정체는 포용과 혁신의 정책을 요구한다. 포용적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노력이 혁신과 생산성 증대에 필수적”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냐, 혁신주도성장이냐는 구분을 넘어, 적극적 재정정책과 산업정책, 구조 개혁을 통한 평등한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의 발제가 진행될 특별 세션은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환경대학원)가 좌장을 맡아 진행하며, 정원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교수(공공보건역학),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정치학)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391.html#csidxcb91f7ab0adad17a56fb107366f722c  

[아시아미래 포럼 특집] 커지는 ‘부의 쏠림’-위협받는 ‘공공건강’ …해법은 평등에 있다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토마 피케티5년 전 저서 ‘21세기 자본’서 경고음70여 나라 자산-소득 DB 구축‘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내는 데 공헌더 심해진 상위 1% 자산 집중 밝혀한국 진보진영 해법 찾기에 도움리처드 윌킨슨사회구조-공공건강 관계 30년 연구부유한 23개 나라 비교분석 결과소득수준이 같아도 불평등 사회 땐더 아프고 더 빨리 죽는다는 결론쌍용차 해고 등 우리 사회에 큰 교훈2011년 9월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극단적인 빈부 격차와 금융자본의 탐욕에 항의해 벌어진 ‘오큐파이(점령하라) 운동’에 참가한 한 시민이 ‘우리가 99%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세계 6위. 한국 경제가 지난해 받아든 성적표는 화려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도 코 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딴판이다. 최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 과세자료를 근거로 분석해보니, 일을 해 벌어들인 소득과 자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합친 ‘통합소득’을 기준으로 삼으면 지니계수가 0.5를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반적 기준에 따르더라도 ‘불평등이 매우 심한’ 상태에 해당한다. 자산 상위 10%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대에 근접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뿐 아니다. 소득과 자산의 극심한 불평등은 건강과 시간, 주거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자살률 1위와 출산율 꼴찌라는 불명예는 요지부동이다. 불평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모든 영역이 곪아 터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주소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자산 불평등 연구에 매진해온 대표적 학자다. 피케티 교수는 2014년에 출간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21세기 자본>을 통해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극심한 자산 불평등과 극소수의 부 독점이 세상을 중세 세습사회로 되돌릴 지도 모른다고 엄중하게 경고한 바 있다. 불평등 연구를 경제학의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한 <21세기 자본>은 주류 경제학계의 뒤늦은 ‘반성’과 맞물려 커다란 파장을 낳기도 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포용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건, 부자의 주머니부터 채워야 불평등이 사라지고 빈곤층의 주머니가 채워진다는 ‘낙수효과’ 주장이 거짓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피케티 교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 사이 70여개 나라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 시계열 자료를 한데 모은 세계 자산·소득 데이터베이스(WID.월드)를 구축해 누구나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그의 주된 공로라 할 만하다. 그가 중심이 돼 파리경제대학의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지난해 연말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은 그 결과물이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신흥경제국까지를 포괄하는 이 책은 각국은 물론 전세계 차원의 불평등도 차츰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자산 집중도 상위 1%는 전체 자산의 33%를 소유해, 30년 전인 1988년(28%)에 견줘 집중도가 한층 높아졌다. 토마 피케티 교수가 자산 불평등을 근거로 세습사회의 문턱에 선 세상에 경고음을 날렸다면, 불평등과 건강의 상관관계라는 독특한 주제에 오랜 기간 주목해온 대표적 학자로는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역학 명예교수를 꼽을 수 있다. 영국 정경대학(LSE)에서 경제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윌킨슨 교수가 사회역학 분야를 개척하며 남긴 발자취는 오래도록 빛을 내고 있다. 건강을 불평등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윌킨슨 교수는 영국 정부로 하여금 건강 불평등을 국가적인 연구과제로 삼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이 아프다? 부자일수록 더 오래 산다? 얼핏 생각하면 건강과 불평등이란 열쇳말은 쉽게 하나의 연결고리로 맺어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윌킨슨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지 가난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설령 소득 수준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불평등 정도가 더 높은 사회에 사는 구성원일수록 더 많이 아프고 더 빨리 죽는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예컨대 인구당 의사 수, 병원 수용가능률,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면, 답은 결국 ‘불평등’에서 찾아야 한다.                                              리처드 윌킨슨 노팅엄대 사회역학과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윌킨슨 교수는 부유한 23개 나라를 대상으로 비교분석을 한 결과, 불평등 정도가 심한 나라일수록 정신질환과 질병, 자살, 범죄 빈도가 높고, 사회적 신뢰도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불평등이 사회 구성원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윌킨슨 교수의 주장은 건강과 불평등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은 왜 더 많이 질병에 걸리느냐에서 찾아야 한다고. 30년 넘게 사회구조와 공공의 건강이 맺는 관계에 매달려온 윌킨슨 교수의 결론은, 단순하지만 외려 명쾌하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평등이 답이다! 토마 피케티와 리처드 윌킨슨. 불평등을 화두로 삼아 외길을 고집해온 두 세계적 석학은 10월 30~31일 이틀간 열리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전 나란히 기조 강연자로 나선다. 두 사람의 기조강연이 끝난 뒤엔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의 진행으로 두 사람과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대담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사회의 최대과제인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 재계와 학계, 시민사회에 두 사람이 어떤 목소리를 들려줄 지 사뭇 관심거리다. <21세기 자본>이 나온 지 4년. 그 사이 세상은 요동쳤다.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를 내건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득세했고,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피케티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라는 화제의 논문에서 1948~2017년간 미국·영국·프랑스의 선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좌파는 교육 받은 엘리트(브라만 좌파)를, 우파는 수입과 재산이 많은 엘리트(상인 우파)를 대변하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비록 맥락은 크게 다르지만, 한국 사회의 불평등 해법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전통적인 의미의 진보진영이 내건 해법이 ‘지금, 여기’ 불평등 구조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로부터 외려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어서다.