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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책이 함께 쌓아올린 사회적 경제 ‘10년 공든탑’

<2021 아시아미래포럼>세션1: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경제’공공·민간 협력 거버넌스가사회적 경제 생태계 동력으로캐나다 퀘벡주 사례부터서울 마을공동체 사업까지다양한 정책 경험 공유하고앞으로 10년 성장방안 모색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등 제도에 기반을 둔 정부의 각종 정책 지원과 함께 성장했다. 여기에 시민사회, 현장조직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빠른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사회적 경제를 수용한 민선 5~7기(2010~2021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컸다.오는 20일 개막하는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주도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사회적 경제 종사자,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10여년의 과정을 평가하는 자리를 갖는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함께하는 이 세션에선 각 지자체의 사회적 경제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팬데믹 시대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안으로 꼽히는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기조발제를 맡은 마거릿 멘델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 교수(캐나다 칼 폴라니 정치경제연구소장)는 사회적 경제 대표 모델로 손꼽히는 캐나다 퀘벡주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사회적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서울은 2014년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를 출범해 전 세계 27개 지방정부가 모인 단체로 성장시키는 등 사회적 경제 영역의 후발주자임에도 큰 발전을 이뤄냈다. 서울시와 시민사회의 협력 거버넌스가 잘 작동한 덕분이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코로나 극복을 위한 대안 모델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도 이런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다.민선 5~7기 구청장을 맡아 사회적 경제의 성장을 직접 경험한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도봉구의 마을공동체 육성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사회적 경제 성장의 경험을 나누고 지자체들이 향후 10년간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지 제시한다. 그는 “중앙정부 정책과 연계해 새로운 방향을 찾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발의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발제자로 참여한다. 이 법은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사회적 경제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 의원은 올해 안에 이 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다. 김 의원은 민선 5기 성북구청장으로서 지역 문제 해결에 주민 중심 사회적 경제 정책을 펼쳤던 경험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 10여년간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평가하고, 사회적 경제의 각 주체들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토론자로는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이 참여해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경제 정책 및 사업 사례를 공유한다. 정원각 경남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이의헌 점프 대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지역과 시민사회 안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을 발표한다. 좌장은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이 맡는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4950.html

기후위기 시대, 자연의 눈으로 복지를 재설계하라

<2021 아시아미래포럼>세션2: 왜 녹색복지국가인가기후변화로 경제 발목잡히고생태 파괴와 전염병 위기 도래경제성장→분배→복지 지속 못해인간·자연 공존하는 방향 찾아야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곳곳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폭염, 폭우, 폭설, 태풍, 홍수 등 이상기후를 마냥 지켜만 볼 수 없게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농업생산성 저하,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전염병 같은 잠재적인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각종 제도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복지는 재설계 수준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복지제도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가정하고 그로부터 재정을 확보하는 구조로 짜여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은 더이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태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경제와 생태, 복지서비스를 함께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인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하는 ‘정의로운 생태전환과 사회정책의 과제 : 왜 녹색복지국가인가’ 세션에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 변화가 복지국가에 가져올 영향을 살펴보고 정책적 함의를 찾고자 한다.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생태적 관점에서 복지와 국가의 재구성을 제안한다. 재분배를 통해 빈곤 감소, 불평등 완화와 같은 목표를 겨냥하는 복지국가는 점점 다양해지는 사회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모델로서 복지국가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한 교수는 복지국가에 생태적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생태적 복지는 지역 기반의 복지공급을 고민하는 한편 상호의존과 연대를 강조한다. 국가 또한 지역사회 내 친밀함과 호혜성이 축적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창곤 <한겨레> 선임기자는 녹색복지국가라는 새로운 복지국가의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지구촌이 직면한 거대한 도전인 생태 위기와 불평등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재구성을 요구한다. 해법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반영하는 세계관으로의 전환에 있다.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연구센터장은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적응 방안을 소개한다. 올여름 33도를 웃도는 폭염 일수가 크게 늘어난 탓에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도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폭염일수가 31일에 달했던 지난 2018년 온열질환 환자는 약 4500명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는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은 물론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채 센터장은 건강적응대책 마련을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등 관련 법안의 실질적인 실현, 건강정책의 현실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의 확대 등 대안을 발제할 예정이다. 발표에 이어 진행되는 토론에는 안병옥 호서대 교수(융합공학과),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의원, 이현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희일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 과장,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좌장을 맡는다.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51.html

화력발전 멈추는 날 노동자들은?…‘정의로운 녹색전환’ 모색

2021 아시아미래포럼특별세션: 소외·차별 없는 대전환을 위하여노동·환경에 통합적 접근 나서고약자 낙오 없는 새 전환모델만이불평등·기후위기 동시해결 가능‘모두를 위한 전환’ 보편화시켜야중국 안후이성 하이난에 있는 국영석탄화력발전소. 게티이미지뱅크  휘발유와 디젤차 생산이 중단되고 석탄화력 발전소가 멈추는 날, 노동자들의 직장과 지역경제는 어찌될 것인가? 기후위기는 전지구적 고민이지만 그 사회·경제적 영향은 사람에 따라 차별적이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전환의 피해와 부담이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이 마련되야 한다. 2015년 합의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서문에도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 명시돼 있다.당장 표준석탄화력 1개 호기(50만㎾)의 불을 끄면 직접고용 인력 550명이 직장을 잃는다. 일자리 전환과 새 일자리 창출, 재교육과 직업훈련, 소득의 보전 등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지원방식을 법제화하고 전환기금도 마련해야 한다. 실제 역내에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청남도는 올 2월 전국 지방정부 중 최초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 및 운영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지역문제에 머물지 않고, 정의로운 전환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 경제를 만들고 양질의 녹색 일자리를 만들며 불평등을 해소하는 등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지난 5월 100명의 민관 인사가 참여해 출범한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정의로운 전환이란 중대한 과제를 제대로 다루기에는 구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위원 가운데 노동자와 지역사회 대표성이 약하고, 의제를 ‘공정 전환’(Just Transition) 분과에 맡김으로써 절차적 정당성과 사후보상 문제로 협소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논의와 구체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후를 여는 특별세션은 ‘소외, 차별없는 대전환을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녹색전환이 과정과 결과 모두 정의로운 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색한다. 이 세션은 섀런 버로우 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사무총장이 기조발제를 한다. 버로우 총장은 정의로운 전환 ‘전도사’라 불릴 만큼 노동과 환경의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2016년 아이티유씨에 ‘정의로운 전환센터’를 세워 전환 과정에서 노동이 배제되지 않도록 산업계, 시민사회, 정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대화 테이블을 꾸려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에서 태어난 버로우 총장은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교원노조 운동에 투신해 오스트레일리아 노조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는 전 세계 162개국 328개의 노동조합, 1억7600만명의 노동자가 가입되어 있는(<시사상식사전> 참고) 세계 최대의 노동조합 단체인 국제노동조합연합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의 고조할아버지도 1891~1892년 벌어진 양털깎이 노동자 파업에 깊숙이 개입해 훗날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조합이 탄생하는 산파역을 하는 등 대대로 노동운동을 하는 가문에서 자랐다. 그는 불평등, 불신 같은 사회적 위기와 기후변화라는 환경적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와 실패로 판명된 경제모델을 버리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헌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버로우 총장은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가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도록 캠페인을 계속 벌여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나 좀 더 보편화되어야 한다. 더 많은 경영자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 아래 경영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며 “투자자도 단순히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의 좌초자산(석탄, 석유에 투자된 시설 등)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낙오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토론은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사회를 맡는다. 아이엘오도 2016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스텔리오스 그라파코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녹색전환의 의미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투자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하고 토론한다. 산디프 파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책임자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위한 필수 요건’ 에 대해 견해를 밝힌다. 스레스타 바네르지 인도 ‘아이포레스트’ 기후정의 프로그램 책임자는 ‘탈석탄 미래를 위한 도전과 기회: 인도의 정의로운 전환 실험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한국의 정의로운 전환 실현 전망과 과제’에 대해 논의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bhlee@hani.co.kr한겨레에서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49.html

