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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다른 사람 1대 1 매칭 대화…“이해·공감할 수 있었다”

한겨레 주최 두번째 ‘한국의 대화’11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2023 민주주의랩 컨퍼런스’의 세션행사로 두 번째 ‘한국의 대화·Korea Talks’가 열렸다. 같은 언어와 문화 속에 살지만 우리 각자의 세계는 다르다. 다름의 공존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이해는 대화에서 출발한다. 각기 다른 경험과 배경에서 비롯된 생각의 차이를 녹이는 솔직한 대화는 어쩌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세상은 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에 공존을 위한 대화는 중요하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국의 대화’(Korea Talks) 행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렸다. ‘한국의 대화’는 한겨레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공동으로 기획·주관하는 ‘대화실험’이다. 지난 9월 첫 번째 대화실험에 이어 ‘2023 민주주의랩 컨퍼런스’에서 두 번째 행사가 열렸다. 인공지능의 위협 가능성,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정년 연장 필요성 등 준비된 10개 질문에 답변한 참가자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현장에서 매칭되어 1시간에 걸쳐 1대1 대화를 나누었다. 인공지능의 위협 가능성,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정년 연장 필요성 등 준비된 10개 질문에 답변한 16명의 참가자들은 서로 답변이 다른 사람들과 현장에서 바로 매칭되어 1대1 대화를 나누었다. 1시간에 걸친 대화를 마친 참가자들은 “사회의 지향점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데, 구현하는 방식이나 정보·경험의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답변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대화’에 처음 참여한 정재훈 씨는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해가 쉽지 않아 단절감을 느끼곤 했는데, 모임에 참여해 대화를 나누며 용기를 얻었다”며 “대화 시간이 짧아 아쉬웠는데, 다음 모임에는 아내와 함께 참여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은 ‘한국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합의와 조화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선 생각이 다른 상대를 혐오의 말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늘의 대화실험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6550.html

우리의 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침햇발]

9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열린 ‘한국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이 1 대 1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빠띠 제공  이봉현 I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이 글은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이 우리 사회의 진영 갈등에 주목해 지난 6개월간 실험한 ‘한국의 대화’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입니다. 국제질서가 요동치며 여기저기서 갈등과 대립, 전쟁 소식이 들려옵니다. 정치는 미국, 유럽 등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란 곳도 예외 없이 적대와 혐오, 진영대결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악화한 불평등과 소외에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화가 나 있습니다. 그 화를 약자에게 겨눠 혐오와 배제의 칼날을 날립니다. 정치와 언론은 갈라치기로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얻습니다. 분열과 대립이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문제를 한 번 더 지적하느니, 해결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 간의 만남과 대화에 눈이 갔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만남이 적대와 혐오를 이길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진영의 골이 깊어지는 데는 불편한 사람 안 만나고, 끼리끼리 모여 편견을 굳히는 문화가 있다고 봤습니다. 국외 사례가 참고됐습니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 가 2017년부터 해마다 여는 ‘독일이 말한다’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는 ‘유럽이 말한다’, ‘세계가 말한다’로 확대돼 지금까지 연인원 30만명이 참여한 대화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겨레는 성공모델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이 컨츄리 톡스’(My Country Talks) 사무국과 지난해부터 접촉해 국내 첫 협력 언론사로 등록했고, 한국에서의 행사 계획도 논의했습니다. 마침내 9월23일 인사동의 한 문화공간에서 46명이 참여한 1대1 대화가 열렸습니다. 참가자 모집과 진행은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했습니다. 사전등록 단계에서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기에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나요?’ 등 10개의 질문을 준 뒤, 의견 차이가 큰 참가자끼리 짝을 지었습니다. 존중하고 경청하는 대화를 해 달라는 당부도 대화에 들어가기 전에 했습니다. 저도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는데요, 제 짝은 29살 청년이었습니다. 아들뻘인 그와 저는 여러 질문에서 생각이 달랐지만, 80분 동안 집중하며 이야기를 나눠 보니 “서 있는 지점이 다르면 저렇게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 뒤 모여 작성한 설문조사를 보면 다들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대화를 통해 기존 생각에 변화가 생겼냐’는 질문에는 10점 척도에서 긍정과 부정의 중간 수준인 5.2 점이 나왔습니다. 반면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 정서적 공감도와 이해도가 증가했느냐’에는 8점이란 높은 긍정 응답이 나왔습니다. ‘이런 행사가 열린다면 또 참여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도 긍정 응답이 9.2점에 이르렀습니다. 10월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한국의 대화’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만나 나누는 대화의 의미와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우리는 이런 대화가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주는 의미를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 ‘한국의 대화’ 세션을 만들어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몇 대목을 인용합니다. “적대적 민주주의 해소를 위해 정책결정자와 시민의 토론이 필요하다. 단, 시민 간의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책결정자와 시민의 토론만으로는 집단지성이나 공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극단적 의견을 배제하고 공론장으로 나가려면 나의 지각, 지식, 선택의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 “삶의 다양성은 많이 증가했지만 모두 고립되어 홀로 외치는 모양새이다. 다양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도 직·간접적 만남과 연결이 늘어나야 한다.” (설동준 문화기획자) “대화 상대의 표정과 느낌을 통해(…) 대화 전후가 상당히 달랐고, 이런 파장, 온도를 만든 것이 대화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권민희 뉴닷 편집장)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라는 낯섦과 새로운 시도에 마음을 내주려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발굴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인터넷의 역기능을 얘기하지만 온라인이 그런 만남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황현숙 빠띠 이사) 이제 우리의 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조금 더 커졌습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말싸움,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배틀이 아니라, 오가는 말이 마음에 공명하는 대화 말입니다. 혹, 불평등과 불공정 구조를 놔두고 대화 몇 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대화가 ‘만능열쇠’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 분배제도를 택하느냐도 정치의 일이고, 그 정치의 질은 공론장이 어떤 상태냐에 달려있다고 우리는 봅니다. 우리는 이번 실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토론을 확대해 가려 합니다. 횟수도 늘리고 전국 단위로 치를 수도 있습니다. 세대, 성, 지역 등 결을 달리해서 대화의 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겨레 혼자 할 일은 아닙니다. 정치성향이 다른 언론사나 시민단체의 동참을 환영합니다. ‘독일이 말한다’도 중도 좌인 ‘디 차이트’가 시작했지만 진보·보수를 어우르는 언론사가 함께 주관하는 행사로 전환했습니다. 생각이 달라도 만나고 경청하는 문화가 확산해, 병들어가는 공동체와 민주주의가 생기를 찾길 바랍니다. bh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11896.html

“아시아, 상부상조 전통 넘어 사회연대경제 도전자로”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1‘공존의 미래,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패널들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1 라운드테이블 ‘공존의 미래,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아시아정책대화’에서 토론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필리핀에는 100개가 넘는 도시에 지방정부·지역대학·기업이 참여하는 디지털지역위원회가 있다. 한국처럼 일부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도가 높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에 디지털 분야 일자리를 만들어 인재 유출을 막자는 취지다. 2008년부터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온 결과, 이제는 디지털 분야 고용의 절반이 지방에서 생겨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수준이 됐다. 이런 일은 기업의 선의만으로, 중앙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진행되기 어렵다. 기업의 범위를 뛰어넘되 국가보다는 작은 지방정부야말로 이러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최적의 주체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지세프)는 사회연대경제 단체(민)와 지방정부(관)의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2014년 만들어진 국제 협의체다. 서울시가 출범 직후부터 7년 동안 의장도시를 맡았고 현재는 프랑스 보르도시가 의장도시다.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에선 지세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존의 미래,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 아시아정책대화’라는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2004년부터 필리핀 지방정부 시의원으로 일하며 앞서 소개한 디지털지역위원회 조직에 참여했던 조셀 바타파시게 필리핀 정보통신기술부 차관은 “인구 50만명의 도시를 담당하다가 이제 인구 1억명이 넘는 필리핀의 정보통신기술부에서 일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역할은 지방정부의 잠재력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연대경제는 전통적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세션에서는 빈민촌 어린이들에게 서커스 등 예술 교육을 진행하면서 가난한 예술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캄보디아의 사회적기업 파레(PPSE)의 후오트 다라 대표가 참석해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밝은 하늘색 상의에 격자무늬 머플러를 두르고 사례 발표에 나선 그는 본격 발표에 앞서 “예술가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티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사회연대경제가 화두로 떠오른 지도 20여년이 지났다. 상부상조 전통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적인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는 후발자로 간주됐던 아시아는 2020년대 이후부터는 관련 정책을 혁신하며 후발자를 넘어선 도전자, 독자적인 길을 가는 행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동시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나타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여러 갈래로 활동하면서 사회연대경제 개념에 대한 해석은 물론이고 환경도 변해왔다. 미우라 히로키 서울대 사회혁신교육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사회연대경제 논의에서 나타나는 흐름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의 일체화 △성과 평가의 중요성 확대 △분야 간 협업으로 요약했다. 빈곤 종식, 양질의 교육, 성평등, 기후변화 대응 등이 담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회연대경제가 일종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고, 사회연대경제 자체가 20년 정도 진행되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연대경제의 구체적 형태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명확히 구분·인식됐다면 이제는 다양한 사업체 간의 협력과 협업이 당연해진 것도 특징이다. 발표에 이은 패널 토론에선 실질적인 조언이 나왔다. 경기도 안성시에서 협동조합 활동을 해온 김보라 안성시장은 “지방정부가 해줘야 할 일 중 하나는 각 조직이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지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툴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공무원 조직을 보면 사회적 경제를 담당하는 부서는 정해져 있는데 실제로 사회적 경제 조직이 하는 일은 환경, 돌봄, 교육 등 다양하다. 모든 부서의 공무원이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으면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드 살다나 지세프 사무총장은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사회연대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784.html

