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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후환경회의 “봄철 석탄발전 절반 가동 중단해야”

12~3월 고농도 때 ‘계절관리제’ 도입 뼈대5등급 차량 운행 제한·차량 2부제 병행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20% 감축 목표?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4월29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첫 대국민 정책제안을 내놨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석탄발전소 절반가량을 중단시키고 생계용을 제외한 노후 경유차량 운행을 제한하자는 고강도 대책이다. 고농도 땐 차량 2부제를 병행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번 방안은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함께 마련했다. 30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공개한 ‘1차 국민 정책제안’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12월부터 3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지정하고 집중적인 저감 조치를 하는 것(계절관리제)이 뼈대다. 고농도 때 석탄발전소 최대 27기(전체 45%)의 가동을 중단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전면 제한하는 고강도 대책이다. 이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전년대비 20% 이상(2만3천여t) 줄인다는 것이다. ‘5년 동안 35.8% 감축’인 이전 목표보다 더 강해졌다. 구체 내용을 보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1%를 차지하는 산업계에선 1만1993t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목표다. 전국 44개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사업장 밀집 지역에 1000명 이상의 민관합동점검단을 파견, 불법 배출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자본과 기술력이 열악한 중소사업장은 미세먼지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맞춤형 기술지원단을 파견한다. 대형 사업장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감축 계획을 수립하게 해 평가하고, 고농도 계절 때 평소보다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한다. 전국 625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망(TMS) 결과도 계획보다 당겨 올 연말부터 실시간 공개한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경우 3491t을 줄이는 게 목표다. 겨울철인 12~2월에 9~14기를, 봄철인 3월에 22~27기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가동 중단 발전소 외에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출력을 80%까지 낮춘다. 계절별, 시간별로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관리 정책도 편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이 경우 “10GW(기가와트)의 예비전력을 확보한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넉 달 동안 월 평균 1200원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9%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에선 4087t 감축이 목표다.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를 대상으로 생계용을 제외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고농도 주간예보 때 차량 2부제를 병행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장에서 노후 건설기계 사용을 제한하고,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적절한 비용 보전방안 등을 마련하는 안도 포함됐다. 경유 승용차는 환경 피해를 고려해 자동차세 경감률도 차등 조정한다. 국내 미세먼지의 18%를 차지하는 도로나 건설공사장 등에선 3464t을 감축하려 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는 청소 주기를 늘리고 속도도 제한한다. 주거 지역 인근 공사장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 공개하며, 농촌의 폐기물 불법 소각을 막기 위해 수거·처리를 지원하고 집중단속을 병행한다. 이밖에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예·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실증사업을 확대하는 ‘한·중 푸른 하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중장기 대책의 경우 추가 공론화를 거쳐 내년까지 마련한단 계획이다. 이번 국민 정책제안은 지난 다섯달 동안 130여명의 전문가와 500명의 국민정책참여단이 토론과 숙의를 거쳐 마련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로 인해 불편과 피해를 겪는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수립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으로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 같은 상황”이라며 “과거와는 차별화된 과감하고 담대한 처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11405.html#csidx4f80ebbc152dd8bb384a891603457a0 ? 

‘지역’과 ‘시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두개의 열쇳말

[더 나은 사회]‘2019 지속가능발전대회’ 거제에서 열려정부, 지난해 12월 ‘K-SDGs’ 수립“중앙은 제도적·재정적 지원에 힘쓰고지방은 시민 참여 이끌어 실천 힘써야”25~27일 사흘간 경상남도 거제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를 상징하는 천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다.석문국가산업단지와 아산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 충청남도 당진시. 수도권에서 채 100㎞ 떨어지지 않은 입지요건 덕에 제철소와 각종 공장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산업도시로 발돋움했다. 2012년엔 행정구역상 군에서 시로 승격됐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의 뒤편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산업구조가 철강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된데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오염 문제도 심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5년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당진의 연간 배출량은 13만1752톤으로 충남 전체 배출량의 약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오늘의 성장에만 매달리다 다가올 내일을 맞이할 준비에 소홀했던 건 경상남도 거제시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도 비켜갈 만큼 경제적 풍요를 자랑했다는 이곳은 2014년 무렵 시작된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주축 기업들이 휘청이자 사람들은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도시를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지역경제의 뼈대 다시 세우기뼈아픈 반성은 도시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낳았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새로운 주춧돌 위에 지역경제의 뼈대를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당장의 성장과 성과만 좇아서는 나와 우리를 넘어 미래세대와 환경, 지역공동체 모두를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만들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현장에서 커지는 중이다. 경제와 사회, 환경의 세 가치를 통합한 지속가능발전이야말로 새로운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실제로 당진시는 2017년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유엔이 제시한 17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역 특성에 맞는 당진시만의 17개 목표로 손질했다. 이 가운데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에너지 정의 실현’이 특히 눈에 띈다. 과거 석탄화력발전에 밀려 관심조차 받지 못하던 태양광 발전은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수립 이후 탄력을 받는 중이다.지속가능발전대회에 맞춰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장승포항 수변공원 주변을 뛰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돌이켜 보면,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한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닌 편이다. 사람들에게 지속가능발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기도 훨씬 전인 1999년, 각 지방정부들 사이엔 지속가능발전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가 ‘지방의제21 전국대회’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앞서 1992년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 채택된 ‘리우 선언’의 이행 지침인 ‘의제21’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특히 의제21에서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각 지방정부는 자발적으로 관련 조직을 꾸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지속가능발전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25~27일 사흘간 경남 거제시 장승포구 일대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가 주인공이다. 올해로 스물한번째 열리는 행사다. 환경부와 경상남도, 거제시가 공동주최하고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내 지속가능발전을 앞장서 이끌어온 지역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지역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공동과제를 논의하는 마당이었다. “지속가능발전법 개정 올해 완료할 것”올해 행사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원들과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등 활동가 수백명이 참가했다. 자연스레 행사 현장엔 생동감이 넘쳤다. 거제시민들과 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쓰레기 수거와 달리기를 결합한 ‘플로깅’ 대회에 나온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오염의 위험성에 새로이 눈떴다. 한 중학생은 “우리는 ‘초록색’ 하면 자연보다 검색창이 먼저 생각나는 세대”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보호 인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외쳐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 행사가 관심을 모은 건,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한 뒤 처음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정책형성 과정에 이제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제도화하는 ‘지속가능발전법’ 개정이 올해 안에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 성패를 좌우할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정현 대전시 대덕구청장(마을만들기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은 “정치인이 바뀌어도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서울시 도봉구청장(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 회장)도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정권 기조가 흔들릴 때마다 흔들림 없이 실천해온 주체는 민간이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접근을 통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지속가능발전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과 시민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분야가 적힌 깃발을 들고 거제시내를 걸으며 행진하는 모습.‘수립 계획 없다’는 응답도 34.2% 이처럼 지역 현장 곳곳에서 지속가능발전의 열기가 달아오르고는 있으나,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노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우고 이행에 나서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지역에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목표 수립과 선언에만 그칠 뿐 정작 실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 2월26일부터 3월8일까지 전국 지자체 243곳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속가능발전 인식 진단’ 설문조사를 보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한 지역’은 16.5%, ‘수립 계획이 있거나 준비 중인 지역’은 35.4%였고, ‘수립 계획이 없는 지역’도 34.2%나 됐다. 지역 간 편차가 큰 셈이다. 이어 추진 여건을 묻는 말에도 ‘추진 의지는 있으나 지속가능발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50.6%나 돼, 관련 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이 밖에 지속가능발전 추진을 위해 ‘재정적 지원’ ‘가이드라인 제공’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각각 31.7%, 25%, 22.2%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정부도 지속가능발전의 확산을 위해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데 우선 힘쓸 계획이다. 맹학균 환경부 지속가능전략담당관은 행사 2일차에 열린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체계 구축 지원사업 결과 보고회’에서 “국가 단위에서 지속가능발전 실천이 잘되기 위해선 지역에서의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고유한 특성 살린 ‘지역화’도 과제확산과 지원을 넘어 ‘지역화’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의 핵심은 ‘우리 지역에 걸맞은, 우리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성격을 목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실의 모습은 이와 다르다. 엄철용 충남 당진시 지속가능정책팀장은 “많은 지역이 유사한 목표와 지표를 가지고 있어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을 잘 아는 시민이 좀 더 고민하고 계획적인 추진을 위해 전문가가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지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발전. ‘조금은 돌아가는 길,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한 길’일 수도 있으나, 그 길에 동참하려는 발걸음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지는 중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지속가능발전대회의 구호처럼, 국내 200여개 지방정부가 저마다 지속가능발전에 힘쓴다면 우리 사회도 200여개 색깔을 지닌 얼굴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 거제/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11394.html

