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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양극화는 시장의 확장이 가져온 불평등 탓”

|제인 맨스브리지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 인터뷰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그의 반대자들(왼쪽)과 지지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거친 말을 주고받고 있다. 뉴욕/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제1야당 대표 단식, 체포동의안 통과, 지지자들 시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한국에서 벌어지는 극한 정치적 대립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에서 3년 전 폭동으로 의사당이 점거됐고 전직 대통령마저 기소됐다. 상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정치가 팽배한다. 민주주의 위기는 패권경쟁,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와 겹쳐 삶의 불안을 키운다. 오는 11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 맞춰 위기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세 차례 싣는다.  5년 전 정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을 받은 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미국정치학회 회장까지 지낸 탁월한 민주주의 이론가다. 오는 11일 한겨레가 주최하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강연하는 그를 지난달 7일 인터뷰했다. 그는 시장을 길들이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가 지난달 7일 보스턴 외곽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류이근 선임기자 ―최근 민주주의 위기가 과거와 다른가? “지금 실수한다면 과거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과거에는 전쟁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위험이 더 커졌다.”―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양극화에 공통 원인이 있나? “양극화는 시장의 확장이 가져온 불평등과 자본주의 길들이기 목표의 후퇴로 발생한다. 불평등이 커지면 ‘우리’(We-feeling)라는 공동체 의식이 무너진다. 서로 더 멀어지고 소통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을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한다. 더 많은 정치적 권력을 가진 부유층은 노동계급이나 빈곤층의 삶이 어떤지 모르거나 자신의 지위를 스스로 얻은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면 동질감을 느끼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 적을 찾아 악마화하거나 전쟁하는 것이다.―자본주의를 길들일 수 있나? “자본주의를 방치하면 더 많은 경제, 사회적 불평등을 낳는다. 자유 시장을 없애자는 얘기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북유럽)에서 해왔던 것처럼 자본주의를 길들여야 한다. 늑대를 데려와 오래 키우면 친구가 된다. 강력한 복지국가를 통해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자신이 국가의 일원이라고 여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북유럽의 정치적 양극화 해소와 강력한 복지국가는 상호 연관돼 있다. 양극화가 없어야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우리란 느낌’도 강해진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 많은 ‘자유 사용재’(Free use goods)가 필요하다며 무임승차(Free riding)와 규제, 국가의 강제력이란 개념 등을 동원해 설명한다.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도로, 항만, 안보 등 자유 사용재를 더 많이 공급해야 정치 양극화를 줄일 수 있고, 조세 징수 등 국가의 강제력과 이를 어겼을 때 처벌할 수 있는 합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주의의 확산과 탈규제를 좇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성찰이 깔렸다. 50% 안팎 세금을 내면서 충분한 자유 사용재를 공급받는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은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그의 해법이기도 하다. 다만 부패가 없어야 한다.―적대적 민주주의 대안은? “무작위로 선정된 100명 또는 그 이상의 시민이 모여 정책을 심의하고 입법부나 행정부에 조언하는 ‘시민의회’ 등을 실험해보면 좋겠다. 또 이른바 ‘의회 연결’로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선출된 대표자와 문제를 논의해 풀어갈 수 있다. 시간과 충분한 사실적 근거가 제공되고 계급과 정치적 노선을 넘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시민들도 정책을 심의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공동의 이익과 관심사를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끝으로 그는 내년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해 당선된다면 민주주의 위기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스턴/류이근 선임기자, 노영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736.html​

쩍 갈라진 미국…정치갈등 속 불평등에 ‘내 편 아니면 적’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치 양극화트럼프 지지자 ‘1∙6 의사당 폭동’2년여 지났지만 분열 더 심화불평등 심화에 혐오가 파고들어2021년 1월6일 대선 승리를 도둑맞았다면서 미국 워싱턴디시(DC) 국회 의사당을 점검한 트럼프 지지자들. AP 연합뉴스 제1야당 대표 단식, 체포동의안 통과, 지지자들 시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한국에서 벌어지는 극한 정치적 대립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에서 3년 전 폭동으로 의사당이 점거됐고 전직 대통령마저 기소됐다. 상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정치가 팽배한다. 민주주의 위기는 패권경쟁,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와 겹쳐 삶의 불안을 키운다. 오는 11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 맞춰 위기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세 차례 싣는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인 아이샤에게 친구들의 문자가 날아왔다. “도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니?” “너는 괜찮니?” 폭도들이 워싱턴디시(DC)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경찰을 공격했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의원들이 폭도를 피해 숨었다는 소식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당 앞에 세워진 교수대에 달린 올가미 사진을 보고서는 끔찍했다. 의사당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곳에 그의 집이 있다. 워싱턴에 사는 친구들이 피난을 떠나야 할지 물었지만 집을 나서면 더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2021년 1월6일 있었던 사건은 ‘폭동’이 아니라 ‘반란’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아이샤를 만난 지난달 6일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전 지도자 엔리케 타리오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단체 회원을 조직 및 선동해 의사당을 점거하려 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제껏 그날 폭동에 참여해 기소된 1100여명 가운데 최고 형량이었다. 2016년 뉴욕에서 창설된 이 단체는 자신들을 트럼프의 보병으로 여겼다. 며칠 앞서 다른 조직원 도미닉 페졸라는 10년 형을 받고 법정을 나가면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고 외쳤다. 이는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의사당이 공격받던 날 워싱턴을 뒤덮었던 함성이다. 그날은 두달 앞서 치러진 대선 결과를 좀체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벌인 불복 시위가 폭력으로 얼룩진 날이었다. 선거로 권력을 선출하는 민주주의 원칙이 부정당했다. 민주주의 종주국으로 불리며 민주주의를 수출해온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었다.  지난 9월4일 미국 워싱턴디시(DC) 국회 의사당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류이근 기자 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달 초 의사당은 한가로워 보였다. 드문드문 의사당을 지키는 경찰이 눈에 띄었지만 의사당 가까이 다가가 구경하고 사진 찍는데 누구도 막지 않았다. 한때 의사당을 둘러싼 2.4m 높이 검은색 철제 담과 바리케이드도 1·6 폭동 6개월 뒤 모두 철거돼 보이지 않았다. 2년9개월이나 지났지만 그날의 상흔은 아직 미국을 갈라놓고 있다. 1·6 폭동을 보는 시선은 두 쪽으로 나뉘었다. 폭동이 있은 지 8개월이 지나 실시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는 미국의 정치 양극화 지형을 그대로 드러낸다. 폭동 참가자의 처벌 수위가 적절했는지 묻자 민주당 지지자 10명 가운데 7명은 너무 가볍다고 답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 과하거나 적절하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사는 존도, 위스콘신 밀워키에 사는 에런도 폭동 참가자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는 쪽이었다. 둘 다 트럼프 지지자다. 보험사에서 일하는 에런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사법 제도를 이용해 크고 작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쫓아내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기소한 것도 과잉 조처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관련 조지아주 등 두 곳에서 기소됐다. 이 때문에 8월24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서 ‘머그샷’으로 불리는 수감자 사진을 찍었다. 인상을 찌푸린 그의 모습이 공개됐지만 정치적으로 전혀 상처 입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화당 지지자는 그가 정치적 동기에 의해 기소됐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초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에서 내년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는다면 누굴 찍을지 묻자 각각 46%를 얻어 동률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자로 다음 대선 때 바이든을 찍겠다고 밝힌 아이샤는 트럼프의 재출마를 불행한 현실이라면서 ‘무섭다’는 말을 다섯번이나 반복했다. 그의 두려움과 달리 미국의 반쪽은 트럼프를, 나머지 반쪽은 바이든을 거의 같은 힘으로 떠받치고 있다. 지난 대선이 조작됐다고 생각하는 맷은 내년에 다시 트럼프를 찍겠다고 말했다. 시카고 교외에 사는 그는 바이든이 ‘오바마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라고 생각한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그의 반대자들(왼쪽)과 지지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거친 말을 주고받고 있다. 뉴욕/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콜로라도주 덴버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토니는 남동생과 만나더라도 정치를 소재로 얘기 나누지는 않는다. 동생은 지난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 1·6 폭동은 정당했으며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지 못하면 내전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가족 가운데 예외적 식구는 동생이 아니라 토니다. 캐나다와 국경을 맞댄 북부 몬태나주 시골 출신 토니의 가족은 모두 동생과 정치적 견해가 비슷하다. 양극화된 정치는 가족보다 신뢰가 더 두터운 ‘정치적 부족’을 만들었다. 시비에스(CBS)가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가족과 친구, 보수 매체 인사들, 종교 지도자들보다 더 진실을 말한다고 느꼈다. 정치적 부족은 지역으로 묶이고 나뉜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빌 비숍이 ‘거대한 분리’(The Big Sort)에서 썼듯 미국은 도시와 시골, 첨단 산업 도시와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크게 나뉜다. 이는 다시 정치 양극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세계화와 맞물린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떠밀린 백인 노동자 계층의 쇠퇴에서 비롯한 문화적 요인을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보기도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 불평등에 주목해 설명하기도 한다. 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시장의 확장과 자본주의 길들이기 목표의 후퇴가 공동체 의식을 약화해 양극화를 추동했다고 말한다. 비영리 공개 포럼이자 실천 공동체를 지향하는 ‘연대 워크숍’(solidarity workshop) 창립자 엘리아스 크림은 미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면서 “이민 혐오와 문화 전쟁같은 문화적 면만이 아니라 20년 넘게 미국 중산층의 쇠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이후 미 중산층은 되레 줄었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미국의 두꺼운 중산층이 깨지고 불평등이 심해져 소수 인종과 이민자, 이슬람교도들에게 적대를 퍼붓게 되는 일종의 적대가 전이되는 문제가 나타났다”며 “지금 세계 정치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불평등의 심화와 중산층의 몰락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대상 19개국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서 상대 정당 지지자들과의 갈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 누리집 갈무리 정치 양극화는 미국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에서 선진국 중심 민주주의 19개국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와의 갈등이 한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미국이 2위였다. 반면 북유럽의 스웨덴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불평등이 크고 시장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며 상대적으로 복지가 약한 나라에서 양극화 현상이 도드라졌다. 내년 미 대선은 누가 승자가 되든지 갈등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토니는 다소 비관적이다. “미국은 아직 1·6 의사당 폭동을 극복하지 못했다. 트럼프가 시동을 걸었던 힘이 우리 정치를 계속 지배하고 있다. 내년 선거는 4년 전과 많은 부분에서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워싱턴/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735.html​