“자본에 최저세율 매기자” 세계는 합의할 수 있을까

2023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 강연경제학자 쥐크만 UC버클리 교수“현재 과세정책, 부의 불평등 해소 못 해”가브리엘 쥐크만 유시(UC)버클리대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장벽이 사라진 세계에선 자본에 대한 과세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가브리엘 쥐크만 미 유시(UC)버클리대 교수는 11일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란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자본 과세’는 무엇이며 그것이 끝났다고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쥐크만 교수는 탈세와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업적으로 전미경제학회가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올해 수상했다. 쥐크만 교수는 세계 경제의 특징 중 하나를 ‘부의 불평등’이라 봤다. 과세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강력한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의 과세 정책은 효력이 없다는 게 쥐크만 교수의 주장이다. 과세 정책은 소득에 비례에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세금 부담 비율을 보면 대부분 인구가 소득의 25%를 세금으로 내지만, 가장 부유한 400명의 세금 부담금을 모두 합쳐도 23%에 불과하다. 부유층의 세금 회피 방법이 다양해졌는데, 이에 기존의 자본 과세는 더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대안이 되지 못한다. 과세 정책이 효율적이지 못하니, 부의 불평등은 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과세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과세 정책의 비효율은 전 세계적으로 ‘세금 경쟁’이 이뤄지는 탓이다. 쥐크만 교수는 “세계에선 세금 경쟁을 한다. 경쟁뿐 아니라 회피도 존재한다. 이것의 의미는 이동성이란 요소에 대해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부유층이나 다국적 기업 등은 세금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세계화는 이 이동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이에 쥐크만 교수가 기존의 세금 방식으론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것이 ‘최저세’다. 최저세는 15~20% 등 어느 지역에서든 가장 낮은 세금을 고정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세금이 거의 없는 조세피난처로 부유층이나 다국적 기업이 옮길 동기가 사라진다. 세계가 합의를 통해 최저세율을 정할 수 있으면 안정적인 세금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쥐크만 교수는 “부유층 2765명(약 12조달러)에게 2%의 세금만 고정적으로 받는다고 해도 세율 자체는 굉장히 낮지만, 세수액은 2140억달러 규모로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다. 쥐크만 교수는 이렇게 거둔 세금이 결국 글로벌 부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최저세란 시스템을 통해 부유층,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여 이를 기후위기를 겪는 개발도상국에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쥐크만 교수는 “(이 방식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또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적인 공조와 세계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면 이는 가장 이상적인 과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국적 기업이나 고소득층 등의 조세에 대한 경쟁과 탈세는 자연법칙이 아니라 정책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 패널로 참석한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정책적 선택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불평등 원인을 기술혁신이나 세계화로 본다면 일종의 ‘숙명론’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쥐크만 교수의 발표는 정책적인 노력, 인간의 노력에 의해 불평등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짚었다. 또 최저세를 여러 국가에서 ‘합의’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지적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0개국은 지난 2021년 글로벌 기업이 최소 15%의 법인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국제적으로 다양한 합의가 파괴되고 있는데 새로운 합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 재정적인 기반이 계속 취약해지고 있다는 데 국가들이 공감했고 심화된 불평등이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고 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세금 납부의 중요성을 짚으면서, “다국적 기업은 앞으로도 자본세 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내는 게 강조되지 않는다면 노동 비용을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고도 어디서나 용이한 노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식으로 이윤을 착취, 축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쥐크만 교수는 “세제와 관련된 경쟁은 국가 간의 제로섬 게임인 부정적인 형태의 경쟁”이라며 “이런 경쟁은 세계의 자본이 성장하거나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더 최악인 점은 이런 부정적인 세제 경쟁이 이뤄질수록 기업의 소유주들이 먼저 혜택을 얻게 되고 결국 불평등이 조장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쥐크만 교수는 “왜 세금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고민해야 봐야 한다”면서 “경제 성장의 속도를 내고 싶고 또 불평등을 제한하고 싶다면 세금, 그리고 진보적인 세금 제도는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704.html

“18세기 만들어진 민주주의 재설계해야…한국 혁신 가능”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아시아미래포럼 개막맨스브리지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 기조강연서 강조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룸메이트 중 한 명이 계속 설거지를 전담하고, 나머지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무임승차)고 가정해보자. 깨끗한 그릇(자유 사용재)은 계속 생기지만 이들이 룸메이트로 계속 같이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때 모두가 동의할 만한 강제적인 작동 시스템(국가 강제력, 합법적 정당성)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시테상을 받은 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유 사용재’(Free use goods)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 사용재는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도로, 항만, 안보, 법, 질서 등이다. 그는 ‘자유 사용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세 징수 등 국가의 강제력이 필요하고, 이를 ‘무임승차’(Free Riding)할 경우 벌금을 매기는 등 ‘합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온 맨스브리지 교수는 11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의 기조세션 1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탁월한 학문적 성취로 평가받는 학자다. 지난해 미국정치학회에서 주는 벤저민 에번스 리핀콧상을, 2년 전에는 국제정치학회에서 주는 칼 도이치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적대적 민주주의를 넘어’(Beyond Adversary Democracy) 등을 펴냈다.  맨스브리지 교수는 “인류 간 상호의존성이 (과거보다) 커지면서 ‘자유 사용재’에 대한 니즈(요구)도 증가했다. 자연스레 ‘무임승차’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만큼 국가의 규제가 더 필요해졌다”며 “하지만 18세기부터 만들어진 민주주의 메커니즘으로는 오늘날 필요한 모든 규제를 합법화(정당화)하기는 부족하다. 그 때문에 우리는 ‘합법적 정당성’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18세기에 만들어진) 민주주의를 다시 설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일단 국가 규제의 강화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다시 설계할 때 정당의 대표와 시민들은 계속 소통해야 한다. 시민과 대표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합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 대표와 시민이 모여 다양한 정치적 주제를 토론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했다.  맨스브리지 교수는 또 “한국은 18세기 민주주의 메커니즘을 혁신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은 세계적인 역량을 가진 강력한 국가이면서,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이 있으며, 교육 수준이 높고 열심히 노력하는 국가”라며 “이런 총체적인 사고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들은 맨스브리지 교수의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우리나라 고유의 정치적 특성과 역사, 사회적 갈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민주주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숙의민주주의의 소통 과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이 쉽지 않다. 소통에 참여하려는 동기 그리고 상호 존중 문화, 공존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양극화된 정치 문화에서는 그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사람은 반대편과의 소통을 조소하거나 거부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존중과 경청의 문화를 확산·강화해서 두터운 사회적인 연대의 중심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만권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는 “맨스브리지 교수가 우리나라가 혁신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려한 요소들은 일반적인 면에서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우리 정치가 친일·종북과 같은 역사적 이념을 이어온 점, 적대감이 심화되고 있는 정당 체제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 소득 격차 등 불평등의 심화, 능력주의와 연계된 혐오와 차별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는 우리가 변화의 혁신 장소로서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정치 참여보다 중요한 건 잘 조직되고 정제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참여”라며 “조직된 정치 참여나 정제된 정치 참여, 책임 있는 정치 참여가 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지금이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적인 민주주의를 찾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것을 어떻게 더 잘할까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한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703.html

대화가 세상 바꿀 수 있을까…‘양극단의 세계’ 엉킨 실타래 푸는 법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한국의 대화-Korea Talks’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 대화’ 참가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토론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나와 정치적 입장이나 의견이 다른 상대편을 ‘적’으로 공격하는 적대주의가 확산하면서 한국 사회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끼리끼리 뭉치는 확증편향 속에 서로를 향한 분노는 혐오로 번진다. 한겨레는 적대와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 안에 갇히는 ‘필터버블’을 걷어내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때 엉킨 실타래도 풀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 6개월 동안 ‘대화실험’을 진행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기획한 ‘한국의 대화·Korea Talks’는 ‘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코트에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46명, 23쌍이 1대1 대화를 위해 모였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관한 10개 항의 사전 설문조사를 거처 선정되었다. 프로젝트 진행을 총괄한 황현숙 빠띠 이사는 “안전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경청과 존중, 경험에 바탕해 대화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 결과 생각을 바꾸진 못해도 서로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고 공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도 접촉하고 알게 되면, 그의 말에 귀기울이게 되며 혐오가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대화’에 앞서 대화실험을 시도한 ‘독일이 말한다’ 프로젝트를 대표해 이날 온라인으로 참여한 한나 이스라엘 ‘내 나라가 말한다·My country talks’ 대표도 “참여자들은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하루 넘는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고도 마다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의 양극단에 있는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갔다”며 신뢰회복 효과를 강조했다. 요헨 베그너 디 차이트 온라인 편집장을 대신해 한나 이스라엘 기자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 대화’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수천 명의 낯선 이가 짝을 이뤄 정치 이야기를 할 때 생기는 일’을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치는 진영 대립과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정치공론장의 매운 맛을 넘어서는 법’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은 “흑백 양분법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정치는 소수의 극단이 과대대표되고, 다수는 침묵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그 결과 공론장에서 합리적인 사람은 퇴장하고 극단적인 사람만 남는다”고 말했다. 진영 간 대립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이진순 이사장은 존중과 경청에 기반한 집단지성에 주목했다. “다수결은 다수의 동의라는 명분으로 소수의견을 묵살하기 쉽다. 토론, 숙의과정도 배제된다. 하지만 집단지성은 상호작용 속에 숙의 토론, 절충, 대안이 가능하며, 소수의견도 배제하지 않는다” ‘애매한 우리 사이에 필요한 것들’을 주제로 발제를 한 설동준 문화기획자는 빌라 내 이웃간 층간 소음 같은 일상 생활의 소소한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접촉과 존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는 방식이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도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며, 이를 위해서는 직·간접적 만남과 연결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1697.html