기후 위기…최악 상황에 맞닥뜨려야 최선의 길을 찾는다

[조천호의 파란하늘]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 24번에도이산화탄소 농도는 되려 63% 증가성장이 행복을 준다는 우상 깨고세계 의기투합할 ‘새 허구’ 필요?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제24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회의(COP24)가 열리는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기후가 아닌 체제 변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머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990년 리우 정상회담 이후 2018년까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를 24번 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1990년 이후 배출을 전혀 줄이지 않는 시나리오를 따라 증가하여 2017년까지 무려 63%나 늘어났다. 기후재앙이 확실한데도 그 대응은 거의 자포자기한 상황이다. 물론 언젠가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이다. 기후가 위험수위를 넘으면 강제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지금까지’ 우리는 지구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주는 역량을 지녔다고 여겨왔다. 지구는 잘 살겠다는 욕망을 실현해 주기 위한 착취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유한한 지구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감당하지 못한다. 우리는 ‘큰 지구의 작은 세계’에서 ‘작은 지구의 큰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경제 규모는 성장했지만, 지구 안정성은 흔들린다. 소득은 늘었지만,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어려서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나이가 들어서는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웃을 이기지 못하면 불행해진다는 불안이 우리 삶을 치열하게 만든다. 우리 삶의 원동력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삶과 공동체는 피폐해지며 자연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에너지와 자원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환경을 파괴하고 생물을 멸종시키고 이웃과 단절되면서도 현실적으로 중단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최악의 상황이다. 로마클럽 50주년 기념으로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에서 46번째 보고서인 ‘지구 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달성’을 2018년에 발간하였다. 안전한 지구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으로 취해야 할 핵심적인 정책 5가지를 제시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해서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침체하고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우상을 부숴버려야 한다. 세계 최대 부자 100명이 가진 부가 하위 절반인 35억명이 가진 것보다 더 많다. 세계 상위 20% 사람이 전체 자원의 80%를 사용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정치가와 언론은 잘 살기 위해 성장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과잉 생산 중이어서 온실가스, 오염가스와 쓰레기로 지구가 절딴날 지경인데도 말이다. 지속해서 성장해야만 하는 상태는 지속해서 팽창하는 풍선과 같은 행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행성은 언젠가는 풍선처럼 터져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현재 76억 명 인구가 사용하는 자원, 에너지, 식량을 위해 필요한 면적이 2018년 기준으로 지구 1.7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가 은행가라면 이자로 사는 게 아니라 원금을 까먹으며 사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곧 파산이다. 성장이 빠를수록 파국의 한계에 부딪히는 시간도 그만큼 빠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그만큼 크고 위험하다. 이처럼 성장 그 자체가 성장을 끝낼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그의 책 <위험 사회>에서 언급한, 심각한 재난과 같은 파국 상황에서 도리어 길을 찾는다는 뜻의 ‘해방적 파국’이 일어날 여건이 마련된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려야 최선의 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안다고 바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는다. 하나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허구’를 발명했기 때문에 위대해졌다고 했다. 허구를 믿지 않았다면 국가도 화폐도 법도 없을 것이라 했다. 화폐는 종이이고 법은 글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그 허구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 순간 그 허구는 엄청난 힘으로 작용한다. 허구의 힘은 믿음을 만들어 내는 능력, 다시 말해 사람들이 합의하고 협조하게 만드는 능력을 뜻한다. 원자탄을 제조하는 것은 물리 지식만으로는 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조직화된 노동이 필요하다. 대규모 협업은 공동의 허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집단에서만 가능하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해야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허구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모두가 그저 불행하지 않기 위해 꽉 쥐고 있는 삶을 놓아버리고 행복을 향한 새로운 삶으로 갈아탈 수 있는 다른 허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새로운 허구를 믿는 순간 그 허구보다 더욱더 멋진 진짜 세상을 실현할 수 있다.지구는 인간의 욕망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좌우된다고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항상 안정한 상태에 머물도록 지구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제 지구 환경은 경제 성장을 위하여 자원과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부차적인’ 위치가 아니라 그 위험을 넘어서면 안 되는 ‘최우선적인’ 위치에 놓여야 한다. 이 상태에만 경제도 사회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경제를 다룬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으로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이 아니라 사회기반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 기반은 안정적인 기후와 풍요로운 생태계에서 살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권리, 그리고 좋은 삶을 보장해주는 공평성, 가치, 복원력, 교육, 건강 등의 수준으로 구성된다. 소비와 물질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공감, 공유, 연대하는 가치를 키워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자연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위험을 넘지 않는 지구 환경과 부족함이 없는 사회 기반 위에서만 인류는 지속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믿어야 한다. 우리가 한계에 맞닥뜨릴 때, 더 창조적이고, 더 과감하고, 더 멋진 세계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04682.html#csidx42337fdcad8d29380750462413d00b1 ? 

최근 4년 지구 기온 역대 1~4위…2019년은?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미국기상학회 2018년 4위 확인2016년>2015년>2017년>2018년 순2019년 1~7월 기간평균 역대 2위?2015~2018년 연평균기온은 역대 1~4위를 차지했다. 올해 1~7월까지 기온이 역대 2위권이어서 연평균기온 순위도 상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해양대기청 제공 미국기상학회는 이번 달 발간하는 <기후연례보고서 2018>에서 지난해가 최근 3년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따뜻한 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60여개 국가 47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참여했으며, 조사·분석은 수십만개의 독립적인 관측 자료들에 기반을 둬 이뤄졌다.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의 주요 지표들에서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해수면이나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등 몇몇 지표들은 1년 전 세워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무엇보다 2018년 전 지구 연평균 기온은 1981~2010년 평균보다 0.30~0.40도 높아, 1800년대 후반에 시작한 세계 연평균 기온 기록 가운데 4번째로 높은 값을 보였다. 지금까지 가장 따뜻한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순으로 최근 4년간이 역대 가장 따뜻한 기간으로 기록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었음에도 2018년 평균기온이 13.0도로 평년(12.5도)보다 0.5도 높아 1973년 이후 최고 10위를 기록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가장 강한 폭염이 휩쓴 올해 7월의 전 지구 월 평균기온이 14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되는 등 올해의 연 평균기온도 최근 몇 년과 마찬가지로 상위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1~7월 전 지구 평균기온은 14.8도로, 20세기 평균기온 13.8도보다 1도가 높아 이 기간 평균기온 순위가 2위인 2017년과 동률을 이뤘다. 지난해에는 온실가스 농도의 최고치가 또다시 경신됐다. 세계 연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7.4ppm으로 기록돼 전년보다 2.4ppm이 높아졌다. 해수면 온도는 2016년 엘니뇨 이후 다소 내려갔음에도 1981~2010년 평균보다 0.33도±0.05도 높아졌다. 해수면 높이는 7년째 계속해서 높아져 2018년에는 인공위성으로 해수면을 측정하기 시작한 1993년에 비해 8.1㎝ 높은 기록이 세워졌다. 세계 해수면 높이는 10년마다 평균 3.1㎝씩 높아지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07971.html?

“우린 멸종위기 청소년”…한국서 27일 기후위기 학교 파업

환경단체들, 기후위기 맞서 대규모 연대체 구성‘유엔 정상회의’ 맞춰 집회·시위·등교거부 예고?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계획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 및 대통령의 기후정상회담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는 멸종위기 청소년입니다” 환경단체 등으로 꾸려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교 2년생 오연재(17)양은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 불렀다. 그는 “‘청소년인데도’ 거리로 나선 게 아니라, ‘청소년이라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온실가스나 기후변화를 다룰 땐 멸종위기를 북극곰 같은 일부 포유류만의 문제로 얘기해요. 하지만 이제 그들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인류도 멸종할 수 있고, 지금 청소년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오양을 비롯,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군의 청소년들은 지난해 8월 ‘청소년기후소송단’을 조직했다. 정부를 상대로 당장 기후변화를 막을 행동에 나서달라는 소송을 하잔 취지다. 올해 5월부터는 ‘청소년 기후행동’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확대했다.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집회를 해오고 있다. 금요일인 오는 27일엔 최대 5천명가량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이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도 계획 중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한국으로도 확산하는 것이다. ‘청소년 기후행동’과 함께한다는 20대 청년 김보림(27)씨는 “청소년·청년들에겐 입시나 취업이 당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런 문제에만 신경 쓰기엔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여러 상황이 온실가스란 요인으로 촉발되는 것에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연 기자회견은 오는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위기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27일 ‘결석시위’에 앞서 주말인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각종 활동을 계획 중이다. 이 기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명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 거리로 나선다. 기후변화 정상회의엔 한국 청소년·청년 3~4명이 유엔이 따로 마련한 ‘유스 서밋’(청소년 정상회의) 등에 참가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게 되면 인류가 대처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를 것이며, 1.5℃ 상승만으로도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상학자들의 모임이라 할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연 총회에서 채택한 ‘1.5℃ 보고서’가 바로 그 내용이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1.5℃ 상승까진 12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관건은 앞으로 1년 반 정도의 기간이다. 올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25차 당사국 총회(COP25)에선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을 다룬다. 내년 말 영국에서 열리는 26차 당사국 총회가 1.5℃ 이내로 인류가 지구 기후를 안정시킬 마지막 기회의 국제 모임이다. 여기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이대로 탄소배출 양상이 지속한다면, 12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1.5℃를 넘게 된다.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5위, 증가율 1위(이상 2015년 기준)다.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국은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서만 화려하게 써놓고 아무것도 지키고 있지 않다. 하루빨리 우리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강제적인 감축 할당량을 받아들여야 하는 더 고통스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최예린 이정규 기자 xen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08419.html#csidx1a3d92925cb12349865404cefda2b7d ? 