주류 권력 중심의 ‘청년담론’ 그 바깥의 생생한 목소리들

<2021 아시아미래포럼>청년포럼/ 청년들이 만드는 균열, 연결, 그리고 상상력기성세대의 담론에 균열 내며플랫폼 독립·소수자 문제 등열정과 문제의식으로 삶 개척남성·대학생·수도권만이 아닌각양각색 ‘청년들’ 담아낼 예정6월9일 청년포럼 참가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한 첫 모임에서 청년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오는 20일 열리는 제 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 ‘청년포럼’ 세션을 특별히 마련한다. 20~30대 젊은이들이 직접 청년담론을 논의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기성세대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청년세대의 열정과 패기를 만날 수 있다. 이승윤 (41)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가 좌장을 맡고,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20~30대 청년인 변재원 (27) 소수자정책 연구자, 이슬아 (29) 헤엄출판사 대표, 조소담 (30)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천주희 (35) 문화연구자가 패널로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세차례에 걸친 화상회의를 통해 청년담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포럼 개막 당일 ‘청년들이 만드는 균열, 연결,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청년들의 다양한 모습과 그런 시도를 보려는 노력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상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청년들의 사례를 공유한다. 천주희 문화연구자는 청년담론이 청년의 삶을 담아내는 유용한 틀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청년의 다양한 욕구와 삶을 다루지 못하는 담론의 한계를 지적할 예정이다 . 그는 언론, 정치, 기업 등 주류 권력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청년담론을 비판하며, 이들에게 질문을 다르게 던지는 사고 훈련과 언어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 현재 논의되는 청년담론의 장 바깥으로 눈을 돌려 현장에서 활동하고 실천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경청하자고 강조할 예정이다.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는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차별금지법 끝까지 지켜보기’ 등 그동안 닷페이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새로운 방식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활동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에서부터 문제 의식을 갖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닷페이스의 기획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이슬아 헤엄출판사 대표는 수필집 <일간 이슬아>라는 새로운 방식의 구독 모델 발명 사례를 공유하면서 거대 플랫폼으로부터 창작자가 독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장혜영 국회의원의 후원회장으로서 경험담을 나누며 대중적이고 재밌는 글을 쓰고자 하는 창작자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사건들과 만날 때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갖게 되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변재원 소수자정책 연구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며 장애인 관련 정책과 제도를 직접 변화시키는 과정과 생생한 경험을 전한다. 경로 의존성이 존재하는 오래된 조직 안에서 새로운 정치 방식을 고민한다는 변 연구자는 과거와 현재의 정치 참여 방식 간 균형을 맞춰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청년에게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이승윤 교수가 진행할 패널토론에서는 청년들의 일상과 삶에 대한 유쾌한 대화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 실업, 주거 불안 등 청년들이 직면한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희망을 발견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세션을 위한 사전 토론에서 우리 사회의 ‘청년담론 편중 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았다. 남성·대학생·수도권·비장애인만이 아닌 고졸 이하·지방 출신·비정규직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날카롭게 제기됐으며, 청년에 대한 관심이 진심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정치권과 언론에서 청년의 삶을 너무 쉽게 정의하려 든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4946.html

인간의 선함 믿는다면, 코로나는 혁명적 전환점 될 것

<2021 아시아미래포럼>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특별강연: 뤼트허르 브레흐만홉스의 성악설, 인류 역사와 달라대부분이 자발적 공존·공감 택해‘문명’ 이후 권력자·언론의 선전 탓왜곡돼온 인간 본성 ‘분출’시켜야뤼트허르 브레흐만은 2017년 4월 테드(TED) 강의에서 ‘빈곤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튜브 제공.  윌리엄 골딩의 소설을 영화화한 <파리대왕> 포스터.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파리대왕’의 실제 사례를 찾아내 소설속 전개와 달리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았다”라며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제기한다. 인간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각종 사회 제도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동양과 서양의 숱한 철학자들과 사회사상가들이 수천년 동안 다양한 답변을 내놓은 이 거대 질문에 대해 주목할 만한 답변이 새로 제시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휴먼카인드>를 펴낸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답변이다. 그는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지도 악하지도 않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품위있고 선한 존재다”라고 주장한다. 브레흐만은 오는 20일 개막하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위기,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켜라’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광고없이 후원제로 운영되는 혁신적 독립언론 <드 코레스폰던트>의 창립 기자이자 역사학자다. 인류는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을 서로 협력하고 평등하게 공존해온 ‘꽤 품위있고 선한 존재’라는 게 브레흐만의 논지다. 심층보도 전문 언론인이자 역사학자답게 브레흐만은 널리 알려진 사건들의 진실을 직접 취재와 사료 조사를 통해 재조명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낸다.브레흐만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인다는 토머스 홉스의 사상은 진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람은 자연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선행을 베푸는 공존과 공감의 존재인데, 그동안 권력자들과 언론에 의해 진실이 잘못 전달되어 왔다는 얘기다.브레흐만이 근대 법률과 사회제도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한 홉스적 성악설에 맞서 논지를 펼쳐나가는 방법은 독특하다. 성악설의 주장과 논리의 근거를 제공한 역사적 사건과 그 실체에 대한 추적과 접근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해당 주장을 공박하는 방식이다. 그는 저서에서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현실적 구현으로 언급된 1966년 표류 사건과 1차 세계대전 때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 ‘방관자 효과’라는 말을 만들어낸 1964년 뉴욕시 캐서린 제노비스 살인사건 등을 추적해,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사건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선한 존재였고 기꺼이 돕는 관계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메일로 진행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 브레흐만이 펼치는 ‘협력하는 선한 인간’의 논지와 근거를 살펴본다.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보는 관점이 왜 ‘급진적’ 견해인가?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왕과 왕비, 관리자와 사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층적이고 관료적이며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근본적으로 품위 있고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왕과 왕비, 경영자는 필요 없을지 모른다. 우리는 훨씬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선함을 믿는 것은 혁명적인 행위다. 인간 본성에 대한 우리의 견해가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개념에 개반을 두고 학교, 직장, 민주주의와 감옥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이는 많은 경우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사회와 국가의 지배적 이념이 홉스적 인간관이었지만 인류 역사에서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 복지는 지속 개선되어오지 않았나? 이는 홉스적 인간관이 잘 작동해왔으며 유용성을 보여주는 증거 아닌가? “지난 200년간,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인류가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류는 약 30만년 역사의 95%를 수렵채취인으로 살아왔다. 그 시기 상당히 평등하게 살았다는 고고학적·인류학적 증거가 많이 있다. 농업을 발명하고 도시와 마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잘못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역사의 비극이었다. 문명은 우리에게 전쟁, 노예제도, 장시간 노동과 전염병을 가져왔다. 상황이 호전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핀란드·스웨덴처럼 가장 번영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는 관점을 갖고 있다. -폭격당한 도시의 시민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재난 현장에서 자발적 연대 의식이 형성되는 현상이 있음에도 왜 재난이 극복되면 왜 그러한 연대의식은 사라지게 되는가? 어떠한 노력을 통해, 인류는 비재난 상황에서 공감과 연대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가? “재난이 있은 지 몇 달 후에 즉각적인 연대감이 희미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19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엔 냉소주의가 유행이었다. 지난 40년간은 이기주의와 경쟁이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롭고 현실적인 시각에 입각해 연대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과 코로나19가 전환점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서부전선의 크리스마스 휴전은 감동적이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이후로도 전쟁과 적대적 행위는 줄어들지 않았다. 무수한 전쟁과 적대적 행위의 역사 속에서 ‘크리스마스 휴전’ 사례가 인류의 평화 선호를 끌어내는 논거가 될 수 있는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예외였고 평화였다. 하지만 평화롭고 즐겁게 지내는 사람에 관한 뉴스보다 테러 기사가 많은 것처럼, 역사책엔 평화보다 전쟁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다. 역사가와 언론인들은 부정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은 특별하지 않았다. 스페인 내전과 보어 전쟁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고, 미국 남북 전쟁, 크림 전쟁, 나폴레옹 전쟁에서 비슷했다. 전쟁사 학자는 1914년 크리스마스를 ‘빙산의 갑작스런 등장’이라고 묘사했다. 전쟁 중엔 항상 평화가 분출할 ‘위험’이 있다. 정치인과 장군들은 이를 막기 위해 선전, 거짓말, 가짜뉴스, 무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인간 두뇌는 전쟁을 선호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고고학자들은 전쟁이 지난 1만5천년 동안 아주 최근에 발명되었으며, 그 기간에도 예외였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와 국가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다. 백신 접종과 방역 지침 등에서 강한 사회적 압력과 통제를 적용한 동아시아국가들의 피해가 적었다. 국가와 사회가 공중보건과 치안을 위해 개인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개인들의 선의를 강조하고 자치를 위임하는 문화는 줄어들지 않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권위주의적인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에 대한 진실을 오랫동안 억눌렀다는 사실부터 인정하자. 만약 중국 과학자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존중되었다면, 전세계적인 유행병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만,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은 바이러스를 더 잘 막아냈고, 서유럽 국가들은 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후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환경 사이의 균형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리더십이 훌륭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좀더 권위적인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은 매우 위험한 약이다. 민주주의는 그에 대한 해독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 보기: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45.html​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고착시킨다