“ESG 시대, 진짜 지속가능 기업은?…유엔 지표가 대안 제시”

‘2023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3ESG 워싱을 넘어, 새로운 지속가능보고 제안아미래포럼 분과세션3 ‘ESG워싱을 넘어, 새로운 지속가능보고 제안’에서 ‘글로벌200+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 최근 동향 및 중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글로벌 차원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이에스지(ESG) 정보공시(보고) 표준화와 의무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14회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의 제3세션 행사인 ‘이에스지(ESG) 워싱을 넘어, 새로운 지속가능보고 제안’ 토론회에서는 기업의 ‘ESG 워싱’을 극복해서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한 ‘지속가능발전 평가지표’(SDPI)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규범적 임계점을 제시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유엔 산하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의 이일청 선임연구조정관은 ‘비재무성과 측정 및 보고를 통한 기업의 행동변화: 유엔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UN SDPI)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제에서 “현존하는 수많은 ESG 평가지표들은 지속가능성을 정확히 측정하고 있는가”라는 도전적 질문을 던지면서, “SDPI는 진정한 지속가능성 평가틀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유엔은 빈곤과 질병, 기후변화 대응 등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하고 있는데, SDPI는 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에 제대로 기여하도록 이끌기 위해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해 지난해 말 공개했다.  이 선임연구조정관은 “(현재의 ESG 지표들은) 거대 영리기업만을 위한 게임에 그친다”면서 환경의 수용 가능성과 괴리된 점진주의적 접근, 2~3년 간 변화에만 주목하는 단기주의, 단순 평균주의의 오류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SDPI의 특징으로 평가 대상에 고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사회연대경제까지 포괄, 규범적 임계치 제시, 맥락에 기반한 접근, 최소 5년 이상 장기추세 분석을 강조했다.  폴 라드 유엔사회개발연구소 소장도 주제발표에 앞서 특별연설에서 “ESG 평가의 문제는 기업의 좋은 행동과 충분히 좋은 행동 간에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SDPI는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제시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ESG 평가 및 컨설팅 기업인 ‘머니케어’의 카타리나 헬조그 공동창업자 및 대표는 ‘글로벌 200+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 최근 동향 및 중요 이슈’라는 주제발표에서 “ESG 최고등급을 받은 기업이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역시 ESG 평가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공존의 길을 찾으려면 지속가능성 측정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면서 “SDPI 평가지표 61개 중에서 기후, 사회, 성별 관련 12개 지표를 선별해서 지속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전 세계 200여개 상장기업을 평가한 결과 많은 기업이 기후 지표부터, 성별 임금 격차, 최고경영자-근로자 간 임금 비율에 이르기까지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은 ‘글로발 IT 기업의 지속가능성 분석:상위 5개 기업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에서 SDPI를 활용해서 애플·인텔·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티에스엠씨(TSMC) 등 글로벌 IT산업 분야의 빅5의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양 팀장은 “환경과 다양성 및 포용성 영역은 애플과 인텔, 임직원 안전 및 삶의 질 영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좋은 이행 수준을 보였다”면서, “TSMC는 전 영역에서 정보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었으며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가능한 경영관행 등에서 좋은 수준의 이행 정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는 “빅5 모두 다른 지속가능성 평가 혹은 인덱스에서 좋은 성과 혹은 상위에 있는 기업들이지만 SDPI의 평가 대상 5개 영역에서 모두 좋은 이행 정도를 나타내는 기업은 없었다”고 밝혔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CSES) 원장이 사회를 본 토론에서 박세원 키움투자자산운용 ESG전략팀장은 “ESG 정보가 늘어남에 따라 단순히 정보를 공시하느냐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적절한 해석을 통해 진짜 지속가능한 기업을 찾는 방법론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SDPI는 다양한 자속가능성 테마와 관련해서 그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방법론과 기준점(임계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지연 한국사회적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은 “SDP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천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머니케어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분석은 SDPI의 유력한 활용 모델 사례”라고 말했다.  이은선 경상국립대 교수(경제학)는 “SDPI는 기존 ESG 지표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데, 특히 한국의 경우 최고경영자-근로자 간 임금격차, 생활임금, 성별 임금 및 승진 격차, 물 사용량 등 4가지 평가지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SDPI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SDPI 적용 확산, SDPI 지표를 공시의무화에 반영, 기업의 행동변화를 이끌 수 있는 동인(인센티브 또는 페널티) 마련 등을 통해 기업의 행동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채널과 동력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696.html

앨리슨 전 미 차관보 “한국은 미·중·러에 더 발언하라”

한겨레 주최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2미-중 패권 경쟁 가운데 낀 한국에보다 큰 목소리와 당사자 역할 주문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앵커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2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국 국방부 정책·계획 담당 차관보와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미-중 정면 충돌은 불가피한가. 도화선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될 것인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 한국이 미-중의 패권 각축 속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에 이미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피해갈 수 없는 질문들이다.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은 1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세션2에서 한국이 미-중의 패권 각축 한복판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과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그는 앞으로 한국이 미, 중 어느 한쪽과 “단일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보다 복잡한 국제 이해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아나가는 데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한 화상 강연에서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말을 빌어 “미국 우위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하늘과 바다, 우주, 사이버 공간 모든 영역에서 미-중 경쟁이 빚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칫 두 강대국 간 충돌이 암울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이름을 딴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미-중의 패권 경쟁의 운명을 설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00년 간 패권국과 도전국 사이에 16번의 충돌이 있었고 그 가운데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도전국이 기존 패권국을 대체하려고 할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아테네의 부상에 맞서 스파르타가 전쟁을 일으켰던 게 대표적 사례다. 그는 미-중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 “전쟁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한다면 향후 수 년 안에 일어날지, 또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 모른다면서도, 전쟁 도화선은 대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상호확증파괴(MAD) 개념을 끌어와 미-중 간 전쟁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 없이 양쪽 다 파괴되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핵보유 강대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매드’와 경제로 서로 얽혀 있는 “결합된 관계”에 놓인 게 충돌의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봤다. 그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존 에프 케네디 전 미 대통령과 냉전 대결이 정점으로 치닫던 레이건 전 대통령이 소련과 핵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매드’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도 1005년 요(거란) 나라를 무찌를 수 없었던 송이 요와 협정을 맺어 이후 120년간 평화를 누렸던 역사를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둘 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협조적 경쟁”이란 개념 아래 두 나라가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과 애플이 부품 시장에서 협력 관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강조했다. 그는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개념을 통해서 역사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마오쩌둥의 한국전쟁 참전 등 의도하지 않았던 전쟁이 일어났던 역사적 경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앵커와 한 대담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조언하면서 한국의 보다 주체적, 적극적인 역할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국이 대미, 대중, 대러 관계에 있어서 더 발언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스스로가 처한 곤경을 파악하고 여기에 적극적인 참여자의 역할, 당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이 미-중이 선택한 어떤 전략의 대상에 그칠 이유가 없다”며 “더 명확하고 더 날카롭게 미-중-러 정부에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안보는 미국, 경제적 번영은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처한 상황은 “굉장히 다차원적이고 복잡하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흑백의 논리에 내몰릴 필요가 없다고 귀뜸했다. 그는 “한국은 ‘맹수’들과 섞여서 사는 것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전쟁 뒤 이룬 경제적, 민주적 성취와 기술의 발전 등을 언급하며 한국이 가진 국가적 역량을 높이 샀다.  앨리슨 전 차관보는 1960년대부터 미 국방부 고문, 국방정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해왔으며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별보좌관,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다. 또한 1970년대 후반부터 30년에 걸쳐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과 하버드 벨퍼 과학 및 국제 문제 센터 소장을 지내면서 ‘결정의 본질’, ‘예정된 전쟁’ 등을 펴낸 세계 최고의 외교안보 전문가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기후위기는 사고다발지역 교통사고처럼 구조적 접근해야”

한겨레 주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방송인 타일러 라쉬 특별강연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후위기 - 3가지 착각, 3가지 행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도로 사고다발지역에서 빈발하는 교통사고는 운전자에게 안내를 늘리고 피해 배상책임을 강화하면 줄일 수 있을까?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내비게이션이 ‘사고다발지역’이라고 안내를 해도 유사한 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며 “구조적 문제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쉬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특별 강연 ‘기후 위기-세가지 착각과 세가지 행동’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교통사고와 비교해 설명했다. 라쉬는 “교통사고가 나면 대부분 제일 먼저 달려오는 곳은 보험사로, 운전자를 상대로 과실 책임을 따지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접근과 비슷하다”며 “사고다발지역이 지정되는 것은 사각지대 등 도로 구조나 설계상 문제 등 구조적 요소가 있기 때문인데 근본적 접근은 없고 운전자에게만 과실 여부와 책임을 묻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를 다룬 ‘두번째 지구는 없다’는 책을 펴내는 등 기후·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 발언하고 있는 라쉬는 이날 강연에서 기후위기가 과학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위기이고 현재 인류가 가장 심각하게 다뤄야 할 주제이고 이미 다양한 기술적 방안이 제시됐지만 효과가 없었다. 기후 위기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고 기후 위기 현상을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후위기 - 3가지 착각, 3가지 행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라쉬는 기후위기에 관한 대표적 착각 세가지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다음 세대를 위해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착각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살리자’는 표현은 1970년 미국에서 ‘지구의 날’ 지정 때 등장한 구호이고 이미 여러 세대가 지났다. 특히 ‘다음 세대’라는 단어는 기후 위기를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줄뿐 나와 상관없는 문제로 취급하게 만드는 잘못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두 번째 착각은 데이터에 대한 맹신이고, 세 번째는 개인적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복합적 기후위기 현상을 데이터로 해결할 수 없으며, 개인이 아무리 친환경적 삶을 실천해도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는 착각을 버리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행동을 제안했다. 선거 때 기후 위기를 고려하는 투표 행위와 상품 구매 때 친환경 인증마크를 따져보는 소비 활동, 그리고 상대가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실천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663.html