[왜냐면] 지속가능한 물 관리로 세계를 이끈다 / 조명래

?조명래환경부 장관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근교에는 세고비아라는 오래된 도시가 있다. 이곳의 명물인 수도교는 아치형 다리 위에 수로를 설치한 것인데, 그 형태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스페인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힌다. 수로에 미세한 경사를 두어 가압펌프와 같은 별도의 시설 없이도 물이 끊임없이 흘러갈 수 있게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세고비아 수도교는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했던 로마인이 건설했다. 로마가 수세기 동안 대제국으로서 위용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물 관리 기술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로마는 물 관리를 잘한 나라였다. 로마인은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수원에서부터 수로를 설치하여 로마 시내 100만 인구가 충분히 쓸 만큼의 물을 끌어왔다. 끌어온 물은 상하수도를 비롯하여 급수탱크, 공중목욕탕 등 다양한 수리시설을 설치하여 다용도로 쓰였다. 이런 로마 시대 수리시설 유적은 서유럽과 북아프리카, 소아시아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로마의 물 관리 기술은 제국의 힘이 닿는 구석구석마다 전파되어 그 지역의 물을 적절히 다스리고 이용하는 데 활용됐다. 4일부터 4일간 대구에서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이 열린다. 이 행사는 2015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물 행사인 제7차 세계물포럼의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해 2016년 시작됐다. 제7차 세계물포럼은 역대 포럼 중 최다 인원이 참석한 행사로 세계 168개 나라, 4만7천여명이 모여 물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는 대축제였다. 올해로 네번째 열리는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물 문제를 다룬다. 특히 이번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의 화두는 ‘인간과 자연을 위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다. 물은 효율적으로 이용되어 현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도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이런 인간을 위한 물 관리는, 친환경적 하수 처리와 하천 관리로 수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말자는 의미에서 자연을 위한 물 관리가 돼야 한다. 기후변화로 지구 곳곳에 유례없는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안전한 물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누리려면 물 관리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개발과 관리의 대상에 머물렀던 ‘물’이 인간과 공존하는 ‘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의 수량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물 관리 일원화로, 수량과 수질, 생태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물 관리 경험과 이를 뒷받침해온 물 관리 기술을 전세계에 알려, 통합 물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데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올해 국제물주간의 주요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물 관리’라는 점에서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물 분야 고위급 회의인 ‘워터 리더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각국 정부, 국제기구, 기업 등의 대표 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물 관리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 ‘워터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물 관리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한편, 국외 발주처와 국내 물 기업 간 면담을 통해 협력사업 발굴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이번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물 관리가 전세계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로마의 물 관리 기술이 이탈리아반도를 넘어 유럽 대륙과 그 주변 지역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 관리 기술과 경험이 널리 전해져 세계 물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08457.html#csidxe0f92aba52c656ab16a51975135a45d ? 

[우리가 잘 몰랐던 에너지 이야기] 기후위기에 응답하지 않는 나라 / 이헌석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국내에선 큰 반향이 없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는 ‘기후위기’ 문제다.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잡았다. 또한 이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5도까지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했다.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최대 1.2도 정도 올라간 상황에서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을 잡은 것이다. 1.2도 상승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날씨는 혼란에 빠졌다. 올해 서유럽은 전례 없는 폭염으로 프랑스 파리 최고 기온이 42.6도까지 올랐다. 알래스카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빙하가 녹아 홍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 기상이변 뉴스는 너무 많아 이를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를 기후 위기(crisis)나 붕괴(breakdown)로 바꾸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상황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언론이 주로 쓰는 기후변화라는 말은 수동적이고 너무 공손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파리 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모아봤더니 이 계획을 100% 달성해도 ‘2도 이내 억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적 강제조항조차 없는 이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생각할 때 위기 상황은 파국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를 제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달 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이제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회의다. 그간 정치인들의 사진촬영과 말잔치로 진행됐던 회의로는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탄소 중립화법에 서명했다. 탄소 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피치 못한 배출에 대해서는 탄소를 흡수하는 상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영국은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기준 80%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프랑스 역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내용을 담은 법을 제정했다. 노르웨이(2030년)나 핀란드(2035년)처럼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나라도 있고, 일본처럼 21세기 후반으로 느슨하게 목표를 잡은 나라도 있지만 주요국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우, 얼마 전 민주당 샌더스 후보가 무려 16조3천억달러 규모의 공적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100%로 늘리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를 하겠다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다양한 현안에 묻혀 기후문제가 정치 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너도나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맞춰져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탄소 배출 제로’란 단어는 언급조차 않고 있고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미덕’으로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경제와 산업에서 저탄소 전환 문제가 제기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후문제는 우리나라에선 ‘남의 나라’나 ‘북극에 사는 곰’ 이야기에 불과하다. 더 끔찍한 것은 에너지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은 없고 몇몇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끝도 없는 가짜뉴스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고 행동을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참석 계획조차 없다. 누군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은 뭘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할 말이 없다. ‘그건 다른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라는 정치인들의 솔직한(!) 대답도 종종 듣는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닌 걸까?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09368.html?

기상위기…온실가스 감축 서둘러야

기후위기 대전비상행동 기후위기시대 대응 촉구기후위기 대전비상행동 회원들이 19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직접 만든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나와 ‘전 세계가 생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1.5도의 한계, 이제 0.5도 남았습니다.” ‘기후위기 대전비상행동’은 19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 기후위기시대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대전지역 30개 시민·종교단체와 정당으로 꾸려졌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100년간 산업 문명은 무분별한 화석연료를 사용해 지구 온도를 1도 높였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지구의 평형은 회복될 수 없고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조건이 붕괴한다’고 말한다”며 “이제 0.5도 남았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남은 기간은 10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단체는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해 비상선언하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제 목표를 수립할 것, 지방정부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 수립 및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시행, 지방정부는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구성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910161.html?

[김종철 칼럼] 툰베리의 결기

칠십, 팔십이 넘은 노인이라면 모를까, 아직 10대인 소녀가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옷도 새로운 것을 사 입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단호한 태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이 놀라운 집중력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소형 요트를 타고 2주 만에 뉴욕에 도착한 그레타 툰베리, 올해 16살인 이 스웨덴 소녀는 어느새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학교로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서 1인 시위를 시작한 이후 그는 “우리의 집(지구)에 불이 났는데, 어른들은 왜 딴짓만 하고, 불을 끌 생각을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되풀이해왔다. 이 단순명료한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강력한 호소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말과 행동 사이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그의 모습에서 지금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 순수한 진정성을 느끼고, 그 절실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소녀가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신기할 것도, 별로 찬양할 만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서 요트 항행이지, 툰베리의 이번 여정은 화장실도, 샤워시설도 없는 것은 물론,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거의 바람의 힘에 의지하여 움직이는 조그마한 요트를 타고 광대한 해양을 가로지르는 항행이었다. 결코 쉽고 편안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굳이 그런 여행수단을 택한 것은 오늘날 환경파괴의 주범 중 하나, 즉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는 결심 때문이었다. 툰베리는 자신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오늘날 환경운동가들조차도 끊임없이 항공여행을 하고 거리낌 없이 (공장식 축산물인) 육류를 먹는 행동이라고 어느 집회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적어도 자신은 절대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이번의 대서양 횡단 항행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게다가 뉴욕에 도착한 직후 어떤 언론인과 나눈 대담에서 툰베리는 자신의 사적 생활에 관련해서 또 한번 경악할 만한 발언을 했다. 즉, 자기는 현재도 새로운 옷을 사 입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요컨대 지구를 이토록 망가뜨려온 소비주의문화에 자기만이라도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결의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칠십, 팔십이 넘은 노인이라면 모를까, 아직 10대인 소녀가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옷도 새로운 것을 사 입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 단호한 태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이 놀라운 집중력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리들 대부분은 지금 환경을 걱정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늘 생각(혹은 말)과 행동이 따로 도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환경운동에 생애를 바치고 있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규모 환경단체들 중에는 회비나 일반시민들이 낸 후원금을 ‘굴려서’ 더 큰 돈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또 우리가 잘 아는 나라의 어떤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주요 연례행사 중에는 (한번 움직일 때마다 자동차 수백만대분의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내는) 크루즈선을 타고 연근해를 돌면서 몇날 며칠 동안 진행하는 선상 토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애초 목적에 충실한 운동인지, 조직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비즈니스 활동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현상이 환경운동권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거두절미하고 말한다면, 자연환경이 끊임없이 훼손·오염되고 무수한 생물종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정신이라고 해서 온전한 상태로 있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미나마타병’이라는 비극적인 산업재해의 문명사적 의미를 생애 마지막까지 캐물었던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지금은 “인간정신이 극도로 쇠약해진” 말세 중의 말세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목적을 위해 출발한 일이 도중에서 방향이 흐려지거나 변질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례인지도 모른다.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현상은 오늘날처럼 근본적으로 뒤틀린 세상에서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노출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환경운동이라는 것은 다양한 사회운동 가운데서도 가장 큰 딜레마를 처음부터 내포하고 출발한 운동이다. 즉, 환경을 지키려는 운동을 하면 할수록 환경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역설적인 논리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환경운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툰베리가 매우 이상하게 여기는 사태, 즉 고명한 과학자들이나 환경운동가들이 밤낮없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캐나다의 원로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스즈키는 몇해 전부터 항공여행을 해야 하는 강연은 중지하고, 그 대신 영상을 이용한 강연을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착잡한 상황에서, 지금 서양에서는 무너지는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후위기에 둔감한 동료 시민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기 위해서, 혹은 자기 한 사람이라도 사라지면 지구가 그만큼 건강을 되찾을 확률이 높아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렇게 결행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아직은 극소수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언론 보도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미미한 듯 보여도 이것은 매우 불길한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류사회는 파국적인 기후변화로 멸망하기 전에 인류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맑고 민감한 영혼들이 사라지거나 병들어버린 결과로 속절없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음을 그것은 암시해주기 때문이다.(실제로 최근 만난 한 젊은 농부도 그런 의미의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절대로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실하게 노력하다가 가면 되는 것이지, 세상을 살리겠다고 뭔가 비상한 행동을 해야겠다고 작심하는 것도 ‘교만심’의 발로일 수 있다고 말했으나, 그렇게 말하는 내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툰베리의 결기에 찬 말과 행동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툰베리는 오늘날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이 왜 이토록 어려운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봄 영국 하원에서 행한 연설 중에서 “대중의 지지를 잃을까봐 ‘더 많은 성장’을 끊임없이 약속하고 있는” 정치가들의 위선과 거짓을 날카롭게 비판한 대목에서 그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장기적인 비전도,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저열한 정치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구원의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을 이 영민한 소녀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0196.html?