2021 아시아미래포럼능력주의와 공정, 그리고 정의기조강연: 마이클 샌델“출발선의 격차 외면한 채능력주의는 공정하다 착각노동의 존엄성 회복하며사회적 연대 끈 다시 매야”“한국형 능력주의 굴곡 이해못해” 비판도2020년 7월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한 토론회가 인터넷에 생중계되자 정규직 전환에 대한 찬성과 반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마이클 샌델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가 공정을 둘러싼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한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행보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약속은 청년세대의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주어지는 정당한 보상(정규직)을 남발하는 것은 공정의 가치를 해친다는 이유였다. 공정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큰 힘을 받지 못했다.‘인국공 사태’라 불린 이 사건을 계기로 공정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포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열었다. 그는 지난 6월 당 대표 선거에서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제는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할당제를 반대하고 대신 ‘능력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는 엘리트주의를 주창했다. 앞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시절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남녀성비 5:5 비율의 비례대표 공천을 7:3이나 8:2로 맞추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비상위권 대학이나 지방대 학생들은 대기업의 인턴 기회조차도 얻을 수 없는 현실’에 함께 분노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그의 변신은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대남’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의 ‘20대 남성’ 집단의 일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남성 역차별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이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본다. 이들의 비뚤어진 인식은 공론의 장에서 논쟁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는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표로 계산하기만 바쁘다.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게 한국 사회의 공정을 둘러싼 논쟁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국내 한 학술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델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더욱 확대된 격차의 원인으로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를 꼽았다. 2020년 12월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그는 ‘승자와 패자가 능력주의를 당연시하는 것’이 불평등을 고착시킨다고 경고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망이나 격차를 해소하려는 복지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문제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지난 7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은 현재 1년 6개월 전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취업은 그때와 견줘 600만명이 부족하다. 이는 첨단기술이 도입된 업종의 노동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다른 수많은 전통적인 일자리는 파괴됐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한국도 2020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신입생 55%가 소득분위 9~10분위 고소득 가구에 속해 있다) 능력주의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포장한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주요하게 작동한 것은 못 본 체한다. 하지만 출발선의 격차를 외면한 능력주의는 심각한 사회 분열을 일으켜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샌델은 경고한다.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열성팬인 그는 이 작품이 묘사한 특권층의 불안감에도 주목한다. 이른바 ‘금수저’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명문대 진학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경쟁적인 능력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타는 것보다 한번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오는 게 더 힘들게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샌델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노동의 존엄성’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노동의 존엄성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돌봄과 청소, 배달, 보건, 위생 등 그동안 경시됐던 직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런 일들은 사회가 작동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시장주도적 사회에서 그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중요한 것은)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이다. 그것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일에서 역량을 계발하고 발휘하며, 널리 보급된 학습 문화를 공유하고, 동료 시민들과 공적 문제에 대해 숙의하는 것 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샌델의 ‘능력주의 비판’은 한국 사회에서 역으로 비판도 받았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강력한 능력주의 선발 시스템이 없었다면 한국의 고위 공직은 혈연·지연으로 얽힌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차지했을 것”이라며 능력주의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경향신문> 6월10일치 ‘능력주의 비판을 비판한다’). 그는 능력주의가 “대중의 집단적 절망에 의해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가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양극화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대중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으로 (기업) 채용이나 (대학)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이 ‘시대정신’으로 등극한 것은 사람들이 시험에 중독되었거나 지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샌델이 제시한 ‘개인주의적 해법’의 한계를 지적했다(<프레시안> 3월9일치 ‘마이클 샌델이 진보라는 착각’). 그는 “샌델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운을 인정하고, 겸허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한다고 해서 능력주의의 본질적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며 개인화된 해법이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샌델에 대한 비판은 그가 ‘한국형 능력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수렴한다. 10월20일 열리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샌델이 이런 지적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44.html​ 

스티글리츠 “친환경 인프라 투자하면 일자리 늘고 양극화 완화”