‘아메리카 퍼스트’로 전세계 불안과 비용 커졌다

쇠락한 미 러스트벨트 표심 노려트럼프, 중국에 화살 돌리며 집권바이든 정부서 대중압박 더 강화미중 무역갈등 커지며 불안 확산2016년 12월1일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에어컨 제조사 캐리어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캐리어가 이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려는 것을 막아 1100명의 일자리를 지켰다고 홍보했다. 인디애나폴리스/AP 연합뉴스 토니 마이클은 1979년 소련에서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의 손에 들린 건 치기공 장비였다. 미 시카고 외곽에 있는 그의 사무실 한쪽 그때 들고 온 손망치와 때 묻은 크라운, 보철물 등이 전시돼 있다. 3명이 공동 운영하는 치기공소는 돈벌이가 예전만 못하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가 느끼는 더 큰 위협은 중국이다. 그의 가게에서 이빨에 덧씌우는 크라운을 제작해 200달러에 치과에 넘기지만 중국산은 30달러밖에 안 된다. 주문하면 1주일 만에 항공으로 배송된다. 약 10조원에 이르는 미국 치기공 시장은 매년 성장하지만 치기공소는 사업자 고령화로 인한 은퇴와 저가의 중국산 수입 등으로 매년 그 수가 줄고 있다. 마이클이 자신의 삶 가운데 느끼는 것은 거대한 기술변화와 중국 효과로 밀려나는 러스트벨트(미 중서부와 북부 쇠락한 공업지대) 제조업 노동자들이 겪은 대서사의 축소판이다. 세계화란 이름 아래 자유무역의 확산이 빚은 고통이었다. 2000~2010년 러스트벨트 지역 여섯개 주에서 제조업 고용은 35%나 감소했다. 대공황 때보다 더 급격했다. 일자리 감소의 4분의 1은 중국 효과로 추정됐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지만 안정적이지 않거나 보수가 낮았다. ‘버려진 이들’, ‘낙오자들’로 불린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 계층에게 도널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는 효과가 컸다. 트럼프는 좌절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고 장담했다. 2016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결정적이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오스틴 비상근 선임연구원은 “러스트벨트는 지정학적으로 많은 주민이 소외감과 낙오감을 느끼는 지역으로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서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는 국수주의, 민족주의, 고립주의, 경제적 향수를 자극하는 비옥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비옥한 그곳에 제대로 씨를 뿌렸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아메리카 퍼스트는 속 시원한 사이다와 같은 구호다. 경제학을 전공한 뒤 밀워키에 있는 보험사에서 일하는 에런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의 한 세기 동안 미국인을 우선하지 않는 정책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트럼프가 바꿨다. 그는 미국의 이익과 노동자를 위해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정책을 폈다.”  2016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중국산 제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는 2년 뒤 중국 제품들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중국 제품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이익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트럼프가 쏜 화살의 과녁은 중국이었다. 글로벌 분업구조의 하청 기지로 중국을 편입시킨 미국은 오랫동안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몸집이 커진 중국은 이제 패권에 도전하는 ‘위협’이다. 트럼프는 2018년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맞불을 놓으면서 무역 갈등이 불붙었다. 두 나라 갈등으로 세계 무역 불안지수가 치솟았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흔적은 1933년 후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 서명한 ‘미국산 구매법’(Buy American Act)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보호주의 법률안이었다. 분명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이전에 없던 것이 아니지만 트럼프 때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해 무역, 국제 관계 등에서 보다 명확하게 선언됐다. 특히나 트럼프의 전통과 정책의 대척점에 설 것으로 예상했던 조 바이든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더욱 확산시키고 강화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달이나 무역정책에서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 보호주의 정책, 대중 무역압박 등은 유지 강화되었다”며 “트럼프의 정책이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에 국한된 것이라면 바이든의 대중정책은 무역압박(보호주의)과 가치외교(홍콩 인권과 대만 문제 제기 등)가 결합하여 전략 경쟁과 체제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그 수단으로 썼다.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도전과 추격을 차단하는 전략이다. 국내 정치적 효과는 컸지만 실제 경제적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지구적으로는 큰 혼란을 겪고 비용을 치르고 있다. 오태웅 드포대 교수는 “인플레를 억제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은 종종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며 “보호무역주의 또한 가격 상승과 제품 품질 하락, 공급망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뒤 미-중 무역갈등으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세계무역불안지수. 전미경제조사국 보고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조차 제조업 일자리를 명분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배경엔 분명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 박 교수는 “미 백인 노동자 계층(러스트벨트 지역)의 실업과 불만 고조 때문이다. 지난 몇 차례 대선에서 이들의 표심이 대선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미-중 무역 갈등을 키웠고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쳐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인플레를 키웠다. 다중위기가 낳은 고물가와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금리 처방은 전세계에 고통과 불안을 키웠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다중위기란 나비효과를 일으킨 날갯짓이었다. 그 비용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나눠 치르고 있다. 시카고 워싱턴/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734.html​

