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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공존·협력하려는 본성이 있다”
관리자 . 2021.10.21

<2021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
뤼트허르 브레흐만 네덜란드 언론인

‘이기적·탐욕적 본성’ 통념에 반박
낯선 이가 곤경 처하면 90% 도와

뤼트허르 브레흐만 유럽 대안 언론 <코레스폰던트> 창립멤버가 ‘위기,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뤼트허르 브레흐만 유럽 대안 언론 <코레스폰던트> 창립멤버가 ‘위기,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가장 다정한 인류가 살아남았다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빙하기 시절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사람은 무리에서 쫓겨나 쓸쓸하게 죽었을 것이다.” 원시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통해 생존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다정한 존재였던 덕택에 살아남았다는 주장이다.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위기,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인류의 공존과 협력적 본성을 강조했다.

 

비대면 영상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네덜란드의 탐사보도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브레흐만은 근대 자본주의의 논리적 토대를 이루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 본성’이라는 통념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덴마크 심리학자 마리 린데고르가 학술지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에 최근 발표한 논문은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낯선 이의 곤경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알려준다. 현대 도시엔 어디에나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있어 실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데 유용한데 런던·케이프타운·코펜하겐·암스테르담에서 1천건 이상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영상 분석 결과 90% 이상의 사람들은 서로 돕는다는 게 밝혀졌다.

 

브레흐만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도 공존과 협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강조했다. 사람은 동물 중에서 얼굴을 붉히는 유일한 동물이며, 눈동자에 흰자위(공막)가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신체적 특성을 지닌다. 얼굴 붉힘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적 약점을 드러내는 신호이고, 흰자위를 통해 눈동자의 응시 방향을 노출하는 행위는 사냥감에게 피하라는 알림이 된다. 보노보·침팬지·오랑우탄을 포함한 200여종의 영장류는 하나같이 홍채 주변이 어둡다. 브레흐만은 이처럼 얼굴빛과 눈동자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노출하는 인간의 신체적 특성은 사람들 간에 상호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진화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탁월함은 소통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며, 사람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며 집단의 일부가 되기를 절박하게 희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드러낸 사례로 알려진 1970년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의 ‘스탠퍼드대 감옥 실험’은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가학적이고 상스럽게 행동하라”는 짐바르도 교수의 특별한 지시에 영향받은 사실상의 ‘조작된 실험’이라는 점이 나중에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방관자 효과’로 알려진 뉴욕시 제노비스 살인사건도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브레흐만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논리가 서구문화에 뿌리 깊지만 전쟁은 농경시대 이후인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인류는 대부분의 세월을 공존하고 협력하는 존재로 살아왔음을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가로서 그는 ‘노예제 폐지’처럼 인류는 얼마든지 더 나은 현실을 추구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6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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