<2021 아시아미래포럼>기후위기 시대, 불평등 넘어 공존으로기조·특별강연: 조지프 스티글리츠“정보 비대칭 탓 시장 불완전국가·정치가 통제해야 공정불평등·기후위기 심각 상황팬데믹은 경제 재편할 기회부유세·탄소세 부과가 열쇠”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EPA/연합뉴스 제공아시아 미래포럼의 첫번째 기조발제를 맡은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엠아이티(MIT) 박사, 예일·옥스퍼드·프린스턴·컬럼비아대 교수,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다. 그는 경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맹목적 믿음을 가진 시장만능 신자유주의가 미국의 불평등을 19세기 말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시켰다고 비판해 왔다.스티글리츠는 2001년 ‘정보경제학’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의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균형이 이뤄진다고 보는데, 이는 정보의 완전성을 전제로 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이론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해야 한다. 스티글리츠는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시장이 불완전하고, 국가와 정치가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가 시장은 완전하다고 가정하며, 정부 개입은 최소한에 그치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하는 그의 생각은 “간섭받지 않는 시장은 재앙”이라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정부가 시장 실패를 바로 잡지 않아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되고, 이것이 다시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과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그는 2019년 펴낸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에서 “금융화·세계화·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거대한 불평등을 낳고 있으며, 금융산업과 몇몇 대기업이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불공정한 규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면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제규칙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만이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1980년대 이후 불평등과 빈곤이 더욱 심화하면서 스티글리츠의 분석과 진단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불평등에 대한 해법으로 독점 규제, 금융산업 통제, 기업의 장기투자 장려, 완전고용을 위한 정부 노력, 노동자 권리 강화, 복지 확대를 제시한다. 스티글리츠는 1990년대 개도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금융위기는 자본 자유화, 금융시장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과는 198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재무부가 구제금융을 앞세워 한국정부에 강요한 고금리와 긴축정책, 대량 감원을 수반한 강력한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세계은행 부총재에서 물러났다. 한국정부는 2002년 외환위기 극복에 기여한 공으로 그에게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2018년 ‘제이(J)노믹스와 한국의 새로운 정책 어젠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했다.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고용과 임금 확대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는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 심화에 대해서도 우려하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그에게 기후위기는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취약계층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줄곧 비판했다. 그는 불평등과 기후위기, 시장경제의 회복력 부족을 강조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바이러스는 현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는 코로나 팬데믹이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지난 9월 미국의 방송 시앤비시 ()와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미국 경제를 재편할 좋은 기회”라며 “위기를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 심화의 해법에 대해“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자하면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 이라며 “현존하는 많은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에 해결하는 ‘일거양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는 세금이 기후위기 극복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컬럼비아대가 주최한 행사에서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더 늘려야 하는데 정부 부채가 대규모로 급증하고 있어 세수가 매우 긴요하다” 면서 “억만장자들에게 3%, 5000 만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2% 의 부유세를 부과하면 엄청난 세수로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세에 대해서도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도록 장려해 환경에 이롭고, 세수도 늘리며, 장기적으로 혁신을 통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지했다. 법인세 인하 경쟁을 끝내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도 찬성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한국경제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모델로 하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 스티글리츠의 분석과 해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43.html 

코로나로 더 벌어진 격차…‘함께’에 답이 있다

<2021 아시아미래포럼>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코로나로 소득 양극화작년 기아 1억1800만명 증가대부분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미국·유럽은 국가 부 10%나 늘어기후위기 난제 더해져환경문제 방치 땐 양극화 심화친환경 경제 대전환 앞두고에너지값 오르자 탈탄소 주춤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가라고 충고한다. 단기적 성장과 효율성을 앞세우는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공존과 연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심각성을 한층 고통스럽게 부각했다. 환경과 생태를 지금처럼 계속 유린하면 위기는 질병, 폭염, 한파, 식량난, 식수난 등 달라진 얼굴을 하고 계속 찾아올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심화된 불평등은 팬더믹과 기후위기를 계기로 한층 악화해 사회적 응집력을 헤치고 정치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지구 생태계의 한계 안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삶의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팬데믹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지난 7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감축’하는 야심찬 친환경 정책 ‘핏 포 55’를 발표했던 유럽연합(EU)은 최근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자 꼬리를 내리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 전력난이 친환경 정책 수정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에너지 가격이 유럽 전역에서 치솟으면서 기업과 시민들에게 전례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 에너지·환경 정책을 고민할 때 사회적 수용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환경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계층간, 국가간 연대와 협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선진국의 탐욕이 빚어낸 ‘백신 양극화’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거대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9월 말까지 전 세계 모든 나라 인구 10%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심각한 백신 불평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백신 불평등 해소를 위해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들의 부스터샷(추가 접종) 유예를 요청했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응하지 않았다. 전면적인 봉쇄 조처로 인해 소득이 급감한 국민들을 보호할 재정이 부족한 나라들은 아직도 팬데믹 터널의 한복판에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기아 인구가 1억1800만명 늘었는데, 아프리카 4600만명, 아시아 5700만명, 중남미가 1400만명으로 대부분 후진국에 집중됐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부가 10%나 증가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의 혜택은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520만명의 백만장자 (달러 기준 )가 새로 등장했고, 5천만달러(약 593억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갑부들도 2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부자들의 총소득이 전세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서 지난해 46%로 증가했다 . 그러나 전체 성인 인구의 55%에 해당하는 29억명은 증가한 순자산이 1만달러 미만이었다 . 크레디트 스위스는 “2020년에 부의 격차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크게 벌어졌다. 부자의 소득 증가가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라고 했다. 인류는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지구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사회 구성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인류가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면 결코 해낼 수 없다. 위기 극복의 승자와 패자, 가진 자와 소외된 자의 공존과 연대에 길이 있다. 희망의 빛이 없지는 않다.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무분별한 탐욕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거대 금융자본들은 주주의 이익 뿐만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두루 고려하는 ‘ESG 경영’을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주류가 되고 있다. 올해 12회째를 맞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지구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10월20~21일 이틀간 국내외 석학들이 머리를 맞댄다 기조강연에서는 불평등에 대한 탁월한 연구활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불평등 극복 방안에 대해 강연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공정과 능력주의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겉으로는 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능력주의가 어떤 함정에 빠질 수 있는지, 정의와 충돌하지 않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강연자로 나서는 뤼트허르 브레흐만 <드 코레스폰던트> 기자(창립자)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협력과 연대의 디엔에이(DNA)를 발휘한 인류가 인간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를 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언론이 할 일은 무엇인지 강연한다. 섀런 버로우 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사무총장과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등이 참여하는 특별대담에서는 ‘탈탄소 경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기 위한 대책과 이를 위한 국제적 연대 가능성에 대해 토론한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세대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특별히 마련했다. 기성세대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청년들의 생기넘치는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37.html

센델 “능력주의 오만, 공동선에 대한 책임 망각하게 해”