[사설] 다중위기 직면한 세계, 공존 모색 아시아미래포럼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한국 정치의 극한 대립과 증오는 ‘민주주의의 모범’을 자처해온 미국과 유럽의 극우·포퓰리즘 정치 확산과 이어진다. 극심한 불평등과 경제 위기가 깊어지고, 모두가 불안 속에 서로를 증오하면서 공동체와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 각국의 정치 위기는 국제질서의 균열로 이어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곳곳에서 ‘화약고’가 폭발하고 있다. 겹겹의 위기가 우리 삶을 포위하는 다중위기의 시대다.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열리는 2023 아시아미래포럼은 이런 복합적 위기의 근원을 분석하고,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지혜를 모으고 토론하는 자리다. 특히 정치 위기의 뿌리인 불평등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대립과 배제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불평등이 커지면 ‘우리’(We-feeling)라는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동질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외부 적을 찾아 악마화하거나 전쟁하려는 유혹이 커지면서 정치와 국제질서의 위기가 깊어지게 된다고 경고해왔다. 대내적으로는 정치·경제적 양극화와 극심한 진영 갈등이, 대외적으로는 신냉전으로 치닫는 현 상황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주요국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구촌과 우리 사회가 이를 현실이라며 그대로 방관하고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이다. 가브리엘 쥐크만 미 버클리대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20세기 초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현재의 불평등을 분석하는데, 결국 조세 정책이 그 ‘처방전’이라고 제안한다. 감세 기조와 재정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감세의 혜택은 가진 자가, 재정균형의 피해는 약자가 받게 된다. 우리 정부가 현 기조를 그대로 이어나간다면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그 피해는 약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중위기가 세계 곳곳의 삶을 위협하면서, 공동체와 사회를 복원하고 평화를 지키고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외침은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이 우리 사회가 함께 대안을 찾아가기 위한 깊고 활발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11564.html​

“정치적 양극화 풀려면 더 많은 ‘자유 사용재’ 필요”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아시아미래포럼 개막맨스브리지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 기조강연서 강조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8세기 민주주의 매커니즘을 통해 현재 필요한 정도의 규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합법적 정당성’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온 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11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한 기조세션1 발표에서 “우리는 점점 더 상호의존성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자유 사용재’(Free use goods)를 점점 더 사용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면 ‘무임승차’(Free Riding)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러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해결책 모색을 촉구했다. 2018년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을 받은 맨스브리지 교수는 탁월한 학문적 성취로 평가받는 학자다. 지난해 미국정치학회에서 주는 벤자민 E. 리핀콧상을, 2년 전에는 국제정치학회에서 주는 칼 도이치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적대적 민주주의를 넘어’(Beyond Adversary Democracy) 등을 펴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유 사용재’가 필요하다며 이를 설명하기 위한 틀로 무임승차와 규제, 국가의 강제력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도로, 항만, 안보, 법, 질서 등 자유 사용재를 더 많이 공급해야 정치 양극화를 줄일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조세 징수 등 국가의 강제력과 이를 어겼을 때 벌금을 매길 수 있는 합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맨스브리지 교수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재설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일단 국가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위기의 가장 깊은 토대는 상호의존성 증가에서 온다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며 “민주주의를 재설계할 때 대표들과 시민들은 계속해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8세기 민주주의 매커니즘은 현재의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한국은 강력한 국가이지만, 또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충분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기업가 정신도 있고, 열심히 노력하는 국가다. 창의성도 갖고 있고, 교육 수준도 높다”며 “이런 총체적인 사고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세계를 도와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브리엘 쥐크만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맨스브리지 교수에 이어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기조세션 3 발표에 나선 가브리엘 쥐크먼 미국 버클리대 교수(경제학)는 “다국적 기업이나 고소득층 등의 조세에 대한 경쟁과 탈세는 자연법칙이 아니라 정책적인 선택이다. 국가 이동이 자유로워진 시점에서 조세회피를 제한할 수단은 이제 한정적인 상황”이라며 “어느 곳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최저세’란 정책의 도입을 통해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이렇게 확보한 세금은 기후위기 영향을 받는 개발도상국에 제공해 그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려 개회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포럼 오후 세션에서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아시아정책대화를 통해 ‘공존의 미래,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공동체의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어 한국 언론 최초로 실험하는 ‘한국의 대화’(Korea Talks)를 진행한다. 지지 정당이 다르면 적대하는 현실에서 관점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끝으로 ‘ESG 워싱을 넘어, 새로운 지속가능보고 제안’이란 주제 아래 폴 래드 유엔사회개발연구소장이 특별 연설을 하고, 카타리나 헤어초크 머니케어 공동 창업자가 강연한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한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한 조사 결과도 소개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주제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 행사장에는 포럼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646.html

“예측 어려운 시대…협력·공존이 모두가 사는 길”

한겨레 주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 개막 최태원 회장·김은미 총장 환영사‘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려 개회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한 때인 것 같다.”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영상 환영사를 통해 “요즘처럼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많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정책 이슈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길을 찾아가는 혜안이 필요한 지금”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의 나라 ‘투발루’와 오는 2030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진을 내세운 ‘오스트리아’ 등을 언급하며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다른 듯 닮아 보이는 문제를 지구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구촌에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여러분들의 지혜를 많이 담아 달라”고 말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프랑스 출장 중 영상으로 환영사를 전한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는 각국에 맞춤 솔루션을 찾고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려 하고 있다”며 “11월28일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국민적 염원을 이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열네 번째를 맞은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는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다. 포럼 공동위원장인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다중위기는)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지속가능발전의 위기, 민주주의와 정치적 분열의 위기, 전쟁과 분쟁, 경제적 불평등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기”라며 “위기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 대부분 상충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인간이 관리하기 어렵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인간들은 무기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과 아프가니스탄의 지진을 언급하며 “아침에 뉴스를 켜기가 두려울 정도로 많은 사고에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며 후속 세대의 안녕을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가 마주한 시대가 패권 각축의 시대이지만 대립과 배제를 넘어서 지속 가능성과 평화를 꿈꾸며 전 세계와 아시아가 협력하고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고 한국이 살아가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오늘 포럼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성 한겨레신문 대표이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우성 한겨레신문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긴 했지만, 기후위기, 정치적 양극화,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가 우리 삶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다”며 “이 자리가 우리가 직면한 다중위기의 현실에 대한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아시아미래포럼은 민주주의의 위기, 지정학적 위기, 경제적 불평등의 위기, 기후위기 등 다중위기에 맞서 공존의 길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나누는 모든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다중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고 공존의 길을 개척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618.html

“기후변화·전쟁 위기는 한 나라, 한 지도자 힘으론 해결 못 해”

한겨레 주최 ‘2023 아시아미래포럼’ 개막김진표 의장·김기현 대표 등 축사‘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려 개회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진표 국회의장이 “기후변화와 전쟁, 불평등 등 우리 앞에 놓인 이 위기는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지도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외 순방 중인 김 의장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영상축사를 통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세계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식량 위기까지 겹쳤다.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조정에 따라 국제질서가 재편의 길을 걷고 있다. 공존의 지혜가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에서 영상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유럽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신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대립하는 세계 속에서 자유, 민주주의, 인권의 보편적 가치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 총리는 “우리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가뭄과 홍수와 산불과 같은 재난이 계속되고 있으며 식량과 에너지 위기도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또 “기술패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은 세계 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축사를 대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 총리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는 곧 국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지고 우리 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단일 국가 경쟁력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한계에 우리는 직면했다”며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사회 연대는 우리의 중요한 안전판이고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방치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인류는 늘 위기에 직면해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공동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고 이곳에서 나온 소중한 의견이 우리나라와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소재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날 행사장에는 포럼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617.html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 아시아미래포럼 오늘 개막

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정치 양극화 주제로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 강연※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이 11일 오전 8시30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열린다.정치적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을 모색해온 제인 맨스브리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가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가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 앵커와 대담을 나눈다. 또 가브리엘 쥐크만 미 버클리대 교수가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편다.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기후위기―3가지 착각 3가지 행동’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한다. 오후 세션에서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아시아정책대화를 통해 ‘공존의 미래,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공동체의 연결과 회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어 한국 언론 최초로 실험하는 ‘한국의 대화’(Korea Talks)를 진행한다. 지지 정당이 다르면 적대하는 현실에서 관점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끝으로 ‘ESG 워싱을 넘어, 새로운 지속가능보고 제안’이란 주제 아래 폴 래드 유엔사회개발연구소장이 특별 연설을 하고, 카타리나 헤어초크 머니케어 공동 창업자가 강연한다. 유엔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한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에 대한 조사 결과도 소개할 예정이다.​ 포럼 누리집▼www.asiafutureforum.org 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1527.html​

