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게 한국 사회의 공정을 둘러싼 논쟁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국내 한 학술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델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더욱 확대된 격차의 원인으로 ‘공정을 가장한 능력
주의’를 꼽았다. 2020년 12월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그는 ‘승자와 패자가 능력
주의를 당연시하는 것’이 불평등을 고착시킨다고 경고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망이나 격차를 해소하려는 복지
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지난 7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은 현재 1년 6개월 전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취업은 그때와 견줘 600만명이 부족하다. 이는 첨단기술이 도입된
업종의 노동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다른 수많은 전통적인 일자리는 파괴됐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이들은 경제적
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한국도 2020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신입생 55%가 소득분위 9~10분위
고소득 가구에 속해 있다) 능력주의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포장한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주요하게 작동한
것은 못 본 체한다. 하지만 출발선의 격차를 외면한 능력주의는 심각한 사회 분열을 일으켜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샌델은
경고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열성팬인 그는 이 작품이 묘사한 특권층의 불안감에도 주목한다. 이른바 ‘금수저’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명문대
진학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경쟁적인 능력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타는 것보다 한번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오는 게 더 힘들게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샌델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노동의 존엄성’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노동의 존엄성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돌봄과 청소, 배달, 보건, 위생 등 그동안 경시됐던 직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런 일들은 사회가 작동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시장주도적 사회에서 그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중요한 것은)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이다. 그것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일에서 역량을 계발하고 발휘하며, 널리 보급된 학습 문화를 공유
하고, 동료 시민들과 공적 문제에 대해 숙의하는 것 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샌델의 ‘능력주의 비판’은 한국 사회에서 역으로 비판도 받았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강력한 능력주의 선발 시스템이 없었다면 한국의
고위 공직은 혈연·지연으로 얽힌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차지했을 것”이라며 능력주의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경향신문> 6월 10일 치 ‘능력주의 비판을 비판한다.’ 그는 능력주의가 “대중의 집단적 절망에 의해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가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양극화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대중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으로 (기업) 채용이나 (대학)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이 ‘시대정신’으로
등극한 것은 사람들이 시험에 중독되었거나 지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샌델이 제시한 ‘개인주의적 해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샌델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운을 인정하고, 겸허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한다고 해서 능력주의의 본질적 문제가 해소
되지는 않는다”며 개인화된 해법이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 인류가 샌델의 제안을 충실히 따른다고 하더라도
능력주의와 결합한 차별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샌델에 대한 비판은 그가 ‘한국형 능력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수렴한다. 10월20일 열리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샌델이 이런 지적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10:25 ~ 11:30
기조세션 2
능력주의와 공정, 그리고 정의
대담 마이클 샌델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
대담 김선욱숭실대학교 학사부총장
김선욱
숭실대학교 학사부총장
대담 김은미이화여자대학교 총장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게 한국 사회의 공정을 둘러싼 논쟁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국내 한 학술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델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더욱 확대된 격차의 원인으로 ‘공정을 가장한 능력
주의’를 꼽았다. 2020년 12월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그는 ‘승자와 패자가 능력
주의를 당연시하는 것’이 불평등을 고착시킨다고 경고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망이나 격차를 해소하려는 복지
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지난 7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은 현재 1년 6개월 전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취업은 그때와 견줘 600만명이 부족하다. 이는 첨단기술이 도입된
업종의 노동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다른 수많은 전통적인 일자리는 파괴됐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이들은 경제적
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한국도 2020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신입생 55%가 소득분위 9~10분위
고소득 가구에 속해 있다) 능력주의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포장한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주요하게 작동한
것은 못 본 체한다. 하지만 출발선의 격차를 외면한 능력주의는 심각한 사회 분열을 일으켜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샌델은
경고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열성팬인 그는 이 작품이 묘사한 특권층의 불안감에도 주목한다. 이른바 ‘금수저’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명문대