‘ESG워싱’ 넘어선 새로운 지속가능발전의 길 찾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링크스크랩프린트글씨 기2023년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3UN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 기반 기업성과 측정그린피스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지난 9월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 공시 의무화를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후공시 의무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혜윤 기자  이에스지(ESG) 경영이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에스지 워싱(ESG Washing)에 대한 문제가 함께 지적되고 있다. 이에스지 워싱이란 이를테면 석유가스투자를 주로 하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광고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과 같이 기업의 이에스지 성과를 왜곡, 과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에서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기후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다. 기업 임직원 인권 및 다양성을 포괄하는 사회 영역과 이에스지 성과를 조직적으로 관리·평가하는 거버넌스 영역은 아직 자율공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는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발표했다. 지표는 총 61개로 단기 실적 중심의 기존 이에스지 보고체계를 보완하고, 기업을 둘러싼 환경·사회 이해관계자 등 이에스지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  오는 10월11일 오후 대한상의 지하 2층 중회의실B에서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3에서는 이에스지 워싱을 극복하기 위한 이에스지 공시의 흐름과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의 가능성에 대해 모색한다. 폴 래드 유엔사회개발연구소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과 시민사회와의 협력, 그리고 기업 인권경영의 필요성에 대한 특별강연으로 세션의 문을 연다. 이어 2018년부터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 연구를 4년 간 이끈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 선임연구조정관이 지표의 특징과 기존 보고체계와의 차별점 등 지속가능발전지표를 통해 기업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이에스지 경영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세션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도 함께 제시된다. 오스트리아 투자정보제공기업인 머니케어 공동창업자인 카타리나 헤어초크는 인공지능 기술로 수집한 글로벌 250여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에스지 동향과 흐름을 살펴본다.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의 또 하나의 특징은 기업의 공시 데이터 이면에 숨겨진 기업을 둘러싼 사회·환경적 맥락 데이터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속가능발전지표의 질적 데이터 특성에 주목해, 유엔사회개발연구소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난 7월부터 글로벌 IT 상위 5개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연구를 담당한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이 발제자로 나서서 지속가능발전지표의 구체적인 적용사례를 통해 글로벌 IT 기업들의 지속가능성과를 점검해 볼 예정이다. 토론자로는 이은선 경상국립대 교수(경제학)를 비롯해,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박세원 키움투자자산운영 ESG전력팀장이 나서며,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원장이 좌장을 맡는다. 토론자들은 이에스지 워싱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지속가능보고지표의 적용 및 개선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세션 참가는 아시아미래포럼 누리집▼www.asiafutureforum.org를방문하거나, 아래 참가등록 QR코드로 신청하면 된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ekpar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0570.html​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한국의 대화·Korea Talks지난 9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한겨레신문 주최로 열린 ‘한국의 대화·Korea Talks’에서 1대1 대화 참석자들이 대화를 마친 후, 스마트폰으로 설문에 응답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제공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갈등부터 세대·계층·젠더·빈부·지역 갈등까지 집단 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개인 간의 증오와 혐오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양자택일의 구별을 강요하는 급진주의자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미묘한 차이들은 묻혀버린다. ‘공존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외침, 논리적인 진단과 설득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는 “논리가 아닌 만남(접촉)이 혐오를 이길 수 있으며, 더 많은 만남이 대립과 분열을 완화시키고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비슷한 사람만 만나는 사회에서 새로운 ‘대화실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실마리를 풀기 위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공동으로 기획·주관한 실험이 시작됐다. 지난 9월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KOTE)에서 생각이 다른 23쌍이 80여분에 걸쳐 1대1 대화를 나누는 '한국의 대화·Korea Talks' 행사가 열렸다.미리 준비한 10개 질문에 서로 답변이 달리 한 사람들을 매칭시켜 생각의 차이가 큰 답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대화를 하면서 지켜야 할 ‘그라운드 룰’과 낮선 상대와의 대화 흐름을 안내하는 ‘1:1 대화 가이드’도 제공됐다. 진행자는 누가 이겨야 하는 백분토론이 아니라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대화가 아니라, 경청과 질문을 중심으로 이해와 공감하는 대화”임을 강조했다.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한 자기 소개와 관심사를 나누는 시간도 제안됐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무엇인가요?”, “일주일 동안 즐거웠던 일이 있나요?” 같은 질문들이 그 예시다. 본격적인 대화는 생각의 차이가 큰 답변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그 외에도 다른 답변들을 검토하면서 생각의 전제조건과 근거 등을 이야기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공지능의 위협 가능성,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노키즈존의 어린이 차별 여부, 다양한 가족 구성 자유 보장, 이주민 포용 여부, 어려운 회사의 노조 파업 찬반, 남북통일에 대한 생각, 정년 연장 필요성 등이 그 내용이다. 대화를 마친 참석자들은 ‘대화를 통해 기존의 내 생각에 변화가 생겼느냐’는 설문에는 긍정과 부정의 중간 수준인 5.2점으로 답했고, ‘생각의 변화와 별개로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정서적인 공감도와 증가했느냐’는 설문엔 긍정응답 10점 척도에 8점을 부여했다. ‘우리 사회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마주앉아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6점으로 답했다.   이 모델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한국의 대화·Korea Talks’는 질문과 운영 플랫폼 모두 한국 모델로 변형·기획되어 첫 선을 보였다. 2017년 시작된 '독일이 말한다'(Deutschland Spricht) 프로젝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전 세계로 확산해 지난 6월엔 '세계를 말한다'(World Talks) 프로젝트가 열리기도 했다. 누적으로 세계 25만 명의 사람들이 1대 1로 만나 서로의 관점을 교환하고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경험을 쌓았다. 독일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달 23일 한국에서 열린 행사의 구체적 경험과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대립과 분열을 해소하려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10월11일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의 ‘분과세션2. 한국의 대화·Korea Talks’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obogi@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0528.html​

아시아미래포럼, ‘사회적 경제’ 통한 공존의 미래 찾는다

 |10월11일 개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1지난 4월18일(현지시각) 국제연합(UN) 제77차 총회에서 욜란다 디아스 페레스 스페인 노동과 사회 경제부 장관이 사회연대경제 결의안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연합 누리집  지난 4월 국제연합(UN)은 만장일치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회적경제는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회·문화적 다양성과 경제 발전의 상이성을 보이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사회적경제는 기후위기와 일자리 등 주요 사회문제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세계 인구의 약 60%가 거주하는 아시아 대륙에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오는 10월11일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의 오후 분과세션1에서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와 함께 ‘2023 GSEF 아시아 정책대화’를 진행한다. 2014년 창립한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는 사회적경제 조직과 지방정부간 협업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의 국제적 교류와 연대를 확대하고 이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국제기구다. 서울시가 2021년까지 의장도시로서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이후 프랑스 보르도시가 의장도시를 맡고 있다. 아시아 정책대화는 아시아 지역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강점과 지방정부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4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정책대화는 대륙별 정책대화로 확대되어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도 회원 조직 간 정보·경험 교류와 네트워킹은 물론 실제 사업수행계획 수립을 위한 협력을 가져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 정책대화’는 ‘공존의 미래 -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는 주제로 아시아 여러 도시 정부에서 펼치고 있는 사회적경제 정책과 실천의 사례를 공유하고, 사회적경제를 통한 공존의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대만,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각 나라 및 도시의 참가자들이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아시아 지역의 공통된 비전과 정책 목표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기조발제를 맡은 미우라 히로키 서울대 사회혁신교육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발전은 민관 협력과 시민참여가 뒷받침 될 때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적경제에 관한 민관의 파트너십 유지 및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아시아 국가별 사례로 탐색한다. 팻시안 로 비자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포용적 임팩트 및 지속가능성 총괄 부사장은 아시아 사회혁신 생태계의 확장과 변화를 살펴본다. 그는 지난 25년간 시민사회 부문에서 쌓아온 사회적기업가 정신, 비영리 리더십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잠재력을 일깨워 혁신의 열쇳말 역할을 하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사회적경제는 시민과 공동체의 필요에 응답하는 도구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대만 타오위안시,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주 등 정책 경험 공유로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일이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토론자로 오드 살다나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사무총장,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등이 함께하며 정무권 연세대 명예교수(글로벌행정학)가 좌장을 맡는다. 토론자들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방정부가 시민참여와 사회적 응집성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경제와 파트너십을 맺어 공존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0468.html 

[알림] 2023 아시아미래포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10월11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아시아미래포럼  더 나은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온 ‘2023 아시아미래포럼’이 10월11일 열립니다. 14회째인 올해 주제는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긴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가 우리 삶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치는 내부 갈등의 에너지를 해소하기보다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 활용되면서 대립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은 다양한 위기에 맞서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세계 석학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11일 오전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 수상자인 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가 ‘대립과 배제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섭니다. 이어 ‘투키디데스의 함정’ ‘결정의 본질’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가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말합니다. 또 40살 이하 미국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인 가브리엘 쥐크만 미 버클리대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합니다. 특별강연자로 나서는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내재한 3가지 착각을 버리고 3가지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후 분과세션1에서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아시아정책대화를 통해 ‘공동체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분과세션2에서는 적대하는 사람들이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한국 언론 최초로 실험하는 ‘한국의 대화’(Korea Talks)를 진행합니다. 분과세션3에서는 머니케어 공동 창업자인 카타리나 헤어초크가 ‘ESG 워싱’을 넘어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합니다. 또 폴 래드 유엔사회개발연구소장은 ‘지속가능한 사회와 기업의 인권경영’을 주제로 특별연설을 합니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한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한 조사 결과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0293.html

타일러 라쉬 “전문가 아닌 내가 환경 얘기를…그만큼 지구 상황 절박”