2021 아시아미래포럼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② 마이클 샌델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하는 마이클 샌델은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2005년에 한국철학회의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네차례 연속 강의를 했다. 2010년 밀리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샌델은 우리에게 지적 셀럽이 되었다. 그는 새로운 책으로 우리 사회에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져왔다. 지난해 말에 내놓은 <공정하다는 착각>은 한국 사회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공정과 능력주의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 자리잡았다.지난 8월25일 비대면 영상 대화에서 샌델은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능력주의는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의 행동에 의한 결과로 믿게 만듦으로써 가족, 이웃,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빚지고 있음을 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주의의 오만”은 공동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엘리트 계층이 “공동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면 경제 구조를 바꿔 불평등을 줄이는 일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샌델은 능력주의의 함정이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국가 간 협력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에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는데도 지식재산권을 빙자한 민간 기업의 탐욕으로 개발도상국에 충분한 백신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특정 연구개발 패턴(민간 투자가 주도하는)에 의존함으로써 백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진국과 거의 접근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의 분할선이 어떻게 심화되는지 잘 드러낸 사례”다. 샌델은 “코로나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공동선과 세계적 공익을 위해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샌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그가 공동체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공동체주의자라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나 보편적 가치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 공동체주의라면, 샌델은 결코 공동체주의가 아니다. 2005년 처음 한국 방문 때 그에게 “공동체주의자로서의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샌델은 “나는 공동체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자유주의자다”라고 대답해서 기자들을 당황시켰다.존 롤스는 정의로운 결과를 이끌어내는 보편적이며 형식적인 원리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상정하고, 이런 상상을 기초로 정의의 원칙들을 고안했다. 이성에 기초한 원리적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해 롤스는 자유주의자로 불린다. 자유주의자는 이성의 힘과 인권의 중요성,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샌델도 이런 믿음을 갖고 있다.샌델이 롤스와 다른 점은 어떤 인간도 성장하며 교육받은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 점이다. 생각을 구성하는 언어를 통해 작용하는 인간 이성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에 이르려면 우리의 생각과 문화 속에 깊이 깔린 가치들에 대한 철저한 되돌아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중요한 것은 문제적 상황들을 잘 분석하고 숙고하여 그에 걸맞은 도덕 원리들을 찾아 적절한 적용을 고민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이런 일은 혼자서만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야 잘 이루어진다. 정의는 실천하는 시민들이 함께 생각하고 숙고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관건이다. 민주주의는 이런 시민을 토대로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많은 교육을 받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좋은 정치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이고, 또 최고 학위를 가진 자들을 기용하여 국정을 이끌었다. 그러나 케네디는 미국을 베트남 전쟁의 늪으로 빠뜨렸고, 오바마는 금융위기 가운데 월가의 손을 들어주어 결국 권력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넘어가는 데 기여했다. 정치가의 핵심 자질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관점을 적절히 대표하는 능력이다. 정치가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 발전을 위해 공정한 절차와 제도 확립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 그 절차가 과연 정의로운 결과를 낳고 있는지 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계층 사다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공정한 기회의 결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문제는 공정한 절차가 능력주의와 결합된 데 있다. 능력은 사회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능력주의라는 원리는 문제다. 능력주의는 시험을 통해 능력을 검증하고, 그 능력에 따라 돈과 권력을 부여하는 제도다. 나아가 경쟁의 승자는 보상의 자격이 있고 패자는 굴욕이 당연하다고 하는 정당화 장치이기도 하다. 시험을 응분의 자격을 부여하는 정당화 장치로 만든 것이 능력주의 원리이고 문화다.능력주의가 문화로 장착된 사회에서는 승자의 오만도 정당한 것이 되고 패자의 열악한 삶과 열패감도 당연한 것이 된다. 차이가 차별이 되고 또 혐오로 바뀌어도 당연하다. 이런 사회에서 통합과 연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공정한 절차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 절차에 임하는 이들이 이미 불공정한 환경의 산물이라는 것이 문제다. 비싼 과외 선생의 도움을 받은 학생과 자기 공부방조차 없는 학생, 가족을 위해 알바를 해야만 하는 학생에게 공정한 시험의 기회가 부여되어도 그 결과가 정의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공정한 절차는 많은 보완 장치가 필요하며, 단지 부분적 중요성만 갖는다.능력주의는 사회제도에서 작동하는 원리다. 문화가 그 원리를 작동하게 한다. 산업화와 급속한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능력을 중시했고 능력주의를 문화로 장착했는데, 이것이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과 결합하여 결국 공정한 절차가 정의로운 결과를 낳지 못하는 왜곡이 발생했다. 샌델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그런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연대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보상체계는 공동체에 대한 기여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간호사와 택배 노동자에게 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데 그들의 기여가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성공한 자들과 패배한 자들이 자신의 성공과 패배에 깃든 운의 역할을 살펴보아야 한다. 승자는 감사를 배워야 하고, 패자는 자신의 굴욕을 당연시할 필요가 없다.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 문화는 토론을 통해 무엇이 옳고 좋은 것인지를 함께 찾아가는 시민들에 의해 바뀔 수 있다. 샌델은 능력주의 문화를 정확히 타격하여 사회적 연대가 가능한 문화로 대체하는 길을 제안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통해 정책과 제도로 진정한 사회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김선욱 숭실대 부총장마이클 샌델 1953년 미국 미네소타주 출생옥스퍼드대(베일리얼 칼리지)에서 철학 박사 학위하버드대 최연소(27살) 교수로 부임현 하버드대 교수(정치철학)2008년 미국 정치학회 ‘최고의 교수’ 선정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21.html

스티글리츠 “코로나 팬데믹, 불평등·기후위기 잡을 적기”