글로벌 IT 빅5,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 아직 갈 길이 멀다

유엔 SDPI 지표 이용 첫 평가애플·인텔·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환경 등 14개 지표 성과 50~60점 그쳐MSCI의 ‘ESG 우수’ 평가와 큰 차이기업순위 TSMC·인텔>SK>애플>삼성한겨레-유엔사회개발연구소 협력 결실11일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보고서 공개‘머니케어’도 166개 기업 실태 발표제주 해상풍력단지 연합뉴스 미국의 애플과 인텔, 한국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대만의 티에스엠씨(TSMC)는 글로벌 IT산업의 스타 기업들이다. IT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이들 IT산업 빅5는 글로벌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기후·사회·지배구조 중심 이에스지(ESG) 경영에서도 대부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ESG 모범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유엔 산하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가 개발한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토대로 한 평가 결과는 사뭇 다르다. 빅5 모두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가 100점 만점 기준 50~60점대로, ‘보통’ 수준에 그친다. 진정한 ESG와 지속가능성 달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SDPI를 이용해 글로벌 IT산업 빅5의 지속가능성 이행성과를 평가했다. 국내에서 SDPI를 이용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원은 오는 11일 서울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평가결과를 담은 ‘글로벌 IT기업의 지속가능성 분석:상위 5개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5월 유엔사회개발연구소와 SDPI 평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DPI 평가지표는 모두 61개이다. 수익·친환경 투자 같은 재무제표 중심의 1단계(티어1) 지표 20개와, 지속가능성 목표 중심의 2단계(티어2) 지표 42개로 나뉜다. 연구원은 SDPI의 차별성을 잘 보여주는 2단계 지표 중에서 기업의 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22개 지표를 선정했다. <헤리이슈>는 기업 간 성과비교를 하기 위해 22개 지표 중에서 ‘지속가능성 임계치 제시’ 방식의 14개 지표를 따로 떼어냈다. 영역별로 보면 △환경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량, 유해 폐기물 처리,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등 3가지, △다양성과 포용성 분야는 성별 임금격차, 성별 고용 다양성, 성별 승진 다양성, 관리직 여성 비율, 이사회 여성 비율 등 5가지, △지속가능한 경영관행 분야는 최고경영자-근로자 임금 격차, 경제·환경·사회성과 회계 적용, 총 벌금액, 부패 관련 벌금액 등 4가지, △임직원 안전과 삶의 질 분야는 임직원 돌봄 지원 프로그램, 산업재해 빈도 및 발생률 등 2가지이다. 지속가능성 임계치 제시는 SDPI만의 특성이다. 다른 평가지표들은 주로 전년 대비 성과의 차이에 주목하는데 반해 SDPI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달성해야 할 기준(지속가능발전 임계치)를 설정해 평가하기 때문에 훨씬 엄격하다. 또 다른 대다수 평가지표에서는 주목하지 않는 관리직 여성비율, 이사회 여성 비율, 총 벌금액, 부패 관련 벌금액 지표도 평가한다. 최고경영자-근로자 간 임금격차는 다른 평가지표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계산 방식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SDPI는 최고경영자 임금과 최하위 25% 근로자의 중간임금 간 차이를 비교하기 때문에 전체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는 다른 평가지표보다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난다.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 선임연구조정관은 “극단적인 경우, 지구상의 모든 기업이 전년대비 좋은 성과를 기록하여 ESG 최고등급을 받더라도, 우리의 삶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SDPI는 우리의 삶과 환경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기업이 달성해야할 기준을 설정하고, 개별 기업이 실지로 이 기준을 얼마만큼 달성했는가를 측정하여 지속가능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사업방식과 실천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SDPI의 기본 취지는 기업의 자가진단을 통해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성과 점수나 순위를 직접 매기지는 않는다. 대신 지표별로 ‘지속가능성 임계치’를 제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5단계로 구분해서 이행 성과를 평가한다. <헤리이슈>는 기업성과의 객관적 비교를 위해 성과수준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지속가능’ 또는 ‘지속가능 근접’은 3점(지속가능), ‘지속가능 방향으로 진행 중’은 2점(보통), ‘지속가능과 큰 차이’ 또는 ‘지속가능하지 않음’은 1점(지속가능하지 않음), 정보 미제공은 0점을 각각 부여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4개 평가지표의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는 42점이 만점이다. 기업별로 보면 TSMC와 인텔이 각각 26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SK하이닉스(25점), 애플(24점)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22점으로 최하위였다. 기업별 점수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TSMC=인텔(각각 61.9점)>SK하이닉스(59.5점)>애플(57.1점)>삼성전자(52.4점) 순이다. 한국 IT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가 TSMC와 인텔에 뒤져있음을 알 수 있다. SK가 애플에 앞선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영역별로 보면,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한 환경 분야는 인텔(8점)>TSMC=SK하이닉스=애플(각각 5점)>삼성전자(3점) 순서이다. 애플은 제품 생산의 상당부분을 중국의 폭스콘 등 해외 협력사에 의존한다, 다른 빅5 기업들에 비해 환경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전체 합산점수와 환경 점수에서 모두 꼴찌에 그친 삼성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별 임금 격차를 포함한 다양성과 포용성 분야는 TSMC(9점)>인텔=애플(각각 7점)>삼성전자=SK하이닉스(6점) 순서다. 지속가능한 경영관행 분야는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각각 10점)>애플(9점)>인텔(8점) 순서다. 삼성과 SK가 공동 1위에 오른 데는 최고경영자-근로자 임금격차에서 모두 최고점(3점)을 얻은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SDPI가 요구하는 최하위 25% 근로자의 중간임금이 아니라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SDPI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평가 점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TSMC가 전체 합산은 물론 개별 영역에서도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기업들은 ESG 영역 가운데 지배구조(거버넌스)에 해당하는 다양성과 포용성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노출했다. 애플은 환경 분야 평가에서 잇점을 안고 있음에도 전체 합산에서 하위권, 환경 분야에서 중위권에 각각 그쳐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와 지속가능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업들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수다. 애플은 14개 평가지표 중에서 4개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개, 인텔과 SK하이닉스는 각각 1개씩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TSMC는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SDPI에 기반한 빅5의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를 국내외 평가기관들이 발표한 ESG 점수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얻게 된다. 세계적 평가기관인 미국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는 빅5의 ESG 성과에 대해 2022년 기준으로 TSMC(AAA)>인텔(AA)>삼성전자=SK하이닉스(A)>애플(BBB) 순서로 평가했다. MSCI는 올해 인텔에 대해 한단계 높은 AAA를 부여했다. MSCI가 빅5 중에서 TSMC와 인텔을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은 SDPI와 일치한다. 애플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것도 동일하다. 다만 SDPI가 삼성전자를 가장 낮게 평가한 반면 MSCI는 애플을 가장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SDPI와 MSCI는 절대 평가에서 차이를 보였다. MSCI의 평가등급은 AAA(아주 좋음), AA(좋음), A(양호), BBB(보통), BB(미흡), B(나쁨), CCC(아주 나쁨) 등 7단계로 나뉜다. TSMC와 인텔은 최고 수준을 받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양호 수준을 받았다. 애플만 보통 수준이다. SDPI 평가에서는 빅5 모두 100점 만점에 50~60점대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국내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은 삼성전자에 A, SK하이닉스에 B+를 부여했다. 한국ESG기준원의 7단계 등급 중에서 삼성은 세 번째(양호), SK는 네 번째(보통)에 해당한다. MSCI보다는 한국ESG기준원의 평가가 SDPI와 더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ESG 내지 지속가능성 평가지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옳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SDPI 평가를 통해서 유명 평가기관들로부터 좋은 ESG 점수를 얻은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이행 성과는 미흡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SDPI 연구보고서는 ‘지속가능성 임계치 제시’ 방식인 14개 지표 외에 관련 성과를 수집 또는 관리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변혁적 정보 공개’ 방식의 8개 지표에 대한 평가 결과도 담고 있다. SDPI는 이들 지표의 경우 관련 성과를 수집 또는 관리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예스(Yes)’ 또는 ‘노(No)’로 평가하거나, 단순히 데이터 수치를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노조 가입률 및 단체교섭 적용과 같은 변혁적 정보 공개형 지표의 평가결과도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 포럼에서는 오스트리아의 ESG 평가 및 컨설팅 전문기업인 ‘머니케어’의 카타리나 헬조그 대표가 직접 참석해 30개국 166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SDPI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머니케어는 SDPI 전체 평가지표 61개 중에서 12개를 선별했다. 머니케어는 인공지능(AI)를 이용해서 기업들의 공개정보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 국제사회가 ESG 및 지속가능 정보 공시 기준의 최종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준비 부족을 내세워 시행연기를 압박하고 있다. ESG 및 지속가능 정보 공시는 더는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어, 국내 기업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일청 선임연구조정관은 “글로벌 IT산업 빅5에 대한 SDPI 평가를 통해서 지속가능성 측정은 단지 기업들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업들이 달성해야할 지속가능성 기준(임계치)는 무엇이고, 이와 비교하여 얼마만큼 달성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이 2025년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진정한 지속가능성 보고 체계를 마련하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SDPI 성과지표란? 유엔 산하 연구기관인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가 개발한 지속가능성 성과평가 지표이다. 2022년 베타버전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10월 중 최종버전이 완성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 평가지표는 4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상당수는 기업들 입맛에 맞는 내용들 위주로 평가하고 있어, ‘ESG 워싱’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유엔이 결의한 빈곤과 질병, 기후변화 대응 등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업이 제대로 기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SDPI는 기업이 ESG 워싱을 극복하고,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제대로 기여하도록 이끌기 위해 개발됐다. ​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327.html​