10월 11일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서 특별강연“자연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보금자리”방송인 타일러 라쉬. 타일러 라쉬 제공  그가 우리에게 나타난 건 2014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였다. 한국인보다 더 풍부한 어휘력,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사자성어, 정중하면서도 논리적으로 토론에 임하는 타일러 라쉬의 모습은 단연 화제였다. 이후에도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비상한 두뇌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이야기의 맥을 짚어가는 판단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오는 10월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겨레가 주최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자로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나선다. 방송인의 모습이 아닌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강연자로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3가지 착각을 버리고 3가지 행동에 집중해야 할 것을 주문할 예정이다.그는 2020년 환경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간할만큼 오래도록 깊이 환경문제를 고민해왔다. 방송인인 그가? 전공이라던 국제정치학도 아닌 환경을? 숱하게 받았을 이러한 질문들에 그는 책 서두에서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라고 답한다.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책에는 그가 오랫동안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 온 흔적들로 가득하다. 책을 제작할 때도 잉크 사용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불법 벌목을 하지 않는 산림의 나무로 만든 종이를 이용했다고 한다. 2016년부터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로 활동해오기도 했다. 타일러 라쉬는 직관적이면서도 쉬운 비유를 통해 인류가 지구에 행하는 일들을 설명한다.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자원을 사용하는 현실을 “200만원씩 버는데 350만원씩 쓰는 친구”라며 빗대어 표현한다. 대부분 사람이 “빚쟁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을 텐데 왜 인류는 한 해 동안 지구가 생산가능한 자원의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하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국가별 탄소배출량이 서로 다른데 왜 함께 책임져야 하냐는 질문에는 “내 집값이 오르면 좋지 않나. 그런데 옆집이 외관도 안 가꾸고 쓰레기도 막 버리면 동네 전체의 집값이 안 오른다”는 찰떡같은 비유로 쉽게 풀어낸다. 그는 책 출간 이후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기후위기 교육 강연자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학교는 물론이고 일반인 대상 강좌 등 규모나 장소,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환경문제에 대해 학교를 넘어 평생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방조자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이자 시민인 대중이 가장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매일 소비하는 영향력으로 기업을 변화시키고, 투표를 통한 정치로 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한다. 환경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보도와 알려지는 계기가 있어야 담론들이 형성되고 생각들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기후위기 원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1972년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의 브룬트란트 보고서 등 50년전부터 계속되어져 온 경고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나서야 한다.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에서 타일러 라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기대한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0420.html​​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가 말하는 불평등의 4가지 대가

10월11일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 3 강연자가브리엘 쥐크만 미 UC 버클리대 교수가브리엘 쥐크만 미 UC 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버클리 누리집 갈무리 미국 경제학자가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상이 있다. 바로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이다. 전미경제학회가 매년 경제적 사고와 지식에 커다란 공헌을 한 40세 미만 미 경제학자에게 수여한다. 아무리 탁월한 학자라 하더라도 나이 제한에 걸릴 수 있다. 1947년부터 격년마다 수여하다 2009년 이후 연간 수상으로 바뀌었다. 수상자 면면이 화려하다. 폴 사무엘슨, 밀턴 프리드먼, 제임스 토빈, 케네스 애로우, 로버트 솔로우 등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이 많다. 가깝게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 등도 이 상을 받았다. 올해 수상자는 가브리엘 쥐크만 유시(UC) 버클리대 교수다. 전미경제학회가 밝힌 수상 이유는 A4 두 쪽 분량에 이른다. 한 줄로 압축하면 보다 정교하게 탈세와 소득 및 부의 불평등을 측정한 업적이다. 그는 다음 달 11일 한겨레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연구원이 주관하는 1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3에 연사로 나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앞서 한겨레는 화상과 서면 등 2차례에 걸쳐 그와 인터뷰했다. 기후위기와 함께 인류 공존을 위협하는 불평등은 정치적 불안을 조장한다는 면에서도 위험하다. 그는 불평등의 속도와 정도를 함께 우려했다. 미 상위 1%가 소득 및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20년대 말 대공황 직전 수준이다. 불평등의 이런 심각한 상태는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속도 또한 가파르다. 미 상위 1%의 소득과 부의 비중이 1980년대 이후 2배나 커졌다. 그는 감세와 탈규제 등 시장근본주의를 그 원흉으로 지목했다. 쥐크만이 말하는 불평등의 대가를 4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소득과 부의 소수 집중은 정치적 힘마저 이들에게 쏠리게 하면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부가 커질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예산 배분 및 정책 결정이 이뤄지도록 압박을 꾀할 수 있는 힘도 커진다. 부의 집중은 정치적 힘의 집중을 뜻한다. 둘째, 부와 소득의 소수 집중은 다른 말로 하면 다수의 몫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평등 속도가 가팔라진 1980년대 이후 전체 파이 가운데 미 소득 하위 50%의 몫(비중)은 되레 과거보다 줄었다. 절반에게 공평하지 못한 성장을 한 것이다. 셋째, 불평등은 혁신을 약화한다. 쥐크만은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혁신을 일으킬만한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평등한 것이 좋지 않다고 한다. 반대로 불평등이 확대하면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1명이 부와 소득을 몽땅 다 차지한다면 나머지 99명이 혁신을 일으킬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게 된다. 넷째, 감세 등 시장근본주의 강화로 커진 불평등은 경제 성장을 위한 교육, 보건, 인프라 등 공공재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을 어렵게 한다.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면 조세를 통한 국가의 재원 마련이 어렵게 되고 그로 인한 공적 투자 여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미 소득 상위 10%와 하위 50%의 소득 비중 추이.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의 몫은 대공황 전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하위 50%의 소득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심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그는 비관적이지 않다. 불평등을 정치적 선택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예를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90%대에 이르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의회에 서한을 보내 세금을 내고 나서 25만 달러 이상 소득의 얻을 수 없도록 일종의 소득 한도를 설정하고자 했다. 그 이상의 소득에 100%의 세금을 매기려는 시도였다. 너무 지나친 정책의 타협안으로 나온 게 바로 90%대에 이르는 소득세 최고세율이었다고 한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미국의 세율은 레이건 행정부를 거치며 2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몇 년 만에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되었다. 쥐크만은 이런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불평등의 정도는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정책은 정치적 선택의 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특히 대선 후보를 지냈던 버니 샌더스 이후 미 민주당 내부의 과세 누진체계 강화 목소리를 긍정적으로 봤다. 실제 불평등은 나라마다 다른 경로를 밟는다. 미국보다 불평등 심화 속도가 완만했던 유럽은 과세, 시장 규제, 최저 임금 정책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폈다. 미국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불평등이 초래할 비용과 대가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쥐크만 교수의 강연에서 교훈과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션 참가는 아시아미래포럼 누리집▼www.asiafutureforum.org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노영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296.html​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23일 한겨레·빠띠 주최 '한국의 대화'생각이 다른 23쌍 만나 1대1 대화다양한 이슈 관련 생각 솔직히 나눠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열린 ‘한국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1대1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빠띠 제공 박유자씨는 서울 송파구에 사는 68살의 여성이다. 요즘 손녀딸을 돌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유한밀씨는 서울 은평구에 사는 32살의 청년이다.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료복지 분야의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팀장으로 일한다. 생면부지로 나이 차가 36년이나 되는 두 사람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KOTE)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겨레신문이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관한 ‘한국의 대화’ 자리였다. 두 사람은 미리 준비한 10개항의 설문조사에서 서로 답변이 달랐던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 했다. 박씨는 ‘동성 간의 혼인 또는 친구와의 가족 구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 자유를 보장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가족은 부부 중심의 친족관계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이 강하다. 반면 유씨는 “매우 그렇다”고 정반대로 답했다. 박씨는 유씨와 대화를 마치고 난 뒤 “다양한 가족 형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면서 “내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평소 대화를 좋아하지만 나이 차가 많은 사람과는 경험이 없어 도전적인 일로 생각했다”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니 비슷한 부분이 의외로 많았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생각이 고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이런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기회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유씨는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하니까 온라인 대화와는 달리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자연히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식과도 사회문제에 대한 대화는 잘 나누지 않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과, 그것도 세대 차가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면서 “다양한 취미 얘기도 하며 수다를 많이 떨었고, 대화 파트너가 말을 너무 이쁘게 해서, 힐링이 되었다”고 웃음 지었다. ‘한국의 대화’는 한겨레신문이 사회 내 대립과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1대1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관한 10개항의 사전 설문조사에는 모두 491명이 참여했다. 질문은 인공지능(AI)의 위협 가능성,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노키즈존의 어린이 차별 여부, 다양한 가족 구성 자유 보장, 이주민 포용 여부, 남북통일 찬반, 정년 연장 필요성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설문조사 참여자 가운데 1대1 대화에 참여를 신청한 시민을 대상으로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로 23쌍의 짝을 구성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대1 대화 참여자를 대상으로 10개항의 동일한 설문에 대한 생각을 다시 물어본 결과 질문 항에 따라 생각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났다.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라는 질문의 경우 긍정응답(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이 대화 이전에는 67.4%였는데, 대화 이후에는 73.9%로 더욱 높아졌다. 반면 ‘다양한 가족구성 자유를 보장해야 하느냐’는 질문의 경우 긍정응답이 대화 이전과 이후 모두 80.4%로 같았다. 1대1 대화의 효과와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도 이뤄졌다. ‘생각의 변화와 별개로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정서적인 공감도와 이해도가 증가했느냐’는 질문에 긍정응답이 10점 척도에서 8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대화를 통해 기존의 내 생각에 변화가 생겼느냐’는 질문에는 긍정과 부정의 중간 수준인 5.2점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마주앉아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긍정응답이 9.6점으로 압도적이었다. ‘이런 행사가 열린다면 또 참여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도 긍정응답이 9.2점에 달했다. 1대1 대화가 서로의 생각을 같게 하지는 못해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한겨레신문 주최로 열린 ‘한국의 대화’에서 1대1 대화 참석자들이 행사를 주관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설명을 듣고 있다. 빠띠 제공 한겨레신문은 오는 10월11일 열리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한국의 대화’의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개인자격으로 1대1 대화에 참여한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원장은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공감대를 넓이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내년부터는 행사를 더 큰 규모로 준비해서 우리 사회가 분열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화’는 독일의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가 2017년 시작한 ‘독일이 말한다’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독일이 말한다’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급부상 등 사회 분열이 심해지자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첫해 1만2천여명이 참여해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만남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새로운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8년에는 ‘유럽이 말한다’로 발전했다. 올해 6월에는 ‘세계가 말한다’로 확대되어 국적과 생각이 다른 전 세계 116개국 출신 5100명이 신청해, 3084명이 온라인 대화를 나누었다. 디 차이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위해 신뢰받는 독일의 슈피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쥐트 도이체 차이퉁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세계가 말한다’에는 전 세계의 여러 언론사가 함께 하는데, 한국에서는 한겨레가 협력사이다.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는 ‘독일이 말한다’의 책임자인 요헨 베그너 디 차이트 온라인 편집장이 줌으로 참여한다. ‘한국의 대화’를 공동 주관한 빠띠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시민의 집단지성과 행동을 촉진하고 신뢰와 협력의 사회적 경험을 축적하며 다양성, 포용, 신뢰, 협력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한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0044.html?_ga=2.126948041.599698537.1695644288-531304101.1686623490 