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피케티를 주목하는 이유다. ‘불평등한 사회는 어떻게 퇴보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설 윌킨슨 교수는 지난 봄 게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공공보건역학 교수와 함께 쓴 <이너 레벨>(The Inner Level) 에서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한층 구체적인 언어로 담아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평등이 답인 이유를 이런 에피소드로 들려준 바 있다. 1980년대 이후 해고가 일상화된 영국에서 해고 광부들 가운데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고. 우리에겐 너무도 낯익은 풍경이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운데 목숨을 버린 숫자가 이미 30명을 헤아리고, 79%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40%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우리는 윌킨슨 교수의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아야 할까.  ▶토마 피케티  1971년 생 영국 런던정경대학(LSE)과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EHESS)을 거쳐 거쳐 1993년 22살에 박사학위 받음. 프랑스 경제학회가 주는 ‘올해의 최고논문상’ 수상 1993~1995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과 조교수 1995~2007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 2007~현재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 2015년 제레미 코빈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 경제자문 2017년 프랑스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 캠프 활동  ▶리처드 윌킨슨 약력  1943년 생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경제사와 과학철학을 전공한 뒤 노팅엄대 사회역학 교수로 재직 2008~현재 노팅엄대 사회역학 명예교수, 런던대학교 공공건강과 역학 명예교수, 요크대학 초빙교수 2011년 세계정치학회가 주는 ‘올해의 책’ 수상(<평등이 답이다>) * 주요 저서 <건강 불평등: 사회를 어떻게 죽이는가>, <평등해야 건강하다>, <평등이 답이다 : 왜 평등한 사회는 늘 바람직한가>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390.html#csidx69c17d8a9ae31cba1b903402468e57e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불평등 ‘치료’… 사회적 상상력을 펼치다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한국, 상위 10% 자산 집중도 66.5%미국-영국에 근접하며 양극화 커져‘부의 대물림’ 주거-일-삶에까지 확장피케티가 말한 ‘중세로의 회귀’ 방불다양한 상상력 통한 불평등 극복 방안세계적 대가들과 함께 현실적 탐색9번째 아시아미래포럼이 열리는 올 가을은 리먼 브러더스 붕괴로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지 꼭 10년이 되는 때이다. 그 어느 때보다 파장이 컸던 경제위기로 지난 10년간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다. 직장을 잃었고, 살던 집에서 쫓겨났으며, 일부는 비극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양적 완화로 겨우 위기의 표면을 덮어놓는 데는 성공했으나, 상처를 치유하고 위기의 재발을 방지하는 일은 제대로 손을 못대고 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위기 근절이 쉽지 않은 것은 그 뿌리를 심화한 불평등, 그리고 이를 재생산하는 경제, 사회구조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79년부터 2012년까지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몫이 두 배 넘게 커지는 등 80년대 이후 전 세계에 ‘불평등의 회귀’ 현상이 빚어졌다. 여러 정부가 불평등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같은 포용적 정책을 채택하고 누진적 세제를 도입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한편 포퓰리즘을 자극하는 극단 세력이 정치적 세를 얻고, 미국-중국의 분쟁에서 처럼 보호무역의 성벽을 쌓는 등 국제사회에 갈등과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불평등이 발밑으로 파고들어 위기로 향해가는 사회가 보인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기획해 10월 중 연속 보도한 ‘한국형 불평등 말한다’ 에는 이런 실상이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불평등의 대표 지표인 지니계수가 0.5가 넘었다는 통계는 한국의 불평등이 결코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님을 말해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반적으로 지니계수가 0.5가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지니계수 (0.47) 보다 통합소득 지니계수가 높아진 것은 자산이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실재 한국의 자산은 상위 10%가 66.5%를 소유해 집중도가 미국이나 영국의 70% 선에 다가가고 있다. 올해 그랬듯이 주기적인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서울 및 강남에 집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런 자산불평등은 ‘부의 대물림’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다. 지난해 상속 및 증여 재산총액은 67조9천여억원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부모나 조부모에게 물려받는 재산이 하루 1800억원꼴로 나타났다. 이번 포럼의 기조 연사인 토마 피케티 교수가 <21세기 자본>에서 “중세사회로의 회귀”라 비유한 상황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주거처럼 필수 재화에서도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 1995년 이후 20년 간 30~34살 월세가구가 2배로 늘어 나는 등 모든 연령대에서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났다. 월세는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전세가 그간 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거의 질이 낮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전, 월세가구가 집 있는 가구보다 아이를 덜 낳는다는 통계도 나와 주거 불평등이 자녀 출생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게 확인됐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측면에서도 불평등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보육, 여가, 대인관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시간빈곤’ 상태에 더 많이 빠졌다. 소득 보전을 위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한 속에서 여성의 30%, 남성의 20%가 시간빈곤을 경험하고 있었다. 시간당 임금이 낮은 계층이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임금이 높은 층은 40시간 안팎의 표준노동을 해 시간이 소득에 따라 불평등하게 주어졌다. 부모가 가진 시간의 불평등은 가정에 돌아가서 하는 자녀 돌봄 시간 불평등으로 이어졌는데, 이런 격차는 또 다른 불평등의 원인이자 결과가 됐다. ‘포용적 성장’ ‘일의 미래’ 등 한국 사회에 긴요한 의제와 담론을 한발 앞서 제시해 온 아시아미래포럼은 올 해 좀 더 균등하고 역동적인 사회로 나가는 길을 찾아간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리처드 윌킨슨 노팅엄대 명예교수 등 이 분야 세계적 대가에게서 불평등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불평등은 구조적 ‘고질병’이란 점에서 이번 포럼은 일반적인 분배와 재분배 외에도 상상력에 기반을 둔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삶의 질과 복지국가, 노동의 미래, 전환시대 도시정책, 지역순환경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등의 세션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만나게 된다. 첫날 오후 기조 연사인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포용성장에 대해, 캐시 조 마틴 보스턴대 교수는 북구의 경험을 들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불평등 극복 방안을 들려준다. 저우 광쑤 중국 인민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집중투자하는 중국이 ‘노동과 직업의 변화’를 어떻게 다루는지 소개한다. 무엇보다 불평등 극복은 구성원 모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을 유능하게 발휘하는 것이다. 피케티와 윌킨슨 모두 정치의 역할을 불평등 극복의 요체로 강조하는 점도 이번 포럼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387.html#csidxda5f2f717f12df8b723905ca6966107  