극우가 판치는 독일의 위기? ‘시민저항권’이 국가 지킨다

정치 협치-경제 조화 모범모델난민 거부·역사 반성 반대 외치는 극우정당 경제난 국민불만 틈타 세력 확장연정·의원내각제 기반한 협치, 시장·정부 역할 조화 이룬 경제로 사회적 안정열린 선택 지도자들에 국민 신뢰…연정 불가능한 극우세력, 권력장악 어려워독일 국민은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급부상이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고 걱정하면서도, 기본법(헌법)의 ‘방어적 민주주의’ 규정에 따라 권력 장악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본법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에 저항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사진은 3천여명의 시민들이 2018년 독일 고슬라어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의 모임에 반대하기 위해 “고슬라어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인종차별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다. 고슬라어/EPA 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20여킬로미터 떨어진 포츠담시. 독일 16개 주 가운데 하나인 브란덴부르크의 주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미국·영국·소련이 전후 처리 방안을 논의한 포츠담회담이 열린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최근 브란덴부르크주 여론조사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독일대안당)의 지지율이 기존 정당인 사민당(SPD)과 기민련(CDU)보다 높게 나오면서 전 독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대안당 후보가 지난 6·7월 잇따라 지방 소도시 지자체장에 당선됐지만, 주 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적은 아직 없다. 극우정당은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을 파고들며 빠르게 세력을 확장 중이다. 지난 9월7일 포츠담시에서 만난 마르틴 고르홀트 전 주정부 과학연구문화부 차관은 “옛 동독 지역이 독일 내 갈등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며 “극우세력이 사회적 아노미(혼란) 상태를 악용한다”고 말했다.  ■ 연정을 통한 협치 독일 현지에서 만난 학자·정치인·언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극우세력이 독일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걱정하면서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인다. 그 바탕에는 독일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한 강한 신뢰가 깔려 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에 성공한 모범국으로 꼽힌다. 이런 성공의 비결로는 의원내각제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 시장과 정부 역할의 조화를 추구한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두 축이 꼽힌다. 전후 74년간 독일 총리를 역임한 사람은 모두 9명이다. 올라프 숄츠 현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9년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일본의 총리가 모두 50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이 1년6개월에 못 미치는 것과 대비된다. 독일의 정치 안정은 여러 정치세력이 연정을 통해 협치를 이뤘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인 존 캠프너는 저서 ‘독일은 왜 잘하는가’에서 이를 “자유 민주주의가 거둔 위대한 승리”라고 격찬했다. 주요 정당 중 어느 한곳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힘든 정치구조에서 연정은 필연적이다. 중도우파 기민련과 중도좌파인 사민당의 대연정도 네차례나 있었다. 다양한 정치세력 간의 연정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대화, 타협의 정치문화를 탄생시켰다. 연정을 하려면 두꺼운 연정합의서를 먼저 작성해야 한다. 연정 파트너와의 약속 이행은 자연스럽게 신뢰 정치의 토양이 됐다. 한국정치를 전공한 하네스 모슬러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대 교수는 “연정합의서 작성은 국민이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합의 내용이 지켜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정의 초석 사회적 시장경제  독일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다. ‘라인강의 기적’은 전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크게 기여했지만,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독일 특유의 모델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독일 모델은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면서, 시장이 부족한 것은 정부가 보완해서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살리는 시스템이다. 노동·노사문제 전문가인 게르하르트 보슈 한스뵈클러재단 교수는 “자유로운 시장과 국가를 연결해서 국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것은 독일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큰 자부심을 보였다. 산업별로 성별·연령·직급에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노동자들을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시켜 노사협력을 이끌어낸 ‘공동결정제’도 사회적 시장경제의 성과물이다.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면서 ‘유럽의 병자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도 성급한 시각이라는 의견이 많다. 보슈 교수는 “독일 경제가 인프라와 디지털 투자 미흡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한해 성장률만 가지고 ‘병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소수 대기업이 수출을 주도하지만 독일은 수많은 강소기업이 수출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고, 무엇보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한) 사회보험과 연금제도 등 복지 시스템이 독일 안정의 초석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 정치안정이 경제발전을 부른다  독일은 연정과 협치를 통한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적 성장과 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독일 통일도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많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독일은 정치가 잘돼야 경제도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강조한다. 연정이 일상화된 독일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부 정책이 갑자기 바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정치학자인 카를루돌프 코르테 뒤스부르크 에센대 교수는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권력이 공정하게 교체되는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은 기업가와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는 독일 정책의 일관성을 잘 보여준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독일의 민간 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의 지몬 뮐러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국민에 큰 부담을 주지만, 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탈원전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이뤄진 사회적 합의이고, 역대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석탄발전소 감축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소의 염광희 박사는 “독일이 탈원전 때문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국민 불만이 높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는 가짜뉴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 존경받는 독일 정치인  독일 제2공영방송(ZDF)은 2003년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0인을 조사했는데, 역대 총리가 무려 6명이나 포함됐다. 독일 건국의 아버지 콘라트 아데나워 초대 총리가 1위를 차지했고, 신동방정책으로 통일의 기반을 놓은 빌리 브란트(5위)와 통일을 실제 성사시킨 헬무트 콜(13위)도 상위 순위에 올랐다. 다시 조사를 하면 16년간 집권한 최장수 총리이자, 조용한 리더십으로 존경받은 앙겔라 메르켈도 선정되지 않을까?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한국으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독일 정치 지도자들이 존경받는 것은 국민의 뜻에 따라 좌우 진영논리를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과감히 선택하는 뛰어난 리더십을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 전문가인 김종인 박사는 “기민련이 주도한 사회적 시장경제에 사민당이 협력하고, 사민당의 신동방정책을 기민련이 계승해 통일을 완성했다”고 강조한다. 독일 정치인들은 과거 나치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민주주의 확립과 교육에도 앞장섰다. 브란트 총리는 1970년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죄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역사적 책임에는 끝이 없다”는 독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모슬러 교수는 “독일의 과거에 대한 철저한 사과와 역사적 정리는 정치·사회의 안정적 발전과, 내부 갈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토대가 됐다”며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역사 후퇴 논란은 과거사에 대한 정리와 사회적 합의가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방어적 민주주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독일 극우세력의 부상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로 인한 경제난과 생활고 등 경제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마르틴 고르홀트 전 차관은 “2015년 시리아 난민 유입, 2020년 코로나 위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를 거치며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게 극우세력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난민 반대도 결국 경제적 불만이 작용한다. 우리도 살기 어려운데 왜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난민을 합치면 400만명으로, 독일 국민의 5%에 이른다. 옛 동독 지역이 극우세력의 본거지가 된 배경에도 동·서독 통일 이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놓여 있다.​  독일대안당은 외국인 혐오와 반이슬람 정서를 표출한다. 난민 수용과 과거 역사 반성에 반대하고, 유로 탈퇴를 주장하는 등 독일이 그동안 지켜온 가치와 성과를 부정한다. 이런 행보는 합헌과 위헌의 경계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마스 할덴방 독일 헌법보호청장은 지난 8월 독일대안당의 극우적 행태에 대해 공개 경고했다. 독일 정보기관인 헌법보호청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는 극단주의 세력을 감시하고 독일공화국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독일의 기존 정당들은 좌우 구분 없이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극우정당은 연정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독일 헌법인 기본법의 ‘방어적 민주주의’ 규정이 있다. 기본법 제20조 제4항에 따라 모든 독일인은 (헌법) 질서의 폐지를 기도하는 자에 대하여 다른 구제수단이 불가능할 때는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위헌 정당과 결사를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많은 독일 국민이 극우세력의 권력 장악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의 정론지 중 하나인 ‘디 차이트’가 2017년부터 시작한 ‘독일이 말한다’ 프로젝트는 독일 사회의 희망과 저력을 보여준다. 디 차이트는 연방 선거를 앞두고 극우정당이 급부상하고 사회 분열이 극심해지자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행사를 기획했다. ‘독일이 말한다’는 2018년 ‘유럽이 말한다’, 2023년 ‘세계가 말한다’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누적 기준 120여개국 29만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디 차이트의 온라인 부편집장인 제바스티안 호른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만남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할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 한국의 해법을 찾아 한국 사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립과 갈등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비판세력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갈라치기를 통해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대로 가면 과연 공동체 유지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2021년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은 함께 가야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독일 사례는 보여준다. 한겨레신문사가 오는 10월11일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주제를 ‘다중위기의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로 잡고, 독일 모델을 살펴본 이유이다. 대런 애스모글루(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엠아이티(MIT) 교수는 저서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라고 강조했다. 나라마다 역사적, 사회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독일 방식을 따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모슬러 교수는 “독일의 정치적 안정이 의원내각제를 통한 협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큰 역할을 한 것은 맞다”며 “한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모두 개혁해야 하는데,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과 방식”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쾰른/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1089.html​

“한국 정치, 이념 없이 진영만 남아…뭘 놓고 싸우는지 몰라”