<2021 아시아미래포럼>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조지프 스티글리츠“1990년대 개도국 금융 위기는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그 주범상위 1% 위한 시장만능 자본주의국가·정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자본주의 또 다른 결과 기후 위기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악영향 우려신속·과감한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친환경 투자해 일자리 창출하고기후위기는 전시 수준 대응해야”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15년 10월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올해 12회를 맞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지구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오는 20~21일 이틀간 국내외 석학들이 머리를 맞댄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불평등 극복 방안에 대해 기조강연을 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전 세계은행 부총재)를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가 먼저 소개한다.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다’(TINA)는 사상이 지배해온 1980년대 이후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다른 대안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실제 다른 대안이 가능해지도록 힘쓴 진보진영의 등대 같은 존재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대표적인 타이틀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다. 경제학 교과서를 채우고 있는 다른 수많은 수상자가 “시장은 완전하다”는 가정으로부터 부조리한 경제 현실을 정당화하는 신묘한 이론과 기술을 전개할 때 그는 “시장은 불완전하고 그래서 국가와 정치가 통제해야 한다”는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의 주장대로 시장만능 자본주의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계속 심화시켰다. 그리고 ‘벌거벗은 임금님’ 같았던 자본주의는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벌거숭이가 됐다. 스티글리츠는 1970년 예일대 정교수가 되었는데, 1970년대는 바로 선진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경제 대위기를 맞은 시기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사이 통화주의의 급습에 케인스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1980년대 미국 자본주의는 레이건의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으로 인해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당시 그가 받았던 느낌은 외환위기 때 한국의 경제학자들의 느낌과 비슷했으리라. 사실 외환위기와 같은 큰 변화는 한 사회의 운영원리를 철저하게 바꾸지만, 그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기도 전에 순식간에 진행되어 버린다. 거대한 전환이 있은 지 10여년 만인 1993년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스티글리츠는 클린턴 재임 기간인 1993~2001년 사이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과 세계은행 부총재로 재직했다. 그는 아마도 현실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당시의 잘못된 흐름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후 “1990년대 내내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더욱 확산되었고 결국에는 내 동료들과 클린턴 행정부마저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고 회고했을 정도로 신자유주의는 거침없었다. 1990년대는 자본주의의 주변부, 개도국들에서 금융위기가 빈발하던 시기였다. 그의 눈에는 이것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임이 명백했다. 그가 세계은행과 갈등을 빚으며 떠났던 이유이다. 그는 <아시아 기적을 다시 생각한다>(2001), <세계화와 그 불만>(2002), <시장으로 가는 길>(2003),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2007),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2008) 등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개도국과 체제전환국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임을 밝혔다. 또 세계기구들이 구제금융을 명목으로 철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의 점진적 세계화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놓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비난하는 대신 위기의 근본원인은 자본시장 자유화, 비정상적으로 급속히 이뤄진 금융시장의 탈규제화라고 주장했다. 2008년 신자유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주변부에서 시작해서 드디어 중심에서 폭발한 것이다. 이때부터 스티글리츠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더욱 초점을 맞춘 저서들을 발표했다. <끝나지 않은 추락>(2010), <스티글리츠 보고서>(2010), <불평등의 대가>(2012), <거대한 불평등>(2015), <경제규칙 다시쓰기>(2016), <불만시대의 자본주의>(2019) 등이 대표작으로, 1980년대 이후 시장만능주의로 인해 자본주의는 거대한 불평등에 처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지 시장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스티글리츠는 미시경제학의 새 영역인 ‘정보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그 핵심 내용이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시장의 불완전성이다. 완벽하지 않은 시장에 전적으로 경제를 맡기는 것은 정보와 권력을 쥐고 있는 계층에게 시스템을 마음껏 독점하고 착취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가 거대한 불평등이고, 현재의 자본주의는 상위 1퍼센트를 위한 자본주의이며,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기회균등은 국가적 신화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불평등 해법으로 독점기업 규제, 탐욕스러운 금융에 대한 통제, 기업의 장기투자 장려, 완전고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또 노동자 권리 강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실시와 진정한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 확대를 제시한다.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의 또 다른 결과는 기후위기이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만큼이나 기후 위기에 대해 우려하며, 전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소가 저렴하다 보니 탄소 자산에 과다하게 투자하고 있는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기후위기 리스크를 반영하여 탄소사용 비용이 급등하면 관련 자산이 가치가 없는 ‘좌초자산’이 될 것이고, 이는 2008년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보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신속하고 과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미래 해법으로 제시했다. 스티글리츠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반갑지는 않지만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한다. 친환경 기반시설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세금을 올리는 게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한국 경제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모델로 추구해왔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분석과 해법은 한국의 진보적 경제학자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내리는 진단 및 해법과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걸었을 때도 바람직한 정책 기조라며 적극 동의한 바 있다. 1980년 이후의 신자유주의는 이제 정말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 이미 실패한 전략이라는 것도 대부분 동의가 이뤄져 있고 해법의 방향성도 제안되어 있다. 다만 기득권 집단의 반대, 미시적이고 기술적인 난점들, 이를 가지고 정쟁화하려는 시도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한 정책들은 여전히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진정한 대전환이 가능할까, 재정을 투입해서 대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자본에 새로운 투기판을 제공하는 것 아닌가, 플랫폼 노동이 자영업자로 범주화되는 현실에서 노동권 확대라는 대안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신중한 의문들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745.html​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

  더 나은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해온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이 10월20~21일 열립니다. 12회째인 올해 주제는 ‘공존을 위한 대전환: 함께 만드는 미래’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골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지구를 되살리고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와 시민사회의 연대가 절실해졌습니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은 이런 시대적 과제에 대해 세계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자리입니다.  20일 포럼 첫날 오전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 불평등 극복의 경제학’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섭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공정을 강조해온 우리 사회에 과연 공정 기제가 작동하는지, 능력주의가 어떤 함정에 빠질 수 있는지 화두를 던집니다. 베스트셀러 <휴먼카인드>를 펴낸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특별강연에서 인류에 내재된 ‘협력의 스위치’에 주목합니다. 오후의 특별세션에서는 섀런 버로 국제노동조합연합(ITUC) 사무총장이 ‘소외, 차별 없는 대전환을 위하여’ 주제로 발표한 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을 좌장으로 원탁토론이 펼쳐집니다. 탈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소외 문제와 해소 방안, 이를 위한 국제연대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포럼은 20~30대 젊은이들이 직접 청년담론을 논의하고 고민을 나누는 ‘청년포럼’ 세션을 특별히 마련했습니다. 기성세대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개척하려는 청년세대의 열정과 패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21일 둘째날에는 팬데믹 시대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지고 정의로운 생태전환과 새로운 복지국가, 산업 환경과 구조 변화, 탈탄소 시대와 노동, 사람 중심 이에스지(ESG), 플랫폼 노동의 건강권, 데이터 주권 그리고 경제 주권을 주제로 6개 세션이 펼쳐집니다.​ 