[아시아미래포럼 특집] 포용성장-사회투자…‘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길 모색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사와다 야스유키‘낙수효과’ 기댄 기존 성장론 탈피부-교육 세습 등 사회 불평등 없애삶의 질 향상 꾀하는 발전 전략가난 극복 등 7가지 과제 집중 논의캐시 조 마틴사회적 합의로 복지-세금 체계 구축아동-여성, 기술교육 등에 투자 초점공정한 임금으로 평등 실현북유럽 사례서 뽑은 ‘성공 전략’ 소개포럼 첫날 오후 프로그램은 불평등을 극복하는 다양한 해법을 논의한다.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캐시 조 마틴 보스턴대 교수(정치학)가 기조 연사로 말문을 연다. 두 연사는 ‘포용성장’(inclusive growth)과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라는, 서로 접근법은 다르나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 방안으로 더 균등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을 제시한다. 포용성장은 규모의 확장을 중시하고 분배는 ‘낙수효과’에 기대는 주류 성장론에서 탈피해 소득, 건강, 일자리, 교육, 부의 세습 등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발전 전략을 말한다,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성장이론으로 부각되면서 인도 등 주요국의 핵심적 정책 비전으로 채택됐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해 온 한국의 문재인 정부도 올 가을 그 개념을 확장해 ‘혁신적 포용국가’란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세계은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들은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진작부터 강조해 왔다. 아시아개발은행도 2008년에 아시아의 발전을 위한 목표를 담은 ‘전략 2020’ 보고서를 통해 포용성장을 △역내 경제통합 △지속가능한 환경과 함께 3대 중점 과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교육훈련, 보육지원, 사회간접자본투자, 반부패, 포용금융, 공공거버넌스 개선 등의 처방을 제시했다. 한국은 역내 경제 선진국이어서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나 발전도상 국가와는 포용성장의 과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한국은 국제협력 등을 통해 다른 역내 국가의 성장과 불평등 해소를 도와야 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사와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개발은행 이사회가 종전의 ‘전략 2020’을 개편해 올 7월에 새롭게 승인한 ‘전략 2030’을 중심으로 아시아적 맥락의 포용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한국의 과제를 짚어 볼 예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전략 2030’ 발표문을 통해 “금융, 지식, 그리고 파트너십을 엮어서 극심한 가난을 뿌리 뽑고 번영되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아시아를 만들어가자”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가난 극복과 불평등 해소 △양성 평등 강화 △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환경 지속성 △도시의 주거 여건 개선 등 7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한다. 사회투자 모델은 고전적 복지국가나 신자유주의와 달리 사회정책의 투자적 기능에 주목한다. 이 모델은 지식 중심의 현대 경제 흐름에 맞춰 교육, 직업훈련, 주거, 의료 등 능력배양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역량이 강화된 시민들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토록 하는데 목표를 둔다. 특히 아동에 대한 공적 투자를 중시하는데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공공지출은 미래의 빈곤을 줄이고, 인적자본 확충, 여성 노동력 확보 등 현재와 미래의 경제에 다양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데 주목한다. 물론 사회투자 모델이 현실에 적용될 때 성과와 효율의 논리로 복지의 본래 취지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캐시 조 마틴 교수는 덴마크 등 북구 국가의 성공 경험에서 추출한 사회투자 전략의 요체를 설명한다. 북유럽은 높은 한 사람당 생산성, 낮은 불평등, 낮은 실업률, 재정 건전성, 강력한 사회결속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높은 공공지출은 기술교육 같은 사회적 투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경제구조의 변환기에 노동자들을 고숙련- 고임금의 상층 조합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또 이들 국가에서 평등은 재분배 보다는 주로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의 평등을 통해 실현된다는 게 마틴 교수의 분석이다. 마틴 교수는 이런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결속의 ‘마법 같은 조합’이 협력의 정치를 발판삼아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즉 계층과 정당을 초월한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통해 복지와 세금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런 협력 능력은 노와 사의 대표성이 모두 강한 속에서 교섭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를 쌓은 결과라는 것이다. 마틴 교수는 한국도 이런 모델을 벤치마킹 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 노사가 자신의 집단적인 이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체제(institution)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이 90년대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 왔지만 낮은 노조 조직률이나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반노동정책,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재벌 중심체제 등으로 실질적인 합의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마틴 교수는 지적한다. 마틴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불평등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고, 취약층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잃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정치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사회에 투자한다는 말은 불평등을 극복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덧붙였다.  ▶ 사와다 야스유키 -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수석 대변인 - 도쿄대 교수 (경제학) - 세계은행 등 연구원 -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 캐시 조 마틴 - 미국 보스턴대 교수 (정치학) - 보스턴대 유럽연구센터 소장 -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박사 - 주요 저서 <기업 이해관계의 정치적 구성 The Political Construction of Business Interest> (공저) <모두를 상상하다 Imagine All the People>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386.html#csidxf7b5e25d247bc2382cbe114f9d7a32c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2부 무엇을 할 것인가 "불평등 줄었다면... 아시아에서 1억명 빈곤탈출 했을 것"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④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고장난 계층상승의 엘리베이터’ 고치려면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 강화양적성장 대신 삶의 질에 초점빈곤 넘어 환경,도시문제 등 포괄“나라별 특성 맞게 불평등 맞서야”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회적) 보험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가 정신에 바탕을 둔 성장은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에 있습니다.” 사와다 야스유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5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기업 혁신이 별개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서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일부 언론과 학계의 비판은 마치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처럼 전개됐다. 