진학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경쟁적인 능력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타는 것보다 한번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오는 게 더 힘들게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샌델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노동의 존엄성’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노동의 존엄성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돌봄과 청소, 배달, 보건, 위생 등 그동안 경시됐던 직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런 일들은 사회가 작동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시장주도적 사회에서 그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중요한 것은)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이다. 그것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일에서 역량을 계발하고 발휘하며, 널리 보급된 학습 문화를 공유
하고, 동료 시민들과 공적 문제에 대해 숙의하는 것 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샌델의 ‘능력주의 비판’은 한국 사회에서 역으로 비판도 받았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강력한 능력주의 선발 시스템이 없었다면 한국의
고위 공직은 혈연·지연으로 얽힌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차지했을 것”이라며 능력주의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경향신문> 6월 10일 치 ‘능력주의 비판을 비판한다.’ 그는 능력주의가 “대중의 집단적 절망에 의해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가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양극화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대중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으로 (기업) 채용이나 (대학)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이 ‘시대정신’으로
등극한 것은 사람들이 시험에 중독되었거나 지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샌델이 제시한 ‘개인주의적 해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샌델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운을 인정하고, 겸허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한다고 해서 능력주의의 본질적 문제가 해소
되지는 않는다”며 개인화된 해법이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 인류가 샌델의 제안을 충실히 따른다고 하더라도
능력주의와 결합한 차별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샌델에 대한 비판은 그가 ‘한국형 능력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수렴한다. 10월20일 열리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샌델이 이런 지적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11:30 ~ 11:55
특별강연
위기,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
특별강연 뤼트허르 브레흐만유럽 대안 언론 <드 코레스폰던트> 창립멤버 / 기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유럽 대안 언론 <드 코레스폰던트> 창립멤버 / 기자
인간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각종 사회 제도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동양과 서양의 숱한 철학자들과 사회사상가들이 수천년 동안 다양한 답변을 내놓은 이 거대 질문에 대해 주목할 만한 답변이 새로
제시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휴먼카인드>를 펴낸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답변이다. 그는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지도 악하지도 않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품위있고 선한 존재다”라고 주장한다.
브레흐만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위기,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광고없이 후원제로 운영되는 혁신적 독립언론 <드 코레스폰던트>의 창립 기자이자 역사학자다. 인류는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을 서로 협력하고 평등하게 공존해온 ‘꽤 품위있고 선한 존재’라는 게 브레흐만의 논지다. 심층보도 전문
언론인이자 역사학자답게 브레흐만은 널리 알려진 사건들의 진실을 직접 취재와 사료 조사를 통해 재조명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낸다.
브레흐만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는 토머스 홉스의 사상은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자연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선행을 베푸는 공존과 공감의 존재인데, 그동안 권력자들과 언론에 의해 진실이 잘못 전달
되어 왔다는 얘기다.
브레흐만이 근대 법률과 사회제도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한 홉스적 성악설에 맞서 논지를 펼쳐나가는 방법은 독특하다. 성악설의
주장과 논리의 근거를 제공한 역사적 사건과 그 실체에 대한 추적과 접근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해당 주장을 공박하는
방식이다. 그는 저서에서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현실적 구현으로 언급된 1966년 표류 사건과 1차 세계대전 때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 ‘방관자 효과’라는 말을 만들어낸 1964년 뉴욕시 캐서린 제노비스 살인사건 등을 추적해,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사건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선한 존재였고 기꺼이 돕는 관계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메일로 진행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 브레흐만이 펼치는 ‘협력하는 선한 인간’의 논지와 근거를 살펴본다.
-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보는 관점이 왜 ‘급진적’ 견해인가?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왕과 왕비, 관리자와 사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층적이고 관료적이며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근본적으로 품위 있고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왕과 왕비, 경영자는 필요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훨씬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선함을 믿는 것은 혁명적인 행위다.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
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개념에 개반을 두고 학교, 직장, 민주주의와 감옥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이는 많은
경우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 사회와 국가의 지배적 이념이 홉스적 인간관이었지만 인류 역사에서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 복지는 지속 개선되어오지 않았나?
이는 홉스적 인간관이 잘 작동해왔으며 유용성을 보여주는 증거 아닌가?
“지난 200년간,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인류가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류는 약 30만년 역사의
95%를 수렵채취인으로 살아왔다. 그 시기 상당히 평등하게 살았다는 고고학적·인류학적 증거가 많이 있다. 농업을 발명하고 도시와
마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잘못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역사의 비극이었다. 문명은 우리에게 전쟁,
노예제도, 장시간 노동과 전염병을 가져왔다.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핀란드·스웨덴처럼 가장 번영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는 관점을 갖고 있다
- 폭격당한 도시의 시민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재난 현장에서 자발적 연대 의식이 형성되는 현상이 있음에도 왜 재난이
극복되면 왜 그러한 연대의식은 사라지게 되는가? 어떠한 노력을 통해, 인류는 비재난 상황에서 공감과 연대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가?