미–중 패권 각축…균형 맞춰 온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10월11일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2 연사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세계 최고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 그레이엄 앨리슨 제공 그레이엄 앨리슨은 1960년대부터 미 국방부 고문, 국방정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해왔으며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별보좌관과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다. 그의 활동 기간은 특정 정부나 정당을 넘어선다. 또한 현장과 이론을 수시로 넘나들었다.1970년대 후반부터 30년에 걸쳐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과 하버드 벨퍼 과학 및 국제 문제 센터 소장을 지냈다. 그가 쓴 여러 저서 가운데 특히 ‘결정의 본질’, ‘예정된 전쟁’은 전 세계 베스트셀러이자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100세의 헨리 키신저와 함께 현존하는 세계 최고 외교안보 전문가다.   그가 다음 달 11일 한겨레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1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2에 기조연사로 나서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강연한다.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되면서 지구촌 질서가 재편되고 혼란을 맞은 지금 그의 조언이 더욱 절실한 시기다.  그가 6년 전 쓴 책 예정된 전쟁 또한 더 주목받고 있는 때다. 책의 영문 제목은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이다. 우리 말로 옮기면 ‘예정된 전쟁: 미국과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패권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의 위협은 16번 있었다. 12번은 전쟁으로 귀결됐고 4번만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그가 개념화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세력이 지배 세력을 교체하려고 위협할 때 생기는 위험한 역학관계와 그 현상을 뜻한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을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다. 앨리슨이 말하는 패권국은 미국, 신흥국은 중국이다. 두 나라의 충돌은 전쟁을 피한 과거 4번의 경로를 밟거나 정반대로 전쟁으로 치달은 12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최근 중국의 부상에 미국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혼란을 맞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지난 2018년 11월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미국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무역전쟁은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초기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아닌 코린토스와 케르키라의 갈등에서 빚어졌고 1차 세계대전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후계자 프란츠 대공 암살에서 비롯된 것처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제3자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는 2018년 테드(TED) 강연에서 제3자를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적 상호 의존의 강화 등을 통해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는 전쟁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그는 조언하지만 미·중의 패권경쟁은 정치·군사적 영역에서 이제 경제로까지 번졌다. 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미·중의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반도체 등 하이테크 영역에서 사활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글로벌 분업체계도 재편되고 있다. 두 세력 간 대립 전선이 확대하면서 우리도 더욱 분명한 줄서기를 요구받고 있다. 미·중의 패권 각축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삶에도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음 달 11일 열릴 아시아미래포럼은 패권이 충돌하는 지점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지 최고의 외교안보 전략가이자 석학인 앨리슨의 통찰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다. 참가는 여기www.asiafutureforum.org를 클릭해 신청하면 된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노영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015.html

“정치적 양극화 심각…‘자유 사용재’ 공급 확대로 풀어내야”

10월11일 아시아미래포럼 기조 세션 1 기조연사​제인맨스브리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자유 사용재 더 늘려 정치적 양극화 완화해야’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의 모습. 하버드케네디스쿨 누리집 갈무리제인 맨스브리지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6년 전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을 받았다. 이 상은 1995년부터 해마다 정치학에 가장 가치 있는 공헌을 한 학자에게 주어진다. 상을 준 요한 쉬테 재단은 그가 “예리하면서도 깊은 헌신으로 직접 및 대의 민주주의와 페미니스트 이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형성”시켜줬다고 평가했다.그의 탁월한 학문적 성취는 여러 수상 경력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정치학회에서 주는 벤자민 E. 리핀콧상을, 2년 전에는 국제정치학회에서 주는 칼 도이치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적대적 민주주의를 넘어’(Beyond Adversary Democracy) 등을 펴냈다. 그는 2012년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이른바 ‘적대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인 그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그는 다음 달 11일 한겨레가 주최하는 1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 세션 1에 기조 연사로 참여해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The deepest foundations of our democratic crisis)을 주제로 강연한다. 맨스브리지 교수는 지금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와 달리 핵전쟁과 같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달 초 <한겨레>와 한 대면 및 서면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유 사용재’(Free use goods)가 필요하다며 이를 설명하기 위한 틀로 무임승차(Free riding)와 규제, 국가의 강제력이란 개념을 동원한다.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도로, 항만, 안보, 법, 질서 등 자유 사용재를 더 많이 공급해야 정치 양극화를 줄일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조세 징수 등 국가의 강제력과 이를 어겼을 때 벌금을 매길 수 있는 합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탈규제를 좇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태에 대한 성찰이 깔렸다.그는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맞닿은 캠브리지시에 있는 케네디스쿨에서 해마다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준 뒤 0달러나 100달러 중 어느 하나의 금액으로 자신에게 기부하도록 한다. 자신은 뻥튀기(2배로 만드는) 기계로 설정한다. 기계는 모두가 100달러를 기부하면 2배로 불려 모든 사람에게 200달러씩 나눠 준다. 0달러를 기부해도 다른 사람이 100달러를 기부하면 참가자는 두 배로 불어난 금액을 균등하게 나눠 받는다. 언뜻 개인의 입장에서 0달러를 기부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두 0달러를 기부하면 기계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이는 자유 사용재와 무임승차 간 관계와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맨스브리지 교수의 도구다. 무임승차가 만연하면 사회가 필요한 자유 사용재를 생산할 수 없거나 더 적게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무임 승차자에게 벌금을 매기는 등 강제력을 동원한다. 규제하는 민주주의의 정당성과 관련한 다소 어려운 듯한 자유 사용재 얘기를 그는 더 많 은 시민이 정확히 이해하길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그는 대안 모델로 특정 국가를 꼽지 않았지만, 덴마크와 같은 복지국가를 주목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만난 택시 기사 얘기를 소개했다. “공항으로 가던 중 만난 택시 기사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그는 자신의 세금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진보를 가능하게 한 ‘자유 사용재’에 사용됐고 자신이 그 기여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또한 기뻐했다. 부패한 사회에서는 그런 기쁨을 얻을 수 없다. 또 상대방이 정말 사악한 존재이고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돈을 갈취당하는 것을 그냥 놔두면 안 되니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해지고 정당화는 더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현실이 무섭다.”다음 달 11일 오전 대한상의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기조 세션 1에서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참가는 여기www.asiafutureforum.org를 클릭해 신청하면 된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egeun@hani.co.kr, 노영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09690.html?_ga=2.90483103.440749509.1695005846-176677616.1692758081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링크스크랩프린트글씨 키우기10월11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장  더 나은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온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이 10월11일 열립니다. 14회째인 올해 주제는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긴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가 우리 삶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치는 내부 갈등의 에너지를 해소하기보다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 활용되면서 대립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은 다양한 위기에 맞서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세계 석학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11일 오전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 수상자인 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가 ‘대립과 배제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섭니다. 이어 ‘투키디데스의 함정’ ‘결정의 본질’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가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말합니다. 또 40살 이하 미국 최고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인 가브리엘 쥐크만 미 버클리대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합니다.​ 특별강연자로 나서는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내재한 3가지 착각을 버리고 3가지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후 분과세션1에서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아시아정책대화를 통해 ‘공동체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분과세션2에서는 적대하는 사람들이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한국 언론 최초로 실험하는 ‘한국의 대화’(Korea Talks)를 진행합니다. 분과세션3에서는 머니케어 공동 창업자인 카타리나 헤어초크가 ‘ESG 워싱’을 넘어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합니다. 또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한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한 조사결과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09106.html?_ga=2.71590166.440749509.1695005846-176677616.1692758081