그는 “혁신을 촉발하는 기업가의 위험감수 행동은 발생 가능한 위험에 광범위한 안전망이 있을 때 고무된다. (다른 한편) 우리의 여러 연구는 기업의 혁신이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와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오후에 ‘가난, 불평등 그리고 아시아의 고장 난 엘리베이터 고치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지난 7월 아시아개발은행 이사회가 승인한 새로운 개발 비전인 ‘전략 2030’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한국에서 포용성장이 필요한 이유와 전략을 소개할 참이다. 그는 2016년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기관의 연구와 역내 협력을 책임지고 대변인 역할을 하는 수석이코노미스트에 임명됐다. 양적 성장을 중시하고 ‘낙수효과’에 기대는 종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포용성장은 소득, 건강, 일자리, 교육 등의 불평등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발전 전략을 말한다, 저개발국,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빈곤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부각되면서 인도 등 주요국의 핵심 정책 비전으로 채택됐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도 올가을 그 개념을 확장해 ‘혁신적 포용국가’란 새로운 사회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발전이 지속되기 위해 포용성장은 필수불가결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먼저, 불평등하면 경제성장이 가난을 몰아내는 효과가 반감한다. 1990~2013년 아시아 국가들의 불평등이 심화하지 않았다면 9500만명이 추가로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불평등은 성장 자체도 저해한다. 1985년 이후 심화한 불평등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9개국의 1990~2010년 누적성장률이 4.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극심한 불평등은 인적 자원의 활용도를 낮추고, 중산층을 쪼그라들게 해 내수를 위축시키며, 정부와 정치권이 장기적으로 효율과 성장에 해로운 포퓰리즘 정책을 선호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세계화, 기술 발전,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등으로 1990년대 이후 불평등이 세계 곳곳에서 심각해지자 경제협력개발기구,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은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강조해왔다. 지난해 역내에서 322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펼친 아시아개발은행은 지난 5월 ‘포용적 발전을 위한 사람과 경제의 연결’을 주제로 열린 필리핀 마닐라 연차총회에서 ‘번영되고, 포용적이며, 강인하고 지속가능한’ 아시아를 목표로 한 ‘전략 2030’을 논의한 뒤 이어진 이사회에서 채택했다. ―‘전략 2030’을 통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절대빈곤의 극복을 넘어 불평등, 환경, 도시화 등 지역이 현재 요구하는 더 포괄적인 목표를 제시하려고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전략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집중해야 할 10개의 우선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가난과 불평등에 맞선다 △양성 평등을 촉진한다 △기후변화 대응 수위를 높인다 △살 만한 도시를 만든다 △농촌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먹거리 안전을 높인다 등이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우리 기관이 동원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전문성과 지식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사와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화를 멈추게 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게 불평등의 해법은 아니며,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단일한 불평등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과 기술 훈련에 대한 투자, 좀 더 포용적인 금융, 독점 지대 해소 등 나라별 특성에 맞춰 불평등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와다 야스유키 약력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수석대변인 -일본 도쿄대 교수(경제학) -세계은행 등 연구원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484.html#csidx42b3186611fb91eb26f3909f7f01d43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2부 무엇을 할 것인가 "불평등은 치유할 수 있어요...사회투자가 강력한 도구죠"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③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교수불평등 치유 가능하다덴마크 등 북유럽 성공경험 주목기술교육에 공공지출 대폭 늘려고숙련 노동자들을 최첨단 분야로한국산업 구조조정에도 참고할 만협력의 정치가 발판광범위한 지지로 복지시스템 구축노사가 ‘대표성 강한 체제’ 다진 덕한국도 낮은 노조 조직률 등 딛고정치적 협상력 키워 전환 대처해야야캐시 조 마틴 보스턴대 교수 “사회에 투자한다는 말은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오후에 ‘불평등, 치유 가능하다’를 주제로 연단에 오르는 캐시 조 마틴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의 성공 경험을 예로 들어 ‘사회투자’를 방안으로 제시한다. 사회투자 모델은 고전적 복지국가나 신자유주의와 달리 사회정책의 투자적 기능에 주목한다. 이 모델은 지식 중심의 현대 경제 흐름에 맞춰 교육, 직업훈련, 주거, 의료 등 능력배양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하며, 역량이 강화된 시민들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토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특히 아동에 대한 공적 투자를 중시하는데 아동이나 여성에 대한 공공지출은 미래의 빈곤을 줄이고 인적자본 확충, 여성 노동력 확보 등 현재와 미래의 경제에 다양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데 주목한다. 북유럽은 높은 생산성, 약한 불평등, 낮은 실업률, 재정 건전성, 강력한 사회결속력을 모두 갖췄다. 높은 수준의 공공지출은 기술교육 같은 사회적 투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경제구조가 전환되는 시기에 노동자들을 고숙련-고임금의 ‘상층조합’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회투자는 고숙련 노동자를 이용해 최첨단 분야로 진출함으로써 대량생산과 가격경쟁에 기대지 않고 품질경쟁과 유연한 전문화를 꾀하는 성장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자동차, 조선 같은 전통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한국 산업의 구조조정에도 참고가 될 만하다. 물론 복지 및 사회정책의 투자적 기능에 주목하는 사회투자가 현실에 적용될 때는 성과와 효율의 논리가 스며들어 기본권으로서 복지라는 본래의 취지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마틴 교수는 이런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결속의 ‘마법 같은 조합’이 협력의 정치를 발판 삼아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즉, 계층과 정당을 초월한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통해 사회투자 중심의 복지와 세금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런 협력 능력은 노와 사의 대표성이 모두 강한 가운데 교섭을 거쳐 투명성과 신뢰를 쌓은 결과라는 것이다. 