“기성세대 청년담론은 허구…우리를 주류 정치에 가두지 말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청년담론’ 화상 토론회고용불안을 기성세대와 청년간사회격차를 남녀문제로 모는 등대결적인 세대주의 담론 안돼정치권에선 이대남·이대녀 표현‘MZ세대’도 상품 소비자로 호명청년의 삶을 너무 쉽게 정의해청년 목소리 듣는건 환영하지만기득권 사이 구색맞추기엔 반대과거의 국가 차원 거대담론 넘어지역 속 ‘동네청년’ 참여시켜일상을 변화시킬 제도 마련해야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누구이며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한쪽에선 경제적 빈곤과 주거 불안에 시달려 분노하고 절망하는 존재로 그려내지만, 다른 한쪽에선 주식과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플렉스’(과시)하는 철없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우리 사회가 정치·상업적 목적에 따라 각자의 입맛대로 청년을 규정하고 해석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 권리를 보장하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제정됐다. 이에 근거해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법정기념일인 ‘청년의 날’로 지정된다. 오는 18일은 제2회 청년의 날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청년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하고 있을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다음달 20일 열리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청년들이 직접 청년담론을 논의하고 해법을 찾아보고자 ‘청년포럼’을 마련했다. 이승윤(41) 중앙대 교수(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가 좌장을 맡고 20~30대 청년 활동가인 변재원(2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이슬아(29) 헤엄출판사 대표, 조소담(30)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를 쓴 천주희(35) 문화연구자가 패널로 참여한다. 지난 6월부터 세차례에 걸친 화상회의를 통해 청년담론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추가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다양한 모습과 시도를 보려는 노력을 상실했다”며 “일상 속에서 청년들이 바꿔나가는 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청년 이슈가 뜨겁다. 지금 논의되는 청년담론을 어떻게 보나?이승윤 세대주의로 설명되는 청년담론을 비판한다. 경험의 차이에서 나오는 세대 차이는 인정해야 하지만,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착취한다거나 하나의 세대를 묶어 담론을 형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고용 불안 문제를 기성세대와 청년의 갈등으로 설명하거나 사회적 격차를 남자와 여자의 싸움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천주희 ‘88만원 세대’가 등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라고 생각하면 청년담론은 제법 오래 논의됐다. 청년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이고, 사회재생산의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개인으로 존재하던 청년이 사회적 집단으로서 호명됐다. 변재원 정말 청년에 관심을 가진 걸까? 우리 사회는 청년의 삶을 너무나 쉽게 정의한다. ‘이대남’, ‘이대녀’라는 표현은 특정 정당 지지율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면 언급되지 않는다. ‘엠제트(MZ)세대’도 상품 소비자로서만 호명된다.―담론을 주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언론·정치권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인가? 조소담 정책에 청년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시도 자체는 환영한다. 다만 이 과정에 일부 청년의 자리를 만들어 ‘구색 맞추기’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청년 정책 관련 회의에 간 적이 있다. 참석자는 대부분 연구나 분석을 업으로 하는 중장년 교수, 전문직 종사자였는데, 과연 이 구성원들이 청년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천주희 담론은 언어를 통해 형성되기에 현실을 잘 언어화할 수 있는 특정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긴다. 한국에서 청년담론이 남성, 대학생, 수도권, 비장애인을 중심으로만 논의되는 이유다. 담론의 주된 생산자들이 새롭게 질문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담론은 우리의 일상과 정책, 제도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담론을 만드는 주체들이 좀 더 신중하게 어떤 청년의 이야기가 배제되고, 과잉 대표되는지 살펴야 한다. 이슬아 청년이 마주한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들도 분명 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청년의 사랑과 우정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가. 사랑과 우정 때문에 삶이 많이 바뀌기도 한다. 청년들이 어디에서 사람을 만나 우정을 맺고 관계의 지평을 넓히는지도 관심을 두면 좋겠다. 6월9일 청년포럼 참가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한 첫 모임에서 청년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 위부터 이슬아 헤엄출판사 대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이승윤 중앙대 교수(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천주희 문화연구자, 조소담 미디어 닷페이스 대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거 정치 형태와는 다른 소규모·일상 정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데? 이승윤 이전 세대가 민주화, 독재 타도 등 좁고 힘이 모일 수 있는 사회 운동을 했다면, 지금 청년들은 다양한 주제와 방식을 활용해 사회 운동을 한다. 운동가보단 활동가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동안 정당에 들어가 정책화하는 경로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시민사회·공동체 속에서 대안을 마련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조소담 과거엔 정치가 어떤 인물에 대한 기대라거나 투표와 가까운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삶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스템에 어떻게 목소리를 밀어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정치다. 예를 들어, 엔(n)번방 사건 이후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모니터링 부재에 문제의식을 느낀 시민들이 단체를 만들었고, 신고를 위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런 실천이 제도로도 연결되고 균열을 만든다. 지난 8월 출범한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에 ‘추적단 불꽃’, ‘프로젝트 리셋’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기존 시스템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슬아 장혜영 의원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작년에 함께 의정보고서를 만들었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 과정을 쉬운 언어로 적어봤다. 생소하게 느낀 이들이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변재원 연결성을 이용한다는 점이 요즘 세대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활동가를 위한 세미나 참여자를 모집했다. 공무원이나 활동가 모두 공공성을 매개로 사회변화를 꿈꾸는 사람인데, 활동가는 저임금·저숙련 노동자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워 함께 전문성을 기르고 다양한 삶을 공부하고자 기획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50여명이 모였다.―청년 문제를 지속해서 논의하려면? 이승윤 청년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의견 유통구조’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여기엔 이력이 화려한 청년들 말고, 지역에 속한 ‘동네 청년’들을 참여시키자. 주변의 문제를 발굴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민관이 협력해서 대안을 찾아보자. 역사적으로도 새로운 목소리와 시도를 통해 균열을 내는 세대는 주로 청년이었다. 천주희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이유는 결국 다음 세대도 같은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과거엔 거대 담론과 국가 차원에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했다. 이제는 미시적이고 일상에서 어떻게 평등하고 존엄한 사회를 만들지 이야기하고 협력해야 한다. 복잡 다변한 환경 속에서 개인의 취약성은 서로 다른 존재와 만나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미래는 상호 돌봄과 의존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2107.html

“강한 회복력·연대…협동조합, 위기 상황에서 강점 발휘”

2020 아시아미래포럼 세션4로컬의 진화: 코로나 시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대출이자 상환 유예·기금 모금…세계 각국 협동조합 ‘사회연대’ 활동지자체, 방역과정 신속 조처 큰 역할긴밀 협력·연대로 위기 극복 제안도크리스 도브잔스키 캐나다 ‘커뮤니티 포워드 재단’ 이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사람 중심 금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3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진행한 ‘로컬의 진화: 코로나 시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세션에서는 지역과 시민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위기의 순간에 빛나는 협동과 연대’라는 주제로 발표한 브루노 롤랑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실시간 화상 연결을 통해 포럼에 참여했다. 롤랑 사무총장은 감염병 대유행기에 인도와 이탈리아,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의 협동조합 활동상을 전했다. 인도에선 협동조합들이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3천만달러를 모금했고 네덜란드 협동조합은행 ‘라브뱅크’는 팬데믹이 발생하자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이자 상환을 유예했다. 롤랑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사회연대경제의 주축 중 하나로 위기 상황에서 강한 회복력과 연대가 최대의 강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도브잔스키 캐나다 ‘커뮤니티 포워드 재단’ 이사장(전 캐나다 밴시티 신협 수석 이코노미스트)은 ‘사람 중심 금융’ 주제의 발표에서 캐나다의 사회적 금융 실천 사례들을 소개했다. 캐나다 지역사회와 사회적 금융을 연결하는 주축은 캐나다협동투자기금(CCIF)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대안금융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시민사회가 금융기관들을 움직이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며 “수익을 쫓기보다 어떻게 하면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살피는 비영리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시민사회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발표한 윤태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은 사회혁신의 촉진자로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지역, 지자체의 신속한 조처가 큰 역할을 했다”며 “시민사회가 제역할을 하는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화상 토론에 참여한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은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을 이끌어낸 과정과 의미, 임대료 인하 사례를 소개했고,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비대면 시대에 취약 계층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등 위기 정책들을 들려줬다. 이밖에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곽상욱 경기 오산시장,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등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역에서 실행한 사회연대 정책 사례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장은 “코로나 사태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이윤 창출 중심의 의료 시스템만으로는 위기를 이겨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정원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서울 성동구청장)은 “코로나 위기가 초래한 전례없는 위기를 협력과 연대, 사회적 경제로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유강문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은 “아시아미래포럼이 사회연대경제를 꿈꾸는 지방정부협의회와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hongds@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강한 회복력·연대…협동조합, 위기 상황에서 강점 발휘”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모두를 위한 성장’하려면 국가가 시장 창조자로 나서야