[사설] 국제사회 흐름과 거꾸로 가는 기후위기 대응

?지난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와 대통령의 기후행동 정상회담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1일 서울 대학로를 비롯해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시민사회가 20~27일을 ‘기후위기 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엔 총회 기간인 23일 미국 뉴욕에서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소집한 이 회의는 세계기후회의 사상 처음으로 이름에 ‘행동’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한다.전세계가 기후 문제로 전례 없는 동시 행동에 나서는 것은 국가와 시민사회 할 것 없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들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도드라진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18개 국가가 앞다퉈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내놨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목표를 법에 명문화하거나,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그동안 경고음은 쉼 없이 울려왔지만, 각국 정부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식으로 일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1.5도 보고서’가 큰 변곡점이 됐다. 과학자들이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의 1.5도 안쪽으로 유지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10년 이내에 45% 줄이고 2050년에는 0%를 달성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상황의 심각성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런 국제사회 흐름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말로는 ‘에너지 전환’을 한다면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외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4년 빼고는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7위였고, 올해는 6위가 될 거라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배출증가율은 2위다. 2020년까지 잡은 감축 목표는 폐기됐고, 2030년까지 목표는 아이피시시 권고의 18.5%에 그치고 있다.기후위기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더구나 현재의 위기는 사회적 약자들이, 가까운 미래의 재앙은 다음 세대가 오롯이 겪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안이한 대응은 다른 나라들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국을 ‘기후 악당’이라고 부르는 국제사회 비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엔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당국자들은 깊이 새기길 바란다.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10346.html?

‘내일은 늦으리’ 툰베리 호소에…전세계 젊은이들 릴레이 ‘기후 파업’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맞춰…전세계 139개국 이상 집회“무능한 어른들 대신 젊은이들 도덕적 선명성 보여줘” 평가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20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전세계 릴레이 ‘기후 파업’에 참석한 두 소녀가 ‘지구가 불타고 있어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이날 집회 시작 테이프를 끊은 호주에서는 최대 도시 시드니와 수도 캔버라는 물론 오지인 앨리스 스프링스 등 110개 도시에서 학생과 직장인이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고 거리로 나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행동에 나섰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정부를 향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호주 내 집회 주최 측은 이날 30만명이 집회에 참가해,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해수면 상승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남태평양 국가 솔로몬 제도에서는 어린이들이 시위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풀잎으로 짠 전통 치마에 나무 방패를 든 채 해안가에 도열해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또 타이에서 청년 200여명이 환경부 청사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펼친 것을 비롯해, 필리핀과 홍콩,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소규모 집회가 이어졌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에서도 이날 900개의 관련 집회가 예정돼 있다. 특히 1년 내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려왔던 독일에선 남서부 프라이브루크시에서 1만7000명(경찰 추산)이 참가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전국 500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린다.스웨덴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16살 소녀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전세계 학생 140만명의 동맹 파업을 이끌어낸 데 이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세계적 차원의 ‘기후 파업’을 이끌고 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누리집 갈무리   hongbyul@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10360.html?

[한겨레 프리즘] 우린 지속할 수 있나 / 박기용

?박기용 전국2팀 기자(환경 담당) 몰랐다. ‘최종 심급’, 아니 ‘끝판왕’이 기후일 줄은. “기후변화 주장은 거짓(hoax)”이라고 떠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들의 선동이 솔직히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관련 자료나 책을 보면서 ‘온난화가 오히려 빙하기나 소빙하기를 막아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근질거리듯 떠올랐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차한다고 하니 지금이 간빙기면 다시 빙하기가 될 텐데 그걸 막으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미 전세계 가장 권위 있는 기후학자들이 모여(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작성한 과학적 합의(‘IPCC 1.5℃ 특별보고서’)가 있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온다는 게 결론이다. 한데 이미 1도가 올랐다.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0.5도가 더 오르게 되는 시기는 2040년, 앞으로 21년 뒤다. 특히 극지방이 문제다. 얼어 있을 땐 거울처럼 햇볕을 반사해 온도 상승을 막는 구실을 하는 빙하가, 녹고 나면 오히려 태양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그렇게 지구 스스로 기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후론 인류의 힘만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을 뿐, 결국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였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명제만큼 앞날과 관련해 확실한 명제는 기후변화였다.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진다. 그것도 급격하게. 5억4천만년 전 고생대 이후 대부분의 기간은 지금보다 따뜻했다. 그러다 275만년 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출현했고, 90만년 전부터 빙하기 주기가 10만년 단위로 바뀌었다. 현생인류가 출현한 건 20만년 전이다. 빙하기였던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시작한 인류는 빙하기 말기인 2만년 전 아시아 대륙까지 진출했다. 바닷물이 온통 얼어 있어 육지가 모두 연결돼 있던 덕이다. 1만2천년 전부터 기온이 현재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7천년 전에야 비로소 해수면 상승이 멈췄고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문명이 등장했다. 장구한 시계열에서 보면 문명의 등장은 오로지 기후 조건 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던 기온이 최근 100년 동안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기온이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적이 없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시속 100㎞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시속 2천㎞ 이상으로 질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극한 기온도 점점 잦아진다.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열여덟번의 해 가운데 열일곱번이 2001년에서 2018년 사이에 몰려 있다. 가장 뜨거웠던 다섯 해는 2016년, 2015년, 2017년, 2018년, 2014년 순서다.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한여름 최고 기온 경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405ppm을 넘어섰다. 이 정도 농도는 인류가 존재하지 않던 300만~500만년 전에나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더 높았다. 인류는 이런 조건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게 있다. 서로 교신이 가능한 고등 문명권이 우주에 몇이나 될지를 추정한 것인데,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은 자신이 쓴 책 <코스모스>에서 이 방정식을 적용해 “인류가 당장 몰락한다면 방정식이 얻는 값은 수백만에서 고작 10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인류가 지구라는 천혜의 공간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지적 생명체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의 75억명에서 2050년께 90억~100억명으로 불어난다. 올해 태어날 내 아이는 2040년에 22살, 2050년에 32살이 된다. 아이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질 않는다. xeno@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0444.html?