마틴 교수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정치적 협상력이 강한 나라가 경제적 전환에 대처하는 능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이런 모델을 벤치마킹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 노사가 자신의 집단적인 이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표성 강한 체제(institution)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왔지만 낮은 노조 조직률,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반노동정책,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재벌 중심 체제 등 때문에 실질적인 합의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게 마틴 교수의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 증대나 국민연금 개편 등 민감한 경제사회 쟁점을 사회적 합의로 해결하기 위해 범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출범을 논의하고 있으나, 최저임금법 개정 등에 반발하는 민주노총의 합류가 결정되지 않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마틴 교수는 현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성장 전략을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면서, 저숙련 노동자를 강도 높은 훈련 프로그램에 보내고 그 일자리를 장기 실업자에게 제공한 덴마크의 ‘함께 가는 노동시장’(encompassing labor market) 모델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화난 노동자의 포퓰리즘이 불평등에서 연료를 취한다는 점에서 엘리트와 기업인은 우리가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마틴 교수는 “불평등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고, 취약한 구성원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정치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캐시 조 마틴 교수 약력 -미국 보스턴대 교수(정치학) -보스턴대 유럽연구센터 소장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 주요 저서 <기업 이해관계의 정치적 구성>(The Political Construction of Business Interest. 공저) <모두를 상상하다>(Imagine All the People)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7095.html#csidxcade67a07a5d41dbc76a6b5bace4483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2부 무엇을 할 것인가 "피케티가 들고 올 ‘불평등의 정치’, 한국은 예외인가"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2부 무엇을 할 것인가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불평등 연구의 대표주자인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프랑스·영국·미국의 정치지형 변화를 불평등 확대와 연결지어 분석한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은 2014년 방한 당시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모습.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오는 30~31일 이틀간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이 열린다. ‘대전환: 불평등, 새로운 상상과 만나다’를 주제로 내건 올해 행사의 기조강연자 4명을 미리 만나본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열기가 기억에 생생하다.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21세기 자본>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피케티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웠다. 그로부터 4년. 누구나 한국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라 말한다. 하지만 정작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그때보다 줄어든 것 같다. 나라 밖 움직임은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계에서는 불평등 연구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피케티 논쟁과도 관련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에 관한 연구에서 큰 진전이 있었고, 세계화가 불평등에 미치는 악영향과 불평등이 정치지형에 끼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잇따른다. 또한 불평등을 고려한 거시경제모형도 제시됐고, 라지 체티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등은 방대한 미시 데이터를 활용해 기회의 불평등에 관한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다. ■ ‘세계 금융명부’ 만들어야 피케티 자신도 열정적으로 연구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대표적 성과물 중 하나가 그가 몸담은 파리경제대학의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지난해 12월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이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악화해왔으나, 나라마다 차이도 발견된다. 불평등의 동학은 제도적, 정치적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 모두 1980년엔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약 10%로 비슷했지만, 2016년에 이르러선 20%와 12%로 차이가 생겼다. 세계 전체의 불평등도 확대됐다. 세계 상위 1%가 1980~2016년 성장의 과실을 약 27% 챙겨간 데 반해, 하위 50%는 겨우 1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인도의 고도성장으로 하위층의 소득은 다소 늘어났지만, 선진국의 중하위층을 포함하는 세계 상위 2~50% 집단에선 소득이 거의 늘지 않았다. 미국 뉴욕시립대학의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가 강조하듯이, 이들의 분노가 바로 포퓰리즘이 등장한 배경이다. 부의 불평등도 심화했다. 미국에서 상위 1%의 부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22%에서 2014년 39%로 높아졌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상위 1%의 부 집중도가 1995년 이후 약 2배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세계의 불평등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계 상위 1%의 부 집중도는 2016년 33%에서 2050년 약 39%로 높아지고, 같은 기간 소득 집중도 역시 20%에서 24%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은 모든 나라가 유럽처럼 소득 재분배 정책을 강화한다면 2050년 세계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18%로 외려 낮아질 것이라 강조하면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수단도 함께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온 토마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국내 한 대형서점 매장에 전시돼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맨 먼저 꼽히는 게 세금. 불평등이 확대된 건 세금의 누진성이 급속하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선진국의 최고한계소득세율은 1970년 70%에서 2000년대 중반 42%로 낮아졌다. 따라서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세금의 누진성을 다시 높여야 한다. 최상위 부자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국제적 차원에서 금융자산의 소유자를 명확히 밝히는 ‘세계 금융명부’(global financial register)도 만들어야 한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교육 기회를 넓히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세계 상위 1%에 쏠린 ‘부의 집중’2016년 33%→2050년 39% 예상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심각’ 최상위 조세회피 막을 방법 없나세금 불평등, 누진성 향상이 해법‘세계 금융명부’로 투명성 높여야  ■ 정치지형의 변화가 불평등 심화시켜 피케티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결국 모든 건 정치에 달려 있다. 피케티는 올해 초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프랑스·영국·미국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하면서 이를 불평등 확대와 연결지었다. 1950~60년대에 사회당, 노동당 그리고 민주당 등 각 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주로 저학력과 저소득층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학력의 엘리트 계층이 진보정당에 더 많이 투표하는 반면, 부자 엘리트는 여전히 보수정당에 표를 준다. 프랑스의 경우 1950~60년대엔 고졸자 중 진보정당 지지자 비율이 대졸자와 비교할 때 20% 많았지만, 2000년대에는 역전돼 외려 10% 적어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는데,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특히 심했다. 따라서 이제 진보정당은 지적인 엘리트인 ‘브라만 좌파’의 당이고 우파는 비즈니스 엘리트(상인 우파)의 당으로 변했다는 게 피케티의 진단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피케티는 세계화와 이민의 확대, 그리고 전반적인 교육수준의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유권자들은 이제 소득 재분배보다 세계화와 관련한 쟁점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고학력자들은 대체로 세계화를 찬성하는 진보정당을 더 많이 지지했다. 