대립과 배제를 넘어, 공존을 찾아③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조은주 전북대 교수∙김만권 경희대 교수 3인 좌담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왼쪽부터), 조은주 전북대 교수, 김만권 경희대 교수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서 아시아미래포럼을 앞두고 대담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제1야당 대표 단식, 체포동의안 통과, 지지자들 시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한국에서 벌어지는 극한 정치적 대립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에서 3년 전 폭동으로 의사당이 점거됐고 전직 대통령마저 기소됐다. 상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정치가 팽배한다. 민주주의 위기는 패권경쟁,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와 겹쳐 삶의 불안을 키운다. 오는 11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 맞춰 위기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세 차례 싣는다. 편집자정치가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되레 소외된 개인의 절망과 분노를 동원할 때 정치적 양극화를 키운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공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은주 전북대 부교수와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등 세명의 학자가 머리를 맞댔다. 좌담은 지난달 19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진행했다.조은주 교수(이하 조) 한국 사회와 정치를 이야기할 때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 사회가 나빠지고 있다는 판단 혹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반영돼 있다.박상훈 연구위원(이하 박) 화나 분노를 정치가 더 확대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김만권 교수(이하 김) 국민의 10.7%(2019년 유명순 서울대 교수 연구)가 심한 울분 상태다. 독일은 2.5%다. 젊은 사람, 1인가구, 비정규직, 소득이 적을수록 높다. 옳다고 믿는 세계와 현실의 간극이 클 때 생기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비롯한 감정이다. 국가나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생겨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달 21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지지자들이 결집해 체포동의안 가결에 항의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박 민주화 이후 불평등 속도가 너무 빠르다. 계층 간 느끼는 만족감의 차이도 크다. 정당에서 세금도 못 내고 투표율도 낮은 노인, 1인가구 대상으로 선거운동도 하지 않는다. 이들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비정규직은 2년마다(임단협 협상 시기)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경험을 한다. 이런 영역에서 좌절감이 크다.김 민주화가 디지털 기술 발전과 맞물린 지구적 시장 질서 형성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가 확대됐다. 각자 개인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 분노와 불평등, 국가나 사회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조 과거 정치, 노조, 사회 운동 등 어떤 집합적이고 조직화된 과정을 통해 상황을 더 나아지도록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이제 그런 기대조차 무너졌다.박 우리나라는 ‘결사’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다. 사회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결속의 구조가 발전되지 않았다. 대신 국가 중심 사회의 특징을 갖는다. 결사가 발전하면 다른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당자자들 간 조정이나 협력이 되는데 그게 안 되니 거리로 나가야 하는 구조다.김 국가 의존적 사회이지만 사람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다. 이것이 불평등을 널리 지지하는 능력주의와 맞물려 있다. 정치와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준다는 믿음이 적은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마지막 방패처럼 생명보험과 부동산에 집착하는 거다.조 민주화 이후 운동의 활발한 증가가 결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표출되는 분노와 화에 포함된 요소를 해석하고 정치적 의제로 만들지 못했다. 지난 대선 때 ‘이대남’, ‘청년’이 큰 이슈였지만 분노를 ‘남초’ 커뮤니티에서 인증하는 방식에 그쳤다. 정치가 그러한 감정에 편승했지 청년 정책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김 낮은 결사는 노동 혐오와도 연관돼 있다. 노조 가입률이 낮다 보니 가입한 10~15%의 사람이 특권집단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다. 이들이 권리를 위해 싸우러 나가면 정치는 귀족노조로 공격하고 사람들은 이에 동조한다. 정치가 이들을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이 받아야 할 공격을 옮겨놓는다.박 우리나라는 국가가 가진 규율의 힘은 강한데 국가가 다양한 사회정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직업과 소득 생활의 구조를 재편하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작은 국가다. 개인을 좌우하는 것은 능력주의라 부르는 시장메커니즘이다. 정치는 정부를 통해서 사회나 개인의 경제적 삶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국가의 ‘소유권’을 누가 잡느냐에만 관심이 있다.조 이념 갈등이 너무 없는 사회다. 진영 대립만 있다. 한국 사회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지 답을 내놓지 않은 채 개인적 호불호만을 말한다.박 양당 체제에서 큰 이념적 논쟁을 해본 적이 없다. 차이가 거의 없다. 어제의 대통령과 오늘의 대통령이 싸우고 미래의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정치가 돌아간다. 이념 없는 최고 권력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은 모든 곳을 분열시킬 수 있다.김 친일, 종북은 이념이 아니고 진영 대립을 표현하는 용어다. 식민지와 분단 경험은 다른 양극화 요소와 결합해 쉽게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박 정당들끼리 이념적 갈등이라 부르는 것이 사실은 반이념이다. 억지로 상대를 혐오하기 위해 동원된 요소다. 정치 세력의 이름이 복지파, 성장파가 아니라 친문, 친명 등 누구랑 친한가로 지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념 갈등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건 공산 전체주의(윤석열 대통령의 언급)다. 이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싸우는 것이다.김 좌파와 우파가 아니라 극우파와 우파가 있다. 우리 양당제에는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로 상호 인정하는 문화가 없다. 또 제도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자제력도 없다.박 양당이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 알 수 없다. 양쪽 다 여당일 때는 여당스럽고, 야당일 때는 야당스럽다. 지금 민주당이 노동 문제에 적극적이지만 집권당일 때는 그렇지 않았다. 서로 적대하는 것에 문제의 원인이 있지 양당제 자체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정치가 미래 권력을 누가 쥐느냐에 올인하면서 적대주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조 불평등 확대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 측면에서 양당 모두 굉장히 미약하다. 코로나 당시 삶의 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한국의 시장주의가 국가주의와 결합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박 겉으로 복지를 얘기하면서 의회에서 가장 많이 내는 게 감세 법안이다.조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국가의 대표적인 노력은 세금과 노조다. 우리는 둘 다 못하고 있다. 국가의 보호 없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익의 극대화밖에 없다. 밀려난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 된다. 이들을 혐오하고 경멸한다. 능력주의는 항상 노력주의로 변모한다.박 트럼프 현상은 미국 하층의 불만을 드러냈다. 그런데 한국의 양극화는 무엇이 있었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교육받은 중산층 목소리만 있다.조 한국의 정치 양극화는 트럼프 현상보다 더 나쁘다. 트럼프는 정확히 대변하는 집단이 있다. 그들의 감정을 이끌어내 정치적 지지로 연결시켰고 그들을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으로 조직화해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걸 포퓰리즘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평가했을 때 한국에는 그런 것도 없다.박 미국 정치도 양당 체제가 작동하기 위한 일종의 가드레일이 있다. 한국도 있었다. 국회는 법을 어기는 것보다 선례나 규범을 어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 게 많이 깨졌다. 국회법대로만 하려 한다. 그 전에는 교섭으로 문제를 풀려 했다. 지금은 누구를 더 잘 공격하느냐로 지지자들에게 평가받는 구조다. 잘 싸웠느냐가 아니라 규범을 잘 지키면서 의미 있게 다퉜느냐를 가지고 평가하면 좋겠다. 자기 진영을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어도 민주 진영에 자아비판이 필요하다. 이것을 안 하니 진영 문제가 증폭한다. 미국은 공화당이 양극화를 일으켰지만 한국은 민주당이 그 키를 쥐고 있다.조 거악과 싸운다고 하는 구조를 넘어 긴 호흡으로 갈등을 살펴야 한다. 촛불 이후 분노와 화, 적대주의 정치가 왜 이토록 증폭했는지, 촛불이 무엇을 남겼는지 되짚어봐야 한다.김 분열된 사회일수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성보다 직관적 이해와 감성적 토대 같은 것들이 중요하게 취급된다. 정당이 진영으로 분리되면서 갈등 구조가 확대되고 ‘공통감각’이 사라졌다. 민주화 이후 보수세력은 이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이전 보수세력은 늘 정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만들어진 세력은 정치 경험이 없다. 정치 규범 없이 자신의 경험 속에서 행동한다.박 민주당은 과거 민주당이 아니고 국민의힘도 과거 보수당이 아니다. 보수 특징은 조직 기반이 단단하고 품위가 있었다. 보수는 그것을 잃어버렸고 아웃사이드(외곽)에 있는 세력이 정당을 장악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박상훈 연구위원은 정치발전소 학교장을 지냈고 ‘혐오하는 민주주의’ 등을 펴냈다. 조은주 교수는 사회변동과 불평등 등을 전공했으며 ‘가족과 통치’ 등을 저술했다. 김만권 교수는 정치철학을 전공했으며 ‘호모저스티스’ 등을 지었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노영준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11088.html