너와 나는 생각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국내 최초 '한국의 대화·Korea Talks'9월 23일 전국 남녀노소 50명 참가9월 8일까지 ‘캠페인즈’에서 신청다양한 입장을 가진 시민들이 토론하고 대화하는 캠페인을 이어가는 비영리단체 ‘더월드토크’ 누리집 갈무리 서로 다른 생각이나 입장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17년 독일에서 시작된 '독일이 말한다'(Deutschland Spricht) 프로젝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상대방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극복하고 비로소 친구가 된 것이다.독일에서 시작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한 이 프로젝트가 ‘한국의 대화·Korea Talks'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열린다. 한겨레신문이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9월 23일 토요일에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사동 코트(KOTE)에서 진행된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의 콘셉트는 ‘대화 실험'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만남과 대화를 꺼렸던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실험해본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관해 생각이 다른 전국 각지의 남녀노소 50명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행사는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에 제시된 10개 항의 질문에 응답한 뒤 신청 할 수 있다.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50명을 선발한다.과연 ‘대화 실험'이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이해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행사 결과와 후기는 10월 11일에 열리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대화·Korea Talks' 참여 링크: campaigns.do/galaxies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hyebi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6216.html

“독일 성공, 정치가 좌우 넘어 국민 뜻 따라 변화 선택했기 때문”