“기후 위기는 정치·경제 위기”…유엔서 메아리친 ‘청년 함성’

젊은 기후활동가·기업인 500여명“다음세대보다 수익이 더 중요한가”화석연료 소극적 대응에 정면 비판20일 4백여만명 ‘기후파업’ 시위오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주목?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정면 가운데)이 전세계 500여명의 젊은 기후활동가와 기업가를 초청해 마련한 ‘청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6·오른쪽 둘째)가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 20일 뉴욕·파리·베를린·서울 등 전세계에 걸쳐 ‘기후 파업’을 주도한 청소년 수백명이 이튿날 유엔에 모여 “기후와 생태계 위기는 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적 위기”라며 긴급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23일에는 지구촌 각국 정상들이 모여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연다. 2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120여개국 젊은이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식 ‘청년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500여명의 젊은 기후활동가와 기업가를 초청해 처음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19)는 “기후와 생태계 위기는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문화적 위기”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전날 세계에 걸쳐 일어난 기후 파업에서 아르헨티나 파업을 주도한 청년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마치 ‘유엔 기조연설 청중’인 양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만들어낸 문제를 우리 세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우리는 소극적으로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리더가 돼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91개국 정상과 45명의 정부 수반 및 40명의 각국 장관에게 “청년의 분출하는 행동·분노·공포를 결코 무시하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번 기후 파업을 주도한 그레타 툰베리(16·스웨덴)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연대했고,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번 기후 시위·파업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툰베리는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지난 8월말 뉴욕항에 도착한 바 있다. 툰베리는 23일 유엔 공식 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유엔본부 복도는 자국의 전통 의상,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젊은 활동가들로 넘쳐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패널로 참석한 대기업을 향해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캐슬린 마(23)는 마이크로소프트(MS) 쪽 참석자를 향해 최근 석유·석탄 화석연료기업과 사업계약을 한 사실을 문제삼으며 “우리 젊은 후세대보다 수익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남태평양 피지에서 온 코말 카리슈마 쿠마르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책임을 지지 않으면 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외쳤다. 청년들과 회의를 한 뒤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운동을 시작한 여러분의 진취성과 용기로 변화의 모멘텀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와의) 달리기에서 아직도 뒤처져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보다 빠르다”고 걱정했다. 20일에는 기후변화 긴급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청년 기후파업’이 남반구 끝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반구 끝인 아이슬란드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벌어졌다. 하루 수업을 거부하고 기후변화 행동 최전선에 나선 청년 400여만명이 뉴욕·파리·베를린·서울 등 160여개국의 수천개 도심과 거리를 가득 메웠다. 지구 온난화 관련 사상 최대규모 집회로, 파리에서만 1만5천명이 기후변화 저항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회견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절박성을 놓고 세계가 시끄럽게 떠들도록 만드는 일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에 앞서 스베냐 슐체 독일 환경장관은 21일 “기후변화 대응에서 핵심 축은 석탄 추방이다. 석탄발전소 건설·금융지원 금지 등을 약속한 ‘탈석탄동맹’(영국·캐나다 등 30여개 국가 및 주정부 참여)에 독일도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10466.html?

최근 5년 역사상 가장 덥고 CO₂ 농도 가장 높아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세계기상기구 ‘2015~2019 지구 기후보고서’ 지구기온 산업혁명 이전보다 1.1도 상승 2011~2015년보다 최근 5년간 0.2도 올라이산화탄소 증가 가팔라 연말 410ppm 초과   ?세계기상기구는 ‘2015-2019 전지구 기후보고서’에서 최근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다섯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를 포함해 최근 다섯해가 역사상 가장 더웠던 5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올해 말 410ppm을 초과해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발표한 ‘2015-2019 전지구 기후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다섯해가 역대 더위 순위 1~5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온실가스 농도가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증가율은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20%나 높아졌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특히 전지구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올해 말 410ppm에 도달하거나 초과할 것으로 보여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로 말미암아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 상승했으며, 최근 5년은 이전 5년보다 0.2도 상승했다고 세계기상기구는 덧붙였다.1854년~2019년 전지구 기온편차(산업화 이전 대비)의 5년 이동평균. 자료=영국기상청 보고서에서 전지구 평균 해수면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5㎜ 상승해 1993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 3.2㎜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도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남극의 여름(2월) 해빙 면적은 각각 사상 1·2위로 작았고, 2017년 겨울(9월) 해빙도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또 2009~2017년에 남극에서 해마다 손실된 얼음의 양이 2,520억t에 이르러 1979년 400억t의 6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파리기후협정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생산, 산업, 운송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균기온 2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3배 이상,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서는 5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참고 : 전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발표값으로 향후 변경될 수 있음. 세계기상기구에서 발표하는 전지구 농도는 통상 10월에 발표됨. 한편 기상청은 우리나라 최근 5년 평균기온은 13.3도로, 이전 5년보다 0.3도 상승해 전지구 평균기온보다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의 2018년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415.2ppm으로, 2017년 대비 3.0ppm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증가폭이 전지구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고 밝혔다. 안면도의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도 연평균 2.4ppm으로 전지구 2.3ppm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한반도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과 기온 상승폭이 전지구보다 높게 나타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 혁신을 통한 민·관 모두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10478.html?

세계기상기구 “최근 5년 역사상 가장 더워…대재앙 우려”

WMO,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 발표CO₂ 증가율, 2011~2015년보다 20%나 높아져 최근 5년 평균기온,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올라 탈라스 WMO 사무총장 “지금 같은 기후변화…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 초래할 수 있어”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을 요구하며 ‘뜨거워진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뜻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최근 5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장 높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상태로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전 지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이 초래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15~2019 전 지구 기후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가 역사상 가장 더웠던 5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2019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맞춰 발표된 것이다. ▶관련기사 2·13면 세계기상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농도가 해마다 올라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의 증가율은 지난 5년(2011~2015년)보다 20%나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 지구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올해 말 410ppm에 도달하거나 초과해 역사상 가장 가파른 상승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멈추지 못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 5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섭씨 1.1도 올랐고, 이전 5년보다 0.2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남극과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5㎜로 나타났는데, 이는 1993년 이후 연평균 상승률이 3.2㎜를 유지했다는 점에 견주면 크게 오른 수치다. 특히 2017년과 지난해 남극의 여름(2월) 때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의 넓이는 역사상 가장 최저치였고, 2017년 겨울(9월) 해빙의 넓이도 두번째로 좁은 수준이었다. 2009∼2017년 남극에서 해마다 없어지는 얼음의 양은 연평균 2520억t에 이르렀는데, 이는 1979년 손실된 400억t의 6배가 넘는 양이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지금 같은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며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명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생산, 산업, 운송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기후변화 속도와 온실가스 증가 폭은 전 세계 수준보다 가파르다. 한국의 최근 5년(2015~2019년) 평균기온은 13.3도로, 이전 5년(2011~2015년)보다 0.3도 높아졌다. 지구 전체 평균기온보다 0.1도 더 오른 것이다. 지난해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측정한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2ppm으로 2017년 연평균보다 3ppm 늘어났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도 연간 2.4ppm으로 전 지구 평균(2.3ppm)보다 높다. 기록적인 폭염도 기후변화의 속도를 실감케 한다. 지난해 19일 동안 이어진 폭염으로 산간 지역인 강원도 홍천의 일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온실가스를 계획대로 줄이지 못하면 2021년 이후 전국 시·군의 63%가 ‘높음’ 수준의 폭염 위험에 노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 지구적인 위험 앞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단체 등 330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로 꾸려진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와 부산, 대구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모두가 멸종위기종이고 난민이다. 뜨거워지는 온도 속으로 지구라는 섬이 잠길 때, 이곳을 떠나 우리가 도망칠 곳은 없다.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안전 따위는 아랑곳없이, 화석연료를 펑펑 써대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한 “정부는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포하라”며 “이미 전 세계 10여개 국가와 1000여개 ?도시가 비상선포를 내렸다. 지금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 나라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일 수 있는 계획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상태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10477.html?