[아시아미래포럼]‘팬데믹 이후의 세계’ 주제로​ 2일 개막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팬데믹 이후의 세계: ‘연결’에서 ‘연대’로’를 주제로 열린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특별강연 ‘지구적 위기, 지구적 협력: 우리 모두의 안전한 삶을 위하여’를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아시아미래포럼이 2일 ‘팬데믹 이후의 세계: ‘연결’에서 ‘연대’로’를 주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했다. 올해로 11번째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조연사와 토론자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양상과 해법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특별강연에서 “위기 앞에서 세계가 각자도생을 하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그 피해는 약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다자주의와 글로벌 파트너십의 회복을 촉구했다. 빈곤 퇴치 정책실험 연구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연구자들이 데이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협업하는 실험적 접근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쳐선 안 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지금은 경제 방향을 바꿀 좋은 시기”라며 “모두를 위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본소득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가이 스탠딩 런던대 교수는 ‘코로나, 기본소득, 그리고 이후’를 주제로 열린 원탁토론에 기조연사로 참여해 “기본소득은 우리 모두를 자유와 안정, 정의의 길로 이끄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선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의 개회사에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각각 축사를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은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포럼이 우리 모두 생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전환의 길에서 지혜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참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외국 연사의 강연과 대담을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하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모두를 위한 성장’하려면 국가가 시장 창조자로 나서야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위기의 시대마다 여성에 물리적·사회적 폭력 집중”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반다나 시바 세계국제화포럼 상임이사“지금 위기를 멈추지 않으면 다음 멸종 대상은 인간일 수 있다.” 2일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의 젠더’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코로나19와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가 남성중심의 사회·경제적 문화라는 진단이 나왔다. 강연자로 나선 반다나 시바 세계화국제포럼(IFG) 상임이사는 인도 현지 화상연결을 통해 “팬데믹과 산불, 홍수, 사막화 같은 기후변화는 자연을 죽은 존재로 치부하고, 인간이 자연보다 강하다는 오만에서 빚어진 것이다. 증상이 다를 뿐 원인은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들이 ‘자연을 지배하고, 모든 사회적 결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폭력적이고 무지한 사고방식으로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반다나 시바 상임이사는 환경과 여성 해방을 위해 활동해온 사상가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전지구적 위기가 닥쳤을 때 희생을 요구받는 건 여성이라고 그는 말을 이었다. “위기의 시대에 늘 여성이 가족과 사회를 책임졌습니다. 그때마다 물리적, 사회적 폭력이 여성에게 집중됐어요.” 나아가 그는 여성과 자연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을 중심에 놓고 생태와 문화, 민주주의 등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재난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고 여성 리더십의 활용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팬데믹 위기 속에서 심화하는 여성 불평등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폐허의 장에서 왜 여성들이 늘 남은 부담을 져야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개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은 돌봄 부담과 가정폭력 증가, 불안한 고용 등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돌봄노동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감염위기 와중에 목숨을 걸고 일하거나, 남성들보다 훨씬 많은 해고를 당하는 게 현실이다. 거대한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영경 제주대 교수(사회학)도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은 자녀·부모 등 돌봄의 의무에 허덕이지만, 정작 자신은 돌봄 공백 속에 놓인 경우가 많다”며 “생명을 낳고, 기르고 돌보는 노동을 평가해 사회적 수당을 주는 등 다른 가치체계를 적용해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위기의 시대마다 여성에 물리적·사회적 폭력 집중” : 산업·재계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금융위기 때보다 고용 충격 더 크고 오래갈 것”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팬데믹과 불평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런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홍콩 독감(1968년), 사스(2002년), 메르스(2012년), 에볼라(2013년) 등 1900년 이후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질병이 여럿 있었다. 이 이사장은 “팬데믹이 발생하면 불평등이 1.5% 상승했고 저학력자 취업은 5%까지 감소했다”며 “코로나19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코로나발 불평등’은 한국 사회에서 고용, 교육, 자영업, 젠더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이 이사장은 “원격수업을 위한 컴퓨터, 노트북 등 온라인 수업 환경 조성 수준이 가정형편에 따라 차이가 나고, 수학 과목의 학력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여성들에게 맡겨지면서 퇴직을 하는 여성이 늘어났다. 음식, 숙박 등 대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다 실직한 여성들도 발생하면서 한국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실업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금융위기 때보다 고용 충격이 더 크고 오래갈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노동시간 감소폭이 1.2%였는데 코로나 첫 3개월 동안 감소폭이 12.2%나 됐다는 이유에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 영업수지 악화 위험이 높은데, 한국은 오이시디 회원국 중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아서 이 위험이 특히 크다”는 점도 덧붙였다.mymy@hani.co.kr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2493.html#csidx379cd1d87388936bd3b5bac7b0653c5 

“국가, 문제 해결사 넘어 공공가치 창조할 수 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마추카토 교수는 <기업가형 국가>(2013)와 <가치의 모든 것>(2018) 등 대표적 저서를 통해 국가와 기업의 가치 창출과 분배 문제를 다룬 학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가격 이외에 가치를 정의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가치를 창출하고 누가 착취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에 의한 ‘창조적 파괴’를 강조하는 조지프 슘페터의 전통을 이어받은 학자답게, 그는 이날도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내는 주체로서의 국가’를 강조했다.마추카토 교수는 “기업이 주주 이익에만 봉사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ism)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며 “정부도 불완전 경쟁이나 정보 비대칭, 환경 오염 등 시장의 여러 부작용을 정책으로 고치려 했지만 현실에서 실패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금융과 자산시장으로 각종 부가가치가 몰리고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 대신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며 △노동 생산성과 견줘 노동자 임금이 여전히 낮고 △환경 오염과 같은 외부 효과를 통제하지 못하며 △국가가 이를 해결할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그는 국가의 역할이 단순한 시장 보조가 아닌 공공의 목적과 가치 창출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새 역할은 불확실성을 감내하고 역량을 키우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다.   downy@hani.co.kr“국가, 문제 해결사 넘어 공공가치 창조할 수 있다”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경제도 교육도 양극화 심화…약자들에 더욱 가혹한 재난

2020 아시아미래포럼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팬데믹과 불평등’ 기조강연성장률 하락 고통 취약층 집중여성·청년 일자리 더 많이 줄어원격수업 뒤 학력 격차 커지고식당·상점은 재택 근무도 못해’팬데믹과 불평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은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재난은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며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의 숨은 영웅으로 칭송받던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가 그 증례다. 간병인, 콜센터 직원 등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도 위태롭다. 제11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팬데믹과 불평등’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재난이 심화시킨 불평등을 나라 안과 밖의 비교를 통해 심층적으로 짚어본다.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9%나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저 수준이다. 문제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고통이 저숙련 저학력의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감염병을 겪은 이후에는 어김없이 불평등이 깊어졌는데 코로나19는 훨씬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진보적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말대로 “억만장자들에게 코로나 창궐은 남의 일이지만 결국 코로나의 직접 피해자는 서민들”인 셈이다.재난으로 인한 고통과 불평등은 경제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교육, 근무환경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지난 7월 실시한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코로나19와 교육’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공교육 현장의 암울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학교에서 대면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계층간 학력 격차도 악화되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것이다.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지만, 산업별, 직종별 편차는 상당히 크다. 정보산업, 금융분야는 재택근무가 활발해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고 여가시간의 상승,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반면, 음식숙박업, 도소매 분야 등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해야 한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심각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임금수준별로 상위 10%는 67.9%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반면, 하위 10%는 28.6%만이 재택근무를 하는 등 격차가 심각하다”며 재택근무의 양극화, 불평등을 짚었다.이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청년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이라고 말한다. 여성과 청년층 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든 회원국에서 ‘위험’ 직업군에서 일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실제 2~4월 취업자 수 감소폭을 보면 여성 62만명, 남성 40만명으로 여성의 피해가 더 크다.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음식, 숙박, 도소매업 종사자등 주로 여성이 많은 분야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보육시설과 학교가 폐쇄되자 여성들의 육아 부담이 더 높아졌다.한국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큰 불평등에 직면해왔다. 이 이사장은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소, 교육 불평등 해소, 토지공개념 확립, 보유세 강화 등이 시급하다”며 이번 기회를 한국 자본주의를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경제도 교육도 양극화 심화…약자들에 더욱 가혹한 재난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