'1등 국가 독일' 출간 김종인 박사 인터뷰​​좌파 사민당 ‘동방정책’, 우파 기민련에좌기민련 ‘사회적 시장경제’, 사민당 수용패전 뒤 정치·경제 안정…통일도 이뤄한국, ‘승자독식 정치’ 탈피 최우선 과제김종인 박사가 지난 7월31일 서울 광화문 개인연구소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에서 오늘날 1등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가 국민의 뜻에 따라 시대변화를 과감히 수용했기 때문이다.”독일 전문가인 김종인 박사(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2차 대전 패배를 딛고 선진국 중에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가장 안정을 유지하고, 통일까지 이루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박사는 우파인 기민련의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을 좌파인 사민당이 채택한 것과, 사민당의 동방정책(동유럽 공산국가와의 화해정책)을 기민련이 수용한 것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김 박사는 또 독일이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룬 비결로 의원내각제에 기반한 연정을 통해 좌우 협치, 시장과 정부 역할에 조화를 추구한 사회적 시장경제, 노동자 경영참여를 통한 노사협력을 꼽았다. 김 박사는 “2차 대전 이후 독일 정부수립 초기에 아데나워 초대 총리와 에르하르트 경제장관이 정치·경제 발전의 기틀을 만들었다”면서 그 뿌리를 19세기말 비스마르크 총리에서 찾았다. 그는 “비스마르크가 사회법을 제정해 건강보험을 처음 도입한 것은 자본주의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독일의 전통적인 ‘사회국가’가 시작됐고, 오늘날 독일 시스템의 바탕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사회국가는 사회안전·건강 등 국민 복지를 정부가 책임지는 국가를 뜻한다.김 박사는 우리나라의 최우선 개혁과제와 관련해 “승자독식 정치시스템을 독일처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정치시스템으로 바꾸는 정치개혁이 시급하다”면서 의원내각제에 기반한 다당제구조를 제안했다. 또 경제 개혁과제로는 “중소기업을 키워서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제3의 정치세력 추진과 관련해 “제 1·2당을 견제하면 정치가 타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며 “제3세력은 국민이 가장 갈망하는 것을 찾아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양극화 심화로 다음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다시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와 프로그램이 있는 정치세력이 있으면 돕겠다”고 말했다. 김 박사와의 인터뷰는 독일 관련 책의 출간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의 개인연구소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이뤄졌다. 2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인터뷰하는 모습은 83살의 고령(1940년생)이라는 사실을 잊게 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 주요국의 근현대사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은 여전했다. 김종인 박사와의 인터뷰는 한겨레신문사가 오는 10월11일 개최하는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인 ‘갈등과 배제의 시대:공존의 길을 찾아서’와 관련해 독일모델의 장점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 내각제 기반한 연정으로 협치―독일 관련 책을 썼다고 들었다. “책 제목이 ‘전범국가에서 모범국가로―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이다. 8월 중순에 나올 예정이다.” ―책 부제가 ‘국내 최고 독일 전문가 김종인 박사에게 듣는 독일의 모든 것’이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우리가 해방 이후 미국식 제도를 따랐는데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거의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독일이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좋은 예가 되지 않겠냐면서, 내가 독일을 잘 아니까 제대로 소개하는 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주위의 조언이 있었다.” ―독일의 어떤 점을 본받으면 좋겠나? “독일은 과거 히틀러라는 못된 지도자가 나와서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앵글로 아메리칸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속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안정을 유지하고, 통일까지 달성했다. 그렇다고 독일방식이 100% 좋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참고하라는 것이다.” ―독일의 정치적 안정에는 의원내각제를 바탕으로 한 타협이 비결로 꼽힌다. “1949년 서독 정부가 탄생할 때 민주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정치가 이뤄질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졌다. 기본법(헌법)을 제정하면서 승전국과 독일 국민 모두 과거 바이마르공화국 때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히틀러 같은 일당독재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거법을 어느 당도 혼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체 의석을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절반씩 나누어서, 5% 이상 득표율을 얻으면 무조건 의석을 배분한다. 각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이 주어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으면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고, 반대로 지역구 의석이 모자라면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난다. 독일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안정된 것은 내각제를 하면서 한 정당이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해서 타협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정부 탄생 과정에서 아데나워 초대 총리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데? “그가 기독교민주연합(CDU)을 만들면서 옳은 방향을 제시했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학살한 것이 히틀러만의 죄가 아니라 독일 국민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반면 사민당(SPD)은 히틀러의 범죄라면서, 아데나워를 미국의 앞잡이라고 공격했다. 아데나워는 또 민주주의, 사회적 보수, 유럽 통합이라는 세가지를 모토로 했다.”  ■ 아데나워 초대 총리 리더쉽―아데나워는 독일 정치의 연정 전통도 만들었다고? “아데나워는 기민련과 (리버럴을 표방하는) 자유민주당(FDP) 간의 연정으로 출발했다. 아데나워는 1957년 총선에서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절대다수 의석을 얻었음에도 계속 연정을 유지했다. 독일이 계속 연정을 하다 보니까 오늘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가 자리잡게 됐다.” ―우파인 기민련과 좌파인 사회당 간의 대연정도 4차례나 이뤄졌다. “기민련의 키징어 총리가 1967년 처음으로 사민당과 대연정을 이뤘다. 메르켈 총리도 3차례나 대연정을 했다. 이처럼 좌우를 넘어 여러 정당이 모여서 연정을 하다 보니까 ‘신호등 연정’(현재의 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의 연정을 의미)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의 정책이 부정되기 일쑤다. 하지만 독일은 사민당 출신인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화해정책)을 기민련 출신의 콜 총리가 계승했다. “브란트 총리는 1972년 동독과 동서독 상호승인과 유엔 동시가입을 담은 기본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기민련이 매우 격렬하게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를 한 것에 대해 야당이 반대했던 것보다 훨씬 거셌다. 결국 브란트 총리를 불신임하면서 1972년 조기총선을 치렀는데, 독일 국민은 사민당을 지지했다. 기민련은 그 뒤로는 국민 뜻에 따라 동방정책에 일절 반대하지 않았다. 1982년 사민당과 자민당의 연정이 깨지고, 콜 총리가 기민련과 자민당의 연정을 시작했는데, 동방정책을 계승했다. 이것이 1990년 독일통일로 이어졌다.” ―기민련과 사민당이 경제분야에서도 정책을 계승했나?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가 2003년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을 담은 ‘어젠다 2010’을 시행했다. 2005년 총선에서 기민련의 메르켈 총리가 승리했는데, 사민당과 대연정을 하면서 이를 모두 수용했다. 지난 70여년 간 독일 총리가 9명 밖에 안된다. 정치가 안정되니까 아데나워 14년, 콜 16년, 메르켈 16년 등 장기집권이 가능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뛰어난 정치 지도자가 나와서 기반을 잘 닦아야 한다.” ―독일 공영텔레비전(ZDF)이 2003년 독일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0명을 조사했는데, 아데나워가 당당히 1위를 하는 등 5명의 전직 총리가 포함됐다. 정치인이 불신받는 우리와 대비된다. “그들이 올바른 정책으로 오늘날의 독일을 만들었으니, 국민이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다.”   ■ 에르하르트의 ‘사회적 시장경제’―초기 독일 정치에 아데나워 총리가 있었다면, 경제에는 에르하르트 경제장관(2대 총리)의 기여가 컸다고 하는데. “오늘날의 독일을 만드는데 두 사람의 공로가 크다. 에르하르트는 처음에는 미군 점령지역의 경제 총책임자로 있다가, 나중에 아데나워 총리 밑에서 14년간 경제장관을 지냈다. 그는 1948년 6월 화폐개혁을 발표하면서 군정사령부가 시행하던 배급제와 가격통제를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군정사령부가 취소하라고 했지만, 거부했다. 이미 동독에는 소련식 계획경제체제가 들어섰는데, 서독의 경제가 이를 이기지 못하면 서유럽의 공산화를 어떻게 막겠느냐며 6개월 동안만 자기 뜻에 맡기라고 설득했다. 군정장관이 이를 받아들여서 배급제와 가격통제를 폐지하니까 없던 상품이 진열장에 나오고 공장에 연기가 나면서 독일의 경제부흥이 시작됐다.” ―에르하르트가 시작한 독일경제 시스템을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부른다.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되,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정부가 해결하는 정책 방향이다. “에르하르트의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에 ‘사회(소셜)’를 붙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라는 말만 보고 독일이 사회주의 경제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사회적 시장경제의 뿌리가 신자유주의라는 게 흥미롭다. “신자유주의는 1939년 미국 언론인 볼터 리프만이 파리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연 것이 기원이다. 1929년 미국 월스트리트가 붕괴하고 대공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자유주의의 무엇이 잘못됐댜는 토론이 벌어졌고, 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강력한 정부라는 두가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요즘은 신자유주의를 시장만능과 동의어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신자유주의를 시장에 맡기면 다 된다는 사상으로 인식하는데, 원래 의미는 아니다.” ―독일 경제에서 주목받는 것이 협력적 노사관계이다. 그 비결로 노동자 경영참여제도가 꼽힌다. 메르켈 전 총리도 독일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독일의 패전이 역설적으로 노사관계에 도움을 줬다. 승전국들은 독일의 기간산업인 석탄·철강산업 업체들이 1·2차 세계대전을 부추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본가 혼자 기업의 의사결정을 못하도록 하려면 근로자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독일은 이런 승전국의 요구로 1951년 석탄·철강산업에 몬탄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독일 노총(DGB) 의장이었던 한스 뵈클러가 호응해서 협력적 노사관계를 제안했다. 원래 영국식 노동운동은 갈등을 전제로 근로자 권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독일은 노동운동의 방향전환을 이루었다. 1950년~60년대 선진국 중에서 노사분규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됐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 ―한국도 노동자 경영참여제의 일환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보수언론은 경영권 침해라고 강하게 반대한다. “독일은 공동결정제도가 노사관계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입증되자 1976년 여야 만장일치로 2천명 이상 고용하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했다. 독일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들에 이유를 물으면, 독일은 노사분규도 없고, 출하도 제때 맞추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영국도 1976년 노동당 정부 시절에 노사분규가 심하니까 이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노조 반대로 실패했다.”―독일의 협력적 노사관계에서 산별노조체제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는데. “근대 산업사회에서 노사관계는 산별체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노조가 힘을 행사하는 것은 결국 파업권인데, 산별체제에서는 파업이 힘들다. 개별 기업에서는 파업을 못한다. 독일은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우리처럼 심하지 않다. 산별체제에서 임금을 일정하게 정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직장 이동도 어렵지 않다. 반면 우리는 기업별 노조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와 노동자 경영참여제도 모두 보수인 기민련 정권에서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사민당 정책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공부를 제대로 안하면 그런 오해를 할 수있다. 에르하르트의 사회적 시장경제 정책이 성공하자 기민련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1949년, 53년, 57년 총선에서 세번 연속 승리했다. 결국 사민당도 1959년 정강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주요 산업과 금융의 국유화 정책을 모두 포기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독일은 내각제를 통한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적 안정이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을 이룬 것 같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 엠아이티(MIT)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한 가장 큰 요인으로 시장 메커니즘과 의회민주주의를 꼽았다. 독일은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분야는 의회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발전을 이루었다. 원래 경제권력이 커지면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미국도 의회가 완전히 월가의 로비스트에게 당하고 있다. 독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제권력의 힘이 크지 않다. 독일식 내각제라는 정치시스템과 사회적 시장경제가 연계돼 있어 가능한 것이다.” ―독일의 강점을 소개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독일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 같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극우정당(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구 동독지역인 손네베르크에서 승리했다. 난민 증가, 양극화 등에 대한 불만이 배경으로 꼽힌다. 녹색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우려한다. “2015년 시리아 난민 150만명이 들어온데 이어 최근 러시아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명이 추가 유입됐다. 독일이 통일된 지 33년이 됐지만, 서독과 동독 지역은 아직도 30% 정도의 경제적 격차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힘든데 왜 난민을 받아서 더 힘들게 하느냐는 동독지역 주민의 불만이 있다. 하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최근 극우세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올해말이나 내년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나면 극우세력도 축소될 것이다.” (기민련은 극우하고 연정을 안하고, 사민당은 극좌하고 연정을 안하는 독일 정치의 전통도 안전판으로 작용한다.)  ■ 한국, 내각제 기반한 다당제 필요―독일을 참고할 때 한국의 최우선 개혁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정치시스템을 가지고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성장한 것은 관료들의 능력과 기업의 욕구가 합쳐진 덕분인데, 이제는 보다 창의적인 것이 나와야 한다. 지난해 합계출생률이 0.78인데 올해는 더 떨어질 것 같고 초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것을 보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초입에 들어선 것 같다. 일본의 침체는 자민당이 장기집권하는 과정에서 경직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현재의 양당체제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최근 김진표 국회의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는데. “그런 개헌은 의미가 없다.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 또 내각제를 하더라도 양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시스템은 안된다. 대선거구제나, 독일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도 제헌헌법에서는 독일 바이마르헌법을 흉내 내서 의원내각제로 가려고 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반대해서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1987년 개헌을 할 때도 민정당 안은 내각제였는데, 김대중과 김영삼이 죽어도 안된다고 반대해서 대통령 직선제로 갔다.”   ―경제분야의 최우선 개혁과제는?“우리나라도 독일처럼 경제의 중간 허리를 보강해줘야 한다. 독일은 수출의 70%를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역대 정부가 한결같이 중소기업 지원 육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말로만 지원육성을 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후진국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매달 수출진흥회의를 열고 기업을 지원했다. 재벌도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 아닌가. 이제 재벌은 정부가 더는 안 도와줘도 국제 경쟁력을 가졌다. 대통령은 중소기업 혁신시스템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최소한 10년은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에 편중된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정상화한다.” ―독일과 달리 우리의 노사관계는 대립적이다. 또 윤 정부가 노동개혁을 앞세워 건설노조 불법 수사, 회계 공개 등을 강행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윤 정부의 노동개혁은 방향이 없다. (서강대 교수 시절인)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청와대 금요회’를 만들어서 노동법 개정 작업을 한 적이 있다. 권위적인 정부니까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못하더라. 그래서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작업을 했다 (박정희 정부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제도를 도입했다.)”  ■ 제3세력, 여야 견제·타협 위해 필요―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싸우기만 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그 틈을 비집고 제3세력이 꿈틀거리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제3세력이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나? “제3세력이 국회에 들어가서 1·2당을 견제하면 정치가 타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제3세력에 대통령감이 없고 지역적 기반이 없다지만, 성공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제3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민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고, 가장 갈망하는 것을 이슈화해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과거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정치에 참여했다. 2027 대선에서도 그럴 생각인가? “현재로써는 계획하는 게 없다. 누가 진짜 참다운 의미에서 뭘 하겠다고 프로그램을 가지고 덤비면 도와줄 생각은 있다.”―이전처럼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같은 것을 맡을 수도 있나? “그건 안한다. 이젠 말로 도와주는 거지. 나를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서) 적당히 이용하는 것은 좋은데, 그동안 모두 성공을 못했다. 노무현 때부터 시작해서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 차기대선 화두 ‘경민’…윤 대통령 개념 없어―2020년 회고록에서 경제민주화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유사하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불리며,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도왔지만 끝내 결별했고, 두 대통령 모두 경제민주화를 모른다고 혹평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도왔는데,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어떤가? “아데나워 총리가 기민련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내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도울 때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니까 그런 말을 처음 듣는다는 사람도 있었지 않나.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윤 대통령 역시 개념이 없는 사람이니까 말할 것도 없다.”―윤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이 30%대를 못 벗어난다. 윤 정부가 실패로 끝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대통령이 기본적인 사고를 바꿔야 한다. 사회 소외계층을 어떻게 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3년 동안에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실패자가 양산됐다. 특히 자영업자의 피해가 컸다. 양극화가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이것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경제를 표방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 어차피 시장은 민간이 끌고 가는 것이고, 정부는 규칙을 정해준다. 경제민주화는 사회의 조화를 추구한다. 경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역할을 충실히 한다. 다음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재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극화를 바로잡는 과정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여야를 계속 왔다갔다 한 것에 대해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아나? (2012년에) 박근혜를 진짜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열정적으로 도왔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승리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에는 완전히 딴 방향으로 가버렸다. 그럼 민주당은 왜 도왔냐? (2016년) 당시 민주당이 완전히 와해 직전에 있었다. 보수가 장기집권해서 일본식으로 간다는 얘기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실리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이 찾아와서 도와달라면서 새벽 2시까지 사흘을 졸랐다. 자신은 경제민주화를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역시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박근혜가 탄핵을 받은 게 사회적인 큰 변혁이니까 정치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재인은 전혀 생각을 안했다. 그러다가 2020년 총선에서 보수대통합이 수도권에서 망했다. 그래도 보수가 완전히 무너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국민의힘을 도와준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특별히 혜택을 보려고 나선 게 아니다. 또 내가 자발적으로 도와준 게 아니라, 매달리니까 도와준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인가?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정치는 양당이 경쟁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좌파와 우파는 우스운 사람들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무슨 진보이고, 보수인가? 내가 그 사람들에게 무엇을 위한 진보이고, 보수인지 얘기해 보라고 했지만, 아무도 답을 못했다. 시장경제의 효율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시장경제의 효율은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시장경제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하는 게 좋다. 하지만 필요한 규제는 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는 탐욕스런 기업가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정상적으로 갈 수 없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사진 강창광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내가 여야를 넘나든 진짜 이유는…”‘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은 누구?김종인 박사의 정치활동 역사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3세에 조부인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비서 역할을 하며 정치를 배웠다. 이후 박정희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비례대표 의원으로만 5선을 하고, 청와대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도 역임하는 등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을 쌓았다. 그는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고 온 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부가가치세, 의료보험, 근로자재산형성저축 도입 같은 박정희 정부의 주요 정책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7년에는 국회 개헌특위 경제분과 위원장으로 경제민주화 조항(헌법 제119조 2항)을 신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 매각하는 ‘5·8조치’를 입안했다. 노무현부터 윤석열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빠짐없이 대선 후보 시절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여야를 거침없이 넘나들었다. 덕분에 ‘철새 정치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여야의 경쟁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며 도와달라는 후보의 요청을 들어준 것일 뿐”이라며 세간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hyebi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3247.html​