또한 대학교육이 확대되고 유권자 분화가 나타나면서 재분배를 지지하는 저교육·저소득층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높은 소득을 누릴 가능성이 큰 고학력자들은 재분배를 강력히 지지하지 않았다. 피케티는 이런 정치지형의 변화가 최근 불평등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치의 미래? 피케티에 따르면 몇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는 현재와 같은 다층적 엘리트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것이고, 둘째는 정당 구조가 현재와는 정반대로 고학력·고소득 ‘세계화주의자’ 대 저학력·저소득 ‘토착주의자’로 재정렬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선거 결과를 보면 이러한 가능성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셋째는 과거처럼 계급에 기반을 둔 재분배 갈등이 다시 나타나 정치가 재편되는 것이다. 피케티는 이 경우 부자들의 세계화를 통제하는 강력한 평등주의와 국제주의 정책 없이는 진보정당 내에 다양한 저학력·저소득 유권자들을 통합시키기 어려울 것이라 본다.  ‘상인 우파’ 키운 건 ‘브라만 좌파’미온적 기득권 개혁·규제 밀어붙여분노 틈탄 우파 포퓰리즘 세 늘려 불평등 해소, 한국에서도 ‘결국 정치’중상류층, 현 정부의 주요 지지세력‘피케티의 경고’ 한국사회에 화두 제시  ■ 중도좌파 정부가 재분배에 소극적인 이유 이와 관련해 빌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 등 1990년대 중도좌파 정부들의 실패한 역사는 진지하게 돌아볼 만하다.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의 공동편집인인 로버트 커트너는 지난 4월 펴낸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늘까>라는 책에서 세계화를 밀어붙인 이들 중도좌파의 실패가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그에 대한 분노가 브렉시트나 트럼프로 상징되는 우파 포퓰리즘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피케티의 연구는 중도좌파 정부가 적극적인 소득재분배나 자본에 대한 규제에 미온적이었던 이유도 지지층 변화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가 2014년 9월 불평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한국의 정치지형은 서구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브라만 좌파’는 한국의 ‘강남 좌파’를 떠올리게 한다. 여론을 주도하는 고학력층과 상위 10% 등 중상류층이 바로 현 정부와 집권당의 주요한 지지세력이다. 혹시 이런 이유로 정부가 증세나 기득권 개혁에 조심스러운 것은 아닐까.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지만 불평등은 더욱 확대됐고,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평등의 역사와 미래라는 화두를 들고 한국을 찾는 피케티가 한국 사회에 불평등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촉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토마 피케티 약력 1971년생영국 런던정경대학(LSE),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1993년 프랑스 경제학회가 주는 ‘올해의 최고논문상’ 수상1993~1995 미국 엠아이티(MIT) 경제학과 조교수1995~2007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2007~현재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2015년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영국 노동당 경제자문2017년 프랑스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 캠프 활동 * 주요 저서<21세기 자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6750.html#csidxb400328d69478ceaa3af109eed296d8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불평등 고통’ 겪는 계층이 되레 “불평등 심하지 않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⑤ 복지국가의 열쇠여론조사서 드러난 복지의식의 균열저학력·보수일수록 불평등 인식 낮지만생활에선 힘든 일 더 많이 겪는 ‘역설’좋은 사회에 대한 학습 적은 탓인 듯“가난·해고 등을 빨갱이 때문이라 여길 수도”학력·소득·계급 따른 차이 일관성 없어조직화 방법 등에 따라 복지정치 변화 가능성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을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국가는, 인류가 빈곤이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려고 이용하는 해법 가운데 최상으로 꼽힌다. 이런 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이냐 말 것이냐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일반적으로 복지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학력, 소득, 계급 등에 따른 차이가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오랫동안 분석돼왔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6~7일 실시한 복지 의식 관련 전화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46%포인트). 그렇다면 “객관적 삶의 상태와 사회정치적 의식이 ‘계급정치’로 선명히 연결되지 않고, 복잡한 관계”(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에 놓여 있는 한국엔 복지국가로 변모할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이번 조사 결과를 신진욱 교수와 함께 분석했다. ■ ‘불평등도가 높다’와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의 차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의 불평등도가 높다’고 여기는 사람과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힘들다’고 여기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불평등 정도는 0점(전혀 불평등하지 않다)에서 10점(매우 불평등하다)으로 볼 때 6.34점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중간 수준보다 더 불평등하다(6점 이상)고 답한 사람이 10명 가운데 6명 가까운 58.9%나 돼, 불평등도가 높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았다. 불평등도가 높다는 인식은 학력이 높을수록 더 높아져, 고졸 이하는 48.1%였지만 2년제 대학 졸업 이하는 62.4%, 4년제 대학 졸업 이하는 63%였고, 대학원 재학 이상은 72%에 이르렀다. 정치의식으로 보면, 자신이 보수(54%)나 중도(57%)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진보(64.7%)라는 사람 중에 불평등이 심하다는 답이 많았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그런데 ‘불평등한 구조 때문에 힘들다고 느끼냐’는 질문에선 이런 경향이 뒤집혔다. 고졸 이하(82.6%)에서 ‘힘들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년제 대학 졸업 이하(72.9%), 4년제 대학 졸업 이하(64.1%), 대학원 재학 이상(61.3%)으로 갈수록 힘들다는 이가 적었다. 또 진보(65.5%)보다는 보수(73.3%)와 중도(73.5)에서 ‘힘들다’는 이가 많았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어떻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낮다’는 의견이 고졸 이하는 45.8%, 대학원 재학 이상은 34.7%였다.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심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그로 인한 고통을 오히려 더 많이 느끼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는 객관적으로 한국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판단하는 것과 삶에서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불평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력이 낮고 보수적인 사람일수록 ‘좋은 사회는 이래야 한다’는 학습을 적게 했을 가능성이 커,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집단은 학력이 높고 진보적인 사람보다 저소득·저자산층이 많아 실제 생활은 힘들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진욱 교수는 “하층계급이 직접 경험하는 현실은 가난, 해고, 질병, 불안, 모욕감 같은 것이지 ‘불평등’이 아니다. 그런 현실은 ‘빨갱이’ 때문이라거나 대통령 때문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며 이들이 개인 삶에서 경험하는 고통이 곧 불평등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비일관성과 균열…열린 가능성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과 ‘힘들지 않다’는 사람 중엔 ‘한국의 복지 수준이 높다’는 응답이 각각 51.7%와 56.2%로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높다’는 사람과 ‘낮다’는 사람 사이에도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 비율(각각 69.1%, 72.9%)에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는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불필요하다’는 사람의 72.9%,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는 사람의 77.6%도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고 답했다. ‘복지 확대로 삶이 좋아질 것이냐’에서도 ‘불평등 때문에 힘들다’는 사람(66.8%)과 ‘힘들지 않다’는 사람(67.4%)의 답변이 비슷했다. 