“재난이 있은 지 몇 달 후에 즉각적인 연대감이 희미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19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엔 냉소주의가 유행이었다. 지난 40년간은 이기주의와 경쟁이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롭고 현실적인 시각에 입각해 연대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과 코로나19가
전환점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
-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서부전선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감동적이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이후로도 전쟁과 적대적
행위는 줄어들지 않았다. 무수한 전쟁과 적대적 행위의 역사 속에서 ‘크리스마스 휴전’ 사례가 인류의 평화 선호를 끌어내는
논거가 될 수 있는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예외였고 평화였다. 하지만 평화롭고 즐겁게 지내는 사람에 관한 뉴스보다 테러 기사가 많은 것처럼,
역사책엔 평화보다 전쟁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다. 역사가와 언론인들은 부정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은 특별하지 않았다. 스페인 내전과 보어 전쟁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고, 미국 남북 전쟁, 크림 전쟁, 나폴레옹
전쟁에서 비슷했다. 전쟁사 학자는 1914년 크리스마스를 ‘빙산의 갑작스런 등장’이라고 묘사했다. 전쟁 중엔 항상 평화가 분출할
‘위험’이 있다. 정치인과 장군들은 이를 막기 위해 선전, 거짓말, 가짜뉴스, 무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인간 두뇌는 전쟁을
선호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고고학자들은 전쟁이 지난 1만5천년 동안 아주 최근에 발명되었으며, 그 기간에도 예외였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와 국가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다. 백신 접종과 방역 지침 등에서 강한 사회적 압력과 통제를
적용한 동아시아국가들의 피해가 적었다. 국가와 사회가 공중보건과 치안을 위해 개인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개인들의 선의를 강조하고 자치를 위임하는 문화는 줄어들지 않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을 오랫동안 억눌렀다는 사실부터
인정하자. 만약 중국 과학자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존중되었다면, 전세계적인 유행병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만,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은 바이러스를 더 잘 막아냈고, 서유럽 국가들은 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후 위기 상황
에서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환경 사이의 균형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리더십이 훌륭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좀더 권위적인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은 매우 위험한 약이다. 민주주의는 그에 대한 해독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11:55 ~ 13:00
점심시간
13:00 ~ 15:00
특별세션
소외, 차별 없는 대전환을 위하여
모더레이터 이상헌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기조발제 섀런 버로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사무총장
섀런 버로
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사무총장
토론 스텔리오스 그라파코스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텔리오스 그라파코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론 산디프 파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책임자
산디프 파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책임자
토론 스레스타 바네르지인도 '아이포레스트' 기후정의 프로그램 책임자
스레스타 바네르지
인도 '아이포레스트' 기후정의 프로그램 책임자
토론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소외와 차별없는 정의로운 전환은 어떻게 이룰까?
휘발유와 디젤차 생산이 중단되고 석탄화력 발전소가 멈추는 날, 노동자들의 직장과 지역경제는 어찌될 것인가? 기후위기는 전지구적
고민이지만 그 사회·경제적 영향은 사람에 따라 차별적이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전환의 피해와 부담이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이 마련되야 한다. 2015년 합의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서문에도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
명시돼 있다.
당장 표준석탄화력 1개 호기(50만㎾)의 불을 끄면 직접고용 인력만 550명이 직장을 잃는다. 일자리 전환과 새 일자리 창출, 재교육과
직업훈련, 소득의 보전 등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지원방식을 법제화하고 전환기금도 마련해야 한다. 실재 역내에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청남도는 올 2월 전국 지방정부 중 최초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 및 운영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지역
문제에 머물지 않고, 정의로운 전환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 경제를 만들고 양질의 녹색 일자리를 만들며 불평등을 해소
하는 등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지난 5월 100명의 민관 인사가 참여해 출범한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이란 중대한 과제를 제대로 다루기에는
구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위원 가운데 노동자와 지역사회 대표성이 약하고, 의제를 ‘공정전환’(Just Transition) 분과에
맡김으로써 절차적 정당성과 사후보상 문제로 협소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다 본질적 논의와 구체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후를 여는 특별세션은 ’소외, 차별없는 대전환을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녹색전환이 과정과 결과 모두
정의로운 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색한다. 이 세션은 섀런 버로 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사무총장이 기조발제를 한다. 버로
총장은 정의로운 전환 ‘전도사’라 불릴 만큼 노동과 환경의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2016년 아이티유씨에 ‘정의로운 전환센터’를 세워
전환 과정에서 노동이 배제되지 않도록 산업계, 시민사회, 정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대화 테이블을 꾸려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에서 태어난 버로 총장은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교원노조 운동에 투신해 오스트레일리아 노조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는 전 세계 162개국 328개의 노동조합, 1억7600만 명의 노동자가 가입되어 있는(<시사상식사전> 참고)
세계 최대의 노동조합 단체인 국제노동조합연합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의 고조할아버지도 1891~1892년 벌어진 양털깎이
노동자 파업에 깊숙이 개입해 훗날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조합이 탄생하는 산파역을 하는 등 대대로 노동운동을 하는 가문에서 자랐다.