‘반이민·반난민’ 극우 포퓰리즘이 유럽을 쪼개고 있다

대립과 배제를 넘어, 공존을 찾아②극우 포퓰리즘의 부상런던 지하철역 러셀스퀘어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브렉시트를 둘러싼 격한 갈등은 사그라들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으로 인해 생계비 위기에 시달리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에 적잖은 상흔을 남겼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동시에 겪은 영국은 유독 심한 타격을 입었다. 런던은 살인적 물가에 시달렸고, 유럽연합(EU) 의존도가 높은 중소 도시들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전역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리시 수낵 총리는 ‘불법이민자 무조건 추방’이라는 반난민·이민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영국의 적이 유럽은 아니지 않은가?” 지난 9월1일 오전 런던 중심가 태비스톡 광장에서 엘리베이터 보수 작업을 하던 해리 존스(30)는 “브렉시트로 독일·이탈리아·스페인으로부터 조달하는 부품의 통관 절차가 복잡해졌고 비용도 늘었다.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리프트 엔지니어인 해리는 런던 근교 에식스에서 나고 자란 영국인이다. 그는 “이민자들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까봐 ‘유럽연합 탈퇴’에 표를 던졌는데, 선동 정치에 속은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2021년 1월1일 영국은 극한 분열 끝에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 유럽 통합에 대한 오랜 회의와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 여기에 난민·이민 이슈를 앞세운 극우 정치인들의 선동이 가세했다. 조너선 포티스 킹스칼리지런던 교수(경제학)는 “브렉시트로 거대한 장벽이 생기면서 물가, 투자, 무역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투자는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래로 증가하지 못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3년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기업투자 감소와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1년에 1천억파운드(160조원)의 경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벤과 국회의사당은 런던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지만, 치솟는 물가와 수년째 동결된 임금으로 생활고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브렉시트가 영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팬데믹과 동시에 진행된 터라 고용, 물가, 복지, 경제 등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명확히 구분짓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시민들을 어렵게 한 것은 각종 수당과 공공지출 삭감, 사회복지 축소 등 오랜 긴축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럽연합과 결별 3년, 영국 사회의 격한 갈등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일반 시민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앙골라 출신인 우드로 윌슨(45)은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임금은 그대로인데 임대료와 식품비, 전기요금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페덱스 택배기사로 일하며 가족 4명을 부양하는 그는 “이민자를 보는 시선보다 견디기 힘든 건 급등한 운송비와 쪼들리는 생계비”라고 말했다. 런던 지하철역 곳곳에 철도 파업으로 인한 운행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지난 8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7%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3.7%, 한국은 3.4%다. 런던 지하철역인 러셀스퀘어 앞 노점의 주스 가격은 가장 싼 게 5파운드였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펍에선 기네스 맥주 한잔 값으로 5.9파운드를 받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에밀리 이반스(50)는 “요즘 1파운드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금리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빅벤 주변은 시민 불복종 운동인 ‘돈트 페이’(Don’t Pay UK) 등 각종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겨울과 봄 공공부문 파업 때는 교사와 간호사, 구급대원 등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9월 들어서도 런던의 주요 역과 플랫폼에는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예고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다. 브렉시트로 동유럽 이민노동에 의존하던 계절 농업과 유럽으로 수출하던 중소규모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나, 에너지 위기에다 물가 상승까지 겹치자 시민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케빈 그레이 서식스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키어 스타머가 이끄는 노동당은 2024년 총선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더 선’(The Sun)처럼 정치색 강한 언론의 비판과 논란이 두려워 문제를 제기할 의향이 없다”며 “그 결과 어떤 종류의 ‘집단적 침묵’이 형성되고 있다. 보수당의 반난민 기조는 점점 더 신랄해지고, 정치는 더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그레이 서식스대 교수 ■ 반난민·이민 정서 불지른 극우 포퓰리즘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브렉시트는 4명의 총리를 집어삼켰다. 영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 있을 동안 집권 보수당 정부는 제대로 된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정치적 승리를 거둔 세력은 극우 성향의 정당들이다. 끊임없이 ‘이민자를 쫓아내자’거나 ‘위대한 영국을 되찾자’는 구호를 외쳤던 이들은 트럼프식 포퓰리즘과 닮았다. 이탈리아에선 극우 성향의 첫 여성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등장하면서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의 ‘국민연합’도 온건 우파를 밀어냈다. 극우 세력은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극우 정치인들은 “이주자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줬다” “우리는 인종이 섞이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브렉시트에서 보듯 극우 포퓰리즘은 반이민·난민 정서에 기름을 부었고, 가난한 노동자들도 끌어당겼다. 가디언은 “지난 수십년 동안 좌우가 함께 발전시킨 공동체 가치와 소수자 권리가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난민 수용 문제 등으로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은 폴란드의 제2 브렉시트 가능성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초유의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악재가 유럽의 균열을 확대시키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인 액시오스는 “이민·난민 문제에다 경기 불안이 더해지면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이런 정치 세력이 활로를 모색하는 세계적 포퓰리즘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리 모리스 IPPR 연구원 지금 추세라면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정치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각국 극우 정치인들의 회동과 결속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반난민·이민, 반유럽연합이라는 공통분모를 앞세워 과반 의석을 차지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영국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의 말리 모리스 연구원은 유럽 극우 정당의 부상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정당은 대중들과 연대감이 부족했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치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극우 정치인들은 이민·난민 문제 등 기존 정당이 잘 풀지 못하는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극한 대립과 분열 양상을 해소할 방안은 있을까? 모리스는 “쉬운 해결책은 없다. 우선 사회가 평등하고 공정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공통의 가치를 찾아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레이 교수는 “불평등 구조가 적대와 혐오에 뿌리를 둔 극단적인 정치 세력의 등장을 촉발했다”며 “우리는 여기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 포용적 성장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의해 유발된 사회 갈등 구조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브라이턴(영국)/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hongd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904.html

“한국, 미-중 사이 ‘이슈 따른 동조와 반대’ 균형 외교 추구해야”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 한겨레 인터뷰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18일(현지시각)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정상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 국방부 차관보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은 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편에 줄 서는 게 아니라 “당면한 이슈에 따라 때론 동조하고 때론 반대”를 통해 균형 잡힌 외교·안보 전략을 펴나갈 것을 조언했다. 그는 오는 11일 한겨레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아시아미래포럼 강연에 앞서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이 “다차원적인 세력 균형의 일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패권 각축 속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그의 통찰을 포럼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다음은 이메일 인터뷰 전문. —한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중국의 개방 이후 한국이 중국과 밀접하게 관계 맺어온 경제적 이익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밝힌 안보와 경제 두 이익 간 균형 잡기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이런 환경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최선의 선택과 전략이 뭔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현대판 기적이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지난 70년 동안 큰 삶의 질 향상을 이뤄냈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주요한 안보 파트너로서 이러한 환경 조성에 일익을 담당해온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지난 4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전략으로 핵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에 미국이 억제력을 확장 제공하는 것이 핵심)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하여온 한–미 파트너십의 단지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반면 번영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의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에 달려 있다. 한국이 둘 중 하나를 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흑백의 세계에 살 수 없다. 대신 우리는 50가지 지지와 반대의 색조에 익숙해져야 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한국이 균형을 잡는 방식은 당면한 이슈에 따라 때론 동조와 때론 반대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미국은 더욱 강력한 동맹 관계를 구축해 중국에 맞서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관계를 더 강화하길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힘이 더 커질수록 틀림없이 한국에 더 큰 위협이다. 하지만 경제적 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국에 완전히 반대하는 쪽에 서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안보 회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대신 한국은 다차원적인 세력 균형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차원에서는 다른 영역에서 심각한 경쟁자가 될 두 당사자 사이에서 매우 두꺼운 파트너십이 형성될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오는 11일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강연한다. 앨리슨 제공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미국, 일본 중심의 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느 때보다 3국의 협력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때론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북한과는 협력과 대화보다는 ‘강 대 강’과 ’힘 대 힘’의 원칙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외교 및 대외 정책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평가를 듣고 싶다. “한국은 매우 불규칙하고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북한과 이웃해서 계속 생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백만 대군과 점점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 심지어 점점 더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이 북한 김정은 체제 옆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지난 70년 동안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고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힘의 균형도 윤석열 대통령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다. 최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의 회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의 도전과 위협을 고려할 때 세 나라의 안보 이해관계는 점점 더 수렴되고 있다. 다만 증가하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제적 이익과 안보 위험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서로 다른 차원에서 때론 동조하고 때론 반대하는 다차원적인 힘의 균형을 보게 되는 이유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110797.html​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평등 경험…대공황 때와 비슷”

|가브리엘 쥐크만 미 유시 버클리대 교수 인터뷰1929년 미 대공황 당시 길거리 구직자. 미국 불평등이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커졌다. 길 제공 제1야당 대표 단식, 체포동의안 통과, 지지자들 시위,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한국에서 벌어지는 극한 정치적 대립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미국에서 3년 전 폭동으로 의사당이 점거됐고 전직 대통령마저 기소됐다. 상대편을 ‘적’으로 간주하는 적대정치가 팽배한다. 민주주의 위기는 패권경쟁,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다중위기와 겹쳐 삶의 불안을 키운다. 오는 11일 ‘다중위기 시대: 공존의 길을 찾아’를 주제로 한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에 맞춰 위기 원인을 짚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세 차례 싣는다.  가브리엘 쥐크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교수는 올해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전미경제학회가 매년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40살 이하 미 경제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정교한 탈세 추정과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공로다. 오는 11일 한겨레 주최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평등의 대가, 누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는 그를 지난달 11일 화상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브리엘 쥐크만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모습. 버클리대 누리집 갈무리 ―불평등이 어느 정도 심각한가? “미 소득 상위 1%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80년대 그 비중이 10%였는데 두 배가 됐다. 대공황(1929년)과 비슷하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다시 경험하고 있다. 부의 집중은 소득보다 심해 상위 1%가 전체의 40~45%를 차지한다. 40년 새 두 배 늘었다.”― 불평등 심화의 원인은? “80년대 ‘시장 근본주의로 전환’이라고 불리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과세 누진 체계 약화, 최저임금 하락, 인프라와 교육에 공적 투자 감소, 정치 기부금 규제 약화 등이다.”―불평등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부자들은 예산 배분과 정책 등을 결정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데올로기와 미디어뿐만 아니라 시장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정치·경제적 힘이 집중되면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정치적 선택에 따라 불평등은 달라질 수 있나? “불평등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졌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정부가 불평등을 완화하고 세계화한 시장에서 통제할 힘도 없다는 쪽으로 시민들이 설득당했다. 하지만 세계화는 다른 형태로 일어날 수 있으며 국가가 정책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속도 차가 크다. 80년대 이후 미 상위 1%의 소득이 두 배 늘었지만 유럽에서는 10%에서 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기술 발전과 국제무역, 세계화 등 외부 요인이 있지만 조세와 시장 규제, 최저임금 등 내부 정책 영향이 더 크다.”  그래프는 80년대 이후 불평등 심화를 보여주고 있다. 2022 세계불평등 보고서 갈무리. ―80 년대 미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레이건 행정부 이전 미 소득세 최고세율은 70% 수준이었는데 80년대 후반 28%로 떨어졌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세율이 5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80년대 이후 미 경제성장률이 둔화했고 불평등은 심화했다. 시민 절반은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세금을 낮춰 성장하면 낙수효과로 고루 혜택이 돌아간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세가 아니라 양질의 교육·보건 서비스와 공공 인프라 제공이다.”―누진세 강화와 부유세 도입이 필요한가? “조세 정책이 불평등을 약화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다. 2차 대전 전후처럼 90%대 최고 세율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부자들이 조세를 회피해 부를 축적하고 정치적 힘을 갖고서 돈을 더 버는 악순환은 끊어야 한다. 조세를 회피할 수 없도록 정책을 만들고, 자산세를 매겨야 한다.” 류이근 선임기자, 노영준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11107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