이 질문엔 ‘불평등에 국가 책임이 있다’는 이(67.5%)와 ‘없다’는 이(62%), ‘한국의 복지 수준이 높다’는 이(65.6%)와 ‘낮다’는 이(68.6%)의 응답도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 충돌하고 일관성 없어 보이는 답변과 관련해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흥미로운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은 ‘한국인의 복지 태도: 비계급성과 비일관성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한국에서 복지는 “선택 가능한 대안, 구체적 정치세력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구도가 아니라, 막연하고 추상적인 재분배 문제로 원자화된 개개인한테 던져지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불평등과 복지의 문제를 정치·사회구조의 문제로 연결하지도, 정치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다시 확인된 이런 비일관성은 복지정치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균열’, 즉 사회 전체의 변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대립구도가 매우 복잡함을 보여준다. 뒤집어 말하면 정당이나 시민정치세력이 이 대립구도를 어떻게 조직화하느냐에 따라 정치가 변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당은 시민사회의 무상급식 의제를 적극적으로 받아안아 당시 여당과 대립구도를 형성했고, 그 결과 당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던 여당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신진욱 교수는 “한국에서 진보적 복지정치의 균열 구조는 고등교육을 받은 중간계급, 계급의식이 싹트고 있는 하층계급 일부, 계급배반적 고령층, 그리고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초고소득·초고자산층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실 위에서 어떻게 ‘최대다수의 복지동맹’을 만들어 확장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복지동맹으로 공고화할 것인가를 깊이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66446.html#csidx58994f816b98eed88131b87990d1d60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소득 늘수록 복지 지지하지만…자산 상위 20%부터 뒷걸음질"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다주택자는 증세 공감 적지만, 보편증세 더 지지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담은 최상위층이 져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6~7일 실시한 복지 의식 관련 전화여론조사(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46%포인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4%가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세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 이들(475명)의 89.7%는 ‘세금을 납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세금을 누가 더 낼 것이냐를 두고는 ‘소득과 자산이 많은 최상위층이 더 내야 한다’는 부자증세 의견이 62.1%로, ‘담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내야 한다’는 보편증세 의견(37.9%)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부자증세의 당사자일 가능성이 큰 다주택자는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반영된 응답을 내놨다.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 필요성엔 집이 많을수록 공감하는 이가 줄어, 무주택자는 61.5%, 1주택자는 58.8%, 2주택자는 56.9%가 공감했고 3주택 이상 보유자는 50%에 그쳤다. 반면 보편증세 의견은 집이 많을수록 높아져 무주택자 35.1%, 1주택자 36.2%지만 2주택자 51.4%, 3주택 이상 보유자 65%로 조사됐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66449.html#csidx2df04a864d3880aa78777e48054e63d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10명 중 6명 '복지 증세를…최상위층 더 내야'"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다주택자는 증세 공감 적지만, 보편증세 더 지지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담은 최상위층이 져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6~7일 실시한 복지 의식 관련 전화여론조사(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46%포인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4%가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세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한 이들(475명)의 89.7%는 ‘세금을 납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세금을 누가 더 낼 것이냐를 두고는 ‘소득과 자산이 많은 최상위층이 더 내야 한다’는 부자증세 의견이 62.1%로, ‘담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내야 한다’는 보편증세 의견(37.9%)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부자증세의 당사자일 가능성이 큰 다주택자는 이해관계가 뚜렷하게 반영된 응답을 내놨다.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 필요성엔 집이 많을수록 공감하는 이가 줄어, 무주택자는 61.5%, 1주택자는 58.8%, 2주택자는 56.9%가 공감했고 3주택 이상 보유자는 50%에 그쳤다. 반면 보편증세 의견은 집이 많을수록 높아져 무주택자 35.1%, 1주택자 36.2%지만 2주택자 51.4%, 3주택 이상 보유자 65%로 조사됐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66449.html#csidx2df04a864d3880aa78777e48054e63d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보유주택 많을수록 '복지가 내 삶 개선' 답변 낮았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복지 확대되면 내 삶 좋아질 것”무주택자 72%, 3주택 이상 55%자산이 복지태도의 핵심 변수로 한국 19살 이상 성인의 67%는 ‘복지가 확대되면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집을 많이 가질수록 이런 기대는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 즉 자산이 복지에 관한 태도를 가르는 핵심적인 변수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18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맡겨 전국 성인 800명을 상대로 6~7일 실시한 복지 의식 관련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주택자는 72.2%가 복지 확대로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응답은 1주택자에선 65.5%, 2주택자에선 58.3%로 떨어졌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선 그 수치가 55%로 더 낮아졌다. 주택이 많을수록 복지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복지가 확대되면 내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다’는 사람의 70%였지만, ‘유지하는 게 좋다’는 사람에게선 63.1%, ‘오르는 게 좋다’는 사람에게선 43.3%로 떨어졌다. ‘경제적 불평등에 국가 책임이 있느냐’를 두고는 주택이 많을수록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줄었다. 무주택자는 93.8%, 1주택자는 90%가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봤고, 2주택자는 79.2%, 3주택 이상 보유자는 80%가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유사하게,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다’는 이는 94.2%가 국가의 책임을 물었지만,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이는 83.1%, ‘오르는 게 좋다’는 이는 73.3%로 줄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대책을 두고도 주택 보유량과 바라는 집값에 따라 의견이 뚜렷이 갈렸다. 