성매매집결지 여성친화 마을로…도시재생 ‘젠더’를 입히다

1부 ② 진화하는 도시재생‘성매매’ 아산 장미마을의 변신양성평등거리·여성커뮤니티센터 추진 “지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느껴”성공 열쇠는 ‘주민과 소통’사업 내용부터 원주민 정착방안까지 도시재생 흐름 ‘통합·포용’으로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마을로군산, 근대 역사문화 자산 거점으로순천, 마을방송국·도서관 만들어  ?사진 : 아산시청, 한겨레 그래픽 지난달 17일 오후 찾은 충남 아산시 온양온천 관광지 ‘장미마을’. 한때 충남 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던 과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술집이 빽빽하게 들어차 음침하던 골목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널따란 길이 생겼다. 아산시청이 유흥업소를 매입한 뒤 건물을 허물고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80여곳에 이르던 업소는 지금 5~6곳만 남았다. 이미 동네 분위기가 바뀌어 나머지 업소도 매입 문제를 놓고 시와 논의 중이다.여성 인권 유린의 상징이던 장미마을은 더 큰 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아산시가 추진하는 여성친화형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낙후된 마을을 재생하면서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산시가 처음이다. 장치원 아산시 도시재생과장은 “장미마을은 여성의 인권침해와 아픔이 존재하는 장소”라며 “완전히 지우는 방식의 도시재생이 아니라 지난 과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장미마을을 여성 친화적인 곳으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성 인권을 외면했던 기억을 남기고, 성매매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자는 얘기다. 온양 원도심 여성친화 도시재생사업엔 온천동 16만225㎡(4만8천평) 면적에 국비 100억원, 지방비 67억원, 엘에이치(LH) 행복주택 1000억원 등 총 1167억원의 재정이 들어간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고 2022년 완공이 목표다. ?아산이 구상하는 ‘여성친화 도시재생’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장미마을 터에 양성평등거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거리에 여성커뮤니티센터를 세워 여성의 창업과 취업을 돕는 등 여성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성매매 집결지였다는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기 위한 공간도 검토하고 있다. 또 여성·청년·협동조합 등의 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특화상점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장미마을과 좀 떨어져 있는 또 다른 터에는 한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쉼터와 고령자 돌봄·부업 등 공동체 활동이 가능한 곳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5개 분과 주민협의체 만들어 논의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주민과의 소통이다. 아산시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상인, 사회적 경제, 청년,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된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지속해서 논의 중이다. 이들은 도시재생사업 내용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등에 이르기까지 상시로 만나 머리를 맞댄다.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도시재생대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도 하고 있다. 이현정 주민협의체 여성분과 분과장은 “10년 이상 전업주부로 있다가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지금 교육 강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 많았다”며 “양성평등거리나 여성커뮤니티센터가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만나 고민을 나누는 등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는 그는 “여성친화라는 것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도시재생에는 처음 접목되는 것이어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주민들이 내는 의견을 실제 사업으로 어떻게 반영할지 여성 전문인력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아산처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경제·사회·물리·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다 부수고 새로 짓는 대규모 토목사업인 재개발·재건축과는 성격이 다르다. 도시재생의 다양한 실험은 세계적 흐름이다. 유엔은 20년 단위로 도시 및 인간 정주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의를 진행해왔는데, 지난 40년 동안 의제는 주로 주거권과 기초서비스 분야에 맞춰졌다.하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유엔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합의로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 도시 등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되고, 2030년까지 도시 거주 인구가 세계 인구의 7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민의 방향이 달라졌다. 유엔은 앞으로 20년 동안의 도시 의제로 사회융합, 환경, 지역경제, 사람 중심 공간계획, 도시 거버넌스 등을 포괄하는 ‘신 도시의제’를 채택했다. ‘신 도시의제’가 목표로 삼는 것은 사회적 통합과 포용력 있는 도시, 일자리 창출, 생태적이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추구하는 것이다.?아산시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상인, 사회적 경제, 청년, 문화예술 등 5개 분과로 된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아산시는 “주민소통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산시청 제공 ■ 도시 노후화에 마을도 소멸, 도시재생 절실우리나라도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3월 쇠퇴하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청년창업, 혁신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인해 30년 안에 84개 시·군·구(전체 37%), 1383개 읍·면·동(전체 40%)이 소멸될 우려가 있다. 대도시도 건축물 노후화가 확산되고 있어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이미 진행된 도시재생사업 중에선 전북 군산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등 근대 역사문화 자산을 문화거점시설로 만들면서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2014년엔 군산 월명·해신·중앙동 일대 도심의 상가 공실이 100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전남 순천도 2년 연속 도시재생 최고 등급을 받는 등 평가가 좋다. 마을방송국, 도서관 만들기 등 꾸준히 진행된 도시재생으로 2014년 187채에 달했던 빈집은 지난해 7채로 줄었고, 주민 만족도도 90%를 넘는다.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곳에서 가장 강조하는 말은 역시 ‘주민 참여’다. 주민이 참여해서 주민이 만족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성공의 열쇠란 얘기다.물론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시재생에 뛰어들면서 천편일률적인 양상도 보인다. 한옥마을과 벽화는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기념관 설립도 도시재생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는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사업기간이 3~5년인데, 생각보다 촉박하다. 주민들이 도시재생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교육도 필요하고, 사업 방향에 땅·건물 매입 등 이해관계가 천차만별이라 논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시간에 쫓기다 보면 기존에 다른 지역에서 하던 것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사업기간에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여성의 목소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정책확산전략실장은 “도시재생은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요구와 이야기가 담기는 것이 핵심”이라며 “양성평등, 사회적 약자의 배려 등이 충분히 이뤄지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주체적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 실장은 “아산시가 여성친화를 전면에 걸고 도시재생에 나선 것은 굉장히 진화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사업은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활발하다. 나라마다 도시가 처한 상황이나 주택 문제가 달라 재생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정부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본에선 빈집을 허물기보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빈집을 허물면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에도 좋지 않다. 예를 들어 도쿄의 세타가야구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빈집, 빈방, 정원 등을 커뮤니티 시설로 만든다. 지역에서 필요한 공익시설이나 주민 교류 활성화를 위한 마을 카페, 커뮤니티센터, 놀이방 등 다양한 시설로 바꿔 지역 활성화에 이용한다. 일본은 정부가 빈집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해 매매·임대를 지원하는 ‘빈집 뱅크’를 만든 데 이어 빈집 조례(2014년), 빈집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2015년) 등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 이후 도시재생에서 ‘지역사회공헌협약’(Community Benefits Agreement, CBA)이 주목받고 있다. 김지은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쓴 ‘지역사회는 경제기반형 재생사업에 어떻게 참여하는가’라는 보고서를 보면, 공헌협약은 공공지원을 받는 대규모 민간개발사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협약에는 지역주민 우선채용 비율, 생활임금 보장, 부담 가능한 주택 확보, 공공시설 확충 등에 대한 목표치와 실행계획이 포함된다. 이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며, 지역 비영리단체는 이행 과정과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김 연구원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공헌협약은 공청회나 설문조사 등 소극적 주민 참여의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가 협상의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주민 참여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불안한 미래’ 우리사회 지속가능성, 국민 22%만 “낙관”

 1000명에게 물었다 ‘우리 사회 지속가능할까?’저출산·고령화·양극화·환경변화 공포“비관한다” 42% 달해 갑절 20대, 환경 빼곤 낙관지수 가장 낮아 미세먼지 등 환경 두려움도 증폭 “경제성장 중심 극복하는 것도 과제”“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미세먼지 등 주변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비싼 아파트, 답이 나오지 않는 교육, 불안한 일자리 등을 생각하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다니다 휴학 중인 김수미(가명·22)씨는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답답함도 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중간층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혼자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산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미래를 암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정치·경제·사회·환경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국민 10명 중 2명가량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낙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60대에서 비율이 가장 낮았다. 대다수 국민이 다가올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는데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미래세대와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노년세대가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어 상당한 위기의 징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월25~27일 실시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보면, ‘정치·경제·사회·환경 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해 21.7%만이 ‘낙관한다’고 응답했다. ‘비관한다’는 응답은 2배쯤 많은 42.1%, ‘보통’은 36.1%로 조사됐다.  미래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세대와 계층에 따라 뚜렷했다. 20대(19%)와 60대(14.8%)에서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을 낙관한다고 선택한 사람이 가장 적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경제·사회보장·환경·외교 등 5개 분야별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했다. 이 중 미래세대인 20대만 따로 살펴보면, 다른 연령과 견줬을 때 환경분야만 낙관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고, 나머지 분야에선 대체로 낮아 20대의 미래 불안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향후 귀하의 삶의 질은 어떨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20대의 30.4%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사회 구조에 대한 암담함을 느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격차가 상당히 컸다. 부유한 20대(중간층 이상)는 57.6%가 사회구조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봤지만, 가난한 20대(중하층 이하)는 23.1%에 그쳐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체 계층별 분석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간층 이하에서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에 대해 19.3%만 낙관한다고 응답해 가장 낮았다. 중간층 이상과 중간층은 각각 24.5%, 24%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대기오염, 에너지 등 환경적 측면의 지표가 가장 나빴다. 지속가능성을 낙관한다는 응답이 12.4%로 경제 등 5개 분야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령별로는 40대(7.9%)와 50대(9.7%), 성별로는 여성의 낙관 비율이 한자릿수로 낮았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미영(44)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둘 있는데,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최근 조금 좋아졌지만 미세먼지 심한 날은 무서울 정도”라며 “당장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없고, 중국 등 외부 변수도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문제는 내 삶에서 조금 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피부로 생생히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사회관계망(SNS)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다, 최근 스웨덴의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 등 환경운동가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알려진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등 정치적 측면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32.6%가 낙관한다고 답해 가장 높았다. 2016년 촛불혁명 등 시민의 힘으로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하야시킨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미래와 관련해 가장 불안한 점을 묻는 질문에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2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는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재정을 전폭적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1명대가 무너지면서 세계 유일의 ‘0명대’ 국가가 됐다. 고령화도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노인빈곤율도 45.7%에 이른다.  ‘자산·소득·교육 양극화 등 사회계층 간 갈등 심화’(25.2%)도 고질적인 불안요소다. 특히 20~30대가 저출산·고령화보다 사회계층 간 갈등 심화가 더 불안하다고 선택했다는 점이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금수저’ ‘흙수저’ 등 사회적 논란이 거세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갈등을 묻는 질문에 43.9%가 ‘계층 간 갈등’을 꼽아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념(29%), 지역(6.4%), 세대(6.1%), 성별(6%), 남북(5.6%) 등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64.4%가 ‘경제성장, 좋은 일자리 등 경제분야’라고 응답했다. 성별, 연령, 계층에 상관없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민주주의와 시민참여 등 정치분야가 13.7%, 환경분야 9.7%, 남북관계 등 외교 6.4%,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보장분야는 5.7%로 조사됐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경제와 성장,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없이는 우리의 미래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해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도 바로 이 성장 중심의 경제관”이라며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같은 생태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성장만을 숭배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챙기는 극단적 시장주의가 두 개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2015년 지구촌 193개 나라가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합의했다. 기후변화 대응, 불평등 감소 등 17개 목표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달성해 나가면서 경제·사회·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한겨레신문사는 오는 23~24일 ‘대전환 :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주제로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을 연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다. 서울 용산 서울드레곤시티호텔에서 열리는 포럼에선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특별강연을 하고, 도시 및 노동연구의 석학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기조강연을 한다. 포럼에 앞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기업, 도시, 금융 등 3개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도전이나 문제의식을 담은 1부 기획기사를 3차례에 걸쳐 싣는다. 국민 여론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분석한다. 이어 2부는 제러미 리프킨, 리처드 세넷 등 주요 연사의 사전 인터뷰 기사를 마련한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1701.html 