사는 곳도 생각도 다른 지구촌 3084명, 세계를 말한다

25일 세계 최초 '더 월드 톡스' 시도생각이 다른 지구촌 3084명의 대화6년 전 시작 ‘독일이 말한다’ 확대판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서도 실험25일(현지 시각) 러시아인 베타(왼쪽)와 팔레스타인인 아나스가 ‘더 월트 톡스’(세계가 말한다)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들 포함 이날 116개국 3084명의 국적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만나 대화를 시도했다. <디 차이트> 제공베타는 29살이다. 이집트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그녀는 러시아인이다. 조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나라를 떠났다. 그녀의 양심이 더는 러시아에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나스는 27살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이다. 그의 부모는 수년 동안 이웃 요르단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살았다. 이제 가족들은 카타르로 이주해 산다. 그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둘 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한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나서서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는 생각엔 엇갈린다. 난민 가정에서 자란 아나스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침략한 모든 나라가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베타는 다른 나라를 침략한 조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모든 나라가 나서서 러시아를 제재하는 것에 반대한다. 러시아 시민들만 고통스럽게 하는 제재는 푸틴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본다. 두 사람의 차이는 난민 이슈에서도 이어졌다. 난민 가정 출신인 아나스는 모든 국가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르단이 그의 가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삶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베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집트에 이주민으로 사는 그녀는 자국민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나라에 난민을 수용할 의무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적과 사는 나라 심지어 생각마저 다른 두 사람은 25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지구촌 116개 나라 출신 5100명이 신청한 ‘더 월드 톡스’(The World Talks, 세계가 말한다)를 통해 온라인으로 대화까지 나눈 한 쌍이다. 이들을 포함 실제 대화 참여자는 3084명이다. 아나스와 베타의 이야기는 다른 4명의 사연과 함께 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에 소개됐다.  25일 전세계 동시 실시한 ’더 월드 톡스’(세계가 말한다) 행사를 알리는 비영리법인 ’마이 컨츄리 톡스’의 누리집 갈무리아나스와 베타의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데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아나스는 지난 20년 동안 세상이 더 나아졌다고 믿지만 베타는 그렇지 않다. 베타는 조국이 같은 기간 점점 더 억압적인 국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희망과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었다. 둘 다 기후 변화에 우려를 나타냈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평화를 염원했다. 이날 아나스와 베타가 참여한 세계가 말한다 행사를 주관한 비영리법인 ‘마이 컨츄리 톡스’(My Country Talks)의 실험은 국경을 초월해 다른 생각을 갖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대화를 나누도록 기획됐다. 이 단체는 누리집에서 ‘세계가 말한다’(6월25일)를 기획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세계 모든 나라가 대화를 통해 사회를 분열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사람들이 서로의 관점을 교환하는 대화를 통해 편견을 깨고 공감하면서 공통의 가치를 찾으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는 분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말한다의 연원은 디 차이트가 2017년 처음 시도한 ‘독일이 말한다’다. 이 언론사는 이후 여러 독일 매체와 협업해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독일이 말한다’로 확대했다. 동시에 이 모델을 마이 컨츄리 톡스를 기지 삼아 30개 넘는 나라로 확산했다. 누적으로 세계 25만 명의 사람들이 1대 1로 만나 서로의 관점을 교환하고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경험을 쌓았다. 대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화 참가 희망자들은 미리 준비된 10개 안팎 질문에 자기 생각을 밝히고 알고리즘에 따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짝짓게 된다. 두 사람은 온·오프로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맞춰 한 차례 대화를 나누게 된다. 25일 세계가 말한다 참가 신청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난민 수용, 국가와 종교의 분리 등에 찬반을 묻는 것이었다.  비영리법인인 ‘마이 컨츄리 톡스’에 협력사로 참여한 전 세계 매체들 가운데 <한겨레>도 포함돼 있다. 마이 컨츄리 톡스 누리집 갈무리이날 행사를 주관한 비영리법인 마이 컨츄리 톡스에는 독일의 디 차이트 등과 함께 한국에서 한겨레도 협력 언론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겨레신문사는 오는 10월11일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독일이 말한다’ 한국판인 ‘한국이 말한다’(가칭)를 발표할 예정이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097592.html?fbclid=IwAR1CduSttxOt9SrI4Xfz9fuG87OhBMeMEe45fs0ZW0Zm_zZQDvrZn_Qqr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