무주택자는 83%, 1주택자는 80%가 ‘국민 모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정책’(보편복지)을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2주택자(76.4%)와 3주택 이상(55%)에게선 이 응답은 뚝 떨어졌다. ‘집값이 오르는 게 좋겠다’는 사람의 보편복지 선호(63.3%)도 ‘집값이 낮아지는 게 좋겠다’(80.7%)는 사람과 ‘유지하는 게 좋겠다’(80.9%)보다 크게 낮았다. 이번 결과는 공적 복지제도가 허약하고 수준도 낮아 각 개인이 자산 축적을 통해 노후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적 자산기반 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작동해온 탓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갈수록 커지는 자산 불평등 문제를 하루빨리 풀지 않으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은 계급정치의 역사적 배경이 없고 공공복지의 지지기반이 약한 탓에, 중·저소득층이라 해도 자기 집 하나만 있으면 복지 저항 집단이 되기 쉽다”며 “사적 자산기반 복지로 노후, 건강, 자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택 보유자, 특히 다주택 보유자로선 공공복지에 적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80%, 유선전화 20%의 비율로 실시됐으며, 신뢰 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46%포인트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66447.html#csidx1f20857b250a17180fb0468e6eb5bc3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저소득 생존법, 시간을 헐다…여 30%·남 20% ‘시간 빈곤자’"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④ 시간, 불평등의 새 얼굴소득 따라 노동시간 계층화 한국 노동시간 OECD 2위가사·여가 희생해 저임금 보전소득서 가사노동 구매비 빼니빈곤율 3배 높아지는 분석도저소득 여성이 시간빈곤 최고고학력일수록 정규직-표준노동여가-자녀 교육에 시간 많이 써불평등 강화하고 대물림 심화상시 5인 미만 사업장, 육상 운송 등 5개 특례업종은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서 택시기사가 세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13년 남짓 회사택시를 몰아온 김경진(가명·52) 기사는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일한다. 새벽 4시에 나와 오후 4시에 차를 넘기고 집에 들어간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때는 저녁 7시. 그래야 다음날 새벽 3시 무렵에 일어날 수 있다. 김씨가 하루 중 집안일을 하고 가족을 돌보며 여가를 보내는 시간은 채 3시간이 되지 않는다. 한주에 70여시간, 한달 26일을 일하고 손에 쥐는 수입은 200만원 남짓.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기본급이 68만원에 불과한 형편에 수입이 줄어들까 쉽지 않다. 김씨처럼 수입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회사택시 기사는 전국에 10만8천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노동시간이 휴일 포함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되지만 5개 특례업종 중 하나인 택시업은 예외다. 소득과 시간은 균형 잡힌 삶을 위한 두 축이다. 돈이 없으면 생활이 고단하고, 시간이 없으면 아이와 놀아주기, 집안 가꾸기, 독서나 드라마 시청같이 행복감을 주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은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노동시간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이들이 가사나 여가에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시간 빈곤자’들이다. 18살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6700곳을 조사한 서지원 방송통신대 교수(생활과학)의 2015년 연구를 보면 평일을 기준으로 남성의 20.7%, 여성의 29%가 시간 빈곤자였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삶의 중요한 자원인 소득과 시간은 어느 정도 대체관계에 있다. 택시기사 김씨처럼 장시간 노동으로 수입을 늘리면, 소득 빈곤은 벗어날 수는 있지만 시간 빈곤에 빠진다. 이때 시간 빈곤은 소득 빈곤의 심각성을 은폐하는 구실을 한다. 시간에 주목하는 복지 연구자들이 빈곤을 소득과 시간의 함수로 보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레비경제학연구소는 노동시간이 길어서 식사 준비, 돌봄, 보육 등 필수적인 가사 재생산 시간이 부족할 경우, 이를 시장에서 구매할 때 드는 비용을 소득에서 차감해 빈곤선을 새로 책정하는 분석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로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2008년 한국의 빈곤율을 측정한 결과, 가장이나 배우자가 고용상태인 가구의 빈곤율은 7.5%로 정부의 공식 빈곤율 2.6%보다 3배나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장시간 노동이 은폐했던 소득 빈곤이 확인된 것이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소득 기준으로 불평등과 빈곤을 측정하고 대응하면, 소득은 높지만 시간이 빈곤한 집단의 삶의 질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다”며 소득 때문에 시간을 희생하는 이들의 규모를 공식 통계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저소득층은 장시간 노동으로 소득을 올리면서 시간을 희생해왔지만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여건 때문에 소득과 시간 빈곤 사이를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2014년)를 분석한 오혜은(성균관대)씨의 2017년 연구를 보면 여성의 44.6%, 남성의 23.6%가 시간(자유시간 기준)이나 소득 중 한가지 빈곤을 겪고 있었다. 시간과 소득 모두 빈곤인 경우도 여성의 9.1%, 남성의 2.5%였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시간 빈곤은 소득 규모와 성별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나고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시간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1998년 이후 소득과 노동시간의 관계를 분석해보면 시간당 임금이 높을수록 표준 노동을 하고, 중위임금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동자는 초장시간 노동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소득에 따라 노동시간이 계층화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시간 빈곤은 저소득 여성에게 두드러지는데, 앞서 오혜은씨의 연구에서 자녀와 배우자가 있는 여성 가구주의 경우 유급노동,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중첩되어 시간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삶은 ‘시간 사용’과 ‘돈 사용’ 사이의 선택인 경우가 많다. 똑같이 바쁘더라도 소득이 높으면 고속철도(KTX)나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자녀도 좋은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다. 반면 장시간 노동을 해야 겨우 생활이 가능한 계층은 보육이나 여가에 쓸 시간이 적고, 돈으로 대체재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시간의 불평등은 돌봄, 여가, 사회적 관계 등에서 격차를 만들어 다른 불평등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연쇄 고리가 된다. 대표적인 것은 부모가 가진 시간에 따라 자녀 양육과 돌봄 시간의 질이 달라지는 점이다. 노혜진 케이시(KC)대 교수(사회복지학)의 2014년 연구를 보면, 고학력 부모가 저학력 부모보다 자녀를 돌보는 시간이 길고, 이런 돌봄 시간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부모는 정규직에 표준 노동을 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또 시간이 부족할 때 인간관계를 줄이게 돼 삶의 중요한 자원인 ‘관계재’의 양과 질에서 격차를 불러온다. 시간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집단은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가 제한되고 발전 잠재력이 위축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사회정책 수립자들이 시간의 분배를 고려할 때라고 지적한다. 소득의 분배와 재분배를 중심으로 복지정책이 개발됐지만, 여기에 시간을 고려함으로써 한층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혜진 교수는 “부모의 노동시간이 너무 길거나 시간이 빈곤한 것도 가구가 겪는 큰 위기 중 하나”라며 “자녀 보육이나 늙고 병든 가족을 보살피는 돌봄을 공공이 제공하는 등 빈곤가구가 잃어버린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6116.html#csidx73a28cf53df4eab92921e038e0b843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