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각자도생 심화…기업·복지·교육의 역할은
[기사 원문: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66261.html] [2022 아시아미래포럼] 세션3어떻게 신뢰의 다리를 놓을 것인가기업 ESG 앞장서 사회문제 해결복지정책 한계, 시민사회 연대로 극복수평적 공교육, 사회신뢰 향상에 도움팬데믹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제도와 정부, 언론, 기업 등 사회 구성원에 대한 신뢰에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에델만코리아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정부, 언론, 기업, 비영리기관 등 사회 주체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장 믿을만한 기관으로 비영리기관(48%)을 꼽았으며, 기업(43%), 정부 (42%), 언론(33%) 순으로 신뢰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67%로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던 정부는 ‘사회분열을 초래하는 기관’ 항목에서 48%로 언론(58%)의 뒤를 이었다.펜데믹 기간 동안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로 불안을 조장한 언론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언론을 제재하지 않고 방조하거나 악용하는 정부와 정당도 시민들의 신뢰를 함께 잃고 있다. 이러한 신뢰 상실의 위기와 각자도생이 팽배한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아시아미래포럼 특별세션 ‘어떻게 신뢰의 다리를 놓을 것인가: 솔루션 탐색을 중심으로’는 팬데믹 등으로 더욱 중요해진 사회적 신뢰의 의미를 짚어보고, 불평등, 양극화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형희 에스케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은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에스케이그룹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은 국내 ESG 생태계를 구축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기업이 신뢰에 이르는 여정’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사회문제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소개한다. 지난 5월 에스케이, 삼성, 엘지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251개 국내 기업들은 이윤과 일자리 창출 외에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디지털전환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새로운 기업문화 조성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협의기구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출범했다. 이 위원장은 기업의 변화에 대한 의지와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90년대 초까지 압축적 경제발전은 경제성장이 우선시되고, 분배와 사회복지의 확대가 경제를 저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뢰의 역설’ 발제에서 비정규직, 플랫폼노동 등 표준적 고용관계를 벗어난 노동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보장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압축적 경제성장과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변화하지 않는 사회보장제도는 여성, 노령, 플랫폼종사자 등 노동 사각지대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이같은 복지정책의 표류로 등장하는 사회의 새로운 승자와 패자집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라이더유니온, 알바노조 등 새롭게 떠오르는 노동조직들이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전통적 노동조합, 혹은 다른 시민사회와의 연대의 가능성을 고민해본다.마지막 발제자인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기초교육학)는 저신뢰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 속에, 공교육이 사회자본 축적에 도움이 되는 방안들을 소개한다.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타인에 대한 신뢰가 다소 높지만, 기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사회자본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용보다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수평적·참여적·협력적 교육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7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수행한 수업방식과 사회자본에 관한 교육실험을 소개하며, 수평적 수업이 타인간 상호작용을 높이고 제도와 규범에 대한 신뢰를 높일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수업방식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팀 단위 평가, 과정 중심 평가 등 평가제도와 수업 운영 중심의 교원 인사 시스템의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토론자로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를 비롯해 최영준 연세대 교수(행정학),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가 나서며, 정건화 한신대 교수(경제학)가 좌장을 맡는다. 토론자들은 기업이 신뢰자본 축적에 기여하는 방안, 노동과 복지제도의 불일치 속 신뢰 향상 방안, 정부·사법부·전문가 등 사회주체별 신뢰 회복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ekpark@hani.co.kr