그녀는 불평등, 불신 같은 사회적 위기과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와 실패로 판명된 경제모델을 버리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버로 총장은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가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도록 캠페인을 계속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좀 더 보편화되어야
한다. 더 많은 경영자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 아래 경영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도 단순히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의
좌초자산(석탄, 석유에 투자된 시설 등)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사회도 낙오하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토론은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모더레이터를 맡는다. 아이엘오도 2016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스텔리오스 그라파코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녹색전환의 의미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투자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한다. 산디프 파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선임연구책임자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위한 필수 요건’에 대해 견해를 밝힌다. 스레스타 바네르지 인도 ‘아이포레스트’
기후정의 프로그램 책임자는 ‘탈석탄 미래를 위한 도전과 기회: 인도 정의로운 전환 실험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한국의 정의로운 전환 실현 전망과 과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bhlee@hani.co.kr
15:00 ~ 15:10
휴식
15:10 ~ 16:50
청년포럼
청년들이 만드는 균열, 연결, 그리고 상상력
모더레이터 이승윤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토론 변재원소수자정책 연구자
변재원
소수자정책 연구자
토론 이슬아작가 / 헤엄출판사 대표
이슬아
작가 / 헤엄출판사 대표
토론 조소담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토론 천주희문화연구자
천주희
문화연구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오는 20일 열리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청년포럼’ 세션을 특별히 마련한다. 20~30대 젊은이들이
직접 청년담론을 논의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기성세대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청년세대의 열정과 패기를
만날 수 있다. 이승윤(41)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가 좌장을 맡고,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20~30대 청년인 변재원(27) 소수자정책 연구자, 이슬아(29) 헤엄출판사 대표, 조소담(30)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천주희(35) 문화연구자가 패널로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세차례에 걸친 화상회의를 통해 청년담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 개막 당일 ‘청년들이 만드는 균열, 연결,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청년들의 다양한 모습과 그런 시도를 보려는
노력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상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청년들의 사례를 공유한다. 천주희
문화연구자는 청년담론이 청년의 삶을 담아내는 유용한 틀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청년의 다양한 욕구와 삶을 다루지 못하는 담론의
한계를 지적할 예정이다. 그는 언론, 정치, 기업 등 주류 권력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청년담론을 비판하며, 이들에게 질문을 다르게
던지는 사고 훈련과 언어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현재 논의되는 청년담론의 장 바깥으로 눈을 돌려 현장에서 활동하고
실천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경청하자고 강조할 예정이다.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는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차별금지법 끝까지 지켜보기’ 등 그동안 닷페이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새로운 방식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활동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에서부터
문제 의식을 갖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닷페이스의 기획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이슬아 헤엄출판사 대표는 수필집 <일간 이슬아>라는 새로운 방식의 구독 모델 발명 사례를 공유하면서 거대 플랫폼으로부터 창작자가
독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장혜영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으로서 경험담을 나누며 대중적이고
재밌는 글을 쓰고자 하는 창작자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사건들과 만날 때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갖게 되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변재원 소수자정책 연구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며 장애인 관련 정책과 제도를 직접 변화시키는 과정과 생생한
경험을 전한다. 경로 의존성이 존재하는 오래된 조직 안에서 새로운 정치 방식을 고민한다는 변 연구자는 과거와 현재의 정치 참여
방식 간 균형을 맞춰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청년에게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이승윤 교수가 진행할 패널토론에서는 청년들의 일상과 삶에 대한 유쾌한 대화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 실업, 주거
불안 등 청년들이 직면한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희망을 발견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세션을 위한 사전 토론에서 우리 사회의 ‘청년담론 편중 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았다. 남성·대학생·수도권·비장애인만이
아닌 고졸 이하·지방 출신·비정규직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날카롭게 제기됐으며, 청년에 대한 관심이 진심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치권과 언론에서 청년의 삶을 너무 쉽게 정의하려 든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