‘고위공직자, 도덕성 보다 능력’…국민 69%는 동의 안했다

1000명에게 물었다 ‘사회적 쟁점’ 어떻게 생각하나?인사청문회 도입 검증 강화에도사회·경제 기득권에 부정적 인식72% “그 자리 차지할 자격 없다”한일관계 회복과 역사 청산 놓고‘과거사 선해결’ 3배 이상 많아‘자사고 필요’ 부정답변 15%포인트 많아   한국 사회는 갈등이 많은 곳이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위(2016년 기준)로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높다. 물론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낸다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수많은 갈등을 피해갈 수 없다. 환경위기와 불평등, 복지 등 대부분 입장 차이가 나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주요 쟁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론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월25~27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우선 최근 한달 이상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꼽으라면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다. 보수·진보의 갈등을 넘어 진보 세력 안에서도 입장 차이가 커 사회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장관만큼 능력 있는 고위공직자가 없다는 의견부터 사모펀드 투자, 자녀 대학 입시 과정의 불공정 행위 의혹, 횡령·배임한 태광그룹 회장 탄원서 등 법 위반 여부 이전에 도덕성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정권이든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도덕성과 업무능력 문제는 늘 쟁점이 돼왔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도덕성이 다소 약하더라도 능력이 받쳐주면 괜찮다’는 항목에 69.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즉, 국민 10명 중 7명은 도덕성을 고위공직자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여러 논란에도 고위공직자 도덕성의 기준으로 높여왔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 기득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회·경제적 상위 계층은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에 72.1%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 회복’ 대 ‘역사 청산’, 무엇이 우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일 갈등과 남북관계 개선도 우리에겐 큰 과제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까지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심에는 언제나 역사문제가 있다. 한일 관계와 관련 응답자의 75.6%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사 문제 해결이 선행 돼야 한다’고 답했다. 24.4%만 ‘일단 한일 관계 개선 뒤 역사 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과거사 선해결’이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과거사 해결을 원하지만, 앞으로 한일간 역사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75.9%가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 등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자민당이 장기집권 하면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핵심인 통일을 두고는 입장이 팽팽했다. ‘남북한 격차가 크고, 비용이 들지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항목에 57.8%가 긍정적, 42.2%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긍정 의견이 많았지만, 20대만 절반이 넘는 52.9%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통일이란 의제가 청년 세대에겐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아닌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지지 등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도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10년 뒤 남북한 관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좋아질 것 43.3%,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기울어진 운동장, 특목고·자사고는 어떻게? 사회분야는 복지와 증세, 특수목적고·자산고 등 찬반이 가장 뜨거운 분야다. 먼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항목에 절반 이상인 58.3%가 동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정적 답변은 20대(60%)와 50대(66.9%)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중산층 이상(63.2%)이 높았다. 복지가 확대되면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우세했는데, 조금 주춤한 분위기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 ‘여러 논란에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가 필요하다’에는 동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이 57.4%로 동감한다(42.6%)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특목고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20대(59.5%), 50대(63.4%), 계층별로는 중하층 이하(64.5%)에서 많았다. 특목고, 자사고는 일반고에 견줘 비싼 등록금에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기울러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환경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분양가 상한제, 친환경 에너지 등의 쟁점을 살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다소 힘들어도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항목에 ‘동감하지 않는다’가 52.4%로 동감한다(47.6%)보다 4.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 16.4%, 10.9% 등 두 자릿수 인상이 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격차 축소라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도 남긴 탓이다.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영세·중소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다소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집값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에는 66.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과열 분위기를 억제한다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찬성은 주택 실구매 연령인 30대(70.7%), 40대(71.8%)에서 찬성이 높았다. 국민 대토론회까지 열었던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기요금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원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에 긍정이 65.2%로 부정적 의견(34.8%)을 큰 폭으로 앞섰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찬성이 많았다. ‘국민의 대표성 확대 등을 위해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에 동감한다가 54.5%로 동감하지 않는다(45.5%)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1702.html 

세계기업 200여곳 “100% 재생에너지로” ··· 탄소제로화 거센 물결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에너지전환 적극적기후위기 대응은 기업에 중요한 미래 생존전략협력업체에도 동참 요구, 무역장벽 될 우려 커중· 일기업도 “100%에 동참”, 한국기업은 없어환경보호 뿐 아니라 성장과 생존문제로 인식해야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자리 잡은 페이스북 본사 옥상 모습. 태양광 패널을 통해 3.6 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고, 공원을 조성해 강한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 제공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지역.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이 초창기부터 사옥으로 사용하던 ‘클래식’이란 구역을 찾았을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좋아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설립된 지 15년 만에 25억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로 커간 회사답게 사옥을 계속 짓고 있었다. 페이스북 웨이라 이름 붙여진 바닷가 도로를 따라 유리로 외관을 꾸민 빌딩들이 줄지어 있었고, 새로 짓고 있는 곳도 여럿이었다. 기자를 안내한 인프라 홍보담당자 멜라니 로 (Melanie Roe)는 “본사의 모든 시설이 친환경적으로 지어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재 이곳 60여개 건물의 모든 전기는 3.6 메가와트(MW) 규모의 옥상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나온다. 물도 순환시스템을 통해 75% 이상 재사용된다. 이곳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퍼져있는 데이터센터와 사옥에서 적지 않은 전기를 사용하는 페이스북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적극적이다. 최고경영자 마크 주커버그는 올 4월 데이터센터를 지원하는 6개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서부 텍사스에 4억1600만 달러(4982억원)를 들여 미국 최대 규모로 짓고 있는 프로스페로 태양광 발전소 (379MW)의 파트너 투자가 포함돼 있다. 에너지·환경·입지선정 총괄이사인 보비 홀리스 (Bobby Hollis)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모두 4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며 “내년 말에는 전 세계 모든 사옥과 데이터센터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9월 말 유엔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대규모 멸종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질타했다.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로 바꿔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지구생태의 위기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지구가 파국에 이르는 기온 상승이 0.5도 남았다는 것이 권위 있는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의 결론이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향후 세계 전력량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10년 내에 45% 줄이고, 2050년에는 0%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각성이 더해감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제로(0) 목표를 선언하는 국가도 늘고 있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업체와 정부의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나서 페이스북의 사례는 기업이 더는 기후변화의 방관자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페이스북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화석연료와 빠르게 결별하고 있다. 공업 및 상업용 전기수요는 전체 전력사용의 3분의 2에 이른다. 이런 노력은 ‘알이 100’ (Renewable Energy 100) 이란 국제 캠페인을 통해 결실을 거두어가고 있다. ‘알이 100’은 기업이 자체발전이나 구매를 통해 사용전략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약속하는 민간 캠페인이다. 2014년 국제환경단체 ‘기후그룹’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제안에서 출발해 8월 현재 19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월마트, 베엠베 등 글로벌 거대기업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의 전력 수요를 모아놓으면 세계 22위인 타이와 맞먹는다. 기후그룹의 샘 키민스 대표는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100%를 달성하겠다고 한 연도가 2026년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시에서 북동쪽으로 80여 킬로미터 떨어진 알타몬트 패스의 풍력발전 단지. 5천여개의 풍력 발전기가 있는 이곳은 80년대 초 석유 위기 시기에 지어져 한 때 미국 내 최대의 풍력단지였다. 이곳은 근처 실리콘밸리의 구글 같은 업체가 전기 구매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20여 기업이 2017년 말 현재 100% 목표를 달성했다. 9월 말 구글은 확장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춰 20억 달러의 투자가 예상되는 18개의 태양광 및 풍력 전력 구매계약(1.6 GW)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도 그 주 2024년까지 10만대의 배송용 전기벤을 구매해 배치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2040년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이케아는 2020년까지 28개국 336개 매장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로 약속했다. 완성차 업체인 베엠베는 2020년까지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2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알이 100’의 초기에는 미국과 유럽 기업이 주도했으나 지난해부터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기업의 가입도 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17년 3개에서 1년 사이에 13개로 늘었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 에너지 전환을 열심히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CSR) 이행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자는 것일 수 있다. 수지 측면에서 불리한 것도 아니다. 기술발전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싸져 여러 나라에서 ‘그리드페리티’(전기생산에서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를 달성해 재생에너지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생겼다.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태양광 발전단가는 85%, 풍력 발전단가는 50%가 떨어져, 세계 3분의 2 지역에서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단가보다 싸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보폭은 이런 정도의 목표를 뛰어넘고 있다. 인류 최대 ‘메가트랜드’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기업 문화와 전략을 바꿈으로써, 규제의 위험은 피하고, 시장의 변화를 선취해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알이 100’ 확산이 기후변화 대응에 청신호인 것은 에너지 전환을 정부와 발전사업자의 공급확대에서 기업과 수요자가 견인하는 쪽으로 뒤집은 것이다. 기업이 요구함에 따라 각국의 정부와 정치권도 서둘러 에너지 전환에 불편한 제도를 개선하게 돼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늘어나고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 (전기공학)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하고 태양광이나 풍력이 직접 투자하거나, 전략회사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요구함으로써 수요와 재생에너지 증가가 선순환되도록 설계된 캠페인”이라며 “에너지 전환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의 본사 구글 캠퍼스. 저녁에도 많은 직원이 불을 켜 놓고 근무를 하고 있다.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저녁 무렵 직원들이 불을 켜 놓고 배구를 하고 있다. 이곳 구글 본사의 모든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조달된다. 무역장벽 우려에도 불구 한국기업 움직임 더뎌 주목할 것은 이 캠페인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이 부품과 소재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한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하는 추세이다. 자신들만의 전환으로 끝나지 않고 확산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실재 2020년까지 공급사슬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애플의 담당 임원이 올여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정부, 국회 등을 방문해 자신들의 ‘크린에너지’ 정책을 설명하고 부품 협력업체도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애플의 방침에 따라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부품 협력업체가 세계에서 40여개에 이른다. 베엠베, 폭스바겐 등 유럽의 자동차 업체와 북미의 아이티 업체도 2016년 부터 국내 베터리 생산업체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베터리 납품을 요구하고 있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일부는 전환이나 전환계획을 요구하고, 프로젝트 수주의 조건으로 신새쟁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은 “아직 강제성을 띠지는 않지만, 이런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무역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기업들도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인 흐름에 비춰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아직 알이100에 참여한 국내기업은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사업장에서 202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실재 1년 사이에 재생에너지 사용이 빠르게 늘어 미국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 등 미국 내 사업장은 지난해 말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하이닉스도 해외사업장에서 2022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에너지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삼성전자 전체 전력의 65%를 사용하는 국내사업장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0.4% (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태양광, 풍력발전 확산의 기폭제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산업의 트랜드는 한국에선 여전히 생소한 이야기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인피니티 루프’란 별칭을 가진 애플 사옥은 옥상에 태양 전지판을 달아 1년 중 9개월은 추가 냉난방 전력이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 애플도 현재 모든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장기구매계약 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시급 이런 데는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비싸고 △기업 내부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약하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말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7년 말 현재 8%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논란이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설치 잠재력은 건축물 옥상, 염해 농지 등 우선 공급 가능한 면적만으로도 충분한 편이며 해상 풍력도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삼성 KPMG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킬로와트시(kWh) 당 정산단가는 태양광 97.9원, 풍력 105.8원으로 유류( 179.8원), 엘엔지 (121원), 무연탄 (104.6원) 보다 낮거나 비슷하고, 유연탄(81.8원), 원자력(62.1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라고 무조건 비싸다는 인식은 벗어날 때가 됐지만 그런데도 재생에너지 전기가 경쟁력을 가지는 규모의 경제에 이르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요금이란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으면 탄소세 부과와 같은 ‘페널티’가 기업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나 그러지도 못한 실정이다.  수익을 생각하면 기업이 망설이는 게 이해가 되지만, 명확해지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생각할 때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이진선 기후에너지캠페이너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앉아 기다리기보다 전력회사나 정부에 서한을 보내 요구했다”며 “전력회사는 큰 고객이 요구를 들어주게 되고, 정부도 없는 정책을 만드는 쪽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올 4월 6개의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태양광 발전소 사진. 저커버그 페이스북 ‘닭이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를 돌파하려면 기업이 자체 태양광, 풍력을 설치하는 외에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방법이 없는 제도를 시급히 손봐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동향에 민감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나옴에 따라 산업부는 녹색 요금제를 고안해 올 연말 시범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기업이 인증서를 구매해 그 부분만큼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설계하는 것으로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장기계약을 맺는 기업구매제도(PPA)에 비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는 정도가 약하다. ‘알이 100’에 열심인 페이스북, 애플, 구글 같은 기업들은 태양광, 풍력발전에 직접 투자하거나 장기 직거래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전 중심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하는 일이어서 쉽지 않은 과제이다. 기업의 직접 전기구매 필요성이 높아지자 국회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월 이를 가능케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이 법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제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기업의 인식개선이나 그리드페리티 달성도 빨라진다”며 “기업 피피에이가 장기과제라면 녹색 요금제에서 출발해 한전 등이 중간역할을 하는 ‘그린테리프’ 등 다양한 선택을 기업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짓고 있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중 한곳. 건설 전부터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을 세우고, 유휴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페이스북 제공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은 이제 기업의 장기적 생존 전략이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제로 봐서도 일자리나 산업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수출품목이고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역시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를 구성할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의 확대와 맞물려 있다. 기업, 시민단체, 정치권, 학계를 망라한 시민단체 에너지 전환 포럼의 홍종호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장)는 “기후변화 대응은 환경문제를 넘어 성장과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들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큰 그림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정부도 기업 피피에이나 전기차 의무판매제처럼 분명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기후변화를 경영의 디엔에이로 녹여내 대응해야 시대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저만치 가고 있다.   멘로파크(미국) / 글· 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1699.html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에너지 전환은 필수”

[인터뷰] 보비 홀리스 페이스북 총괄 이사“기후변화는 우리가 대응할 매우 중대한 이슈, 한국기업도 의지를 갖고 나서면 방법 찾을 것보비 홀리스 페이스북 글로벌 에너지·환경·입지선정 총괄이사페이스북은 2011년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약속했고, 현재는 1년여 뒤인 2020년 말까지 14개에 이르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사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100% 이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혼자만의 에너지전환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기업의 동참을 끌어낸 점이 주목된다. 연면적 2만7천여평에 이르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유타주의 이글 마운틴에서 로키 마운틴 전력과 ‘스케줄 34’라는 재생에너지 구매 제도를 만들어 냈고, 앨라배마·조지아 같은 주에서도 비슷한 구매 제도를 디자인해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바비 홀리스 글로벌 에너지·환경·입지선정 총괄 이사(사진)는 “경쟁자일지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만든 제도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홀리스 이사는 전 세계 사옥 및 데이터센터의 입지, 에너지 전략을 이끌고 있다. ―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어려움은 없나? “회사가 빠르게 커가고 있어 이에 맞춰 에너지 조달계획을 세우는 게 쉽지는 않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선정할 때 다양한 요소를 보는데, 에너지 측면에서는 전력 수요, 기존의 지역 인프라, 날씨 등 다양한 점을 살핀다. 이 가운데 전력조달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보통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가동되기 18개월~2년 전에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 왜 에너지전환에 앞장서는가?  “기후변화는 우리가 대응할 매우 중대한 이슈이다. 지속가능성이란 목표를 향해가는데 전력 에너지전환은 필수적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우리가 좋은 기업 시민이 되길 원하며, 복잡한 이슈를 이해하고, 지역사회에서 할 일에 대해 잘 알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이 회사와 최고경영자의 중심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가치이길 기대한다고 본다.”  ― ‘계약가격제’ 같은 거래제도를 창출해 다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  “우리는 발전회사와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거대 발전회사가 한 가지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크고 작은 전력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재생에너지를 채택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주 정부, 전력회사와 지속적인 협상을 벌여 재생에너지 구매가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낸다. (그간 에너지전환이 어려웠던) 다른 기업은 우리가 창출한 계약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의 전력망 안에 구매한 전기가 들어오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가 늘어나도록 하고 있다.”  ― 협상이 쉽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페이스북의 사명은 공동체를 만들고 세계가 가까워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전환의 측면에서 우리 주변과 파트너십을 맺어 좀 더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의 상대이자 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 한국은 재생에너지가 가격이 비싸서 기업들이 에너지전환에 소극적인데.  “기술이 빠르게 발달해 태양광과 풍력은 세계 여러 곳에서 비용 효율적인 선택이 됐다. 5년 전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비쌌던 가를 생각해 보면 많은 인식이 과거의 것이 됐다. 이게 지금 많은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솔루션을 찾으러 나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열린 마음과 의지를 갖고 대화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멘로파크(미국)/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17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